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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가드맨이 하이브시티 뒷골목에서 엘다 창녀를 사는 이야기-04

냉동고등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2.11 17:09:31
조회 8719 추천 117 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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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본 문서는 오르도 헤레티쿠스에 의해 이단, 음란함, 죄악의 명목으로 금서 처분을 받았으며 이를 열람하는 것은 만 년간 저주받을 죄악의 증거가 되리라. 

악마에게 저주를!


불경하며 음탕하며 죄악적인 가득찬 전편 링크:


1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52507&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창녀

2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53846&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창녀

3편: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56565&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창녀



전역자들



상병 다닐리 페트로프는 엘다에게 죽었다.

엘다 보병들이 쏴댄 총탄은 그의 아래턱 윗부분을 깔끔히 머리에서 분리시켰고, 혓바닥이 바들거리며 떨리다가 목구멍 안으로 말려들어갔다. 부서진 치아들은 땅바닥에서 진주처럼 빛났다.


상병 몰레크 토노스는 엘다에게 죽었다.

얼굴 없는 엘다의 대형 워커들이 그를 짓밟아 뭉갰다. 으깨진 고깃덩이 위로 내장이 김을 피워 올렸고 부러진 뼈들이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을 그의 묘비를 대신했다.


중위 힐트레아 레시오는 엘다에게 죽었다.

비명 지르는 마녀 엘다들이 그의 영혼을 파괴했다. 그는 며칠 동안이나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하다 혀를 깨물어 자기 피 속에서 익사했다. 장교이면서도 사병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것이 취미였던 그녀가 남긴 마지막 소리는 목구멍에서 나는 부글거리는 피거품소리가 전부였다.


하사 반 화이트로드는 엘다에게 죽었다.

그는 엘다의 제트 스키머에 수류탄을 들고 돌진했다가 에너지 탄환을 맞고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그가 돌격함으로써 열한명의 상병들이 십오 초 동안 생명을 더 부지할 수 있었다.


상병 히다 율리우스는 엘다에게 죽었다.


상병 빌릭스는 엘다에게 죽었다.


벨치오, 페소다, 릴리야, 아이모, 쿨렉, 사마귀 조는 엘다에게 죽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이 엘다에게 죽었고,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더 많은 이들이 엘다에게 죽었다.


베이고, 뚫렸고, 녹아내리고, 정신이 망가지고, 으깨지고, 토막 나고, 박살났다.


그리고 전역병 막시쿠스 시비엠은 죽지 않았다.


그는 이제 죽게 될 것이다. 배반자들도, 오크도, 타이라니드도, 엘다도 아니라, 폐를 갉아먹는 기생충 때문에. 전장의 진흙탕 속이 아니라 하이브시티의 뒷골목에서. 전우들 사이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다 라스건을 손에 쥐고 죽는 것이 아니라, 고작 기생충에게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역병 막시쿠스는 아직은 살아있었다. 그것도 엘다와 몸을 섞으면서.


“너랑 나, 어느 쪽이 더 오래 살 것 같냐.”


가드맨의 몸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엘다는 대답이 없었다. 재갈은 풀어줬지만, 엘다의 혀는 사특한 주문을 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전에 잘려나간 터였다. 엘다는 그저 가끔 신음을 토해낼 뿐이다. 막시쿠스는 그런 그녀를 표정 없이 올려다본다.


“망할 귀쟁이년. 내 생각에는 네년이 나보단 오래 살 것 같다.” 


힘으로 찍어 눌러 강간하는 일은 예전에 집어치웠다. 죽은 시체에 섹스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애초에 체력도 떨어졌고. 지금은 엘다에게 알아서 맡기고 싶었다. 외계종의 어깨와 복근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죽어간 동료들이 본다면 분노하는 것만으론 끝내지 않겠지.


“앗, 아으, 흐….”


엘다가 고개를 젖힌다. 민감하게 조여 오는 질벽의 경련. 몇 번이고 둘 사이에 오갔던 절정. 정액을 아래로 들이마시며 엘다가 부르르 떠는 것을 본 가드맨은 손을 들어올려 엘다의 이마를 가린 머리칼을 들어올렸다. 붉은 머리칼의 뒤에는 빛을 잃은 눈동자가 있다. 몸을 떨던 엘다는 잠시 후 손을 들어 올려 다시 머리칼을 내렸다. 아무 감정 없이 막시쿠스는 중얼거렸다.


“산다는 건 어떤 의미냐.”


엘다는 대답이 없었다.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


가드맨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엘다와 가드맨은 그저 느낀다. 남근이 파묻힌 질의 감촉을. 좁고, 어둡고, 끈적거리는 그 감촉을 느낀다.

