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에서, 붉은 머리의 불포 한 명이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흰 머리의 루포와 검은 머리의 필라인이 자동차를 보고 있다.
세 명은 동료인 것처럼 보였고, 이들의 차가 고장 나 수리 중인 것 같다.
키아베 : 야, 아오스타. 여기 좀 와봐.
아오스타 : 뭔데?
키아베 : 이 벌레들좀 봐.
키아베 : 얘네 한 줄로 서서 어디 가고 있는 것 같은데.
키아베 : 엄청 길게 늘어서 있다고. 어디까지 가나 한번 봐보자.
아오스타 : ......너 엄청 괜찮아 보인다.
키아베 : 물론이지! 엄청 좋다고!
아오스타 : 난 니가 너 자신에 대해 평가내리는 건 별로 믿고 싶지 않은데.
키아베 : 니가 내 엄마냐?!
아오스타 : 너 30분 전에도 피 토했잖아.
키아베 : 하하, 그래도 지금은 안토하잖아.
키아베 : 아이, 너랑 얘기하는 사이 벌레들이 가버렸어.
아오스타 : 알게 뭐야. 난 차 수리하러 간다.
키아베 : 오, 뭐가 문제인지 알아냈어? 뭐 좀 도와줄까?
아오스타 : 배관 문제 때문에 엔진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아오스타 : 브로카랑 내가 할 테니까 너무 멀리까진 가지 마.
키아베 : 그렇게 말 해봐야 여기 근처엔 아무것도 없잖아. 돌아다니고 자시고도 없다고.
잠시 뒤 굉음과 함께 엔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오스타 : 휴...... 브로카, 키아베좀 불러와 줘.
브로카 : 그래.
키아베 : 오, 브로카! 누가 오줌 더 멀리 싸는지 해보자고!
브로카 : ......난 오줌 안 마려운데.
아오스타 : 브로카, 진지하게 대답해 줄 필요 없어.
키아베 : 거 참 멍청하긴! 지금은 오줌싸기 딱 좋은 날씨라고!
아오스타 : 더럽게 추운 날이 아니면 오줌싸기 안 좋은 날이 어딨어?
키아베 : 아오스타, 넌 하나도 모르는구나. 이런 건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갈리는 거라고.
키아베 : 자, 봐라! 이 완벽한 물줄기ㄹ... *시라쿠사 욕설*
아오스타 : 또 뭔데?
키아베 : 갑자기 강풍이 불어서 내 완벽한 물줄기가 신발로 튀어버렸어. 재수 더럽게 없네.
아오스타 : ......그만 놀고 출발하자. 날이 저물기 전에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한다면 이 황야에서 자야 할 거라고.
키아베 : 여기서 자면 안되는거야?
키아베 : 말하고 나니 생각났는데 나 한 번도 캠핑해 본 적 없어! 오늘 여기서 자는 거 어때?
아오스타 : 황야는 위험한 곳이야. 그리고 훔친 차에 캠핑 도구 따위가 있을 것 같아? 자도 차 안에서 잘 거라고.
아오스타 : 또 기름도 문제고.
키아베 : 젠장, 차 주인 놈은 캠핑도 안 하나?
아오스타 : 도시의 차 주인이 캠핑할 일도 없고 여분의 연료를 싣고 다닐 리도 없잖아.
키아베 : 그치만 준비해둬도 나쁠 것 없잖아! 언제 누가 차 빌려서 캠핑간다고 할지도 모르는 건데!
아오스타 :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
키아베 : 어...... 아니......
아오스타 : 그럼 입 닥치고 차에 타기나 해.
키아베 : 넵.
브로카 : 지금 떠나는 거야?
아오스타 : 응, 내가 운전할게.
키아베 : 엉? 내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아오스타 : 넌 좀 쉬고있어.
키아베 : 아오스타, 너 점점 더 엄마 같아진다.
아오스타 : ......
키아베 : 야, 브로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브로카 : 조금은.
아오스타 : 왜냐면 너네 둘 다 광석병에 걸렸잖아.
아오스타 : 올바른 생활습관이 광석병 진행을 늦추는 데 좋다 들었어. 그러니 키아베 넌 일찍 좀 자라.
