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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복습 - '우리'를 거부한다

알약서른알(126.121) 2015.04.28 23:31:48
조회 995 추천 37 댓글 8
														


“이쯤에서.. 질문이 있는데요. 여기서 우리.. 라는 게 정확하게 누굽니까.”


“서선생. 우리 김문호 기자, 뭐부터 시키는 게 좋을까.”


본인은 호의에서 내민 손짓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면 추행.이 되잖아.

농부들이 ‘우리’ 라는 말을 쓸 때면 꼭 그런 기분이 들어.

‘우리’라는 말이 더럽혀지는 기분이랄까?

희생이라는 말이 희생했던 것처럼.


그 ‘우리’ 라는 테두리가

그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생각을, 고민을 싸그리 뭉개버리니까 말야.

애국이라던가, 내셔널리즘이니 하는 표어가

그 안의 개개인의 구성원의 가치를 

너무나 간단히 한 가지 색으로 물들여버리는 것과 같은 폭력의 현장이

농부들의 ‘우리’ 라는 말 속엔 섬뜩하게 도사리고 있어.




그래서 어르신은 물어보지.



“젊은이 이름이 뭐지?”


“아가 너 누구니?”


그게 문식이가, 그리고 정후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닌 건 너무 자명해.

그 사람의 이름을 묻고, 마치 이름표를 빼앗듯 그의 가치를 몰수하지.

각자의 소중한 무엇을 담보로 말이야.

그리고 ‘우리’라는 얼굴없는 무리 속에 밀어넣어버려.

그리고 정말로 좀비처럼,

사람들에게 스멀스멀 다가와서 그들의 ‘얼굴없음’을 전염시킨다.


생각하지 말라고, 네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냥 ‘우리’가 정한 목표를 향해 

더 많이 가지려고 기어올라가면 된다고.


문호에게 원조교제 스캔들을 기획했던 것처럼,

때로는 흙탕물을 끼얹기도 해.

그것보라고, 너도 ‘우리’랑 ‘한 편’이라고.


그래서 문식이가 자신을 잃어버린 귀결은,

어쩌면 그가 눈을 감은 그 순간에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그가 눈감은 것은 농부들의 악행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고 자신의 얼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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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난... 누구에요?”


영신이의 물음은 같은 것 같아도 달라.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울지라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주체 못하는 호기심은 

결국 내 존재의 의미와 결부되어 있었으니까.

네가 누군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누군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건 메아리가 되어 정후에게 자신을 고민하게 했어.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그러나 ‘얼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미지의 너에 대해 고민하고 어쩔줄 몰라하며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그래서.. 이렇게 얼굴이라도 알리면서 

그 밑에 안내판을 붙이는 겁니다. 

맹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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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야, 

17화 엔딩부터 18화까지 이어진 어르신과의 대면이 그렇게 통쾌하더라.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정후와 영신이가 

얼굴없는, 이름없는 덩어리로 존재해서 힘을 가질 수 있는 그것들.에게

너무나도 여유넘치게 한방을 날려서.


왜 그들의 아버지들이 그런 방법을 썼는지, 

그리고 문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왜 시시한게 아닌지를, 

정후도 분명히 알고 있었어.



물론, 어르신이 제거되어도, 

문식이가 아니어도 그들은 계속 존재하겠지.

얼굴없는 ‘우리’들 속에 그들을 대신할 것들은 무수히 많을 테니까.




“아직 어리구나. 이쪽의 우리는 말이야. 밥그릇이거든. 

그래서 웬만큼 배신을 당하거나 치욕을 당해도 잘 붙어있어.

아주 견고해. 네쪽의 우리는 뭘로 붙어있니? 명분?”



그치만 정후와 영신이의 세상은 달라.


서로를 찾게 해준 정후와 영신이,

자신의 과오를 눈감지 않았던 문호,

모든 걸 알고도 늘 지켜봐 준 민자까지.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서로여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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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 하나의, 대체불가능한 서로를 소중히 하며 유대해 가는 것.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명분’따위가 아니라 단단한 서로에 대한 믿음.

어쩌면 그것이 ‘자잘한 것들’이라고 얕잡아 보던 

농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의 사건에 메여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서로를 바라보면서 오늘을 싸우고

내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

그게 농부들의 ‘우리’ 와 

두알이들이 사는 세상의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



그런 정후와 영신이니까

그런 그들의 세상이니까

증오나 복수에 경도되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일 없이

고스란히 햇살 쏟아지는 엔딩을 가질 자격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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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세상이

자꾸 너도 ‘우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아서 우울하던 차에

15화에 나온 문호와 문식의 통화가 귀에 박히네..

오늘도 뻘글 미안 


ㅁㅈㅅ ㅂ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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