언젠가 죽음이 다가온다면, 이 감촉을 기억하라고 누군가가 그에게 말해주었었다. 그렇다면 죽음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안온하고, 따스하지 않은가.


“귀쟁이년아, 넌 살고 싶냐?”


대답은 없다. 가드맨은 신경쓰지 않았다.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지만, 약해진 폐는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 막시쿠스는 그저 담배 끝을 질겅거리며 씹었다.


“나는 어쩌면 별로 그렇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전역하기 전에 너 같은 귀쟁이들에게 죽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대답은 없다.


“살아서 도대체 뭘 하지. 가드맨도, 아닌 내가. 너는 어떠냐? 더 이상 엘다라고 부를 수도 없는 너는. 살아서 도대체 뭘 할 수 있지, 우리는.”


별을…보고…싶어.


가드맨은 놀라 몸을 일으켰다. 엘다의 하얀 몸은 어둠 속에 신상처럼 서있었다. 가드맨의 가슴 위로, 차가운 물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그 입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가드맨은 분명 엘다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별이라.”


별.


“살아서?”


죽어서라도.


“왜지?”


내가 있을 곳이니까. 너도 있어야 할 곳 아니더냐?


엘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만 가드맨은, 산다는 것은, 별을 보는 것.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전역 후 스물여덟번째의 아침을 맞았을 때, 뒷골목의 쓰레기 사이에서 일어나면서 막시쿠스 벨리에는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직감했다.

가슴 속에 허파가 아니라 수통 두 개가 들어있는 것 같았다. 겔페로 폐 기생충이 갉아먹은 폐포들은 괴사되어 노폐물을 만들고 있었고, 그것들은 숨을 쉴 때마다 파도라도 치는 것처럼 출렁거렸다.

눈앞도 흐릿했고 팔다리의 감촉도 둔해졌다. 피 냄새가 어떻게 해도 멈추질 않았다. 목구멍에서, 기도 깊숙한 곳에서 나는 비릿한 피 냄새. 죽음의 냄새.


기껏해야 일주일이겠군. 아마 그보다 더 빠르겠고.


가드맨은 덤덤하게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하는 김에 남은 돈도. 뒷골목의 폐기물 사이에 묻어 숨겨둔 전역금은 아직 충분했다. 아마 그가 피를 토하고 죽고 난 후에도 꽤 남겠지. 그러나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은 가드맨은 돈을 쓸 수 없다. 먹고 즐기고 창녀를 살 수도 없다. 돈을 아껴서 이득 볼 내일은 없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할 음식을 사고, 피우지도 못할 마약을 샀다. 그리고 창녀도.


엘다 창녀.


다리가 잘려있고, 눈은 한쪽만 남아있는, 공포에 질려, 고통에 질려 언제나 바들거리며 창백한 몸을 가진 창녀를 사서, 이틀에 한번씩은 그녀를 범했다.

부서져가는 엘다의 자궁에 몇 번이고 정액을 쏟아 넣으면서, 가끔 그는 궁금해 했다. 이 창녀와 나, 학대당하는 엘다와 폐 기생충에 뜯어 먹히는 가드맨 중 어느쪽이 오래 살아남을까 궁금해 했던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욕정을 쏟아붓기 위해 그녀를 산 것이 아니라,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막시쿠스는 엘다를 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와 그녀는 전역자이다. 전쟁에서 해방된, 혹은 버려진. 홀로 죽어갈 버림받은 이들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비틀거리면서 창관에 왔고, 어째서인지 그의 눈을 피하는 레틀링 포주의 안내를 받아 평소와는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 매춘굴에선 그나마 깨끗한 장소였다. 적어도 분변냄새는 나지 않는 장소란 의미에서.


그리고 막시쿠스는 답을 얻었다.


며칠 사이에 몇 번이나 떠올랐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을 때, 막시쿠스는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듯한 충격을 받았다.


막시쿠스는 기묘한 어리둥절 속에서 피투성이의 창녀를 내려다보았다. 방의 공기는 핏내와 실금한 소변의 지린내가 섞여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지독했지만, 가드맨은 그런 것을 느낄 틈이 없었다.

이질적인 파란 눈동자, 그 하나뿐인 눈동자는 흐려져 있었다. 기둥에 묶여있던 팔은 얼마나 몸부림 친 것인지 살이 찢기고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반토막만 남은 왼쪽다리에는 부러진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아마 이 엘다는 다시는 자기 발로 걸을 수 없을 것이다. 

