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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네식 감자 그라탕을 만들어 봤습니다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4 13:57:13
조회 3667 추천 59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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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저장성이 좋은 식재료지만, 그것만 믿고 사놓은 걸 잊어버렸다가 싹이 나고 물러서 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서너개씩 사자니 돈 아까운 마음에 막상 살 때는 언제나 한봉지 가득 묶어서 파는 감자를 구입하게 됩니다.


이번엔 싹이 나기 전에 계획적인 소비로 다 먹어보자는 생각에 감자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요리, 감자 그라탱을 만들어 봅니다.


사실 그라탱이냐 그라탕이냐 논란이 많은데 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영어 발음은 그래튼(grӕtn)이라 그라'탱'에 가까운 반면에. 프랑스 요리이니 프랑스식으로 발음하자면 그라터(gʀatɛ̃)인지라 듣다 보면 그라탕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그라탱이라고 하면 대부분 감자 그라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빵가루나 치즈를 갈아 올려 오븐에 구워내는 요리를 통틀어서 그라탱이라고 합니다. 어원부터가 프랑스어로 '갈아내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지요.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이것저것 베리에이션이 많지만 오늘은 심플하게 원형에 가장 가까운 도피네식 (폼므 도피누아즈)로 만들어 봅니다.  


감자, 우유, 크림, 치즈를 메인으로 하는 가장 간단한 버전입니다. 추가적으로 맛을 더하기 위해 마늘, 버터, 육두구(Nutmeg), 파슬리도 약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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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깎는 일이 그렇게 큰 일일 거라고는 예전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참여해본 비슷한 일 가운데 가장 큰 작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기분 좋게, 혹자는 까분다고 말할 정도로 즐겁게 일을 시작했지만, 첫 번째 감자의 껍질을 다 벗길 때쯤 되니 그런 가벼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감자는 벗겨도 벗겨도 더 벗길 것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껍질을 모두 벗기고 싹이 난 부분을 모두 도려내고 나니 감자의 형체가 남아 있질 않았다. (중략) 


감자 껍질 긁어내는 일만큼 사람 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겪어본 적 없다. 해리스와 내가, 거의 반쯤 질식할 것처럼 파묻힌 상태로 밟고 서 있는 감자 껍질들이 고작 감자 네 개의 성공을 이룩해냈을 뿐이라니 정말 믿기가 힘들었다. 조지는 감자 네 알을 가지고 아일랜드식 스튜를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감자 대여섯 개를 씻은 후 껍질째 그것을 넣어버렸다." - 제롬 K. 제롬, "보트 위의 세 남자" 중에서


"보트 위의 세 남자"는 제가 좋아하는 소설 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두 친구와 애완견 한마리를 데리고 템즈강을 따라 보트로 여행을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일들을 재미있고 허풍스럽게 서술합니다. 인용문에서 보이는 것처럼, 감자껍질 벗기는 것 하나도 세상에 다시 없을 고약한 중노동으로 묘사되지요. 


하지만 이걸 전적으로 허풍으로 치부하면 작가도 약간은 억울할 겁니다. 자고로 감자껍질 벗기기는 귀찮은 잡무의 대명사.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주방엔 언제나 주방 서열 최하위의 견습들이 구석에 틀어박혀 열심히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으니까요. 나 대신 감자껍질을 벗겨줄 하인이나 도제가 없다면 직접 열심히 까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감자껍질 벗기는 칼이 있다는 점이지요.


이렇게 껍질 벗긴 감자는 3mm 두께로 얇게 썰어서 물에 담궈둡니다. 이렇게 하는 게 갈변을 막고 전분기를 빼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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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크림을 2:1로 섞고 육두구를 약간 뿌려줍니다. 원래는 생선이나 고기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향신료지만, 단맛에 포인트를 주기도 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핫초코 만들때나 주로 써먹는 녀석입니다. 가장 좋기로는 견과류처럼 생긴 알맹이를 갈아서 뿌리는 거지만, 자주 쓰지도 않는 향신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싶어서 그냥 트래블킷에 들어있는 녀석을 조금 넣어줬습니다.


중간불로 가열해서 거품이 살짝 올라오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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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 용기를 준비하고, 마늘 한 알을 반으로 잘라 꼼꼼히 문질러 줍니다. 직접 마늘을 넣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문지르기만 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 싶지만 조그만 정성이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마늘을 다 문지르고 나면, 버터도 마찬가지로 꼼꼼히 문질러 줍니다. 버터는 향을 입힐 뿐만 아니라 늘어붙어서 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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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게 썬 감자를 절반 정도 깔고, 그 위에 치즈를 수북히 갈아서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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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나머지 감자를 깔고, 우유와 크림 혼합물을 골고루 부어줍니다. 대략 감자의 1/3에서 절반 정도가 잠길 정도로 채워주면 됩니다.


다 붓고 나면 손으로 살짝살짝 눌러가며 빈 공간이 없도록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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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치즈를 한번 더 갈아서 올린 다음 190도 (화씨 375도)로 예열한 오븐에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 정도 넣어둡니다.


아래쪽의 우유가 보글보글 끓고, 위쪽의 치즈는 황갈색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완성입니다.


만들다 보면 온 집안에 끓는 우유와 구운 치즈의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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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꺼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파슬리를 좀 뿌려줍니다. 향신료나 간이 강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감자를 쌓을 때 중간중간에 허브나 소금, 후추 등을 뿌려줘도 좋습니다.


뜨거운 오븐 용기에 주의하며 꺼내서 5분 정도 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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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감자 그라탱.


칼로 잘라보면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감자는 부드러우면서도 마구 으깨지지는 않을 정도로 익었습니다.


우유로 삶은 감자인지라 접시에 옮겨 담을 때 겹겹이 쌓인 감자가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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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삶은 감자를 우유나 크림 섞어 으깬 다음, 고기나 채소를 넣은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들고 그 위에 치즈를 얹어 굽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도피네식 그라탱은 또 나름대로의 심플한 매력이 있습니다.


아래쪽 감자는 우유에 삶아 부드럽고, 위쪽 감자는 오븐에 구운 식감이 살아있는데다가 중간에는 녹은 치즈가 부드럽게 흘러나와서 바삭바삭하고 짭짤한 치즈 껍질과 대조를 이룹니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하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늘과 육두구가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줍니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 두면 나중에 바쁠 때 그냥 식빵에 끼워서 감자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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