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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중국인들의 공포대상 연개소문 (한겨레신문)

대막리지(222.98) 2007.05.06 22:53:48
조회 573 추천 0 댓글 0

중국의 문화 속 끈질긴 생명력, 고구려 명장 '연개소문'



△ 1967년 상하이 자딩현 명 선성왕 묘에서 출토된 <신간전상당설인귀과해정료고사>에 실린 연개소문과 설인귀의 전투장면. 칼을 든 이가 연개소문, 활을 쏘는 이가 설인귀이며 지켜보는 사람은 당 태종이다.

다시보는 한-중 문화교류③ 연개소문

 

 

고구려의 명장 연개소문(?~666)은 중국인들에게도 `영웅'이었다. 1350여년 전 안시성 전투(645)에서 당 태종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연개소문이란 존재는 중국의 문화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회자돼왔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타도 대상인 `적장' 연개소문의 인물됨과 행적이 당 이후 송·원·명·청 등 뭇 왕조를 거치면서 소설과 전기, 평화·사화·잡극·연의·지방희곡·경극 등 각양각색의 장르에 수용돼 발전해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경극 무대에 쓰인 연개소문과 당시 당나라 장군 설인귀(613~683)의 분장은 지금까지 남아 있으며, 구이저우성 박물관에는 연개소문 마당놀이 탈이 현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개소문과 설인귀는 1천년 이상 중국의 무대와 글 속에서 무수히 부딪쳤으며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국내에서 고려시대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중국사관으로 쓰인 중국사서를 모방해 연개소문을 흉포한 장군으로 묘사하는 등 극히 빈약한 자료만 남기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연개소문을 “4천년 역사에서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영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연개소문과 당 태종 간의 전투를 통한 `강력한 교류'는 이후 연개소문과 설인귀 간의 전투라는 허구적인 설화의 형태로 나타난다. 설인귀는 당 태종이 645년 고구려를 칠 당시 직속상관인 장사귀를 구해 공을 세웠으며, 연개소문이 죽고난 2년 뒤 당 고종 때인 668년 신라와 연합해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시킨 실존 인물이다.

 

산시성의 평민 출신으로 32살에 출전한 고구려전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무공을 세운 설인귀는 민속설화 속에서는 연개소문과 대적해 궁지에 몰린 당 태종을 극적으로 구출하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는 1967년 상하이 자딩현 명나라 선성왕(1471~78) 묘에서 발굴된 <신간전상당설인귀과해정료고사>에 실린 3편의 전투장면 그림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설화는 주로 당 태종의 치욕스런 패배에 대한 보상심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남송 또는 원 초에 작성돼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소장돼 있는 <설인귀정료사략>에는 연개소문이 설인귀에게 생포돼 참수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개소문은 `실패한 맞수'지만 `용맹스런 장군'의 모습으로도 묘사돼 눈길을 끈다. 명·청의 전기인 <설인귀과해정동백포기>에서 연개소문은 당 태종을 `소진왕'으로 낮춰 부른 뒤 “너의 강산이 아무리 넓다 해도 400개 주에 불과하다. 내가 단지 일개 부대로도 너의 땅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호령하고 있다.

 

이 책에는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 쫓겨 진흙구덩이에 빠져 곤경에 처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상님이여, 나 이세민을 가엾게 봐주소서. 말을 아무리 때려도 진흙구덩이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으니, 내가 황제인 것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너무나 상심하여 두 눈에 눈물이 흐르니, 누가 나를 구해준다면 당나라 땅의 절반을 주겠다. 만약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내가 너의 신하가 되겠노라.”

 

이는 무능하고 겁에 질린 황제의 모습을 통해 중국 인민들이 부패한 통치계급에 대해 신랄한 풍자를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인귀-연개소문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주제가 보태지는데 <설인귀정료사략>에는 상관인 장사귀가 공로를 가로채는 간웅으로 나타나고, 설인귀의 부인 유영춘은 가난 등으로 고통을 겪다가 남편이 금의환향해 부귀를 누리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1960년대 중국의 문화혁명기를 거치면서 경극이 정치선전극으로 전락하고, 북한이 조선민족의 영웅인 연개소문을 패자로 비하시켰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상연 금지를 요청함에 따라 무대에서 사라져버려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베이징/하성봉 특파원sbha@hani.co.kr

 

 

 

설인귀와 맞세워 신비화…'역적' 덧칠도

 

당 태종이 몸소 출정한 고구려 정벌은 실패로 끝났다. “고구려와의 전쟁으로 얻은 것은 요동이 아니라 용감한 장군(설인귀)이었다”는 말로 자위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설인귀가 백성들에게 환영받은 것은 그만큼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 패배한 상처가 깊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개소문과 설인귀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가공된 것이어서 역사적인 관점에 따라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후 중국인들은 대국주의적 입장에서 침략적 패권주의를 드러내며, 연개소문을 당에 반기를 든 `역적'의 이미지로 덧칠하고 있다. 또한 설인귀의 이미지도 선량한 평민이 황제를 구하고 무공을 세움으로써 부귀와 공명을 얻는다는 봉건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설화의 특성은 한 측면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으로, 영웅이 나라에 공을 세워 드디어 금의환향하는 백성들의 꿈을 담아냄으로써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지는 생명력을 가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설화 속에 나타난 설인귀와 연개소문의 이미지는 선명하게 대비되는데, 크게 세 가지로 특징지어 볼 수 있다. 신전(신비의 화살)과 비도(날아 다니는 칼), 흰색 도포와 붉은 도포, 백호와 청룡이 그것이다. 설인귀에게는 연개소문에 맞선 신비의 화살과 흰색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흰옷은 그의 평민 신분에 걸맞는 이미지로, 용감하고 선량한 영웅을 상징한다. 반면 연개소문의 붉은 옷은 피와 살기, 재난과 혈전을 상징하면서 설인귀의 백색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연개소문이 다섯개의 칼을 차고 다닌다는 역사기록이 `날아 다니는 칼'로 신비화했으며, 청룡은 중국에서 천자를 상징하는 형상으로, 동방의 연개소문에게 천자의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민속문학 속의 설인귀와 연개소문은 맞수이지만 한명은 패배한 영웅이며 또 한명은 승리한 영웅이다. “무릇 장군이 되려면 천문과 지리, 기상을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 해동의 60개 나라가 모두 해마다 당 조정에 공물을 바치고 신하라 칭하나 오로지 나의 고구려국만이 당 조정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는 <비도대전>에 나오는 연개소문 대사 중의 일부다. 이 대사에서 묘사되고 있는 연개소문은 문무를 겸비한 영웅으로, 문학작품 속의 제갈량과 비교되고 있다.

 

민간설화를 통해 연개소문의 이름이 오랜 세월을 전해내려오면서 그는 아마도 거의 모든 중국인이 알고 있는 고구려인이라 할 수 있다. 글을 모르는 많은 백성들로서는 각종 희극에 나타난 연개소문의 형상을 통해 그를 이해했다.

 

 

치칭푸 중국 중앙민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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