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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소란스러운 교실. 그 중에서 유독 한 곳만이 어색한 정적만이 맴돌고 있었다. 바로 범재와 리사의 자리였다. 전날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리사는 쉽게 범재에게 말을 붙이지 못 했다. 그녀와 대화를 하려고하면 계속해서 범재의 비참한 얼굴이 그 위에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범재가 자리를 자주 비었던 것이다. 물론 좋은 징조는 아니다. 비운 이유는 모두 전날 소각장에 오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갔던 것이기 때문.. 소각장에서 있었던 일들은 선생님들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히카와 히나를 괴롭히던 무리들 전부에게 들어갔고 그들은 두려움에 범재를 피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는 범재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분해 갚아주려다 다시 한 번 응징 받은 이들도 있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루 종일 범재의 눈치만 보았던 이마이 리사는. 하교시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주 자그맣게 범재에게 이별인사를 하고서는 곧바로 유키나의 반으로 찾아가 하교를 하는 그녀의 표정은 어쩐지 안도가 담겨있었다.

“후..”

마지막 한 명. 히카와 히나를 괴롭혔던 무리들 전부를 무너뜨렸다. 경고의 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범재는 자신의 손에 자리 잡고 있었던 물집이 터져 피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상대를 패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그녀는 양 손에 붕대를 감고 있어야 했다.

“이제.. 다 끝났어.”

“아, 마지막 한 가지가 남았네.”

“이제 내가 이곳에서 할 일은 단 한 가지 뿐이야.”

“진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네.”

붉게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범재의 눈빛은 분노도 슬픔도 아닌 편안함이었다.

그녀는 파스파레의 멤버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로젤리아의 멤버들에게도 작별인사를 남겼다. 사요를 제외하고는. 사요에게는 따로 집에서 보자는 말만 남겼다. 그녀에게는 따로 해야할 말이 있었으니까. 자신과 입장이 비슷했던 그녀이기에. 그녀와 처지가 비슷했던 자신이었기에. 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 있었다.

“그래서 할 말이라는 건..”

“잘 부탁드립니다.”

“...에?”

“저와 당신은 참 닮은 것이 많지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 둘 다 다른 쌍둥이의 천재성에 괴로워했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지 않습니까.”

“...”

“저는.. 제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니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당신의 진짜 동생이 돌아오거든 억지로 하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꼭.. 그녀를 위로해 주세요. 그리고 그녀가 잘못을 한다면 바로 잡아주세요. 그녀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혼자 짊어지지 마세요. 같이 해결해 나가세요. 절대 멀리한다는 선택을 하지 마세요. 그녀를 억지로 밀어내지 마세요. 그것은 두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세요.”

“제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전했습니다.”

“그 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부디 당신도 행복하길 빌지요.”

말을 끝으로 범재는 사요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다소곳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여기는...?”

“안녕. 천재 히카와 히나.”

“어, 너는?”

“그래 요 며칠간 내가 살던 세계에서 재밌게 지냈나?”

“전혀. 룽하지 않았다구-”

“상냥한 언니라니. 룽하면서 룽하지 않았어. 응. 룽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는 천재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어째서. 갑자기. 왜. 너와 내가 바뀐 거야? 드디어 죽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왜! 나를 가만 놔두지 않는 거야!? 도대체 왜!?”

평상시와 다름 없이 행동하나 싶었던 천재는.. 재밌게 지냈냐는 범재의 말에. 자신이 처했던 현실이 떠올랐다. 다가와 주지만 아직은 서툰 자신의 언니. 자신의 잘못에 힘들어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괴롭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여학생들.. 아픈 곳이 없었던 자신의 몸. 지칠 대로 지친 마음. 이제 이 생활도 끝이겠거니 했다. 죽으면 편해질 수 있었다. 아마 모두가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범재와 세계가 바뀌면서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 실패했다. 자신은 다시 지옥에서 살아가야만 했다. 왜냐하면 범재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은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왜.. 가만히 나두지 않냐고..?”

“너는 그게 지금 필사적으로 네 놈을 위해준 사람에게 할 말이냐!?”

“죽고싶다고!?”

“죽으면 모두가 참 잘 됐구나라고 생각할 줄 알았냐!?”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냐고!?”

“웃기지 마!”

“네 녀석만 편하겠지. 네 녀석만!”

“네가 죽으면! 모두가 슬퍼할 거다!”

“너는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다는 핑계로 죽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오히려 모두에게 씻을 수 앖는 상처를 주는 거라고!”

“알고 있는 거냐!? 아니 모르겠지!”

“너희 천재들은 항상 그래! 남의 기분 따위 잘 알지도 못 하면서 혼자 지레짐작하고는 사람 속을 활활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리지!”

“젠장!”

범재는 천재의 태도에 다시 한 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의 그 모습이 자신의 쌍둥이와 신물 날 정도로 닮았으니까.. 그 동안 눌러두었던 비통함이 커질 대로 커져버려 숨길 수 없었다..

“잘 들어.”

“차라리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겠다면. 지레짐작을 하지 말고 알려고 노력해.”

“모르겠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

“아무리 그래도 모르겠다면! 적반하장이라 손가락질을 받는다 할지라도 방금처럼 소리를 높여! 물어보란 말이야! 그리고 알아내!”

“혼자 지레짐작하고 괴로워하지 말란 말이야!”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왜!? 바보야!?”

“이... 이!....”

“젠장!!!!”

범재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천재의 태도가.. 그리고 그 위로 오버랩 되는 자신의 쌍둥이가.. 뇌에서 거치지 않고 말이 튀어나오지만 그 마저도 막혀버리니 미쳐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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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편도 최대한 빠르게 써서 올릴게. 이제 노트북이 다시 멀쩡해졌으니 당분간은 글 쓰는데 문제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