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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홍마향편 9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6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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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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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홍마향편 9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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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작은 병정들이 햇볕을 쬐고 있다가

한 명이 햇볕에 타서 1명이 되었다.



 -26-


 “미래로 돌아갈 방법 같은 거,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그 날 저녁, 케이네 씨가 안내하여 우리는 마을에 동쪽에 있는 하쿠레이 신사를 방문했다. 어떻게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이 없을까 물었지만, 레이무 씨의 대답은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계를 조금 풀어놓고 외부 세계로 내보내는 것뿐이야.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도 없고, 밖으로 한 번 내보낸 뒤에는 이쪽으로 되돌릴 수 없어.”

 “……어떡하지?”

 케이네 씨가 돌아본다. 우리는 고개를 가로젓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밖에 나간 뒤 그곳이 21세기 초반의 세계라면 우리가 살던 21세기 말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과거의 세계에 갇혀버리기 보다는, 이 환상향에서 미래로 돌아갈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적어도 여기는 미래에 있던 우리가 온 적은 있는 곳이니까.

 “돌아가지 않을 거라면 마을에서 살도록 해. 케이네와 함께라면 잡아먹히지는 않을 거야.”

 쉿, 쉿 하며 차갑게 내쫓기에 우리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케이네 씨와 함께 신사의 돌계단을 내려와, 황혼 내리는 들길을 통해 마을로 돌아간다.

 “그럼──이제 너희는 어떡할 거지?”

 “가능하다면,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 마을에 머물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렌코의 대답에, “그렇겠지.”라며 케이네 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 딱 맞는 게 있다. 너희들이 괜찮다면, 당장 살 곳과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하마.”

 바라마지 않던 얘기다. 우리의 과학 세기와는 달리, 이 세계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대학생이라는 입장은 이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겠지.

 “일자리라, 어떤 일이죠? 육체노동은 기대하시면 곤란해요.”

 렌코가 묻자 케이네 씨는 “돌아가서 설명하겠다.”라며 서둘러 앞장선다.

 그 뒤를 쫓으며, 나는 친구를 뒤돌아보고 “저기, 렌코.”라며 작게 귓속말했다.

 “왜, 메리?”

 “──그 하쿠레이 신사는, 우리가 간 적 있던 하쿠레이 신사랑 관계있는 걸까?”

 하쿠레이 신사라는 이름의 신사는 우리가 살던 21세기 말의 교토에도 존재하여 우리는 몇 번이나 비봉구락부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적 있는,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그런 게 있다고는 해도, 교토의 하쿠레이 신사는 오래전에 폐사(廢社)되어 지금은 출입금지인 폐허만이 남아있는데, 그러고 보니 그 하쿠레이 신사의 내력은 수수께끼였다──.

 “그렇, 네. 방금 우리가 들렀던 신사가 약 80년이 지나 폐사한 모습이 그것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납득하지 못할 건 없지만……. 그렇다면 이 주변 일대가 교토의 일부라는 게 되어버리지.”

 그것도 이상한 얘기다. 적어도 교토의 하쿠레이 신사 근처에 지금 북쪽에 보이는 저런 큰 산은 없었다. 정말 이곳은 우리 세계의 과거와 이어져 있는 걸까──?

 “글쎄, 그 부분은 생각해봐도 어떻게 할 수 없지. 어차피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 세계의 수수께끼를 천천히 알아가도록 하자고, 비봉구락부답게.”

 “네, 네.”

 모자챙을 들어 올리며 평소처럼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는 렌코. 결국, 이 세계에 와서도 우리가 할 일은 평소와 다름없는지도 모른다.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그것이 우리 비봉구락부의 모습이다. 분명히, 어떤 때라도.

 마을에 돌아와, 케이네 씨가 안내한 곳은 처음에 묵었던 자경단 건물 근처의 단층집이었다. 케이네 씨의 집인지 싶었지만 현관에 커다란 현판이 달려 있었다. 어두운 데다 달필이라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서당》이라고 쓰여 있는 모양이었다.

 “서당?”

 “내가 가진 역사 학교다. 아무래도 좀처럼 아이들이 모이지는 않지만.”

 건물 안으로 안내하는가 했더니, 케이네 씨는 건물 뒤쪽으로 돌았다. 거기에, 별채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케이네 씨는 미닫이를 힘껏 열었다.

 “창고로 쓰고 있던 별채지만 두 사람이 살 정도의 넓이는 되는 곳이다.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쓸 수 있겠지. 이불은 우리 집에 있는 여분을 나중에 가져다주도록 하마. 여분이라 한 장 뿐이지만 참아 줘. 화장실은 서당에 있는 것을 쓰면 된다. 목욕은 근처에 목욕탕이 있으니 이용할 거라면 나중에 안내해주도록 하지.”

 넓이는 현관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부분을 제외하면 다다미 여덟 장인 방 하나 정도일까. 방의 안쪽에 일본식으로 철한 책 등 여러 가지가 어지러이 쌓여 있어서 체감 상으로는 더 좁다. 원래 창고로 썼다는 곳이기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화덕이나 난로 같은 것도 없어서 완전히 자기 위한 방이라고 해도 좋은 곳이었다.

