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홍마향편 3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11 11:20:04
조회 1139 추천 22 댓글 15
														




(오프닝?)


가사 번역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5700888





누를 시 이동합니다.


프롤로그


홍마향편


1화 2화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홍마향편 3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3화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紅魔郷編 第3話/




viewimage.php?id=39b2c52eeac7&no=29bcc427bd8077a16fb3dab004c86b6f24b7e12241bb1d94d786fcc33eb53d9bda1be1824199cd129aefd4e7b9344f823c7e161350e4355c687e4e8b











여덟 명의 작은 병정들이 데본을 여행했다

한 명이 거기에 살기로 하여 일곱 사람이 남았다



-7-


 소녀──아니, 유녀라 부르는 편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왕처럼 오만하게, 귀족처럼 우아하게, 그리고──괴이하도록 순수하게.

 안채에 자리 잡고 있는 왕좌에 그 작은 몸을 싣고, 그녀는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흐음──바깥 세계로부터 저택에 직접 잠입해온 인간, 이라.”

 진홍의 눈동자로 핥듯이 우리를 바라보는 그녀의 등에는 박쥐의 날개가 돋아나 있다. 도서관의 그 빨간 머리 여자보다 더욱 커다란 날개. 그리고 입가로 언뜻언뜻 보이는 송곳니.

 “정말이지, 문지기를 두고 있는 의미가 없다니까.”

 “나중에 혼내도록 하겠습니다.”

 소녀의 옆에서 대기하던 사쿠야 씨가 그렇게 대답했다. 소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을 대라, 인간이여.”

 오만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이런 것인가. 이 세상에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만 같은 안하무인한 태도. 그러나 그것이 이상하게도 불쾌하지 않은 것은 그 어린 모습 때문일까, 아니면 그 모습에 배인 기품 탓일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옆의 친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우사미 렌코라고 합니다.”

 “──마에리베리 한이라고 합니다.”

 “흐음. 나는 레밀리아. 레밀리아 스칼렛. 이 저택의 주인이며, 위대한 드라큘라, 가시공 블라드의 후예다.”

 “드라큘라 공? 그렇다면──”

 렌코의 말에, 레밀리아 아가씨는 눈을 고양이처럼 가늘게 뜨며 웃는다.

 “그래──흡혈귀다.”

 처절한 미소, 라는 말이 나타내는 광경을 실물로 처음 목격했다.

 무심코 한 걸음, 헛발을 내디뎠다. 눈앞에 있는 것은 기껏해야 열 살도 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어린 소녀인데──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등골이 떨린다. 이형의 존재를 앞에 두고, 나는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개의치 않는 괴짜가 내 옆에 한 명 있었다.

 “이거, 이거──진짜 흡혈귀를 뵐 수 있다니, 영광이옵니다.”

 “흥, 하수인이 되고 싶기라도 한 거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흡혈귀 생활을 한 번 체험해 보는 걸 주저하지 않겠지만 일단 변해버리면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건 좀 그렇잖아요? 저는 아직 인간에 미련이 있어서 인간의 입장에서 흡혈귀를 관찰해보고 싶네요. 좀처럼 없는 기회니까요. 여러 가지 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말이죠. 예를 들면 정말 거울에 비치지 않는지, 십자가나 마늘, 은 칼날이 약점일지. 햇볕을 쬐면 재가 되어 버리는지, 흐르는 물을 건널 수 없는지──”

 “이봐, 렌코.”

 나는 거침없이 말하는 렌코를 무심코 찔렀다. 아니, 뭘 말하는 거야. 흡혈귀에게 일부러 약점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어디 있지? 아니, 여기 있기는 하지만.

 조심스럽게 레밀리아 아가씨 쪽을 보니 그녀는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과연, 파체가 손님 취급할 정도는 되는 것 같군. 꽤 재미있잖아.”

 “지극히 감사하옵니다.”

 “하지만 네 질문에 공짜로 대답해줄 의리는 없잖아?”

 “그렇다면요?”

 “지금 나는 굉장히 지루해. 나의 심심함을 달래주면 너의 질문에 대답해줄 수도 있지. 어때, 인간?”

 ──이건, 지루해지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먹혀버리고 마는 전개잖아.

 할 수만 있다면, 나로서는 이 자리에서 바로 뒤로 돌아 저택과 작별인사를 하고 싶은 참이었다. 이전 꿈속에서 나는 잘도 이런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했던 거구나. 무지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두려워하는 나와는 다르게, 어디까지나 초연한 친구는 미소를 지으며 뱀파이어와 대치한다.

 “역시, 지루함이란 인생의 원수와도 같은 것이죠. 아이의 호기심처럼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만 인생이 즐거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젊은 인간의 몸으로, 세상의 쾌락을 모두 즐겼을 흡혈귀도 모르는 즐거움을 찾으라──이거, 참.”

 계속해서 드라마에서 대사로나 사용될 법한 말을 읊으며 렌코는 고개를 갸웃거려보였다.

 “지루함을 낳는 것은 자극의 반복에 의한 감각의 무뎌짐. 아가씨께서 무엇에 지루해하시든, 그것을 없애기 위해 일개 인간에게 한때의 위안을 요구하시기보다는 아가씨 본인이 스스로의 야를 넓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따위가 이 레밀리아 스칼렛에게 훈계라?”