얼굴과 갈비뼈는 시퍼렇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누군가가 엘다로 공놀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두개골과 통짜로 연결된 엘다의 치아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빨도 대부분 부러졌을 듯하다. 입가에는 말라붙은 정액과 거품이 가득하다. 음부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본 가드맨은 외음부에 빛나는 유리조각들이 박혀있는 것을 알아냈다. 누군가가 술병을 쑤셔 넣고는 깨버린 것 같다.


비릿하다. 죽음의 냄새가. 그보다도 진했다.


엘다는 분명 가드맨보다는 일찍 죽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혹은 내일.


“…젠장. 이게 뭐지.”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가드맨은 매트 위에 주저앉아, 엘다의 코 위로 손을 가져갔다. 미세하고 불규칙한 날숨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레틀링 포주는 쭈뼛거리며 그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거, 미안하우. 가드맨 형씨. 형씨가 아끼는 여자였으니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누가 이랬소? 창녀가지고 축구라도 했나?”


“떡치러 온 마약쟁이들이었어. 씨발, 미안하우, 형씨. 내 입이 주책이라. 엘다도 가지고 있다고 말을 꺼내는 바람에.”


가드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자기보다 밑바닥이 있다는 사실에 발기하는 놈들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 자지를 쑤셔 넣고 괴롭히는 말종들도, 분명히 있다. 망가진 채 묶여있는 외계인 창녀라면 그만한 밑바닥도 없다. 

가드맨 막시쿠스도 그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화를 낼 자격이라면 아마 자신에게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대는 귀쟁이다. 귀쟁이의 고통스러운 죽음이라면 누구보다 즐겨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즐겁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조용히 앉아 엘다의 오르내리는 가슴에 손을 대고 있는 막시쿠스를 본 레틀링 포주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가드맨 형씨, 돈은 환불해줄테니까 오늘은 다른 여자 찾아봐. 이번은 서비스야.”


“아니…됐소. 괜찮소. 그만 나가주쇼. 잠깐 둘이 있고 싶소.”


레틀링 포주는 한참이나 미적거리다가, 혀를 차며 병실을 나섰다.


막시쿠스는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엘다들은 반중력 바이커를 타고 소대를 면도칼 같은 필라멘트 뭉치로 잘라버린 후 낄낄대며 사라진다.

엘다들은 아무 이유 없이 식민지를 습격해 시체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엘다들은 영혼을 부수는 비명소리를 울리며 다가온다.

엘다들의 화기가 한번 빛을 뿜으면 육중한 중전차가 먼지덩이로 바뀌어버린다.


그것들은 증오 받아 마땅한 씨발것들이다.

그것들의 대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을 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웃을 수 있다.

그것들이 화염에 뒤덮여 비명을 지를 때 아무런 동정 없이 즐겨줄 수 있다.

좋은 귀쟁이는 죽은 귀쟁이 뿐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엘다 창녀에게서 막시쿠스가 느낀 것은 측은함 뿐이었다. 어떻게 해도 증오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일어선 그는 구석에 쌓여있던 시트를 들고 와 엘다의 뺨을 닦아냈다. 수건 같은 것은 없었고, 깨끗한 물도 없었기에 침을 시트에 묻혀서 닦아냈다. 섹섹거리는 엘다의 숨소리는, 들어보건 데 아마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고 있는 것 같다. 폐가 파 먹히고 있는 자신의 숨소리와 비슷했다.


막시쿠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너, 엘다가 맞긴 한 거냐.”


엘다는 의식도, 말도 없었다. 그러나 막시쿠스는 그녀가 대답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너는 가드맨은 맞느냐?


그렇게 대답하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가드맨은 이마를 엘다의 젖가슴에 내리 눌렀다. 인간의 심작박동과는 확연히 다른, 이질적인 복잡한 기관이, 천천히 꺼져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죽음인가. 좁고 어둡고 끈적끈적한 곳으로 돌아가는.


별을 보고 싶구나, 먼케이.

 

갑작스런 충동이 들어, 막시쿠스는 엘다의 손바닥을 잡아 벌렸다. 부러진 손가락들을 억지로 폈다. 고통을 참느라 손톱에 찢긴 손바닥에, 포주에게서 받았던 보석을 쥐어줬다. 엘다의 손가락이 움직여, 영혼석을 움켜쥐었다.


가드맨은 갑작스럽게, 미칠 정도로 살고 싶었다. 사흘, 이틀, 아니 하루만이라도 더. 그는 이마를 세게 내리눌렀다. 그렇게라도 한다면 엘다의 심장소리가 더 커질까봐. 


