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세]: 정말? 잠깐... 기억이 날듯도 한데...

[노무라]: 기억나죠? 당신이랑 [작가]노지마씨 모두 그때 다 신났었잖아요.

게임 막판에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 3명만 남기고 다 죽이기로 했었잖아요.

내가 그때 "말도 안돼!" 라면서 당신네들 말렸다고요.

[노지마]: 확실히 시나리오 작가로서 에어리스가 죽는 각본을 쓰긴 했어요.

하지만 그 결정을 위해서 메인 스태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스토리를 어떻게 진행할지 말이에요.

[노무라]: 파판7의 주제는 '생명'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주제에 무게를 더하기 위하여 에어리스를 희생시켰어요.

에어리스가 죽은건 슬프지만, 만약 캐릭터들 모두를

죽여버렸다면 그녀의 죽음이 오히려 퇴색되었을 겁니다.

사실 알고보니 노무라가 가장 순한 맛이자 정상인이었다는 예시로

유명한 에피소드긴 하지만 어쨌든 노무라도 에어리스를 죽이는데는

동감하였으며, 오히려 에어리스의 죽음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

다른 파티원들을 살렸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그가 에어리스를 죽이는데

다른 제작진들보다 더욱 진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AC가 발매된 후 노무라의 인터뷰를 보면

에어리스에 대한 시각이 뭔가 좀 달라보이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AC에서 기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의식이 살아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죽어도 그들의 의식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요.

클라우드는 AC에서 여러번 에어리스를 봅니다.

에어리스의 '존재'를 느끼기 때문에 클라우드가 그녀를 보는게 아닙니다.

클라우드는 에어리스의 '의식'이...

자신 속에서 살아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죠."

에어리스의 죽음을 가치있게 하기 위해 에어리스만 죽이자던 노무라였지만

갑자기 그는 죽은 에어리스가 클라우드의 안에 살아있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한다.

2007년 인터뷰에서도 노무라는 전과 비슷한 의미의 말을 꺼낸다.

"저는 에어리스와 함께 모험을 하던 동료들과 관찰자들도

각자 자신들만의 감정과 사랑을 에어리스에게 느꼈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클라우드 역시 에어리스에게

죽지 않는(불멸의) 감정을 지금까지 지니고 있지요."

결국 노무라는 비록 에어리스가 죽었지만

클라우드 마음 속의 에어리스는 죽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다.

노무라에게 있어서 '존재'.

즉 물리적이고 가시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비록 에어리스의 육신은 사라졌고 자연스레 에어리스의 존재 역시 사라졌지만

클라우드의 마음 속에는 항상 그녀가 영원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위 인터뷰로부터 5년 전인 2002년

킹덤 하츠를 개발할 때로 돌아가보면

더 적극적인 노무라의 시각을 볼 수 있다.

"네, 에어리스는 파판7에서 죽었지만 킹덤하츠에서는

그녀가 파판7에서 어디에 있었는지, 혹은 그녀가 파판7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파판7과 킹덤 하츠는 연관이 없는 개별적인 스토리거든요.

하지만 여러분이 킹덤 하츠를 끝까지 플레이 해본다면

파판7에서의 클라우드와 에어리스가 어떤 관계였는지 아실 수 있을겁니다.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이자, 플레이어들에게 주고픈 제 추가 보너스에요."

그리고 킹덤 하츠1의 엔딩에서 클라우드는

에어리스와 재회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킹덤 하츠2에서 클라우드는 다시 에어리스를 떠나며

비록 자신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다시 돌아올 거라며 다짐하는데

언젠간 다시 돌아오겠다는 이 클라우드의 대사는

원작에서 에어리스가 클라우드에게

"모든 일이 다 끝나면 다시 돌아올게"라는 대사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에어리스는 그런 클라우드를 응원해주고

자신은 여기서 언제든지 기다리겠다며 그렇게 막을 내린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언제든지 그를 기다리겠다는 에어리스의 모습은

AC에서 비록 그 존재가 소멸되었다 할지라도

에어리스에게 닿고싶은 클라우드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킹덤 하츠 2.8의 엔딩에서는 둘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노골적이다.

킹덤 하츠 2.8의 엔딩에서는 디즈니 프린세스들과 왕자들,

도널드와 데이지, 미녀와 야수, 미키와 미니 등

대표적인 한 쌍들이 서로 마주하는 장면들이 연출되는데

이 상징적인 장면들 사이에서 에어리스와 클라우드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은

노무라가 클라우드와 에어리스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사실 노무라는 예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욕을 많이 먹은 인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에어리스를 죽이는데 가장 공감? 하기도 했고

심지어 AC와 CC가 나왔을 적에는 그가 티파만을 편애한다는

볼멘소리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세피로스가 클라우드의 어둠이라면

티파는 클라우드의 빛이라고 발언한 적도 있었다.

(반면에 노지마는 에어리스가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빛과 어둠에 얽매이지 않는 가장 안정적인 존재라고 평했다.)

굳이 나만의 추측을 말해보자면 노무라는 특정 인물을 편애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굵직한 비전이나 플랜을 밀고 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저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나 설정은 자신이 제시할지는 몰라도 결국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유저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다.

노무라가 참여한 킹덤 하츠 시리즈와 파판7 리메이크에서

에어리스와 클라우드의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는 섣불리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정말 필러가 사라지고 그동안 뿌려온 떡밥처럼

에어리스는 살아남거나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노무라의 신념? 처럼 어차피 중요한 것은

존재나 육신이 아닌 변치않는 마음이고

에어리스의 죽음은 그 무엇보다 가치있는 죽음이니

결국 에어리스는 다시 원작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리메이크 파트2가 기다려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