키아베 : 켁, 우리 엄마도 그러진 않았다.
아오스타 : *시라쿠사 욕설* 닥쳐.
아오스타가 말하며 시동을 걸었다.
키아베 : 자, 노래나 들어 볼까.
키아베 : 오, 이 차 주인은 앨범을 많이도 사놨군. 이거 커버가 맘에 드는데, 너로 정했다!
키아베가 디스크를 꺼내 오디오에 넣자,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늘 같은 토요일 밤, 이 짐승을 타고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슈퍼스타처럼 선물을 들고 당신의 집으로 가고 싶어요
키아베 : 휘유~ 나쁘지 않아.
아오스타 : 그러네. 그럼 출발한다.
키아베 : 야, 아오스타.
아오스타 : 왜?
키아베 : 우리 어디로 가는 거냐?
아오스타 : 우리가 막 튀었을 때 얘기해 줬잖아.
키아베 : 까먹었어.
아오스타 : 듣지도 않았겠지.
아오스타 : 막 나갔을 때, 가장 가까운 이동도시로 간다고 했었어.
아오스타 : 내 기억에 우리 패밀리 놈들은 그쪽이랑 사이가 좋지 않았거든. 운이 좋다면 거기에 붙을 수 있을 거야.
아오스타 : 안 되더라도 적어도 거기서 쉴수는 있겠지.
키아베 : 야, 그러지말고 내가 옛날에 시라쿠사 서쪽에 이상한 도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쪽으로 가보는 건 어때?
아오스타 : 꿈같은 소리 하지 마.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애초에 그런 곳이 진짜로 있는지도 모르잖아.
키아베 : 그럼 다른 열두 가문이 지배하는 도시로 가는건 어때?
키아베 : 시실리안 연합이 열세 가문중 하나긴 하지만, 다 따로 놀고 있는걸, 가문은 무슨 가문!
아오스타 : 시실리안 연합은 크고 작은 패밀리들로 나눠져 다른 가문들처럼 하나로 뭉치진 않았지.
아오스타 : 그래도 큰 가문에선 우리같은 가문없는 놈들을 받아주진 않을 거야.
키아베 : 헹! 나중엔 그놈들 다 내 앞에 무릎 꿇을걸.
아오스타 : 그러건 말건 우리는 백색 도시론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 아니, 절대로 못 가지.
아오스타 : 게다가 우린 텔린 패밀리의 분노를 사기도 했고. 백색 도시엔 더이상 우리가 설 곳이 없어.
키아베 : 하하, 그렇게 깽판을 치고 나갔는데 말야. 린톤 보스의 개같은 면상이 지금쯤 얼마나 구겨졌을 지 보고 싶어지는 걸.
아오스타 : ......그러네.
키아베 : 아무튼,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어.
아오스타 : 후회라...... 그래도 후횐 하지 않지. 린톤은 진짜 개자식 이었는데.
아오스타 : 우릴 돈 받고 팔아넘기다니 말야. 인간도 아냐.
브로카 : 나도 후회하지 않아.
키아베 : 자자,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어떤 가문에선 조직원이 한번 빵에서 탈옥하기 전까진 제대로 된 가족 취급하지도 않는다더라.
키아베 : 그리고 어제, 우린 원래 있던 가문에 반기를 들고 도시에서 탈출했고!
키아베 : 그러니 나는 지금 선언한다! 너희들은 키아베 패밀리의 공식적인 가족이라고!
키아베 : 아오스타! 너는 우리 가문의 군사 부문 최고 담당자야!
아오스타 : 하하.
키아베 : 브로카 너는 전투원들의 수장이고!
브로카 : 아.
네가 고개를 숙이고 살며시 미소를 지을 때면, 정말......
넌 모를 거야. 오, 넌 정말 모를 거야.
네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키아베 : 한참 달렸는데 사람 한 명도 못 봤네.
아오스타 : 도시 밖엔 일부 집회소를 빼면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아오스타 : 이런 황무지에는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몇몇 패밀리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말야. 패밀리에 있었을 때 캐러밴들을 호위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들은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하고 도시를 나섰어.