 “여기를 너희들에게 빌려주는 조건은, 서당 일을 돕는 것이다.”

 “서당, 말인가요.”

 “음. 우선은 수업 자료를 정리하고, 서당 안을 청소하는 등의 잡일이다. 물론 급여도 주도록 하지. 급여가 부족하면 빈 시간에 다른 일을 찾아도 상관없고. 그냥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 이건 아무튼 임시 거주지니까, 본격적으로 마을에 정착했다면 다시 제대로 된 집을 구해주도록 하지. ──어때?”

 다른 할 말이 있겠는가. “신세지겠습니다.”라며 우리는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고맙군, 이쪽도 신세 좀 지도록 하겠다. 음, 학생도 적으니 그리 바쁘진 않겠지만 잘 부탁하지. ──좋아, 일단 저녁을 먹을까.”

 즐거운 얼굴로 우리 어깨를 두드린 케이네 씨는 걷기 시작했다. ──여하튼, 이 세계에서 삶의 발판을 얻게 된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 지었다.


 케이네 씨의 안내로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목욕탕에서 땀을 씻어냈다. 식사나 목욕 예절은 과학 세기의 교토와 별로 다를 바 없어서 좋았다. 다른 세계이지만, 살기 좋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그 후, 케이네 씨가 집에서 이불과 담요, 그리고 당장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었다. 서당의 별채가 이제야 간신히 사람 사는 곳 같이 되었다. 이불이 한 장 있을 뿐인데 상당히 인상이 달라졌다.

 “나는 오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만약 밤중에 무슨 일이 있다면 자경단으로 가도록 해. 오늘밤은 코토히메가 있을 테니.”

 “네, 알겠어요.”

 “그럼, 서당 일은 내일부터 부탁하지. 그럼.”

 등에 불을 넣고, 케이네 씨는 돌아갔다. 우리는 등불의 희미한 빛 속에서 얇은 이불을 방석 대신으로 하여 앉고 숨을 토해냈다. 렌코는 그대로 벌렁 누웠다.

 “이런 이런, 이제야 살 것 같구만.”

 “걱정거리는 얼마든지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용없어.”

 교토의 친구들과 렌코의 가족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있던 교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 이 문명 수준이 아득히 과거인 세계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결국, 생각하지 않는 게 답이다.

 뭔가 손이 심심해서 나는 멀리 구석에 있는 책을 집었다. 먹으로 직접 쓴 글씨에 문체도 심하게 옛날 것이라 읽기 힘들다. 아무래도 역사서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서당, 역사 학교라고 했었지.

 “역사, 라…….”

 문득 생각난 것은, 500년 가까이 갇혀 있다는 홍마관 지하의 그 소녀였다. 그러고 보니 결국 플랑드르 양에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마지막 범인의 고백을 읽어주지 못했다. 그 아이는 우리가 갑자기 없어져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을까? 메이링 씨와 파츄리 씨에게 폐가 되지 않으면 좋으련만──.

 “렌코, 조금 안정되면 홍마관에 다시 인사하러 갈까?”

 “……그래,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나왔으니 말야.”

 갑자기 몸을 일으킨 렌코는 한숨을 쉰다.

 “그런데 말이지, 메리. 나, 계속 신경 쓰이는 게 있어.”

 “뭔데?”

 “홍마관 말야. 그 저택, 수수께끼가 너무 많아.”

 “──시간 흐름의 모순이라든가?”

 “그것도 수수께끼 중 하나지. 좀 정리하고 싶은데, 이리 와서 들어줄래?”

 이불 위에서 양반다리를 한 렌코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의 렌코는 일단 마음대로 이야기하게 두는 것이 좋다.

 “아, 맞아. 뭐 쓸 것 없으려나? 휴대폰 전지는 아껴야 하니까.”

 “이 안에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케이네 씨에게 필기구도 부탁할 걸 그랬네.”

 방구석에 쌓인 어지러이 쌓인 잡동사니의 산을 보고 있자니 얼굴이 찡그려진다. 찾아보면 붓 한 개 정도는 묻혀있을 것 같지만, 벼루와 먹 없이는 무의미하다. 애초에 책상도 없다.

 “──아아, 문명의 이기인 볼펜이 그립다.”

 설마 이 세계에 볼펜은 없겠지. 만년필 정도는 있으려나?

 “어쩔 수 없지. 종이에 써서 정리하고 싶지만, 우선 떠오르는 대로 말할게. 메리, 뭔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얘기해 줘.”

 “오케이.”

 “그럼 간다. ──우선, 홍마관 전체의 수수께끼부터.”

 이 때 렌코가 차례로 열거한 수수께끼들을 기억나는 대로 써 보자면 다음과 같다.


 (역주 : 원문에서 이 아래는 하나. 하나. 로 쓰여 있었으나 가독성을 위해 1. 2. 3……으로 바꾸었음.) 

 홍마관 전체에 대한 수수께끼

 1. 우리들이나 레이무 씨의 체감 시간과 마을에서 경과한 시간의 모순. (하룻밤 만에 일주일이 지나갔다?)

 2. 우리가 플랑드르 양의 방에서 체감했던 시간과 저택의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의 모순.

