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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몽중의 기로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31 16:00:03
조회 3037 추천 67 댓글 8

0f9ff47fb0806cf023e9f3e2439c70651af7a248799e872a447785d5f74f9d86e775bae3bc854c7daa64f8428a84ca230aba171d

깨어나십시오. 
귀하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단순히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
사악한 저의를 감춘 채 연기를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귀하가 그것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
아름답고 그리운 현실로 탈출하기 위한
지침서를 준비하였습니다.
반드시 숙지 후 이행 ••••
(후략)


저런 문자를 처음 받은 건 정확히 일주일 전이었다.

처음에는 어디 사이비 종교단체에 내 번호가 팔렸나 
싶어 번호를 차단하고 무시했다.

그러나 이 사이비들은 집념이 어찌나 대단한지,
3~6시간 간격으로 번호를 바꿔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문자를 보내 왔다.


슬슬 저 괴집단이 보내는 헛소리 문자가 질릴 무렵,
저 문자의 발신자가 사이비라는 생각을 깬 문자가 도착했다.

[위급재난문자]/[국가정보원 특수재난관리처]
깨어나십시오. 
귀하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단순히 당신을 유혹하기 위해
사악한 저의를 감춘 채 연기를 하는 것입니다.
(후략)

위급재난문자를 요란한 사이렌 소리도 없이
보낼 수 있는 사이비 단체는 없지 않는가.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안온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내가 무슨 재난 상황에 빠진 건지 궁금하여,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신상정보]: 김**, 남성, 27세, 무직 (2024년 기준)

[가족사항]: -

[개요]: 2021년 09월 21일 05:32 경 
<깨지 않는 꿈> 현상 발현. 신체는 2021년
09월 26일 00:13 부로 서울특별시 소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 중.
경증의 영양실조 소견을 제외, 신체적 특이사항 없음.

[특이사항]: **병원장 조**의 요청으로
2024년 03월 24일 09:00 부
<뇌파송신체계 a.1.0.>를 통한 수칙서 발송 시작.
발송 실패 방지 목적으로 03월 31일 09:00까지
3시간 간격으로 지속 발송.


여기까지 읽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놀랍게도 나와 맞는 정보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24살 이씨 여자가
27살 백수 남정네 김씨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저기 무슨무슨 송신체계가 알파 버전인데,
내용이 잘못됐나? 발송이 잘못 됐나?
아니지, 애초에 저런 게 왜 나한테 온 거지?

라며 점점 혼란스러워질 무렵,
바로 아래 문구가 내 눈에 들어온다.


*해당 신상정보는 꿈을 꾸고 있는 당신의
현재 신체적 정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뭐, 그럼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가 현실이 아닌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하며
아래 나온 수칙들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한다.


0. 이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을 
다른 모든 개체에게 들키지 마십시오. 
본 수칙은 절대적입니다.

다른 개체가 귀하의 깨달음을 인지한다면,
귀하의 탈출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1. 귀하가 이곳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
모든 인간형 개체의 외모, 신체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개체와의 조우 간에 절대로
그것들의 외관에 어색함을 표하지 마십시오.

1-1. 1번 항목은 *년 이상 꿈 속에 머문
인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수칙입니다.


당장 창문을 열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해 봤지만
용모가 이상한 사람은 없었다.

꿈 속에서 지낸지 너무 오래 돼서일까.

솔직히 난 이게 진짜 꿈인지도 모르겠다.

저 27살 남자가 내 진짜 정체라면,
7살 때 부모님과 손 잡고 간 놀이공원,
19살, 한창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의 잊지 못할 첫사랑,
20살 때 처음 마신 소주 세 잔에 맛이 간 내 모습은
대체 어디서 나온 기억이란 말인가.

혹 내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을까 하여
나머지 수칙들을 읽어본다.


(중략)
4. 해가 지기 전에 남산타워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십시오. 이때 탑승할 택시의 번호판이
<33아>로 시작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이때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택시를
직접 운전하셔야 합니다.

운전을 기사에게 맡겨도 택시는 갈겁니다만,
절대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로 
도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4-1. 본 상황에서의 운전 간에는
절대로 양쪽 눈을 전부 뜨면 안 됩니다.

한쪽 눈씩 번갈아 뜨는 것을 추천합니다만,
그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눈을 감고 운전하십시오.

만약 양쪽 눈을 전부 뜨고 운전하신다면,
보여서는 안 될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중략)
11. 이제 마지막입니다. 두 손과 두 발이 
각각 완전히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게
전망대를 정확히 15바퀴 완주하십시오.

본 과정에서 귀하의 이상 행동을 인지한
주변 개체들이 필사적으로 귀하를 방해할 것입니다.

절대 그것들에게 지지 마십시오.

당신은 주변 개체들의 강도 높은 방해와,
상실되는 인지능력과 방향감각을 사수하시며
전망대를 딱 15바퀴만 완주하여야 합니다.

1바퀴라도 덜 돌거나 더 돌면
귀하가 시행했던 앞선 모든 과정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완주하였다면,
전망대의 외벽이 사라져 있을 것입니다.
전망대 아무 곳에서 떨어지십시오.

축하합니다. 귀하는 생환하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수칙이다.

그러나 저런 괴상한 수칙보다 더 말이 안 되는 건
나머지 대부분의 수칙은 뒤로 갈수록
심하게 훼손되어 해석조차 난해하다.

정말 송신기가 최초 버전이라 오류가 많아서
이렇게 발송이 되어서였을까.

가령 10번 수칙은 이렇다.


10. 귀하는 *&₩;@:@ ******* 살*****
아*********남******아@:&;&:-¥$<£|¥
(후략)


수칙서를 전부 읽은 내 결론은 이렇다.

저 수칙서의 사실 여부를 떠나,
수칙서의 내용을 온전히 이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편, 수칙서의 내용도 심하게 훼손되었다.
사실상 해석에 실패한 항목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진 절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저 난해한 수칙서의 
모든 항목을 관통하는 단 한 가지의 특이점을 찾았다.
이게 꿈이라는 걸 눈치챈 걸 저것들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되잖아?
또, 만에 하나 저게 사실일지라도
지금 내게 누려진 모든 축복들을 포기하고
중환자실에서 3년을 썩은 무직 백수 고아로
돌아갈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나는, 몽중의 기로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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