숨 쉬는 것만으로도 얼음을 만들 수 있던 혹한의 행성에서, 어느 하사에게 애무를 받으며 들었던 소리가 떠올랐다. 그래도, 살라고.


“살자, 귀쟁이년아.”


그러자, 먼케이.


“살자. 별을 보러가자.”


***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지만 창녀를 샀다. 창녀의 하룻밤이 아니라, 창녀 자체를. 레틀링 포주는 엘다 창녀의 가격을 묻는 가드맨에게 복잡한 눈초리를 보냈다.


“형씨, 그 귀쟁이년은 금방 죽어.”


“상관없어.”


나도 그러니까. 굳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막시쿠스에게 돈은 있었으니까.


“그냥 가져가쇼, 형씨. 어차피 금방 뒈질 년인데 뭐. 장례비라 생각하지.”


“고맙소.”


“출구에 오그린 바운서 있을거요. 그 놈한테 말해주면 날라줄테니 부탁해보쇼. 형씨, 그 귀쟁이 들어 올릴 힘도 없지?”


“신세를 지는군.”


“그게 뭐라고. 여기 다시 오진 않겠지?”


“아마도.”


“잘 가쇼, 가드맨.”


***


에필로그


하이브시티에선 별을 볼 수 없다. 입자가 굵은 스모그가 몇백미터 두께로 깔려있는 것이 하이브월드의 대기다. 대기권보다 높이 올라가지 않는 바에야 이곳에서 별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밀항자들은 우주선에 숨어들었다. 머찬트급 화물선의 좁은 화물칸 틈새에.

마지막으로 별을 보기 위해서. 그들이 전역자가 아닌 전사로써 누비던 별들을 보려고.


황토색의 지저분한, 가루가 된 점토같은 오염물질의 안개를 한참을 뚫고 올라가다보면, 세상은 짙은 갈색에서, 보라색, 그리고 타는 듯한 적색으로 바뀌다가, 어느 순간 칠흑 같은 검정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곳에는 찬란한 빛들이 박혀있다. 행성, 항성, 소행성, 성운, 가스뭉치, 혜성. 무수한 별들. 생명이 웃고 울고 춤추고 쓰러지다 꺼지는 별들.


죽어가는 가드맨과 엘다는 광물더미가 담긴 컨테이너 사이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딱히 성욕을 풀려는 목적에서는 아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얼어 죽을 정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공기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며칠을 가지 못하고 금세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가드맨과 엘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살아있었다. 그걸로도 넘치도록 충분했다. 전역자들의 눈동자, 인간의 두 눈동자와 엘다의 하나짜리 눈동자는 그 빛의 눈동자를 담아 황홀하게 반짝거렸다.


며칠 후 선원들이 화물칸을 점검하다 두 시체를 발견했다. 서로 껴안고 죽어있는 시체. 흔해빠진 밀항자들이었고, 얼치기 밀항자들이 숨어들었다가 죽는 것은 무역선에서는 드문 일도 아니었기에, 선원들은 별 말없이 시체를 처리했다. 선원 중 한명은 시체 중 여자 쪽이 상처투성이인데다 조금 이상한 귀를 가진 것에 신경을 썼지만, 두 시체를 밀폐구를 열어 우주로 내보내는 일을 멈출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죽음이 아닐지도 몰랐다. 

우주는 좁지 않았다. 우주는 어둡긴 했지만 빛으로도 가득 찬 공간이었다. 우주는 끈적거리지도 않았다. 한없이 광활하고, 빛나며, 건조한 공간에서, 스피릿스톤이 별을 받아 빛난다. 몇 백, 몇 천, 몇 만 년이 지나면 누군가가 죽은 엘다의 영혼이 담긴 돌을 수거해 줄지도 모른다. 혹은 계속해서 우주를 떠돌 뿐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스피릿스톤은, 그를 손에 쥐고 있는 두 전역자들의 몸이 바스러져 먼지가 된 후에도 변함없이 계속 우주를 떠돌며, 기다릴 것이다.


살아가면서. 


한없는 불가능의 성벽을 넘어 누군가가 다가오기를. 그 영혼석을 엘다들의 무한한 회랑으로 데려가 줄 존재가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이다.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온다면, 영혼석을 수거한 사람은 그 스피릿스톤에 담긴 것이 엘다의 영혼 하나뿐이 아닌 것을 알게 될지 모른다.


아무튼, 그 날은 올지 안 올지도 불확실한, 머나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다. 전역자들의 영혼은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 서로 껴안고, 우주의 추위를 견디며, 덤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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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콘실레리 마구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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