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차체는 강력하나이다. 고출력 제네레이터와 증설된 장갑으로 적의 참람된 공격을 막을 것이며 진보한 무장이 탑제될 것이옵나이다. 허나, 선조시여. 어렵게 말씀드리겠나이다. 리뎀터 드레드노트는 선조를 죽게 만들 것입니다."

드레드노트의 동체는 늙은 고래를 닮았다. 흉이 가득한 거친 몸뚱이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갑각류의 껍데기가 아니라 무수한 퓨리티씰들이었다. 

그 낡은 동체는 팔 다리가 모두 제거된 채 천장에 매달려있었다. 동체에 가느다랗게 뚫린 슬릿에서 느리게 불빛이 깜박거렸다. 드레드노트는 까마득한 후손이 한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테크마린은 참을성있게 구형 드레드노트의 대답을 기다렸다. 선조는 후손의 기다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

"설명하라."

오래된 복스캐스터에서 기계음이 울렸다. 테크마린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신형 차체는 선조의 손상된 척수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고출력이나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선조께서는 신경이 타들어가실 것이며, 대 여섯의 전투 후에는 그것조차 느끼실 수 없을 것이옵니다. 마지막 한줄기의 신경조차도 타버리기 때문이지요."

드레드노트는 대답했다.

"알겠다."

"신형 무기의 열기는 차체 안까지 침투해와 선조의 피부를 태울 것입니다. 적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 이상으로 선조께서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리뎀터의 생명유지장치는 저열하기까지 합니다. 영양액은 그대의 피부와 호흡기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며, 심지어 과부하 상태에서는 선조를 오염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드레드노트는 대답했다.

"알겠다."

"진보된 사격통제장치는 선조의 안구 속에 이식될 것입니다.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연구의 산물이며, 선조의 시각은 전투 시를 제외하면 완전히 차단될 것입니다. 선조의 뇌 또한 막대한 정보를 받아들인 끝에 녹아내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드레드노트는 대답했다.

"알겠다."

테크마린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핼멧을 벗었다. 테크마린의 이식된 인공안구는 메마른 빛을 뿜었지만, 그의 격한 분노를 표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선조여, 부디 납득하지 마소서. 받아들이지 마소서. 이 저주받을 차체는 예전의 존경받는 드레드노트와 다른 존재이옵나이다. 여기 탑승하신 다면 선조께서는 위대한 전사로서 남을 수 없게 되나이다. 선조는 소모품이 될 것이옵니다. 헌신짝처럼 버려지겠지요. 여기있는 이 서비터처럼."

드레드노트는 대답했다.

"받아들이겠다."

"마지막으로 묻겠나이다. 그럼에도 리뎀터에 안치되시길 원하나이까?"

드레드노트는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았다. 부서진 전사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다."

테크마린은 말없이 몸뚱이만 남은 선조를 올려다보다, 다시 핼멧을 썼다. 격납고 안에는 이제 더 이상의 회화 대신 크레인을 움직이는 서비터의 비틀린 금속음만 가득하다.

"불민한 후손을 용서하소서.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이까?"

크레인이 구형 드레드노트의 동체를 들어올릴 때까지 선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폐하가 휘두르는 검이다. 한번 부러졌으되 그분의 은총으로 다시 날을 세웠노라."

완전히 동체가 고정되가 크레인은 화성에서 직접 파견된 기계교 사제들이 있는 개조실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리뎀터, 새로운 육체를 향해 옮겨지며 구형 드레드노트는 말을 맺었다.

"녹슬어가느니, 다시 벼려지고, 그리고 폐하를 위해 부러지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