 레밀리아 아가씨가 눈을 가늘게 뜨며 더욱 위태로워지자, 나는 점점 더 돌아가고 싶어졌다. 적어도 파트너로서는 렌코가 좀 더 주눅이 들었으면 하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모처럼 흡혈귀, 드라큘라 공의 후예라는 분께서 고작 이 저택의 주인이기만 하다니 아깝지 않습니까. 일단 세계정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흡혈귀라면 피를 빠는 것으로 수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지 않나요?”

 “──그런 건 벌써 해 봤어. 너무 반응이 없어서 중간에 질려서 그만 뒀지. 이런 환상향같은 작은 세계, 내가 지배할 가치도 없어. 하수인을 함부로 늘려도 이상하기만 하고. 애초에 사쿠야만 있으면 충분해.”

 레밀리아 아가씨는 시시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생소한 단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들었다.

 ““환상향?”“

 친구도 똑같은 말을 했다. 레밀리아 아가씨는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너희들…… 스스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거야?”

 “그게, 제 집에서 직접 여기 도서관으로 와버리게 된지라.”

 “흐음──. 사쿠야, 이 무지몽매한 인간들에게 가르쳐 주도록.”

 “알겠습니다.”

 옆에서 기다리던 사쿠야 씨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이곳, 홍마관이 있는 이 세계는 환상향이라는 곳입니다. 외부 세계와 땅은 이어지지만 결계에 가로막혀 봉인된 작은 모형 정원이죠. 외부 세계에서 존재를 부정당한 신이나 요괴들이 숨쉬는 낙원──이라고, 이 세상의 관리자들은 주장하지만 저희 홍마관도 이 환상향이 볼 때는 낯선 이방인들입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환상향, 그 단어가 갑자기 왠지 모르게 몹시 그립게 들렸다.

 언젠가 꿈에서 본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혹시──아니, 어쨌든 나도 잘 알 수 없었다.




-8-

 “파체가 연 결계의 구멍을 통해서 왔다면 너희도 바깥 세계에서 온 건가. 뭐, 대단한 세계도 아니야. 심심해서 나도 돌아가 버릴까 생각하고 있고. 더워서, 태양이 짜증나기도 하고 말이지, 이 계절은.”

 레밀리아 아가씨는, 탁탁 옷깃을 손으로 부쳤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더운가? 오히려 저택 안은 썰렁하고 선선해서 살기 좋은 온도라고 생각하는데──것보다, 이 세계에서도 바깥의 계절은 여름인가. 해 뜨는 시간이 긴 여름은 햇볕에 약한 흡혈귀에게 확실히 힘들 것이다.

 그렇게 두서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 친구는 갑자기 고양이처럼 빙글 웃었다.

 “그렇다면 아가씨, 우선 이 세상을 아가씨가 지내기 쉽게 하시는 건 어떨까요?”

 “──흠? 내 말을 듣지 않은 거야? 지배하는 것처럼 귀찮은 일은 질색이야.”

 “아뇨, 그게 아니라. 세계를 정복하지 않아도 아가씨께서 지내기 좋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흡혈귀의 천적이 태양이라면 이 세계에서 태양이 사라지게 하면 된다. 이를 위한 방법을 하나, 둘씩 아가씨의 힘과 지혜를 사용하면 쉽게 실현되지 않나요?”

 “────”

 레밀리아 아가씨는, 멍하니 눈을 뜨고 렌코를 바라본 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핫, 하하하! 태양이 사라지게 하면 된다, 라고? 그래, 그렇지. 이건 확실히 인간의 말 대로로군. 이 진홍색의 악마, 영원히 붉은 달인 레밀리아 스칼렛이 왜 태양으로부터 숨어 지내야 하지? 오히려 위대한 내 위엄 앞에서는 오히려 태양이 굴로 들어가 숨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지, 사쿠야?”(*1)

 “네,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지극히 냉정하게 동의하는 사쿠야 씨를 만족으럽게 바라보며, 레밀리아 아가씨는 조용히 일어섰다.

 “거기 인간, 덕분에 즐거운 일을 생각해냈네. 보상으로 잠시 이 저택에 머물 것을 허락해주지. 사쿠야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라면 마음대로 해도 좋아. ──사쿠야, 이 녀석들을 물리게 하고 파체를 불러와 줘.”

 “네, 알겠습니다.”

 사쿠야 씨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순간, 레밀리아 옆에 있던 그녀의 모습은 우리의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눈을 깜빡거린다. 지금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확실한 순간이동이었다. 예비 동작도 전혀 없는 순수한.

 “그럼 이쪽으로── 실례하겠습니다, 아가씨.”

 사쿠야 씨에게 인도받은 우리 둘은 안채를 떠났다. 레밀리아 아가씨는 들뜬 표정으로 박쥐 날개를 흔들며,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고 나서 지을듯한 미소로 우리를 배웅했다.


 “──죽는 줄 알았어.”

 사쿠야 씨를 따라 복도를 걸으면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렌코, 아가씨의 흥미를 사지 못했으면 어쩌려고 했던 거야? 목숨이 몇 개나 있어도 모자라잖아.”

