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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내가 기타를 쳤던 이유!

oo(72.190) 2021.07.01 14:50:27
조회 945 추천 12 댓글 9
														

아래 내가 기타를 치는 이유란 글을 읽다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본다.

난 대학 동아리 출신인데 이름은 다 알만한 학교 였지만 전공이 문송이라 졸업하고 뭘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어..

막연한 미래에 졸업하는 선배들 봐도 그리 미래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공무원 준비 하는 장수생 선배들 봐도 마찬가지고..

에라 모르겠다! 수업 빼먹고 동방에 가서 맨날 기타나 튕겼지.. 

대인관계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누가 말거는 것도 싫고 내가 말 걸기도 싫고 그냥 기타 튕기고 있음 시간도 잘 가고 좋았어..

그렇게 허송세월 하다가 3학년이 됐고 군대는 가야 되는데 군대 가는건 죽기보다 싫더라고..


그렇게 인생에 대한 쓸데 없는 고민이 깊어질 때 쯤 신입생 한명이 동방에 온거야.. 물론 여자애..

갑자기 뭔가 의욕이 막 생기기 시작하더라고.. 사실 그 때까지 연애 한 번 못해본 모태 솔로였거든..

딱 봐도 평범한 범생이 스타일에 매일 혼자 기타만 치고 있는 오타쿠를 누가 좋아하겠어..

근데 이 신입생이 기타를 참 열심히 연습하는거야.. 동방에도 거의 매일오고.. 동방에서 매일 서식하고 있는 내 레이더에 매일 포착 될 수 밖에..

더군다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한 2년 동방에 사니까 연주 제대로 하나 하는 곡은 없어도 야부리 하나는 제대로 늘더라구..

처음에 말 걸기가 어려웠지 자연스럽게 기타 얘기를 나누게 됐고 1학년 신입생 눈에 나는 완죤 대가로 보였을거야..

동아리 회장한테 싸바싸바 해서 그 아이 레슨 담당을 하게 됐고 매일 레슨 시간 오기만 기다렸지..

그래도 말이 레슨 선배인데 허접한 실력을 보여줄 순 없잖아? 그래서 정말이지 매일 피터지게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정말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나도 더더욱 기타에 빠져들게 되더라구!

내 노력이 빛을 봤는지 그 아이도 나를 하늘처럼 따랐고.. 그렇게 가까워져서 밥도 같이 자주 먹고 연습 끝나고 맥주도 자주 마시고.. 여튼 조금씩 더 가까워졌지..

그런데 그 분홍빛 3학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더라구..

어느새 4학년이 되고 더 이상 군대를 미룰 수가 없어서 뭔가 의미있는 차도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 애가 다가올 듯 다가올 듯 오다가 안오고..

나도 존심이 있어서 먼저 고백은 도저히 못하겠고.. (사실 거절할까봐 쫄아서 못한 거 였음..)

결국 바보처럼 고백도 못하고 4학년 되서 군대에 가고 말았어..

내 삶에서 처음으로 열정을 갖고 살았던 뜨거운 1년을 보내고 군대를 가니 가뜩이나 나이쳐먹고 온데다가 오타쿠 기질이 있어 바로 고문관 소리 듣고 군생활이 엄청 꼬였지..

여튼 휴가 나올 때면 만사를 제쳐두고 동방에 가서 그 아이를 만나고 또 기타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복귀하고..

그렇게 내 인생에서 제일 길었던 2년이란 세월이 흘렀어..

내가 제대하고 복학하니까 그 아이는 다행히 대학원에 진학했더라구.. 

당연히 동방에서의 어설픈 데이트는 계속 됐지..

다들 기대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군에 있던 사이에 그 아이는 명문대 다니는 남친을 사귀었고 나는 더 더욱 자신감을 잃어가 그져그런 동아리 선배 중 하나로 위축되어 갔어..

군대가서 뇌도 고장나고 손가락도 고장난 데다가 마음에 품었던 그 아이가 더 멀어진 현실을 보니 도저히 기타 칠 맛이 안나더라고..

그러다 문득 졸업이 1년 밖에 안남았다는 현실이 너무 강하게 다가왔어..

기타 치느냐 학점도 개판이고 전공도 취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데다가 토익 점수도 없는 말 그대로 막장이였지..

그 때부터 도서관에 쳐박혀서 진짜 공부만 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1년이 아니였나 싶어..

워낙 학점이 개판이고 토익 점수가 낮아 바로 취업은 못하고 결국 졸업하고 1년 지나서야 그래도 명색은 대기업인 그런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지..

당연히 기타는 멀어지고 동아리방 갈 일도 없고.. 가끔 회사에서 회식하고 나면 술에 취해서 그 아이에게 전화 하는게 전부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가 날 어떻게 생각했을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래도 그 때는 진심이였어..

그 아이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동아리 선후배들 경조사 있을 때 가끔 얼굴은 볼 수 있었지..

나도 직장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몇 여성과 교제하게 되었고 그 아이도 그 사이에 몇 번 남자친구를 갈아 치웠지만 이상하게 서로 타이밍이 안맞더라고..

그 아이가 남친과 헤어져서 내가 술을 살 때는 내가 뭔가 진척이 되는 상황이였고 반대로 내가 여친과 헤어져서 그 아이가 더 그리울 때는 그 아이가 한참 열애중이였고..

그렇게 점점 멀어지다가 서로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멀리서 소식만 전해 듣는 관계가 되었지..

그러다 동아리 후배 하나가 사고로 죽게 되 장례식에서 만나게 되었어.. 정말 오랜만이였지만 그 아인 여전히 이쁘더라구..

소주에 얼큰이 취했을 때 쯤 내가 물어봤어 왜 나를 받아주지 않았냐고?

그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구..

기타 치는 내 모습이 너무 멋있고 자기도 내가 좋았는데 너무 기타에만 미친 사람 같아서 아무리 봐도 미래가 없을 것 같아 자신이 없었다구..ㅠ

니미럴!!.....

그 순간 갑자기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단편 소설 하나가 생각이 나더라구..

한 대학생이 너무 맘에 드는 여자애가 생겨서 데이트를 하다가 돈이 부족해 자기가 아끼고 아끼던 라쿤 코트를 기숙사 동료에게 팔았는데, 

결국 그 여자애는 자기를 버리고 그 기숙사 동료에게로 간거야..

주인공이 울면서 그 여자애에게 이유를 물으니 자긴 주인공 친구가 입고 있는 라쿤 코트가 너무 멋있어서 그 애에게 끌렸다라나 뭐라나..ㅠ

그 아이에게 잘 보일려고 미친듯이 기타를 쳤던게 오히려 독이 됐을 줄이야..ㅠㅠ

....

...

..

.

해피 앤딩이 아니여서 미안해.. 인생이 다 그런거지..뭐..

어쨌든 기타 치면 연애에 유리하다는 말은 믿지마..

우리나라 연주가들 독신들이 왜 그리 많은 줄 알아?

뭐 기타와 결혼했다는 그런 개같은 소리는 집어 치우고!! 

진심 결혼하고 싶으면 기타치지 마라..ㅠ

..

어쨌든 대학 졸업과 함께 기타는 바이 바이~~

난 죽어라 토익 공부해서 취업 성공하고 직장 다니면서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해 차사고 연애에 결혼에 성공했다!!

그 때 알았지! 여자들은 기타보다 차를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참고로 지금은 다시 기타 시작해서 매일 딩가딩가 하고 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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