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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맨 날 자냐는 말에 담긴 의미

ㅇㅇ(221.139) 2015.02.04 01:37:58
조회 9432 추천 592 댓글 115
														



"아, 잠이 안 깨."

"너는 왜 맨 날 볼 때마다 자"


오늘 이 대사 듣는데, 아 송작이 이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고 딱 와 닿는 부분이 있었음. 2화에서 나왔던 문호와 명희가 노신의 글을 언급하며 했던 대화, 기억날 거임.


"강철로 밀폐된 방에 사람들이 있어. 다들 잠이 들어있지. 오래지 않아 다 질식해 죽을 거야. 근데 그 중에 하나가 잠이 깼어. 이 사람은...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깨워야 되나? 다 같이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아니면 어차피 나갈 수 없는 방이니까 그냥 편히 자다 죽게 하는 게 낫지 않나. 잠을 깨봤자 괴로워질 뿐이니까."


문호는 영신 명희 등과 관련된 과거 사건의 어떤 실마리를 잡고 있었고, 이는 즉 깨어있는 존재였다는 거지. 그때 문호는 어차피 나갈 수 없는 방인데,어차피 그들을 이길 수 없는데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면서까지 알려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명희나 영신이나 서로의 존재를 모른다면 지금껏 살아온 대로, 명희는 문식의 보호 하에서 영신은 과거를 모른 채로 그렇게 산다면 차라리 더 안전했을 거잖아. 노신의 비유 안에 넣자면 어차피 나갈 수 없는 방이니 편히 자다 죽을 수 있겠지. 그런데 잠에서 깨서 진실에 다가갈수록 고통스러워질 뿐인데, 우린 정말 꼭 깨야 할까?


그래서 우린 잠을 자지.

분명히 미심스러웠을 텐데도, 잠에 취해서 살아왔던 명희처럼 말이야.

명희를 비난하는 게 아니야. 명희처럼 명민한,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던 열혈청춘도 잠드는 건 한순간이야. 우린 모두 너무도 피곤하니까... 잠시 눈만 감으면 되거든. 영재는 어땠을까. 영재도 알면 알수록 고통스러워질 뿐인 그 진실 앞에서 결국은 눈을 감기를 택했어. 정말로 알고 나면, 진짜 너무 아프거든.

그래서 명희가 김문식의 대담을 보고 그렇게 운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자는 동안, 저들이 멋대로 세상을 농사짓고 있었구나. 나는 그걸 옆에 두고 잠을 자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런데 말이야. 정후는 어떨까.

나는 공홈에 있는 정후를 설명하는 첫 프레이즈, "꿈을 현실로 만드는 남자" 요게 밤심부름꾼 힐러로서도 상처 많은 사람인 서정후로서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 그래서 아마 마지막회 쯤 가서 정후가 저 프레이즈에 걸맞은 뭔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도 했었고. 그리고 기획의도엔 이렇게 써 있었어. "정치나 사회정의 따위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젊음들이 -"

여기서 정치나 사회정의 따위를 그냥 재수 없는 단어정도로만 아는 게 딱 정후잖아? 정후는 오늘도 숙제가 끝났다는 발언을 하지. 싸부, 아버지 그리고 너. 우리는 정후가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걸 봤지만 그건 단지 정후에겐 숙제였던 거야. 영신에게 가기 위해, 사부와 아버지를 보내기 위해 꼭 풀어야만 하는. 그러니까 어르신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회 암적인 존재와의 전쟁이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 자기 아버지와 영신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내막을 막 알게 된 찰나에 '끝났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호에겐 전쟁터인 그곳에서 정후는 졸 수 있는 거고, 문호가 싸우기 위해 있는 그곳에 정후는 평범하게 살기 위해 있는 거고. 그런데 정후도 문호의 모습을 보며 어렴풋하게 알고 있어. 아니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렇지, 분명히 알고 있어.


정후가 오늘 영신이를 보며 말했지. "네가 맨 날 깨우잖아."

그래서 남은 2화를 무지 기대 중이야. 오늘 "좀만 더 자고"를 말하던 정후가,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여자" 영신이로 인해 완전히 깨어나고, "꿈을 꾸지 않는 게 꿈"이었을 만큼 홀로 꿈을 꾸느라 괴로웠던 문호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줄 걸 생각하니 두근두근 기대가 돼.

우리도 조금 피곤하지만, 불편하다고 눈 감지 말고, 똑바로 보자. 우리는 적어도 나중에 젊은 영신이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울지 말자고.


덧붙여, 셀털 미안하지만 20대로서,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송작 같은 어른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리고 그동안 홀로, 고통스러웠을 텐데도 막막했을 텐데도 계속 싸워와준 문호에게도 너무 고맙고, 이번엔 정후나 영신이가 문호를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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