 “글쎄, 그때는 그때지. 될 대로 되라는 거야.”

 “그런 자포자기같은──”

 “때마침 흡혈귀와 맨몸으로 싸워서 이겨라 같은 미션이 아니잖아. 우리가 아가씨의 속셈을 모르는 이상, 무엇을 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아가씨의 흥미를 우리에게서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살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이었단 거지.”

 “──하아.”

 대체 이 녀석의 언동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계산된 것인지, 꽤 오래 만났지만 아직도 잘 알 수 없었다.

 그 때, 앞서 걷던 사쿠야 씨가 뒤돌아서서는 “아까 있던 방으로 돌아가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았다. 그 방으로 들어가도 좋다만──.

 “음……. 사쿠야 씨는 도서관에 가시는 거죠? 파츄리 님을 부르러.”

 “네.”

 “그렇다면……. 다시 그 도서관에 가 보고 싶은데요.”

 내가 조심스레 말하자, 사쿠야 씨는 무표정하게 “알겠습니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희망은 있을 것 같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선은 우리가 왜 저 도서관에서 나타난 것인지, 그리고 돌아갈 길이 그 도서관에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책장에 꽂힌 장서를 보고 싶기도 하고.

 “메리, 책이 있는 곳이라는 것만으로 들뜬 것 같은데?”

 “생명의 위기를 벗어났기 때문이야.”

 안도감 때문인지, 나 자신도 조금 대담하게 된 것 같다. 친구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시 지하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파츄리 씨는 쌓아놓은 책 더미 위에 앉아 두꺼운 하드커버 책을 끌어안듯 읽고 있었다.

 “파츄리 님.”

 “어머, 사쿠야. 그리고 아까 인간이네. 또 온 거야?”

 “여기 두 사람, 우사미 님과 한 님을 아가씨께서 공식적으로 손님으로 인정하셨습니다. 그리고 파츄리 님, 아가씨께서 부르십니다.”

 “어머, 그러니. 이번에는 무엇을 꾸미려는 걸까. 뭐, 좋아. 그럼──코아?”

 “네~”

 박쥐 날개의 소녀가 파츄리 씨에게 불려 날아왔다.

 “저기 있는 인간들의 상대를 맡기도록 할게,”

 “알겠습니다~”

 읏차, 하며 파츄리 씨가 일어선다. 아니, 일어서는가 싶더니 현기증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작게 비틀거렸다. 그 직후, 사쿠야 씨가 순식간에 그 옆으로 이동하여 파츄리 씨의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파츄리 님?”

 “……괜찮아.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야.”

 “그래도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단순한 빈혈이야.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넌 레미의 종자니까.”

 파츄리 씨의 매정한 말에, 걱정스러워하던 사쿠야 씨는 곤란한 듯 눈꼬리를 내린다. “됐으니까, 레미한테 가자.”라며 파츄리 씨는 걷기 시작한다. 아니, 미끄러지기 시작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바닥 30센티 위에 떠올라 스키라도 타는 듯 똑바로 공중을 미끄러져 가는 파츄리 씨의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사쿠야 씨는 작게 어깨를 으쓱하며 파츄리 씨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쿠야 씨와 파츄리 씨의 모습이 사라지자 휑한 도서관에 나와 렌코, 박쥐 날개의 소녀만 남게 되었다. 우리 쪽으로 돌아선 소녀는 꾸벅 하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 음. 우사미 님, 그리고 한 님이죠? 홍마관 지하 대도서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우사미 렌코입니다. 렌코라고 불러주세요.”

 “아, 마에리베리 한입니다. 저도 메리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렌코 님, 메리 님. 저는 소악마라고 불러주세요.”

 소악마──그것은 자칭하는 이름인 것일까? 내가 의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니, 소악마 씨는 “이상해요?”라며 작게 쓴웃음지었다.

 “물론 진짜 이름도 있지만요, 그것은 주인인 파츄리 님만이 알고 계셔야 하기 때문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즉, 파츄리 씨의 사역마라는 거예요?”

 “네, 맞아요. 파츄리 님과의 계약을 통해 이 도서관의 정리를 맡고 있습니다.”

 렌코의 물음에 소악마 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나 이 넓은 도서관을 혼자 정리하고 있는 것인가. 악마라면 그 정도는 문제없다는 걸까──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때, 렌코는 더 심도있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파츄리 씨는 어떤 분이죠?”

 “파츄리 님은 마법사입니다. 《자칭 마법사》도, 《후천적 마법사》도 아닌, 태어날때부터 순수한 《종족 마법사》입니다. 100년 정도 살아오셨다고 알고 있어요.”

 자칭? 후천적 마법사? 이쪽도 아는 말들로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하하. 즉, 마법을 사용하는 단지 인간일 뿐인 사람, 인간을 그만두고 정말로 마녀가 된 사람, 태어날 때부터 마녀인 사람, 이라는 거죠?”

 “네.”