 3. 애초에 그 저택의 사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4. 서양의 흡혈귀와 동양풍의 요괴, 그리고 인간이 한 저택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5. 그만한 인원이 살고 있는데 왜 그토록 저택을 넓게 해야만 했을까.

 6. 왜 그녀들은 환상향에 온 것일까.


 레밀리아 스칼렛 아가씨에 대한 수수께끼

 1. 그녀가 드라큘라 공의 후예라는 것은 사실인가.

 2. 500년 정도 그 저택의 주인이라는 것은 사실인가.

 3. 플랑드르 양을 가둬놓은 것은 그녀의 의지인가.

 4. 파츄리 씨, 메이링 씨와 그녀의 직접적인 관계는?

 5. 결국 그녀는 그 붉은 안개로 환상향을 채워 무엇을 하려고 했는가.


 이자요이 사쿠야 씨에 대한 수수께끼

 1. 시간을 조종하는 그녀의 능력은 어느 정도까지 그 효과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가.

 2. 그녀는 언제부터, 왜 레밀리아 아가씨의 종자를 하고 있는 것인가.

 3. 레밀리아 아가씨의 종자가 되기 전의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4. 외관상 20세 정도의 인간이 왜 요괴를 따르고 있는가.


 파츄리 널릿지 씨에 대한 수수께끼

 1. 그녀는 레밀리아 아가씨와 어떻게 알게 되어 그 도서관에 틀어박히게 되었나?

 2. 그녀는 100년 정도 살아왔다고 하였다. 플랑드르 양의 유폐가 그녀의 마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면, 레밀리아 아가씨와 그녀가 알고 지낸 기간이 길어봐야 100년이라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3. 어째서 저렇게 광대한 도서관의 정리를 소악마 씨 한 명에게 맡기는 것인가?


 홍 메이링 씨에 대한 수수께끼

 1. 그녀는 도대체 어떤 요괴인가. 레밀리아 아가씨와 파츄리 씨와 그녀의 관계는?

 2. 그녀는 왜 홍마관의 홍(紅)자를 이름에 가졌으면서, 홍마관 내에서의 위치가 낮은 것인가.

 3. 어째서 플랑드르 양을 돌보는 것은 그녀의 일인가?

 4. 그녀의 탄막이, 플랑드르 양 날개의 색상과 같은 무지개색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플랑드르 스칼렛 양에 대한 수수께끼

 1. 그녀가 레밀리아 아가씨의 여동생이라면, 왜 언니와 머리 색도, 날개 모양도 전혀 다른 것인가?

 2. 그녀는 왜 지하에 유폐되어 있는가?

 3. 그녀는 정말로 495년이나 유폐되어 있는가?

 4. 그녀가 「광기를 지녔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시 열거해 봐도 수수께끼투성이네, 그 저택은.”

 렌코가 말한 수수께끼들을 손꼽아 헤아려본다. 이것이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그 모든 것에 합리적인 해결편이 준비되어 있겠지만 실제 현실은 모든 것이 그렇게 쉽게 논리로 설명되지 않을 터이다.

 “뭐, 그래도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게 한두 가지 있어.”

 집게손가락을 세우는 렌코.

 “가령, 레밀리아 아가씨가 본인이 드라큘라 공의 후예라고 한 것. 이것은 거짓말이야.”

 “어째서?”

 “지금 이 세계는 서력 2003년이야. 드라큘라 공, 즉 왈라키아 공 블라드 3세는 15세기 중반의 인물이지. 레밀리아 아가씨가 최소 500살이라고 하면, 그녀는 서기 1500년경에 태어난 게 돼. 그런데 서기 1500년경이면 드라큘라 공이 살아있다 쳤을 때 70세야. ──후예라 하기엔 태어난 시대가 너무 가까워. 뭐, 그녀 밑에 후손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후예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지난 세기 사람인데 내가 그 후예라고 자칭하는 건 이상하잖아?”

 확실히 그렇다. 70세 차이면 기껏해야 증손이다. 그 정도의 가까운 혈연이라면 굳이 후예라고 자칭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만, 렌코. 그럼 레밀리아 아가씨의 그 말이 거짓이라는 얘기는,”

 “그녀의 500세 이상이라는 얘기가 거짓일 수도 있지만 말야.”

 “레밀리아 아가씨는, 더 젊을 수도 있다는 얘기야? 그럼 그 여동생인 플랑드르 양은──”

 “정말 495년동안 유폐되어 있는 게 맞는가 하는 문제가 되는 거지. 하물며 우리는 그 저택에서 시간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어. 저택에서의 하룻밤이 마을에서는 일주일이나 됐다고.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저택에서 495년이 바깥에서는 단 몇 년, 혹은 고작 며칠일 수도 있다고.”

 “────.”

 나는 그저 신음소리를 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저택의 시간 경과가 정말 이상하다고 하면 그것은 사쿠야 씨의 소행이 틀림없을 것이다. 플랑드르 양의 방에 쳐져 있던 그 강력한 결계도 시간 조작 결계였던 걸까. 그렇다면 저택 전체의 결계도──.

 “좀 정리할게, 렌코.”

 “음.”

 “우리가 홍마관으로 들어가서, 정자에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 당일이라고 가정하자. 그 때 우리가 앞마당으로 나온 시점에서 사쿠야 씨는 오후 8시가 넘었다고 했었지.”

