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회] TV엔 예능이 틀어져있고 식탁엔 갓 배달된 따뜻한 치킨이 있다.

척력절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04 01:17:32
조회 9129 추천 80 댓글 9
														


금요일 저녁을 자축하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



튀긴 닭은 서민음식의 본분을 잊고 그 값이 나날로 오르고 있었다.



맛있는 야식은 비좁은 집에서의 충분한 사치이고 나는 시원한 맥주와 따뜻한 치킨과 시끄러운 TV를 하루종일 고대했다.





일몰이 점점 빨라지는 겨울 저녁 느지막이 쌀쌀한 바람이 가득했다.



나는 고된 몸을 끌고 나의 와실에 기어들어왔다.



손에는 적장의 수급처럼 따뜻한 치킨이 들려있었다.






아, 하지만 냉장고에 맥주는 없었다. 



차가운 알루미늄 겉면에 맺힌 이슬이 흘러내리며 내 손을 적시고 나는 지글거리는 기름방울 묻은 살코기를 입에 욱여넣는 것만을 기다려왔는데, 먹다남은 김치와 시든 샌드위치 따위가 추레함을 개진하는 냉장고에 맥주는 없었다.





저 앞 편의점에서 맥주를 팔 것이다.



다만 걸리는 점은 6층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밤 거리를 걸어가고 또 점원과 실랑이를 하여 시린 손에 맥주 캔을 들고오는 여정 동안 내 치킨이 식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금색 광택과 수줍은 거품들 없이 어찌 치-맥이 치-맥일 수 있으며, 금요일 저녁의 자축이 어찌 가난한 이의 연회가 될 수 있겠는가?





나는 결국 맥주를 사러갔다.



힐끔거리는 알바생이 1+1 맥주를 결제해주고, 나는 맥주캔을 양 주머니에 하나씩 불룩하게 넣어 집 앞까지 한 달음에 달려왔다.





도어락의 키패드 덮개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도저히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위화감이 나를 덮쳤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들어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을것만 같다.



전망좋은 산에 올라 봉우리에서 몸을 내밀 때처럼, 혹은 얼마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을지 멍청한 실험을 하다가 가슴이 참을 수 없게 옥죄어올 때처럼.



아, 공기마저도 쓸쓸한 외로운 날에 창밖으로 바닥이 얼마나 먼지 하염없이 처다볼 때의 느낌이 가장 비슷하겠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 본능적인 위화감이 내 머리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문을 열고 따뜻하고 밝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생각을 할 때마다, 그 위화감은 괜한 식은땀과 손 떨림으로 나를 위협하고 있다.





들어가면 뜯어먹히기를 기다리는 윤기흐르는 튀긴 닭과 멍청하고 우스운 예능이 있을텐데.



적어도 이 어둡고 춥고 바람부는 아파트 복도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





나는 무언가의 시선을 의심했다.



발걸음 소리만이 터벅터벅 울리는 을씨년스런 복도 끝엔 계단 문이 있다.



문을 닫고 강도, 잡상인, 사이비 따위가 숨어있기라도 한지 계단을 확인한다.



귀끝을 분홍으로 염색한 잡종견이 사는 옆옆집과 고추를 말리는 옆집을 지나와 다시 내 집 404호 앞에 선다.



춥고 어두운 계단에 숨어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이런 쌀쌀하고 늦은 저녁엔 강도도 집에서 야식이나 뜯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너무 두렵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기껏해야 던져놓은 양말과 버리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 정도가 나를 주저하게 할 원인이 될텐데, 하지만 정말 문을 열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린시절 무서운 이야기를 읽고 침대 밑을 보기 주저하던, 인터넷에서 귀신 이야기를 읽고 이불 속으로 팔다리를 숨기던 기분이다. 







진정해보자.



나는 핸드폰을 확인한다.



광고 메시지 외에 연락은 없고, 좌측 상단에 뜬 U+로고, 우측 상단의 배터리 잔량을 확인한다.



짜증과 기대로 편의점으로 향하던 아까의 나로부터 8분이 지났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무섭다고 징징거렸을 때 나를 도와줄 것은 없다.