 렌코의 말에, 소악마 씨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그 정도의 말로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은 제쳐두고, 렌코의 말로 나도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이 《자칭 마법사》, 원래 종족은 인간인데 종족 자체가 마녀로 변한 자(흡혈귀에게 피를 빨린 인간이 흡혈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가 《후천적 마법사》, 둘 다 아니며 처음부터 마법사라는 종족으로 태어난 것이 《종족 마법사》라는 것이다. 파츄리 씨는 세 번째의 《종족 마법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인간이 아닌 것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그 느낌도 설명이 된다……라는 것일까.

 “파츄리 님과 아가씨는 예전부터 친구로, 아가씨가 저택의 이 도서관을 파츄리 님의 거처로 제공해준 거라고 해요. 저는 그에 따라 파츄리 님으로부터 소환되어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 이전 얘기는 잘 모르지만요. ──그보다, 무슨 일이시죠?”

 라며, 설명을 일단락지은 소악마 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저희가 어째서 여기로 오게 된 것인지를 알고 싶어서요.”

 “아──, 그거라면 이미 확인했어요.”

 뜻밖의 말에,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파츄리 님께서 이 저택을 환상향으로 옮기기 위해 결계에 구멍을 뚫은 적이 있거든요. 분명 다시 막아놓긴 했는데 그것이 불완전하여 일종의 마력 간섭에 의해 다른 결계의 구멍과 연결되어 여러분이 이곳에 오시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파츄리 님께서 신경 쓰시는 것은 여러분이 어떻게 그 결계의 구멍에 간섭했느냐 하는 것입니다만.”

 “……하아, 그 구멍은요?”

 “파츄리 님의 명령으로, 방금 막아놓고 왔습니다.”

 한 조각 악의도 없이 소악마 씨는 그렇게 단언했다. ──즉, 출구는 막혀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 열어달라고 해도 될까요?”

 “그건, 파츄리 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 파츄리 씨는 지금 아가씨가 호출해서 부재중이다. 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파츄리 씨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하자.

 “일종의 마력 간섭, 이라. ──역시 작은할머니께서 어떤 장치를 해 놓으셨던 걸까. 그러고보니 메리, 그 노트랑 호박석, 어디 있는지 몰라?”

 “어라, 어딘가에 떨어뜨린 것 같은데?”

 렌코의 말에, 나는 다시금 떠올린다. 스미레코 씨의 방에서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 그리고 거기서 튀어나온 벌레가 들어간 호박석. 그것을 손에 든 순간 결계가 크게 흔들렸고, 우리는 여기에 날아오게 된 것이다. 그 호박석이 어떤 매직아이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히 여기로 날아오는 와중에 어딘가에 떨어뜨리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호박석으로 다시 결계에 구멍을 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소악마 씨, 저희가 여기로 날아왔을 때 화려하게 책들을 헤집어 놓았습니다만.”

 “아, 네. 책장에서 책이 무너져 있었죠. 지금은 정리해 뒀어요.”

 “아, 죄송합니다. ……혹시, 거기에 벌레가 들어간 호박석이랑 오래된 노트가 있지 않았나요?”

 “호박석과 노트, 인가요. ……아뇨, 없었던 것 같은데. 찾아볼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책은 자유롭게 읽으셔도 상관은 없지만 위험한 책도 섞여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함부로 만지면 물릴 수도 있으니까요.”

 무서운 말을 당연하다는 듯 하며, 소악마 씨는 통 통 튀어서 도서관 깊은 곳으로 날아간다. 책에 물린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일까 의문에 잠겼지만,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말해버리면 이 무수한 책들에 손을 뻗기가 어려워진다.

 “그 벌레가 든 호박석 말야, 일종의 파워 스톤이었는지도 모르겠어.”

 렌코는 그렇게 말하며 쌓여 있던 책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파워 스톤? 호박석이라는 건 수액으로 만들어진 화석인데?”

 “광물은 아니지만, 보석의 종류는 될 거야. 천연이라면, 수천 년의 시간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봉인된 보석이지. 그 정도의 보석이라면 상당히 영험할 거야.”

 “수천 년의 시간을, 이라…….”

 오랜 세월이 지난 것에는 신이 머문다는 것은 일본 고유의 종교관이다. 산악, 거목, 거석, 유구한 시간을 느끼게 하는 것에서, 일본인들은 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들에 신앙을 바치며 모셔왔다. 현대의 영적 연구에 비추어보면 거기에는 분명히 신이 있었던 것이다. 집합적 의식의 산물로서, 신은 신앙의 대상에 깃든다. 서양에서 태초에 신이 있어서, 그 신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는 세계관과는 정반대의──처음에 인간이 있어서, 그 인간이 800만의 신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일본의 영적 연구이다.

 그리고 일단 존재가 주어진 신님은, 비록 신앙을 잃고 잊혀도 소멸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뇌의 깊은 곳에 새겨진 기억처럼, 단지 인간이 그 신에게 접근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뿐이다.

 그것은 예를 들어, 요괴나 유령도 마찬가지이다. 영적 연구가 배척된 20세기의 과학으로 그 존재는 부정되어 갔지만, 20세기의 과학은 객관주의에 치중하여 모든 인간들은 이 세계는 주관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임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주관적인 인식. 그것이야말로 이 세계 그 자체임을 객관이라는 허구로 도배하고 만 것이 20세기부터 21세기 과학이 가져온 암흑이다.

