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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인형사

하나비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12:10:58
조회 1489 추천 24 댓글 3
														
나는 인형을 좋아한다.

어릴때는 테디베어 같은 곰인형을 좋아했고
요즘은 캐릭터 인형같은걸 특히 좋아한다.

인형뽑기에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혼나기도 했었지
뭐.. 덕분에 집에 인형은 엄청 많다.





한때 인형이 무서워진 적이 있었다.

인형은 보통 시선이 고정되어 있잖아?
어느날 잠에서 깨니 모든 인형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살던 사람의 장난이었다.
화를 낼 기운도 안 날 정도로 무서웠었다구
뭐..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나는 인형이 나를 지켜줄거라 믿는다.

커다란 인형 속엔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
보통은 솜이 가득 들어있겠거니 하겠지만

머리맡에 두고 자는 커다란 곰돌이 인형
사실은 배 안에 식칼을 넣어놨다
위험할때 이 곰돌이가 날 지켜줄거라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괜찮을 수 있다.





인형도 나를 좋아할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인형으로 가득찬 방에서 살고 있지만

현관 신발장에 올려둔 경비병 인형
창문틀에 올려둔 카우보이 인형
장식장에 들어있는 수많은 인형
베개 옆에 앉아있는 곰돌이 인형
내가 얘네한테 바라는게 너무 많은 건 아닐까..





한번은 집안이 엉망이 된 적이 있다.

마치 인형들이 반란을 모의한듯
각자의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등을 돌리고 있는 경비병 인형
바닥에 쓰러져있는 카우보이 인형
장식장을 탈출한 수많은 인형
배게 옆에 누워있는 곰돌이 인형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날은 밤새 인형들과 얘기를 나눴다.





인형들의 불만을 풀어줬다.

각자 원하는 바가 있더라구
인형들의 소원을 들어줬더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경비병 인형에겐 봉급 인상을
카우보이 인형에겐 새 모자를
장식장에 갇혀있던 인형들에겐 같이 산책할 권리를
배에 칼을 넣어놨던 곰인형은 내가 다시 안아주길 원했다.
이 아이들이 나를 배신하는 것만큼 무서울 일은 없다.
그걸 막기 위해선 뭐든 해줄 생각이었다만
생각보다 사소한 부탁들이라 살짝 안심했다.





요즘 인형들이 기어오른다.

저번에 한번 소원을 들어줘서 그런가
주기적으로 나한테 반항하고 뭔가를 요구해온다.

경비병 인형은 신발장에 못으로 박아버렸다.
카우보이 인형은 밧줄로 목을 매달아버렸다.
장식장은 자물쇠로 잠궈버렸다.
유일하게 얌전한 곰돌이 인형은 여전히 안아주고 있다.
버릇없는 아이들에겐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역할에 충실하면 상을 준다는 것도 알아야한다.
다른 아이들이 곰돌이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곰돌이는 언제나 내편이니까





곰돌이가 배신했다.

자기 배를 손으로 가르더니 품안에서 칼을 꺼냈다
칼을 들고 내쪽으로 천천히 걸어온다

경비병 인형이 못에 박힌채로 나를 쳐다본다
카우보이 인형이 밧줄에 목을 매단채로 나를 쳐다본다
장식장에 갇힌 인형들이 나를 쳐다본다
곰돌이 인형이 칼을 들고 나에게 온다
천천히 조심스래 내 배를 가른다
곰돌이 인형이 내 뱃속에 솜을 채워넣는다
장식장에 갇힌 인형들이 박수를 친다
카우보이 인형은 기쁜듯 밝게 웃는다
경비병 인형은 만족한듯 눈을 감는다





epilogue


인형으로 가득찬 사건현장 앞에서
어떤 형사가 전화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은 어떤 미친 여자가
인형안에 식칼을 넣은 채로 안고 자다가 찔려 죽었다는건가요?

요약해보자면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피해자 집 안에서 몰래 같이 살고 있다가 들켜서 체포됐었다..
근데 그건 좀 지난 사건 아닙니까?
그 사람 지금 구치소에 있지 않습니까

지금 저도 현장에 막 들어왔는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곰인형을 안고 죽었으면 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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