아오스타 : 우리처럼 준비도 안 하고 황야로 나가는 놈들에겐 죽음만 기다리고 있지.
키아베 : 죽음만이 우리를 기다린다라, 정말 듣기 좋은데.
키아베 : 그래도 니 말이 맞아. 나도 정비소에 있을 때 나가려는 놈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는 걸 본 적 있어.
키아베 : 아, 그래도 말야. 먹을걸 좀 더 가져왔으면 좋지 않았겠냐, 아오스ㅌ......
아오스타 : 트렁크의 식량은 꿈도 꾸지 마. 그건 우리의 비상식량이야.
키아베 : 쳇.
아오스타 : 우리 셋 다 살아서 여기 있는 걸 감사히 여겨라.
아오스타 : 그날 밤 만델이 불침번을 서지 않았더라면 우린 지금쯤 의자에 묶인 채로 갇혀있었을걸.
키아베 : 브로카, 다음엔 나한테 먹을 거 좀 더 챙기라고 꼭 해줘.
브로카 : 알겠다.
아오스타 : 하..... 말을 말자.
키아베 : 아무튼간에 겁나 지루하네. 땅은 이렇게 넓은데 쓸모가 없다니.
키아베 : 야, 야, 생각해봐. 우리가 여기에 존~~~~~~나게 큰 정비소를 지어놓고, 안에 개쩌는 개조 차량들을 꽉꽉 채워 넣으면 쩔거같지 않냐?
아오스타 : 재앙만 없다면 말야. 오면 다 망하는데.
키아베 : 아, 재앙! 광석병! 이 땅에서 좋은 일이란 하나도 없네.
키아베 : 브로카, 뭐 재밌는 거라도 있어?
브로카 : ......너도 읽어 보려고?
키아베 : 뭔데?
브로카 : 책. 이제 막 다 읽었어.
키아베 : 뭔 책인데?
브로카 : 한 쌍의 여인이 가문 간의 갈등 끝에 결국 파국에 이르는 소설.
브로카 : ......결말이 정말 감동적이었어.
키아베 : 됐어. 왜 그런 책은 가져온 거야?
브로카 : 아오스타가 정말 지루한 여행이 될 거라 했으니까.
키아베 : 야, 브로카. 진짜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너 책 읽는 거 좋아하냐?
브로카 :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휴식 시간에 조금 읽는 정돈데.
키아베 : 그러냐. 야, 아오스타! 솔직히 말해봐. 너 여자 사귀어 본 적 있어?
아오스타 : ......아니.
키아베 : 브로카 너는?
브로카 : 없어.
키아베 : 젠장, 나돈데. 대체 왜 사랑에 빠지는지도 모르겠단 말야.
키아베 : 야, 아오스타. 넌 무슨 책 좋아하냐?
아오스타 : 정치나 역사.
키아베 : 물어본 내가 바보지. 그 두 단어를 듣자마자 졸리기 시작했어.
키아베 : 오, 저기 뭔가가......
키아베 : 아오스타, 저기 좀 봐 봐.
아오스타 : 응? 저건......
상인 :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겐 부양할 어머니와 자식들이 있다고요!
도적단 두목 : 어쩌라고? 누구한테는 없는 줄 아냐?
도적단 두목 :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당장 닥치지 않으면 네 머리에 멋진 구멍을 선물해주지.
상인 : 흑흑......
키아베 : 아오스타, 브로카.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말야.
아오스타 : 제발 저 도적들 밑으로 들어가겠다곤 하지 마.
키아베 : 응? 난 저놈들을 밟아버리고 상인한테 물자를 좀 받아오자고 하려 했는데.
키아베 : 근데 니 생각도 나쁘진 않다.
아오스타 : 아냐, 네 말대로 가자.
키아베 : 진짜로?
아오스타 : 진짜로.
아오스타 : 상인이 주지 않겠다 하면, 우리가 도적질을 해도 되는 거니......
키아베 : 좋아! 전속력으로 돌진! 저 멍청이들을 날려버리자! 브로카, 전투 준비해!
브로카 : 좋아.
도적 A : 두목, 저기 좀 봐!
도적단 두목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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