 더 이상의 지나친 객관주의는 무용지물이다. 과학적 객관성도 결국은 공동의 환상에 불과하다. 주관주의 과학은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것이 곧 존재하는 것이라는 태도를 가지며, 그것이 과학 세기 이후의 동향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오컬트 서클은 세계의 불가사의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온 것이지만──.

 흡혈귀에 마녀, 악마, 초능력자 가정부, 파워 스톤의 힘으로 헤매는 붉은 저택이라는 것은 좀 설정 초과인 건 아닐까. 아무리 지금부터는 주관주의의 시대라고는 해도, 이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버리게 되면 농담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아무튼, 그 호박석이 이 세계로의 문을 여는 열쇠라면 우선 그걸 찾는 게 먼저야. 그리고 안쪽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작은할머니의 그 노트도.” 

 “그러게── 《비봉구락부》라는 이름의 수수께끼도 그대로고.”

 렌코가 직접 붙인 동아리의 이름이 어째서 반세기 이상 전의 것인 작은할머니의 노트에 남아있었던 것일까. 우연의 장난인지, 혈통이라는 인과의 귀결인지, 혹은──.

 “그런데, 렌코.”

 “응?”

 “그 책, 괜찮아? 안 물렸어?”

 “괜찮아. 오행의 해설서야. 서양의 마법사가 왜 오행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서양의 조화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파츄리님은 칠요(七曜)의 마법사니까요.”

 하며, 소악마 씨가 돌아왔다. 그 손은 비어있었다.

 “유감스럽지만, 찾으시는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도서관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 찾아보도록 하죠.”

 “죄송합니다, 일부러.”

 “아뇨, 사서로서 도서관의 일은 저의 일이니까요.”

 가슴을 펴는 소악마 씨. 사서라고 해도 이 건물의 거주자 이외에 과연 이 도서관을 이용할 사람이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칠요의 마법사라고 하면, 오행의 화, 수, 목, 금, 토에 일과 월을 더한 건가요?”

 “짐작하신 대로예요. 관심이 있으시면 파츄리 님께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아요.”

 꾸벅 인사를 한 소악마 씨는 주변에 있던 책을 가지고 또다시 통 통 날아간다. 그러나 그 파츄리 씨는 아가씨와 함께 있다. 책을 읽자니 물릴지도 모른다는 것은 역시나 무섭다. 자, 파츄리 씨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물지 않는 책을 찾아볼까──하고 책장에 시선을 돌리니, 두꺼운 하드커버 책들 사이에 얇은 요즘 서적 사이즈의 책이 나란히 정렬도니 선반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표지에는 익숙한 일본어가 쓰여 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어 보았다. 아무래도 지난 세기의 만화 같다. 상당한 권수가 즐비했다. 몹시 어두운 그림체의 그 만화는 나도 제목 정도는 들은 적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법사의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기엔 좀 그렇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다시 묵직한 소리를 내며 도서관 문이 열렸다. 파츄리 씨가 돌아온 것인가 싶었는데 그곳에 있었던 것은 사쿠야 씨였다.

 “용건은 끝나셨는지요?”

 우리에게 다가온 사쿠야 씨는 그렇게 물었다. “네.”하고 내가 손에 들고 있던 만화를 책장에 돌려놓으며 끄덕이자, “그러시다면,”하고 사쿠야 씨는 웃는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으니,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9-

 창문이 없는 저택 안은 낮과 밤의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두웠던 탔도 있고 시간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밖에 나가보고서야 우리는 해가 떨어졌음을 알았다. 우리가 있던 그 세계와 같은 시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늘에는 큰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우리들이 있던 세계에서 오늘은 만월이었을까……. 나는 친구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친구의 특기는, 본인 입으로 말하길 별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달의 위치를 보고 장소를 알아낼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란다. 그냥 계산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이 친구의 눈에 이곳은 대체 어디로 비칠까.

 “렌코, 시각이야 어쨌든 장소는 어딘지 알겠어?”

 “……안 되겠어. 이 달, 뭔가 이상해. 우리가 아는 달과는 뭔가가──”

 달을 올려다보며 렌코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음, 그럴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이래서야 일본 표준시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는 시간시 쪽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저, 사쿠야 씨. 지금은 몇 시인가요?”

 “저녁 8시 12분이네요.”

 내 물음에, 사쿠야 씨는 회중시계를 꺼내 대답한다. 꺼 놨던 휴대폰의 전원을 켜고 시간 표시를 확인하니 몇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아니, 혹시 시간을 세는 방법이 우리와 다른 걸까?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죠?”

 “네, 그렇습니다.”

 만약을 위해 대전제도 확인해 둔다. 그렇다면 휴대 전화의 시간 표시도 방금 사쿠야 씨가 말해준 것으로 맞춰두면 된다. 어디까지나 배터리가 유지되는 선에서의 얘기지만.

 아무튼, 저녁이라 들었기 때문에 긴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안내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쿠야 씨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저택의 앞마당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발을 내딛자, 온통 화단으로 장식된 자갈길의 앞에, 저택을 빙 둘러싼 높은 담과 철문이 보인다. 저것이 이 저택의 입구인 것 같다. 그 광경은 한때 꿈에서, 문 쪽에서 보았던 것과 역시나 같은 것이었다.