 “그래. 그리고 그 때 달은 보름달이었어.”

 “그 때 식사를 하고, 레밀리아 아가씨가 안개를 만들어낸 뒤 우리는 플랑드르 양의 방에 숨어들어가 그 방에 6시간 이상은 있었지. 그런데 옥상으로 올라갔을 때 시계는 10시 반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어. 즉──플랑드르 양의 방에 있던 동안, 밖에서는 사실 일주일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걸까?”

 나의 물음에 렌코는 인상을 썼다.

 “메리, 그건 반대야.”

 “반대?”

 “차분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 메리의 생각에 따르면 플랑드르 양의 방은 우라시마 타로의 용궁(*1)인 셈이야. 그 속에서 6시간이 외부의 일주일이라면 말이지. 하지만 플랑드르 양은 그 방에서 495년 있었어. 6시간이 1주일이 되어버리는 방에 495년 있었다면, 바깥에서는 도대체 몇 년이 지나버리는 걸까?”

 “────.”

 확실히 그렇다. 이래서는 아까 말했던 레밀리아 아가씨나 플랑드르 양이 들은 것보다 젊다는 설과 모순된다. 전제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렇기 때문에, 플랑드르 양의 방에서는 메리가 생각한 것과 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 즉, 우리가 그 방에서 보낸 6시간 이상은 방 밖에서는 몇 분, 또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는 거지.”

 “그런가……그렇구나.”

 “메이링 씨가 왔다가 간 게 1주일 전이라는 플랑드르 양의 말도, 이걸 토대로 생각해보면 들어맞아. 우리 감각으로, 메이링 씨는 몇 분, 고작해야 10분정도 전에 플랑드르 양의 방을 나왔어. 하지만 고작 그만한 시간으로 플랑드르 양이 체감한 것은 이미 1주일이 경과해버린 것이지──그렇다면,”

 “그 방의 495년은 방 밖에서는 상당히 압축된 시간이야.”

 “맞아. 메리가 본, 그 결계 내부의 시간이 이상했던 거야.”

 “……그럼, 레이무 씨의 체감 시간과 레밀리아 아가씨가 안개를 만들어낸 이후 경과한 시간의 문제는?”

 “그 답은, 메리는 이미 눈으로 봐서 알잖아?”

 “────.”

 나는 숨을 삼킨다. ──그런가. 그래서 저택 전체에 결계가 쳐져 있던 건가.

 “즉…… 저택 부지 안은 또 바깥과 다르게 시간이 흘렀다는 거네. 레밀리아 아가씨가 안개를 만들어내고 레이무 씨와 싸움을 끝낼 때까지의 시간은 그 저택 속에서는 고작 3시간 정도──지만 그 사이 저택 바깥에서는 일주일이 경과하고 있었다, 라는 거지?”

 “맞아. 레이무 씨도 메이링 씨를 쓰러뜨리고 저택 부지 내에 날아든 시점에서 우리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갖게 됐지. 레이무 씨가 며칠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고 한 건 그것 때문이고.”

 요컨대 그 저택 내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마트료시카 인형(*2)처럼 되어있었던 것이다.

 저택 바깥에서 1주일이 경과하는 동안 저택 내부는 고작 3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 저택의 단 한 방, 플랑드르 양의 방은 저택의 내부보다 훨씬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까다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사쿠야 씨의 소행이라면 도대체 왜 그런 짓을?”

 “그래, 왜인가──, 그게 문제야. 뭐, 저택의 하룻밤이 바깥의 1주일이라는 것은 안개가 환상향 전체에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아가씨가 그동안 지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쿠야 씨의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문제는 플랑드르 양의 방이야. 왜 그 방만 시간을 가속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렌코는 다시ㅡ 벌렁 드러누워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아까 언급한 수수께끼들을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있지만 말야.”

 “어떤?”

 “조각이 부족해. 그래서 허술한 부분이 있어. 그러니까 말하지 않을래.”

 “그런 거드름 피우는 명탐정 같은 소리를.”

 “뭐, 모처럼이니까 명탐정처럼 행동하고 싶어서. 음, 그렇지. 메리의 관점에서 단서들을 살펴보면──메리의 상대성 정신학이 모든 수수께끼의 열쇠일 게 틀림없어.”

 “상대성 정신학이? 분명 이 환상향은 상대성 정신학적 원리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 뒤는 스스로 생각해 줘. ──그러고 보니 이 코트, 사쿠야 씨에게 돌려주지 않았네.”

 벽에 걸린 코트를 보며 말하는 렌코. 홍마관에서 렌코가 사쿠야 씨에게서 빌린 이 코트는 시계탑에서 탄막 놀이를 구경할 때 입었던 그대로 가져와버리게 되었다. 내 스톨도 마찬가지다.

 “이걸 돌려주러 가는 김에 좀 더 여러 단서를 찾아봐야겠어. 알겠지, 메리?”

 “네, 네.”

 친구 녀석의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는 아무래도 계속 어울려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것 또한 평소 비봉구락부와 같아서, 나는 왠지 안심되는 느낌이 들어 작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가 한 장의 이불 안에서 어떻게 잤는지는 서술하지 않겠다.