더이상 귀신 따위에 겁먹지않는 척박한 어른이 되어버렸단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난 지금 너무나 바보같다.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냥 내 집인걸.






하지만 문 뒤에 있을 것이 너무 두렵다.



이 문을 여는 순간 아주 중요한 무언가가 바뀌어버리고, 더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직감이 나를 밀어대고, 수많은 일어날 수 없는 공포가 목을 두드린다.



결국 난 다시 도어락에서 손을 떼고 만다.



몇번이고 눌러버릇해 눈감고도 알 수 있는 비밀번호 C624,B958만을 누르면 되는데.



문 바로 앞에는 좁은 신발장이 있을 것이고,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거실과 식탁, 그 위의 식어가는 치킨이 있을 것인데.





슬슬 춥다.



주머니가 차갑고 무겁다.



나는 복도의 난간 밖을 본다.



건너편 아파트는 군데군데 불이 켜져있다.



가을바람이 대강 흩어놓은 구름은 뺨맞은 콘크리트 같은 색이다.



하늘은 어둡고 두 하현달이 내 입김에 가려진다.



아, 오류 해결했습니다.



어두운 복도 양 쪽을 다시본다.



귀신같은건 당연히 없다.



외로워서 정신이 나갔겠지.



시간은 십이 분을 넘어 흘러간다.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있기라도 한가?



고등학생이었다면 친구네 집에 찾아가기라도, 대학생이었다면 대학로 어딘가 어지러이 불켜진 술집에서 밤을 새기라도 했겠지만.



나 자신의 깊은 곳 무언가를 따라 잘못된 것을 피하고 저 밖으로 나가기에 난 너무 춥고 외롭다.





아주 옛날에 매트릭스를 봤던 것 같다.



아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요약으로 봤던가.



난 주인공처럼 안정된 직장과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하수구 사이에서 투쟁을 이어나갈 수 없다.



문 뒤에 있는 게 단지 내 호들갑을 증명해줄 일상인지, 아주 근본적인 곳에서부터 잘못된 무언가인지 알 수 없다.







너무 무섭다.



모르겠다.






TV엔 예능이 틀어져있고 식탁엔 갓 배달된 따뜻한 치킨이 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80