 ──그 문을 멀리서 봤을 때 문득 위화감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그때의 나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이쪽으로.”

 사쿠야 씨가 이끄는 대로 화단 사이를 지나자 작은 정자가 있었다. 정자 중앙의 램프가 주변을 비추는 가운데 사쿠야 씨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테이블보를 꺼내어 편 뒤 의자를 끌어와 우리를 앉혔다. 사쿠야 씨는 또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글라스와 와인을 꺼내 우리 앞에 두고 잔에 와인을 따른다. 축지법인지 마술인지 여전히,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가씨와 파츄리 씨는요?”

 렌코가 묻자, 사쿠야 씨는 우아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아가씨와 파츄리 님께서는 앞으로 선보일 것을 준비 중이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아가씨께서 손님인 우리에게 뭔가 보여주신다는 말인가요?”

 “네, 반드시 멋진 밤이──”

 의미심장한 말을 하다가, 사쿠야 씨는 뭔가를 알아차린 듯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서 뭐 하는 거지?”

 “앗, 네, 죄송합니다!”

 사락사락. 그 부근의 장미 울타리가 흔들리고 그 그림자에서 새로운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택의 주민은 더 있었던 것 같다. 나타난 사람의 모습에 나는 무심코 렌코와 마주보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중화풍이다. 긴 빨간 머리를 사쿠야 씨처럼 양 귓가에 내리 땋아 리본으로 묶은 장신의 여성. 『용(龍)』의 문자를 새긴 별 모양의 장식이 눈에 띄는 모자와 슬릿이 들어간 녹색의 랩 스커트라니, 이 서양식 저택은 그야말로 불균형의 중화풍 스타일이다. 아가씨나 소악마 씨처럼 눈에 띄는 날개 같은 것은 없지만, 역시 인간과는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발하고 있다는 것만은 파츄리 씨와 같았다.

 “아니, 그게. 낮선 사람을 발견해서 분명 침입자라고…….”

 그 여자는 의아한 눈빛으로 우리를 응시한다. 사쿠야 씨는 그것을 노려봄으로 되갚아주었다.

 “여기 두 분은 아가씨의 손님이야. 우사미 님과 한 님.”

 “이, 이거 실례했습니다!”

 즉시 똑바로 선 그 여자는 직립 부동이다.

 “이 저택의 문지기를 맡고 있는, 홍 메이링입니다.”

 “아무도 네 이름은 묻지 않았어.”

 “그럴 수가~”

 말을 자르듯 냉대하는 사쿠야 씨에게, 메이링이라 밝힌 여성은 맥없이 한심한 목소리를 높였다. 홍 메이링은 역시나 중국식 이름이겠지. 흡혈귀 아가씨에 국적 불명의 인간 메이드, 오행 사상의 마법사와 사역마에 중국풍의 문지기. 점점 뒤죽박죽이라 알 수 없다. 그녀들은 대체 어떤 관계가 있어서 이 저택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손님들이 저녁을 드실 거니까, 너는 바로 일하러 돌아가도록 해.”

 “아, 네. ……아. 제 저녁은,”

 “아아, 깜빡했어. 이따가 메이드 요정들에게 가져다주라고 할게.”

 “네에…….”

 작은 한숨을 내쉬는 메이링 씨. 그 때, 렌코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처럼이니까 함께 드시지 않을래요?”

 “괘, 괜찮습니까?”

 메이링 씨의 눈이 빛나고, 사쿠야 씨가 눈살을 찌푸린다.

 “손님 식사에 문지기를 동석시키다니, 결례가 됩니다.”

 “아뇨, 아뇨. 이쪽은 신경 쓰지 마세요. 꼭 같이 먹고 싶어요.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우사미 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사쿠야 씨는 곤란해하는 얼굴로 끄덕이고는 또다시 새로운 의자를 출현시켰다.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기는 한데,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될 수 있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그렇다면 음식을 내오도록 하죠──당신 몫은 두 분과 별도로 하겠어.”

 “아, 알겠습니다.”

 그럼, 하고 물러나는 사쿠야 씨. 그것을 보며 메이링 씨는 세 번째 의자에 앉았다.

 “이거 죄송합니다. 뻔뻔스럽게.”

 “아뇨. 뭐, 이쪽도 뻔뻔스럽게 저택에 끼어든 몸이니까요.”

 “네. 것보다, 저택 입구는 계속 지키고 있었는데 두 분은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신 거죠? 흠, 모르는 사이에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니 이건 문지기 실격…….”

 “아, 아뇨. 저희는 저택 내부에서 직접 나타났으니 이건 메이링 씨의 책임이 아니에요.”

 “직접?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으음, 문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침입자에 대항할 수 없다니 이건 역시나 중대한 사태 같은데요.”

 메이링 씨는 팔짱을 끼고 골똘히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작게 웃었다. 적어도 이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녀가 가장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 메이링 씨는 얼굴을 들고는 당황한 듯 변명했다.

 “앗, 아. 두 분을 위험한 침입자로 간주해서 그렇게 말한 건 아니고요, 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메이링 씨. 우리는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메이링 씨는 “이거 참.”하며 뒤통수를 긁으며 고개를 숙였다.