 -27


 그렇게 환상향에서의 우리들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케이네 씨의 서당 일을 도와주면서, 과학 세기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 마을에서 악전고투하며 보내는 나날들에 대해 적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적어낼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이 글은 홍무이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여기부터는, 우리가 마을에서 살기 시작한지 1주일 뒤── 히에다노 아큐 씨와 함께 하쿠레이 신사를 방문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너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 날 아침 식탁에서, 케이네 씨가 조용히 그런 말을 꺼냈다.

 “어떤 사람이죠?”

 “저쪽에 굉장히 커다란 저택이 있다. 그곳은 히에다 가라고 하여 이 마을의 상징인 아레의 아이가 살고 있지. 그녀가 너희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하거든.”

 “아레의 아이요?”

 “9대째 아레의 아이, 히에다노 아큐 님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환상향의 기록자이지. 환상향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록하고 편찬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나의 역사가로서의 일 또한 그녀의 협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히에다노 아레는 알고 있나?”

 “고사기(*3)의 편찬자죠?”

 렌코가 즉답한다. 케이네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아레의 환생이야. 대대로 이 환상향의 기록을 담당하고 있지.”

 역시 이 세계에는 뭐든지 있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고대사에 나오는 유명인의 환생인가. 애초에 히에다노 아레 자체가 실재했는지 의심하는 설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아레의 아이 씨가, 우리를 왜 만나려는 거죠?”

 “저번 이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거지. 그, 흡혈귀가 안개를 만들어낸 이변 말이다. 너희만 좋다면, 식사가 끝나고 바로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서당은요?”

 “오늘은 쉬도록 하지.”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수긍하자 좋아, 하며 케이네 씨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 다 먹으면 채비하도록 해라. 하쿠레이 신사까지 갈 테니까.”

 “네? 방금 말한 저택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레이무가 이변의 무용담을 전해주러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큐 님께서 스스로 가실 거다.”

 우리는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침 식사 후, 우리는 히에다 가의 광대한 저택 문 앞에 서있었다. 그 사건에 관계된 것은 우선 가지고 가는 게 좋다고 했기 때문에, 렌코는 그 코트를 손에 들고 있었다. 한여름이니까 입고 있기에는 더울 것이다.

 마을 내에서도 유달리 커다란 이 저택은 마을 어디에서도 눈에 띈다. 상당한 유명 인사가 살고 있나보다 생각하긴 했지만, 마을의 상징이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여성이 나오는 것일까──라고 케이네 씨의 뒤에 서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안녕하세요, 케이네 씨.”

 “안녕하세요.”

 문에서 나온 것은 중학생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아주 작은 몸집의 소녀였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케이네에게 구벅 고개를 숙인 그 소녀는 마을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로 특별한 존재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쪽이?”

 “아, 네. 이변을 목격했던 외래인입니다. 지금은 서당을 도와주고 있죠.”

 소녀──아큐 씨는 우리를 보고 생긋 미소 짓는다.

 “처음 뵙겠습니다. 환상향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9대째 아레의 아이, 히에다노 아큐라고 합니다.”

 “우사미 렌코입니다.”

 “마에리베리 한입니다. 메리라고 불러주세요.”

 “렌코 씨에 메리 씨군요. 미래에서 오셨다든가……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 우선은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하쿠레이 신사까지 가도록 하죠.”

 시원스레 선두에 선 아큐 씨는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 뒤에 붙어 가자, 배후에서 수많은 여종들이 나타나 “잘 다녀오십시오.”라며 잘 훈련된 것만 같은 예의로 우리를 배웅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가 엄청난 VIP임이 체감되었다.

 “──응?”

 그 때 갑자기 아큐 씨가 걸음을 딱 멈추고 우리를 돌아보았다.

 “렌코, 라는 이름은 연꽃의 연(蓮)에 아들 자(子)를 쓰는 건가요?”

 “네? 아, 네. 맞는데요.”

 아큐 씨의 갑작스런 물음에 렌코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큐 씨는 “실례.”라고 하더니 갑자기 집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어안이 벙벙한 우리가 그것을 보고 있자니, 얼마 안 가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다시 돌아왔다.

 “메리 씨. 혹시나 싶긴 한데, 이 종이를 보신 적 있나요?”

 그렇게 말하고 아큐 씨가 내민 것은 몹시 낡은 메모지였다.

 『한밤의 대나무 숲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길을 찾기 어려운 곳이었을까? ──』

 그곳에 쓰인 글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내 글씨체였다. 나는 멍하니 그 메모를 내려다보며 기억을 헤집어──아, 맞아. 하며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꿈에서 이상한 대나무 숲속을 헤맬 때, 심심해서 이런 메모를 썼던 기억이 난다──.

 “메리, 이거.”

 “……언젠가 렌코에게 말했던, 죽림의 꿈속에서 썼던 게 이거야.”

 “꿈속에서……말인가요?”

 아큐 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도 꿈에서 쓴 게 현실에 나온 이 사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아니, 꿈에서 본 홍마관도 이렇게 실제로 존재했으니 내가 그 시절 꾸었던 꿈들은 환상향을 돌아다닌 것이었나──.

 “확실히, 당신이 쓴 것, 이죠?”

