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州(원주)터널 교통사고

나날이 늘어나는 人口(인구) 증가와 급증하는 觀光(관광) 붐을 타고 각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의 열도가 가일층되어 흥청거리기 시작하였다. 1970년 경서중학교의 현충사 수학여행단이 열차와 버스의 충돌로 몰살을 가져와 교육위원회에서는 버스편을 지양하고 열차편을 이용하여 수학여행을 가도록 권장 시달되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의 네 반이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총책임 인솔교사로 교무주임 홍기덕 선생과 학년주임 최창우 외 김기선·신용삼·방한용 선생이 동행했다. 1970년 10월 17일 아침 청량리역을 출발할 때 같이가던 학교는 인창고교와 보성여고생들이었다. 열차분배는 앞 한 칸 반이 보인이고, 그 다음 두 칸 반이 인창고교요, 뒤가 보성여고로 분배되었다. 이 때 최창우 선생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두 칸을 보인이 타자고 교섭에 나섰다. 열차벽에는 백묵으로 앞 두 칸이 보인, 그 다음 두 칸이 인창, 그 뒤가 보성여고로 씌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창고교 학생들이 먼저 우르르 달려와 제일 앞 칸 두 칸을 점령하고 말았다. 그래서 보인은 하는 수 없이 세째·네째 칸을 타게 되었다.

청량리를 떠나자 도중에 홍기덕 선생이 일일히 머리를 세며 인원점검을 하였다. 원주를 지나 긴 터널이 하나 다가왔다.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天地(천지)가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열차충돌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 때 책임 인솔자 홍기덕 성생의 당시 상황을 들어보면 천지개벽과 같은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차려보니, 주위는 캄캄하고 굴 속이었다. 아이구, 죽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아마 터널이 무너졌거나 오열이 지뢰를 폭팔했거나, 아니면 여기도 곧 무너지겠지, 죽으면 다 같이 죽고 살아도 다 같이 살아야 한다. 라고 퍼뜩 생각이 드는 순간 앞 칸에서 아비규환과 함께 아우성이 났다. "바위가 떨어졌어요! 이 때 홍선생은 침착하게 너희들 꼼짝 말고 엎드려라" 외쳤다. 어쩐 일인지 학생들은 순순히 말을 잘 들어주었다. 가운데 통로를 열어준 셈이다. 누군가가 후랏슈를 비추어 주었다. 보니 허리·다리·목이 부러진 시체와 부상자들이 끌려갔다. 열차의 길이는 반으로 줄어 들었다. 목재를 실은 열차와 수학여행 열차가 正面(정면) 충돌을 하여 수학여행차 위로 목재열차가 덮쳐 옆으로 넘어져 터널 벽에 기대였다. 그동안 부상자 60여명이 퇴장하였다. 홍선생은 최선생을 먼저 내 보내고 학생을 하나씩 퇴장시켰다. 선생들이 잇따라 나가 학생들을 밖에 집결시켰다. 최후에 홍선생이 남아 학생들을 찾아 헤맸다. 한 학생이 이가 부러져 엎드려있었다. 마지막 학생을 이끌고 홍선생이 최후에 열차에서 기어나왔다. 굴 밖에 나가보니 천애절벽이요, 밑에는 물, 위로는 단풍이 찬란하게 물들어 있었다. 터널 안은 보기만해도 몸서리쳐 소름이 끼쳤다.

다행이 경상자 몇 명이어서 원주까지 왔다. 간이학교에 모였는데 여교사가 신경안정제를 주어서 먹고 산길을 걸어서 원주역까지 왔다. 역에 오니 학생들은 "또 가자"하고 외쳤다. 이 때 문교부·교통부장관 등이 내려와 위로하고 수학여행은 그대로 가겠느냐, 집에 돌아가겠느냐?고 물었다. 홍선생은 "교장이 上京(상경) 명령이다"하고 거절하였다. 이어서 학부형들이 원주까지 내려와 人山人海(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기자들이 들끓고 차 벽에 앞칸이 보인이라서 한 때 오보까지 나돌았다. 이어서 유원근 교장과 오윤근 선생, 서무의 김종관이 내려왔다. 유교장은 홍선생을 보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당국의 편의로 임시열차편으로 上京(상경)하였다. 귀경하여 와병중인 이사장 이종국 선생을 찾아뵈니 눈물을 흘리시며 사고가 그만하니 다행이라 하셨다. 이 일로 한 학생의 어머니는 쇼크를 받아 죽었다.

- 보인70년사 고등학교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