 “홍 메이링이라는 이름은, 어떤 글자를 쓰나요?”

 “붉을 홍(紅)에 아름다울 미(美), 방울 령(鈴)을 쓴답니다.”

 그 대답에 렌코는 저택을 올려다보았다. 태양이 떨어진 밤의 어둠 속에서 달빛에 비춰지는 저택의 벽은 변함없는 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가씨의 이름은 레밀리아 스칼렛이라고 했죠. 붉은 저택의 이름은 홍마관. 스칼렛과 홍(紅)이라……. 무슨 관계라도?”

 렌코가 그렇게 묻자, 메이링 씨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뇨, 당치도 않습니다. 전 그냥 문지기로, 아가씨를 섬기는 보잘것없는 요괴죠.”

 “……요괴, 인가요?”

 “아, 이 저택에 해를 끼칠 생각이 없는 인간은 습격하지 않으니 걱정 마세요.”

 메이링 씨는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인즉슨 이 저택이나 이 저택의 거주자에게 적대감을 보이면 요괴에게 습격당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역시나 그녀들은 우리와는 어딘가 근본적으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때, 사쿠야 씨가 키친 웨건을 끌며 나타났다.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온기가 느껴지는 빨간 국물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레어 스테이크, 다채로운 샐러드, 그리고 바구니에 들어간 롤로, 마치 어느 호텔의 식사 같았다.

 냄새가 허기를 자극하여 나는 꿀꺽 목을 울렸다. 아, 이런 두꺼운 스테이크를 먹으면 몸무게가……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은 아니다. 설마 우리를 살찌운 뒤 잡아먹으려고 할 리도 없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렌코가 얼굴을 들어 농담조로 사쿠야 씨에게 물었다.

 “……일단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건 무슨 고기죠?”

 나이프로 향하던 내 손이 멈추었다. 사쿠야 씨는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인간──”

 시간이 멈췄다. 그 자리의 공기가 순간 완전히 얼어붙었다.

 “……은 아니므로 안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천천히 드시길.”하고 산뜻하게 꾸벅 인사하며 사쿠야 씨는 발길을 돌렸다. 얼어붙은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렌코는 서로를 본 뒤 스테이크를 내려다보았다. 농담이라고 해도 웃을 수 없는데……. 도대체 무슨 고기일까. 방금 전까지 느껴졌던 식욕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저, 저기─, 사쿠야 씨?”

 하고 메이링 씨가 우는 소리를 내자, 사쿠야 씨가 발을 멈췄다.

 “아, 맞아. 당신에게는 이걸 줄게.”

 하고 그녀는 또 어디선가 보따리에 싼 것을 꺼내더니 메이링 앞에 털썩 소리가 나게 두었다. 그러고 물러나는 사쿠야 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메이링 씨는 보따리를 풀어 내용물을 펼쳤다. 큰 주먹밥 둘에 절임이다. 우리 앞에 있는 스테이크와는 천치차이지만, 메이링 씨는 불평하는 기색도 없이 두 손을 모아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도 덩달아 손을 모은다.

 “아, 잘먹겠습니다.”

 어떤 고기인지 아직 무섭긴 하지만, 먹고 죽지는 않겠지. 뜻을 정한 나는 칼로 고기를 베어 입에 넣는다. 이걸로 인해 이계의 인간이 되어버린다면 그뿐이다. 돼지가 되어버리는 건(*2) 아니겠지──.

 “……앗, 맛있어.”

 고기는 굉장히 부드러워서 씹자마자 무너지듯 입안에서 녹아 향기로운 육즙의 맛이 가득 퍼진다. 가난한 학생은 도저히 느껴보지 못했을 맛. 나는 무심코 맛에 취해버리고 말았다. 렌코도 한 박자 늦게 스테이크를 입에 가져가고는 “이, 이거 대단한데…….”라며 감탄하듯 소리를 지른다.

 “맛있을거예요. 사쿠야 씨의 요리는 천하 일품이니까요.”

 주먹밥을 먹으며 메리이 씨는 만족스럽게 말한다. 어쩐지 미안한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메이링 씨도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 같다.

 스테이크든 스프든 원 재료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맛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입에 음식을 넣는 기계가 된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우리가 식사를 마칠 무렵──갑자기 저택 밖에서 바람과 함께 하얀 안개가 정원으로 흘러들어왔다.

 “호수의 안개가…….”

 순식간에 우리가 있던 정자도 하얀 안개에 휩싸인다. 안개 너머로 저택의 진홍색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나는 스테이크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고는 멍하니 그 저택이 희미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가 색을 바꾼 것은, 그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엑──?”

 순간, 내 눈이 이상해진 건가 싶었다. 아니, 그 인식은 어떤 의미로 잘못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 때 나는 확실히 경계의 흔들림을 느꼈던 것이다. 스미레코 씨의 방에서 느낀 것과 같은, 세계가 흔들리는 감각을──. 하지만 그 정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더욱 명확한 시각 정보가 우리의 인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세계가, 붉게 물들어있었다.


 “안개가──.”

 렌코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렇다. 정원에 흘러들어온 하얀 안개가 전부, 눈에 선명한 진홍색으로 물들었다.