 “네, 맞아요…….”

 아큐 씨에게 확인을 받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큐 씨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종잇조각이 미혹의 죽림에서 발견된 것은──지금으로부터 수백 년 전의 일이에요.”


 수수께끼는 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그 문제를 보류할수밖에 없었다.

 “메리, 역시 꿈속에서 타임슬립하고 있었던 거네.”

 “그럼 과거로 날아온 것도 그 호박석이 아니라 내 잘못이었던 걸까?”

 “그럴 수도. ──뭐, 이 건은 차차 생각해보도록 하자. 혹시나 메리가 이쪽의 세계에서 꾸는 꿈에, 원래 세계로 돌아갈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

 “……그러고 보니 이쪽에서 와서 아직 꿈을 꾼 적이 없는 것 같아. 깨어날 때 잊어버린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렌코와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아큐 씨와 케이네 씨의 뒤를 걸어 하쿠레이 신사로 이어지는 돌계단을 오른다. 긴 돌계단을 올라가 도리이를 지나자 경내를 청소하는 레이무 씨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 참배객? ……일 리가 없지.”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케이네에, 아큐에, 저번에 봤던 외래인? 무슨 용무지, 뭔가 이변이라도 있어?”

 “이변이긴 한데, 저번 안개 이변 얘기예요. 아직 자세한 얘기를 듣지 않았으니까요.”

 “아, 완전히 잊고 있었네. 그게, 그 녀석이 요즘 자주 들이닥치거든.”

 레이무 씨는 머리를 긁으며 탄식한다.

 “그 녀석이라뇨?”

 “레밀리아──지난번에 퇴치했던 뱀파이어야.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흡혈귀 주제에 대낮부터 양산을 들고 신사에 쳐들어온단 말야. 요괴를 가까이 하는 신사는 참배객이 줄어든다니까 이쪽 말은 듣는 척도 안 해.”

 화내며 말하는 레이무 씨에게, 아큐 씨는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흡혈귀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하며 생긋 웃는다. 레이무 씨는 크게 한숨 쉬었다.

 “됐어. 일단은 들어오도록 해. 차 정도는 내 줄 테니까.”

 


 

 -28-


 하쿠레이 신사의 한 방. 레이무 씨가 막힘없이 이변 해결의 경위를 말하고, 아큐 씨가 듣고 있고, 우리는 그 자리에 동석해있었다. 내가 본 건 아니지만, 사쿠야 씨와의 싸움도 레이무 씨가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놀랐어. 갑자기 눈앞에 무수한 나이프가 나타나 나를 감쌌으니까.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고. 시간을 멈추고, 그 사이에 뿌리거나 회수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상대를 잘도 이기셨네요.”

 “피할 수 없는 탄막은 규칙 위반이니까. 상대가 진심으로 죽일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살해당했을 거야. 하지만 승부는 탄막 놀이지. 피하면 돼, 피하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해답이다. 하지만 사쿠야 씨도 주인을 치러 온 적을 상대로 규칙을 지켜가며 싸울 의리는 없었지 않나──하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아가씨도 규칙으로 결투를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규칙에 준거해 싸우는 게 맞았을 것이다.

 “뭐, 아무튼 그렇게 해서 사쿠야를 쓰러뜨리고 레밀리아에게 도착했지. 너희가 본 건 뭐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 씨는 우리를 돌아본다.

 “메이링 씨와의 싸움하고 아가씨와의 싸움이요.”

 “그럼, 마리사가 당한 건?”

 “그 검은 마법사 말이죠? 그것도 봤어요.”

 렌코의 대답에 레이무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여, 불렀어?”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며 새로운 손님이 그 자리에 끼어들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때 그 마법사 소녀다. 가까이서 보자 그녀도 아큐 씨와 별반 다를 바 없을 정도의 몸집이다. 초등학생으로도, 고등학생으로도 보이는 건 레이무 씨와 같다 치더라도.

 “마리사? 너, 마음대로 들어오지 마.”

 “인사는 했잖아, 방금.”

 “하지 않았다만.”

 “그런 세세한건 신경 쓰지 말자구. ──으엑, 케이네.”

 “마리사 아닌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군. 가끔씩은 친가에도 오는 게 어때?”

 “시끄러워, 이쪽은 의절된 몸이라구. ──그래서, 아큐가 있다는 건 지난 번 흡혈귀 퇴치 때 얘기를 하는 건가? 그리고, 거기 인간 둘은 누구야?”

 “질문이 너무 많아. 저기 있는 둘은 흡혈귀에게 잡아먹힐 뻔한 불쌍한 외래인. 네가 레밀리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의 증인이지.”

 “우웃! 그건 조금 방심한 것뿐이라구.”

 마법사──마리사 씨는 뺨을 부풀린 뒤 우리 쪽을 보았다.

 “키리사메 마리사, 보통의 마법사야. 잘 부탁해.”

 히힛, 하고 웃으며 손을 내미는 마리사 씨에게, 렌코와 내가 차례로 악수한다. 그녀도 꽤나 괴짜인 것 같다. 아큐 씨가 마리사 씨를 바라본다.

