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끝나고 아직 여운이 남아서 유리 위주로 빠르게 돌려봤더니,

본방만 볼때는 몰랐던, 수연이의 마음이 건우에게 조금씩 움직이는 걸 표현하는 씬이 꽤 있더라고.

예로, 스카프 씬이나 건우가 수연이 처음으로 손 잡을 때 같은...

마음에서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웃음이 나오는 씬들.

그런 씬들이 사이사이에 꽤 많이 삽입되어 있음.

물론, 그럼에도 기탄이 마음 속에 있어 해당 순간들을 제외하면 완전히 마음을 열진 못하는 걸 보여주는 씬들도 많지.

분명 마음 깊은 곳에선 사랑을 느끼지만 마냥 받아들일 수는 없는.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씬이 약혼식고.

즉, 수연은 자신도 몰랐지만, 둘 모두를 결국 사랑한거지.

건우에겐 단순히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고 사랑을, 기탄에게도 버릴 수 없던 마음을 계속 품는.

난, 만약 기탄과 약혼식을 했어도 결국 수연이는 똑같은 표정을 짓게 되지 않을까 싶어.

어느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겠지.

정말 불행이지.   어릴 때 부모님을 잃고, 단 하나 혈욱이었던 동수 마저 잃고,

혼자만 남은 상황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기탄은 자신을 못 알아보고,

찾아온 새로운 사랑인 건우는 마냥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이 드라마는 수연도 그렇지만, 건우 기탄 모두 정말 너무 불행한 운명을 만들어 놓았고, 마지막까지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채 끝났어.

처음 드라마 시작부터 각자의 복수를 위해 달려왔는데, 변일재 말대로 복수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죽은 자가 돌아오진 않거든.

거기에 유일하게 마음을 위로하는 새로운 인연은 이뤄질 수 없는 운명들이고.

복수를 성공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는데, 셋의 관계가 꼬이면서 누구도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거지.

워낙 통수 치는 내용들과, 긴 호흡의 정치극이라서 이런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알면 알수록 정말 우울한 내용이야.

마냥 울고 소리치는 드라마보다 훨씬.

이 드라마.. 우리 율갤에서도 포기한다는 말도, 짜증난다는 말도 많았지만..

난 굉장히 재밌게 봤었어..  그런데도 이런 감정선을 캐치하진 못했네.

암튼...  이제 들마도 끝났고... 여운은 남아있지만 나도 이제 수연과 건우 기탄 모두를 떠나보내야겠지.

솔직히 이 드라마 때문에 월화가 즐거웠고 기다려졌었어.

그리고...  몇몇 어긋난 설정 및 부족한 부분 때문에 마냥 좋은 드라마라 하기는 그렇겠지만,

나에겐 최고의 드라마였어.

8개월간 열연을 해준 유리에게 고맙고...  빨리 다음 드라마에서 봤음 하네.

비하인드 컷 보면 힘든 와중에도 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했던 걸로 보이는데...  

이젠 더 즐겁고 행복한 드라마에서 더 즐겁게 촬영했으면 싶다.

그동안 율갤도 꾸준히 들어왔는데 이젠 좀 줄여야겠지.... 횽들도 다음 드라마 소식 들릴 때까지 잘지내...

원래 짧게 쓰려 했던 글인데, 여운이 남아서인지 길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