 정원 전체가, 아니, 저택 주위──혹은 그 이상의 범위가 모두 붉은 안개로 감싸였다.

 “────”

 먹던 주먹밥을 두고 일어난 메이링 씨는 우리가 어안이 벙벙해있는 사이에 안개 속으로 걷기 시작해 그대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남겨진 우리는 정자 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저 저택 쪽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붉은 안개에 잠긴 저택. 그 상공에 유난히 커다란 붉은 달이 떠 있다.

 불길한 진홍의 달. ──한기가 느껴지는 것은, 안개로 기온이 내려간 탓일까?

 아니면──그 광경이, 인간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이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저건……아가씨로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렌코의 시선 끝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진홍의 보름달을 배경으로, 그 소녀──레밀리아 스칼렛이 저택의 가장 높은 곳, 시계탑으로 보이는 건물의 지붕 위에 거만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레밀리아 스칼렛이 일으킨 이변.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가 찾아와 해결한 이변.

 세간에 유명한, 《홍마이변》의 시작이었다.


 

(*1) 일본 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가 동굴에 숨었던 것을 뜻함.

(*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14

1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논란보다 더 욕 많이 먹어서 억울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9/23 - -
AD 5주년 출항! 대한민국 승리를 향해! 운영자 24/09/23 - -
공지 동방프로젝트 갤러리 "동프갤 슈팅표" [46] 돌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04 13266 51
공지 동방프로젝트 입문자와 팬들을 위한 정보모음 [46] Chlor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7.27 103986 131
공지 동프갤 구작권장 프로젝트 - 구작슈팅표 및 팁 모음 [531] Chlor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2.03 103177 136
공지 동방심비록 공략 [57] BOM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2.18 87148 30
공지 동방화영총 총정리 [43] shm(182.212) 15.06.11 113622 52
공지 동방심기루 공략 [64] 케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0.12 123354 33
공지 동방 프로젝트 갤러리 이용 안내 [157366/7] 운영자 09.06.23 604269 523
8455313 씨발 カナ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3 2 0
8455312 9/23 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8 10 0
8455310 인생망했다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5 9 0
8455307 TS ㅇㅇ(27.112) 09.22 22 0
8455306 빵빵빤키빤키쎄키빤키빤키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0 0
8455305 고닉 트레이싱 의심작 추가 [3] ㅇㅇ(223.62) 09.22 76 3
8455304 TS ㅇㅇ(149.88) 09.22 24 0
8455303 상갤 창작탭 고닉 트레이싱 의혹 제기 ㅇㅇ(223.62) 09.22 57 3
8455302 TS ㅇㅇ(27.112) 09.22 22 0
8455295 ❗+❗+❗+ 상하이앨리스환악단 갤러리로❗+❗+❗+❗+ ㅈ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30 0
8455294 곷게다죽엇음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2 0
8455293 TS ㅇㅇ(218.147) 09.22 42 0
8455292 꽃게새우무슨맛으루먹는거임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6 0
8455291 상하이앨리스환악단마이너갤러리로 [2] ㅇㅇ(118.235) 09.22 46 0
8455290 추석선물세트집가져와서보니가완전날강도잔아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9 0
8455285 미마님 어디계세요 [1] 무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6 0
8455284 미마님 어디게세요 [1] =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9 0
8455283 TS ㅇㅇ(39.7) 09.22 64 0
8455282 톱니바퀴는오늘두구른다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3 0
8455280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1 0
8455279 ❗+❗+❗+ 상하이앨리스환악단 갤러리로❗+❗+❗+❗+ ㅈ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26 0
8455277 9/22 [3] 퍼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57 1
8455276 인생망했다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38 0
8455275 내8년쓴모니터외욕해 [2]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42 0
8455274 대국적으로그냥학교에서나온시험문제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27 0
8455272 퇴근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27 0
8455268 노래부르는거 좋아하는 사람? ㅇㅇ(106.101) 09.21 30 0
8455266 내일출근하시는분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27 0
8455265 똥ㅈㄴ싸는대안나옴 불완전한강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27 0
8455264 에모이 [2]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42 0
8455263 야쿠모유카리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38 0
8455262 ❗+❗+❗+ 상하이앨리스환악단 갤러리로❗+❗+❗+❗+ ㅈ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36 0
8455261 상갤에서 동방이야기 하고시픔 [2]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109 0
8455260 본인이하는도배는 무조건착한도배고 단순뻘글은도배로치부하는게 이해가좀안되네요 [8] カナ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84 0
8455259 이 똥통 머하러 들어오노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45 0
8455257 열바다서목구멍으루오땅안넘어감ㅅㅂ [1] 상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41 0
8455256 [3] カナ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132 0
8455255 TS ㅇㅇ(175.223) 09.21 104 0
8455252 동갤 통제당하노 ㅋㅋㅋㅋ 클라운피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117 1
8455250 ts빌런 ㅎㅇ [1] カナ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52 0
8455248 TS ㅇㅇ(175.223) 09.21 93 0
8455247 ❗+❗+❗+ 상하이앨리스환악단 갤러리로❗+❗+❗+❗+ ㅈ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33 0
8455246 알았어 동방글 쓰면 되잖아 그럼. [5] カナ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1 7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