 “딱 좋네요. 마리사 씨도, 흡혈귀와의 승부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래, 뭐든지 얘기해주지──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졌으니까 말야. 패배한 전투 얘기를 하는 건 성미에 맞지 않아. 변명이 되니까.”

 “그럼 변명하면 되잖아. 나도 이 녀석도 네가 패배한 꼴은 봤으니까. 네가 얘기한 걸 계속 수정하면 돼.”

 “시끄러워! 쳇, 아무튼 됐어. 그 전에 파츄리 녀석과 싸운 얘기를 해야지. 레이무는 그 녀석하고는 안 싸웠지?”

 그렇게 분발한 마리사 씨는 도서관에서 소악마 씨, 파츄리 씨와 싸운 이야기를 의기양양하게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긴 했지만, 여기서는 굳이 그 이야기를 쓰지는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적어 두자면, 파츄리 씨의 칠요의 마법은 오행의 사상을 기본으로 한 개조 마법이라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아큐 씨에 의한 홍무 이변 청취 조사는 대낮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결국 이번 이변의 흑막──레밀리아 스칼렛이었던가? 반 년 전 흡혈귀 이변도 그녀의 짓이었던 거죠?

 “그건 모르겠어. 나는 그 이변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으니까. 뭐, 환상향에 따로 흡혈귀가 더 있지는 않잖아. 아니지──저기 다른 호수에 한 마리 더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4), 그 녀석은 거물이 아니니까. 오히려 아큐, 네가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아?”

 청취가 일단락됐나 싶었더니, 아큐 씨가 그렇게 묻자 레이무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도 흡혈귀 이변은 요괴의 현자에게 대략 어떤 것이었다고 전해들은 것 뿐이라서요. ──흑막의 이름까지 알려주시진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케이네 씨도 탄막 놀이가 결투 방식으로 결정되는 계기가 된 흡혈귀 이변이라는 것이 예전에 있었다고 말했었지.

 “레밀리아 아가씨가 세계를 정복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질려서 관뒀다고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이 있었어요.” 렌코가 참견한다. 확실히 그런 말을 했었지. 그게 흡혈귀 이변이라고 한다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하지만 아큐 씨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호숫가에 그 저택이 나타난 건 흡혈귀 이변 이후인걸요.”

 “엑?”

 렌코가 경악하며 눈을 크게 뜬다. 레이무 씨와 마리사 씨, 케이네 씨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랬던가?”

 “네, 맞아요. 어부들 사이에서 호수에 기묘한 저택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게 흡혈귀 이변이 해결됐다고 제가 요괴의 현자에게서 들은 후였어요. 적어도, 저택이 나타난 후에 흡혈귀 이변이 일어난 건 아니에요.”

 “아큐가 말하는 거라면 확실하지.”

 “이제 와서 어느 쪽이 먼저인가 하는 것 따위는 기억 안 나.”

 “흡혈귀가 날뛰었다는 이야기 때문에 기억이 덮어져 버린 건가?”

 케이네 씨가 덧붙여 말하자, 레이무 씨와 마리사 씨가 얼굴을 마주본다. 그 때, 렌코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애초에 그 녀석, 어디서 온 거야? 너희들, 뭔가 들은 거 없어?”

 “네? 아, 아뇨. 홍마관에 있는 사람들의 출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갑자기 마리사 씨에게 바통을 받아들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맞아. 그 저택에 흡혈귀가 한 명 더 있어요.”

 “뭐?”

 모두가 어리둥절해한다. 역시 플랑드르 양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같다.

 내가 플랑드르 양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여는 찰나,

 “어머나, 참배객도 없는 신사 주제에 오늘은 상당히 사람이 많구나.”

 활짝 열린 미닫이 문 너머에서 또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귀에 익은 오만불손한 이 목소리, 절대 잘못 들었을 리 없다. 레밀리아 아가씨다. 접은 파라솔을 손에 든 아가씨는 방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레이무 씨가 얼굴을 찌푸린다.

 “엑, 또 온거야, 너?”

 “와 준 거야.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해. 그리고 나는 홍차로.”

 “그러니까, 녹차밖에 없다고 했잖아.”

 “준비가 덜 된 신사네. 마을에서 홍차를 가져오도록 해.”

 “너, 그렇게 집을 비워도 되는 거야?”

 “사쿠야에게 맡겨놓았으니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으니 빨리 돌아가.”

 레이무 씨의 차가운 말에 개의치 않고, 자기 집인 양 다다미에 앉은 레밀리아 아가씨는 그제야 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호오”하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저번에 그 인간들이잖아. ──아, 맞아. 그렇지. 파체가 화내고 있어.”

 “네?”

 “지하의 결계가 어떤 녀석들 때문에 위험하게 부서져 있었다든가, 뭐라든가.”

 “네? 아, 아……. 죄, 죄송합니다.”

