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포부네요. 그렇게만 해주면 그 영상 다시 돌려보면서 PD님 얼굴에 대고 큰절을 할 겁니다.
근데 어떻게 \'한국의 심슨\'이 되겠다는 건지 그 구체적인 기획이 매우 궁금하네요.
핀트가 맞아야 할 것 아닌가요. \'봐라, 한국의 심슨이다\' 하고 내놨는데, \'집어치워라\' 싶음 안 되는 거니까요.

솔직히 지금까지의 한국 애니메이션, 아니 한국 대중문화 전체에 비춰볼 때 매우 불안불안 합니다.
그래픽이야 한국을 \'동급 최강\'으로 믿고 있는 저고, 그 약하다는 스토리도 항상 그냥 믿어보자 싶은 접니다.

찌질스에서 다루는 20대 백수의 이야기는 저(대학생)부터도 \'나도 나중에 저러면 어쩌냐\' 싶어 고개가 돌아가는 \'사회의 이면\'입니다.
누구나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심슨이 연상이 되긴 하네요.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이 벌써 보입니다.
심슨 가족은 속수무책의 대중도 되었다, 스타 가족도 되었다, 일정한 포지션이 없습니다. 
실제로 당하는 역이든, 비웃음을 당하는 역이든, 포지션을 바꿔가며 매 화마다 우스개의 대상이 됩니다.
캐릭터와 플롯을 정립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닌, 미국 사회를 비트는 목적에 충실한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찌질스는 옴니버스 식으로 갈지 전체를 아우르는 플롯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캐릭터는 확실히 정해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반경이 \'전체 사회\'가 아닌 \'20대 백수의 일상\'으로 한정된다는 걸 의미하지요.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반경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이야기의 집중도가 증가하고 감정이입이 잘 되는 거 아닌가요.

문제는 방향성이에요. 심슨 정도의 반골 기질과 배포가 한국에서, 특히 tv애니메이션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심슨은 코미디입니다. 코미디의 본질은 비하라지요. 심슨은 주류를 비트는 애니메이션이에요.
시민들의 안전은 무시한 채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는 정부, 집안일은 여자에게만 미루는 남자들, 문란한 가정사와 사생활을 지닌 스타...

그런데 한국 대중문화는 주류를 비트는 것이 아니라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의 무능을 비꼽니다.
그렇지 않은 연예인은 특이해하고, 때로는 불편해하고, 심지어 방송계에서 축출당할까 걱정해줘야 하는 처지지요. 아, 이놈의 예쁜 나라.
제가 우려하는 부분도, 찌질스가 한국 대중문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있습니다.
찌질스는 캐릭터를 \'20대 백수\'라는 사회의 비주류이자 약자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심슨처럼 만든다면 표면적으로 이들을 때리더라도, 이들을 그리 밀어낸 주류 사회를 함께 비틀어야 되겠죠.
그런데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도저히 그런 한국 애니메이션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제 머리 속에 상상이 되질 않네요.
단순히 찌질스란 제목 그대로 \'소심하고 멍청하며 무능한\' 20대 백수들만 주야장천 비웃다 30화가 다 갈 것 같기도 하고,
나와도 세련되지 못하면 저부터도 불편해서 안 볼 것 같고, 삼국쥐전처럼 \'정권 비판\' 같은 어처구니없는 포화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심슨 같은 걸 만들어주면 진심으로 절을 하겠다는 겁니다. 드물 희자 희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