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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먹는 아이스크림, 선데 파르페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7.27 0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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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날씨가 덥다 보니 차가운 간식을 계속 만들어 먹게 됩니다.

덕분에 아이스크림 제조기는 쉴 틈이 없네요 (http://blog.naver.com/40075km/220913186344). 

오늘도 열심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날 아이스크림만 퍼먹다 보면 그것도 질리기 마련.

일요일이니만큼 아이스크림 선데이를 파르페 스타일로 만들어 먹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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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쉬 중에서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미리 준비합니다.

웨하스는 그냥 꽂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잘라서 펼쳐주면 날개처럼 보여서 좀 더 예쁩니다.

그 외에도 파라솔 모양 이쑤시개에 오렌지와 체리를 꽂아두고 장식용 민트도 손질해서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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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시노 체리를 따서 글래스 가장 밑바닥에 깔아줍니다.

흔히들 병조림으로 만들어진 붉은 체리를 마라시노 체리로 알고 있는데, 짝퉁이 오리지널을 밀어낸 사례입니다.

진짜 마라시노 체리는 크로아티아 특산품인 마라스카 체리를 마라시노 술에 절여서 만듭니다.

당연히 생산량도 소수에 불과하고 가격도 비싸지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초창기부터 좀 더 저렴한 체리를 저렴한 술에 절여서 대체품으로 사용했습니다.

1912년 미국 식품관리법에도 "마라시노 체리는 마라스카 체리를 마라시노에 절인 것", "다른 종류의 체리에 인위적으로 색소를 섞어 설탕을 가미한 경우에는 마라시노 체리 모조품(Imitation Maraschino Cherries)"이라고 한다고 정의하고 있지요.

그러던 것이 1920년대 금주령 발표와 함께 전세가 역전됩니다.

술에 절인 오리지널 마라시노 체리는 판매가 금지되고, 설탕과 인공색소에 절인 짝퉁 마라시노 체리가 유일한 대체품이 된 거지요.

어찌나 잘 팔아먹었던지, 마라시노 체리를 만들던 회사들이 로비를 펼쳐서 1940년에는 아예 식품관리법을 바꿔버립니다.

"마라시노 체리는 붉게 염색한 체리를 아몬드 오일이나 그 외의 첨가물에 섞은 설탕 시럽에 절인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진짜 마라시노 체리를 먹어 본 적이 없는지라 인위적인 붉은색으로 밝게 빛나는 체리 통조림이 오히려 익숙합니다.

사람마다 파르페 채우는 스타일은 다 다른데, 전 개인적으로 가장 바닥에 마라시노 체리 시럽과 탄산수가 섞여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먹던 추억의 맛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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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 글래스가 없는지라 예전에 하드락 카페에서 기념품으로 사 온 글래스로 대체합니다.

오리지널 파르페 글래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길쭉하면서 입구가 넓은 것이 의외로 파르페 만들기에 어울리는 듯 합니다.

길쭉해야 층층이 예쁘게 쌓을 수 있고, 입구가 넓어야 재료를 채워올리기 편하거든요.

체리 위에 과일 칵테일 통조림을 부어넣고 탄산수를 채워줍니다.

탄산수는 가게에서 주로 사다먹다가 '이거 짊어지고 다니다가 손목 나가겠다' 싶어서 그 후로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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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료를 쌓아올리기만 하면 되는 파르페인데도 난이도가 제법 있는 이유는 단시간에 재빨리 완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탄산수 풀업까지는 천천히 해도 되지만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넣고, 휘핑크림을 조금 짜 넣은 다음, 후르트링(씨리얼)을 붓고, 다시 휘핑크림을 올리고, 아이스크림을 떠 올린 다음, 초콜릿 소스 뿌리고, 견과류 뿌리고, 민트 꽂고, 과자 꽂고, 오렌지 가니쉬 꽂고, 빨대 꽂는 일련의 과정을 순식간에 해내야 합니다.

중간에 모양 좀 예쁘게 만들겠다고 꾸물거리기라도 하면 탄산수와 크림은 섞이고,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리고, 과자는 눅눅해지고, 아이스크림이 녹으면서 꽂아뒀던 장식들은 옆으로 쓰러지거나 흘러내리는 총체적 난국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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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페라고 하면 프랑스어로 완벽하다는 뜻인지라 프랑스 디저트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프랑스식 오리지널 파르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냥 틀에 넣어 굳힌 아이스크림에 가깝습니다.

층층이 쌓아서 휘핑크림이나 체리 등 여러가지 토핑을 얹어먹는 것은 아이스크림 선데의 일종인 미국식 파르페로 분류되지요.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고, 특히 청교도들이 세운 국가인지라 기독교 원칙을 바탕으로 둔 웃기는 법들도 많았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일요일에는 아이스크림 소다를 먹지 말 것"이라는 법이었지요.

예전에는 탄산음료에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얹은 크림 소다가 많이 팔렸는데, 상당수의 경우 소다에 술을 섞어서 팔기도 했습니다.

일요일을 경건하게 보내려는 입장에서는 술, 담배 등의 기호식품을 금지시키는 김에 크림 소다도 엮어넣기 좋은 대상이었구요.

당시 아이스크림이나 술, 담배 등을 주로 팔던 약국 주인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지금은 약사들이 아이스크림 소다 파는 장면이 이상하게 느껴지겠지만, 1900년대 초중반에는 약국에서 기호식품도 많이 팔았거든요. 코카콜라를 만든 존 팸버튼이나 펩시콜라를 만든 칼렙 브레드햄도 약사였지요.)

가족 모두가 쉬는 일요일이 장사하기 가장 좋은 날인데, 효자상품인 크림 소다를 팔 수가 없게 되어버렸으니 탄산음료를 제외하고 이것저것 다른 토핑을 잔뜩 얹어서 사람들을 유혹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디저트가 바로 아이스크림 선데이 (Ice cream Sunday). 

그런데 이걸 또 꼬장꼬장한 교회 목사가 "신성한 일요일을 고작 간식거리 이름으로 쓰는 건 불경스럽다"고 따지고 드는 바람에 최종적으로 바뀐 이름이 아이스크림 선데 (Ice cream Sundae).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여러가지 재료를 층층이 쌓아서 만드는 미국식 파르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종착점이지만 그 끝은 시원하고 달콤합니다.

가니쉬로 꽂아놓은 과일을 빼먹고, 과자를 빼서 살짝 녹은 휘핑크림과 아이스크림을 푹 찍어 먹습니다.

민트는 스푼으로 으깨서 향만 낸 다음 빼버리고 민트향이 묻어나는 아이스크림을 절반정도 먹어줍니다.

아래쪽으로 파고들면 바삭바삭한 씨리얼과 아이스크림을 섞어먹는 재미가 있고

좀 느끼다하 싶으면 빨대로 체리 시럽이 섞인 탄산수를 한 모금 빨아먹습니다.

그러다보면 아이스크림 섞인 과일 통조림과 만나게 되고, 그것도 다 먹어치우고 체리를 하나씩 꺼내 먹을 때 쯤이면

포만감과 아쉬움이 함께 찾아오곤 하지요.

그리고 그제서야 더운 여름의 일요일을 보내고 있다는 실감이 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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