 나는 머리를 숙인다. 내가 그 결계의 이완된 부분을 잡고 열었기 때문에 플랑드르 양이 있던 방의 결계가 불려버린 건가? 그렇다면 우리가 침입한 시점에서 그 방의 시간은…… 아니지, 그렇다 해도 저택 시계의 시간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럼, 결계가 부서졌다는 건──?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아큐 씨가 “이변의 흑막, 레밀리아 씨인가요? 최근에 흡혈귀가 일으켰던 이변이나 그 전의 흡혈귀 이변에 대해 꼭 묻고 싶군요.”라며 눈을 빛낸다. 케이네 씨는 경계심을 높인 채 레밀리아 아가씨를 보았다. 레이무 씨는 한숨을 내쉬고, 마리사 씨는 팔짱을 낀 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커다란 천둥소리가 울려퍼져, 우리들은 모두 뒤돌아보았다. 소나기? 이런 시간에? 하며 툇마루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있는 것뿐인 날씨였고, 비는 내리고 있지 않았다.

 “소나기……가 아니네.”

 “뭐야, 이게?”

 마리사 씨가 툇마루 쪽으로 나가, 눈 위에 손을 내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툇마루에 나와, 그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하쿠레이 신사에서 북서쪽, 요괴의 산기슭 주위에만 먹구름이 몰려들어 그곳만 비와 번개가 몰아치고 있었다.

 “어라, 우리 집 주변이잖아? 나, 빗속은 못 걷는데.”

 레밀리아 아가씨가 그렇게 말한다. 그러고 보니 흡혈귀는 흐르는 물을 건너지 못했던가?

 “정말? 너, 뭔가 저주라도 받은 거야?”

 “흡혈귀는 원래 저주받고 있다구.”

 “이러면 돌아갈 수 없는데.”

 “너, 집에서 쫓겨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홍마관 주인한테. 저건 오히려──안에 있는 흡혈귀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레밀리아 아가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자, 레이무 씨와 마리사 씨가 얼굴을 마주보았다.

 “맞아, 흡혈귀가 하나 더 있다고 했었지. 재밌겠는걸.”

 “어쩔 수 없지, 좀 보러 가야겠네. 네가 신사에 계속 있으면 곤란하니까.”

 레이무 씨가 얼굴을 찌푸린다. 마리사 씨는 즐거운 듯 빗자루를 꺼낸다.

 “아큐, 케이네. 이 아가씨를 부탁하도록 하지.”

 “앗, 아아…….”

 레이무 씨가 날아오르고, 마리사 씨도 빗자루에 올라탄다──.

 “마리사 씨! 태워주세요!”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것은, 내 친구였다.

 “잠깐, 렌코?”

 “이봐, 보통 인간이 흡혈귀의 저택에 들어가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다구.”

 “예전에도 신세진 적 있으니까 상관없어요. 메리, 같이 가자!”

 “엑? 잠깐, 나도?”

 “저기, 3인승은 정원 초과야.”

 “괜찮으니까, 날아 주세요!”

 “──알았어, 알았다구! 타!”

 졌다는 듯 마리사 씨가 빗자루 뒷자리를 내 준다. 그곳에 올라탄 렌코는 나에게 손짓한다. 할 거면 끝까지 하라는 말도 있지. 렌코 뒤에 올라탄 나는 렌코에게 달라붙었다.

 “읏차, 출발한다!”

 마리사 씨의 빗자루가 붕 떠올라, 별가루를 퍼뜨리며 날아오른다.

 세 명이 탄 빗자루는 똑바로 날았다. 비가 내리는, 홍마관을 향해서.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

 나는 본격 미스터리를 읽으며 ‘독자에게 보내는 도전장’이 있는 소설을 몇 번이고 보았지만, 제대로 진상을 추리하려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불성실한 독자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굳이 이 코너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친구가 이후에 선보인 추리에 이용된 정보는 지금까지 써내려온 문장들에 모두 기술하였다. 그러니 독자인 당신들도, 이치상으로는 내 친구와 같은 추리를 전개할 수 있을……것이다.

 보증은 할 수 없다. 원래 이 녀석의 추리는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상상의 비약에 의한 앞뒤를 맞출 뿐인, 말하자면 장황한 농담이나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그래도 괜찮다면, 당신도 아래 기술한 세 가지 부분을 주로 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1. 홍무이변은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인까?

 2. 플랑드르 스칼렛은 왜 유폐되어 있는 것인가?

 3. 파츄리 널릿지, 이자요이 사쿠야, 홍 메이링 이 셋의 역할은?


 이 이야기는 본격 미스터리나 퀴즈 같은 것이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정답이란 것은 없다. 그러니 렌코보다 그럴듯한 진상을 생각해낸 사람은 사무소에 와서 렌코에게 자랑해도 좋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우사미 스미레코 씨나, 우리가 미래에서 온 것, 그리고 나의 메모가 과거에 발견되었다는 것 등은 이후에 내 친구가 전개할 추리에 직접적으로 관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증한다. 이것은 홍마관 식구 각자와 홍마관 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것이며, 우리들 자신의 문제는 또 다른 얘기다.

 우사미 렌코의 상상력에, 당신은 승리할 수 있을까? 건투를 빈다.



(*1) 우라시마 타로라는 사람이 용궁에 가 있는 며칠 동안 바깥에서는 몇 십 년이 지나갔다는 설화.

(*2) 러시아의 인형으로, 큰 인형 속에 작은 인형이 있고 그 안에 또 더 작은 인형이 있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인형.

(*3) 일본 최초의 역사 문헌이라고 전해지는 책.

(*4) th04 동방환상향에서 나오는 몽환관 앞 호수의 쿠루미를 말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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