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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백지공포증,「이미 아는 답, 계속 쓰기 바란다.」(13/365)

웹소갤의구원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24 22:19:23
조회 1329 추천 1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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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백지공포증,「너도 이미 아는 답, 계속 쓰기 바란다.」



백지공포증을 호소하는 갤러가 있어서 생각을 해보았다. 네이버에 <백지공포증>이라고 치면 연관검색어로『백지공포증이 있는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라는 책이 하나 나올 정도다(물론 그다지 실효성은 없어 보이지만). 백지공포증의 뉘앙스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문자 그대로 흰색 종이를 무서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백지에 무언가를 적을 수 없음에 고통 받는 증세다. 글을 쓰는 사람의 경우엔 단연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적을 글이 없어 백지가 무서운 마음, 적을 글이 있어도 제대로 옮겨내질 못할 것 같아 백지가 무서운 마음, 제대로 옮겨 적이 버리면 그 자리에서 나의 구림이 적나라케 증명될 같아 무서워 적지 못하는 마음. 대충 이 세 개중에 하나가 걸리지 않을까?


원인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거다. 과거에 적은 글에 당한 혹평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전에 적은 글에 대한 호평 때문에 부담감에 시달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아니면 혹평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무관심을 뼈에 사무치게 경험했을 수도 있고. 원인에 대한 부분은 자가분석을 해보면 될 문제인 것 같고―자가분석이 안 되는 사람은 글을 쓸 게 아니라, 책을 읽어야 한다―문제는 해결책일 것이다. 뭐 어떻게 하면 될까?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해결책은 <그럼에도 써야한다>라는 식의 얘기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노오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노오력을.「젠장맞을. 위안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이렇게 말했지. 어떤 것이 당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다고해서 그것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라고. 그러니까 상심했다고 아주 멈추진 말자고.」


왜냐하면 글쓰기는 결국엔 운동이나 노동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두어 번 말했지만, 영감으로 소설 쓰는 거 아니다. 누구 말따나 영감 받았을 때 책상에 앉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소설의 8할은 기술적 글쓰기로 완성된다. 결국 요령과 단련된 문장력으로 영감을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데, 이게 운동과 글쓰기가 비슷한 지점이다. 운동을 해봐라. 머릿속으로는 하루에 유산소운동을 얼마나 하고, 바벨을 어떤 식으로 얼마나 들고 따위를 열심히 구상해볼 수 있고, 또한 그로 말미암아 상상속의 아놀드라도 될 수 있겠지만, 막상 운동에 돌입했을 때 필요한 것은 예전부터 조금씩 단련해와서 붙은 근육들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렇게 만든 근육에만 힘주는 법을 알거든. 어떻게 자극을 줘서 좀 더 근육을 붙일 수 있는지 알거든. 백날 헬스갤러리 들어가서 이런저런 이론정보 수집하는 애들치고, 근육남이 없다. 소설도 이와 같다. 시詩라면 모르겠으나, 소설이란 구상 많이 한다고 잘 쓰는 거 절대 아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그냥 오래전부터 많이 써 본 애들이 잘 쓴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기존의 것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애들만이, 혁신을 위해 뭐를 무너뜨려야할지도 안다. 개성의 정의는 전에 것들을 못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전에 있는 것들도 잘하면서 무언가 다른 걸 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고로 글 안 적힌다고 글 쉬는 건, 운동선수가 재활치료 빼먹는 거랑 비슷한 짓거리다. 쓰기를 멈추고 읽어도, 그건 다시 쓰기위해 읽는 거지, 읽기 위해 읽는 거 아니다. 꼭 소설이 아니라도 좋으니, 뭐라도 하루하루 매일 적기 바란다. 개인적으론 소(小)논문 느낌으로 독후감을 한편 기똥차게 뽑아보는 걸 추천한다. 어떤 소설의 스토리, 인물특징, 서사구성, 상징, 하고자하는 말, 그에 대한 내 생각…… 천천히 뜯어보듯 모두 음미하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듯 글로 옮겨봐라. 다른 사람한테 설명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춰야할 것이고, 그걸 조금만 응용하면 소설에서의 논리구성이나 공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된다. 그러니 읽을 글이 없으면 책 읽고 독후감 써라. 하다못해 그 책에 대한 주석이라도 몇 줄 달아봐라. 어떤 식으로든 사유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 헤밍웨이가 말했다. <뭘 많이 안다고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타자기 앞에 앉아서, 끙끙거리며 괴로워하는, 피 흘리는 시간을 견뎌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글이 나온다.>


가혹한 말이라는 건 잘 알지만, 딱히 해결책이랄 건 없다. 이게 무슨 항생제 넣으면 낫는 질병도 아니고, 심리적인 부분이 아닌가? 심리치료가 다 그렇다. 최종적으론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문득 생각난 건데, 인지치료에서는 그런다고 하더라. 뱀이 무서우면 환자에게 두꺼운 장갑을 끼게 한 손으로 직접 뱀을 만져보게 한다고. 처음엔 어렵지만, 그렇게 계속 하다보면 두꺼운 장갑에서 그것보다 얇은 장갑, 더 얇은 장갑, 좀 더 얇은 장갑, 그러다 마침내 그 사람이 맨손으로 뱀을 만지게 된단다. 백지공포증도 비슷한 거라 생각한다. 익명성에 기대 갤러리에 글을 쓰든, 가명으로 새로운 소설을 써보든, 어떤 식으로든 쓰기 바란다. 쓰다보면 개선되리니.「악기 꺼내.」「여기서요?」「왜, 창피해? 이정도 사람들에 주눅들 거면 공연은 어떻게 했어? 꺼내.」「아이, 그래두…….」「연습 하루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 쉬면 관객이 알고, 사흘 쉬면 지나가는 개가 안다고 했어. 근데 넌 도대체 며칠을 빠진 거야? 빨리 안 꺼내?」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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