고정닉 7

8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예능과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6/03/16 - -
- AD 다양한 BJ의 거침없는 매력 발산!! 운영자 25/10/24 - -
- AD FIFA 코카콜라 기획전! 운영자 26/03/05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2) [2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107326 456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6.1.30) [37]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818337 455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7]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19567 60
20489 공지 FAQ [25]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7894 94
38304 공지 신문고 [3] winter567(218.232) 25.07.21 9431 47
48937 규칙괴 국가정보원 특수데이터 관리과(SI열람실) 야간 운용 지침 알아르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22 10 0
48936 잡담 ???대회 오늘까지였어? [2] Rosefield_03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4 26 0
48934 사례괴 [실화] 사이비종교 ■■■■■제단을 폭로한다. 123(125.133) 22:35 58 2
48933 잡담 썰,혐) 아니 존나 불쾌하고 기괴한 꿈꿨음 akira_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4 31 0
48932 기타괴 이렇게게으르게살수없어운동하러나가기로결심한나 [5] Z6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5 74 9
48931 잡담 맛있을거같은 소재가 떠올랐는데 내가 이걸 재밌게 요리할 자신이 없네 [1] ㅇㅇ(119.64) 21:53 49 0
48930 기타괴 온화한 손길로 유명한 그 자선가에게는 기괴한 취미가 있다. 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40 29 0
48929 잡담 이건 ㄹㅇ 찐 나폴리탄같네 ㅇㅇ(117.111) 21:22 85 0
48928 규칙괴 한마음사우나 심야 이용객 이용 수칙 ㅇㅇ(175.205) 20:41 42 1
48927 잡담 기밀 사항 1222228: 콘트리 _중앙정보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9 25 1
48924 대회 (주)엘버스트림 연구시설 경비 업무 지침서 [6] 단편괴담싸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54 92 4
48922 대회 My Romance-Related Chores [2]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97 5
48920 잡담 문의 있습니다. [1] _중앙정보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67 1
48918 대회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 [1] Button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5 254 12
48917 잡담 이게 그 현실 나폴리탄인가 그거냐 ㅇㅇ(1.247) 16:32 103 1
48916 기타괴 "너 무서운 얘기 좋아해?" 메탕구(118.235) 15:42 64 3
48915 연재 신야의 심야괴담 - 인형과 숨바꼭질_3 [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1 134 12
48913 잡담 납붕이 오늘 방 구했는데 이거 뭐냐? [2] ㅇㅇ(117.111) 13:58 151 7
48912 잡담 [갤 긁어먹기 04] 방명록괴담 탭 추천 10 [1] 낲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4 170 7
48911 대회 오늘은 결선 마지막 날입니다! [1] 낲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9 134 7
48910 기타괴 저랑동생이랑 거의 이틀째 굶고있습니다 제ㅔ발 도와주세요 [2] ㄲㄲㅃ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42 16
48909 대회 눈을 뜨니 어떤 동굴, 앞에는 녹음기가 하나 놓여있다. [5] 방울한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7 623 32
48908 대회 넌 재부팅당하고 있을지도 몰라 [2] 작문제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1 443 18
48907 나폴리 그 살인자의 규칙 [2] ㅇㅇ(211.215) 00:25 138 1
48906 잡담 자기가 생각하는 낲갤 최고 명작 하나씩 적기 [11] ㅇㅇ(175.125) 00:12 326 4
48905 잡담 요즘 세로드립 쓰는 괴담 잘 안보이는거가틈 [1] ㅇㅇ(219.250) 03.19 205 2
48902 잡담 잠에서 깰 때 가끔 숨이 가쁘고 심장이 두근대는데 [6] 우스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56 1
48901 나폴리 주사위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10] 보리콩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933 26
48900 잡담 SCP 재단과 나폴리탄형 글의 차이점이라면 [1] ㅁㄱㅅ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304 6
48899 나폴리 싹이 나버렸는데 이거 어떻게 하면 좋나요? ㅠㅠ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252 5
48898 찾아줘 글 찾아줘잉 ㅇㅇ(121.16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85 0
48897 나폴리 트렁크에 뭐가 있긴 했는데 [7] 낲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064 31
48896 기타괴 우리는 종종 방금 전까지 하려던 일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2] 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207 9
48895 잡담 어제 낲갤에서 ㄹㅇ소름끼치는 글을 봤는데 [4] ㅇㅇ(211.234) 03.19 330 0
48894 잡담 방금 제미나이와의 대화.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89 3
48893 찾아줘 괴담 찾아주실분?! [3] ㅇㅇ(211.107) 03.19 127 1
48891 잡담 항상 읽다보면 생각하는게 ㅇㅇ(210.96) 03.19 91 3
48890 기타괴 마치 태풍의 바람을 멀리서 맞는듯한.. ㅇㅇ(218.234) 03.19 51 1
48889 기타괴 지나가는 사람인데, 쓴거 올리려고 웹페이지 팠음… 동교동곰치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57 4
48888 기타괴 글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1] ㅇㅇ(121.16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820 2
48887 잡담 공연에 가지 마십시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115 3
48886 기타괴 궁금한게 있는데 여기 주딱은 왜 [2] ㅇㅇ(183.109) 03.19 160 7
48885 잡담 [갤 긁어먹기 03] 사례괴담 탭 추천 20 [4] 낲쟁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870 12
48883 나폴리 [나폴리탄] 귀순벨 낲갤러(14.43) 03.18 168 7
48882 나폴리 조약돌 라따뚜이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69 3
48881 잡담 도무지 예상되지 않는 반전은 어떻게 쓰는 걸까 [2] 동탄역의유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217 0
48876 잡담 방금 제미나이 고장났는데 좀 소름끼치네 [5] ㅇㅇ(121.148) 03.18 2205 34
48874 연재 신야의 심야괴담 - 인형과 숨바꼭질_2 [3]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467 16
48873 규칙괴 규칙서에 먹칠만 하면 돼 [14] ㅇㅇ(121.16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1316 29
48872 찾아줘 설명하는 괴담이엇어여 [1] 볔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152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