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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매진 컴퍼니]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고헴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8 17:23:57
조회 581 추천 6 댓글 0
														


귀하는 현재 <하늘산>이라고 명명된 이상현상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귀사의 장비로는 격리할 수 없는 거대한 이상현상인 바, 본 안내서를 첨부하여 귀하의 생존에 도움을 드리는 바입니다.


이매진 컴퍼니 측에서 파견된 직원이라면 본 규칙서의 가장 상단에 하늘산이라는 표기가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 주시고 규칙서를 최신화 해주시길 바랍니다.




0. 수칙서는 모두 암기 후 즉시 폐기하여 주십시오.


하늘산을 무사히 탈출하는 가장 좋은 루트는 하늘산의 존재들에게 당당함을 보이는 것입니다.

야생동물들이 도망가는 인간 보다 덩치를 최대한 부풀리고 맞서려는 인간을 피하려는 것 처럼 이곳에 상주하는 그것들 역시 당당하게 맞서는 인간을 피할 것입니다.


귀하가 하늘산을 오르는 동안 그것들은 귀하를 계속 주시하고 있을 것이며 수칙서를 읽는 등의 나약한 행위를 할 경우 그것들이 귀하를 얕 잡아 볼 것입니다.




0-1. 최대한 빠르게 등산을 시작하십시오.


그것들은 입구에 서 있는 귀하를 감시할 수 없으나 당신이 산의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은 알아 차릴 수 있습니다.

시간을 오래 끌 수록 겁이 많다는 인식을 심어줄 뿐입니다.


다만 금일이 일요일 20시 이전이라면 얌전히 대기하고 있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기적으로 하늘산을 방문하는 귀사의 직원이 하늘산 탈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경우 귀하의 유가족들에게 25억 상당의 배상금이 지급됩니다.



0-2.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본 수칙은 수칙서의 어떤 수칙 보다도 우선시 됩니다.

뒤를 돌아 본다는 것은 약함의 증명, 스스로의 강함으로 하늘산을 돌파할 수 있지 못한다면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됩니다.




하늘 산의 탈출 루트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수칙서를 꼼꼼히 확인하시고 가장 적당한 루트를 골라 선택하시면 됩니다.



1.등산로 초입의 우회길


첫번째 루트는 산을 걸어 올라가다 보이는 산책로입니다. 이를 따라 가시면 귀하는 산을 반바퀴 돌아 출구쪽으로 내려가실 수 있습니다.


하늘산의 초입에는 강한 괴이들이 없으나 그 수가 많습니다. 등산로를 올라가는 내내 뒤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질 것입니다.


가까운 지인, 친척, 위험에 빠진 사람 등 수많은 소리가 들려올 테지만 절대로 뒤를 돌아보셔서는 안됩니다.

되도록이면 발걸음 속도도 줄이지 않고 걸으셔야 합니다. 뒤에서 서걱, 서걱 하면서 무언가를 써는 속도가 들려온다고 해도 뛰지 않고 여유로운 걸음 속도를 유지하십시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들은 당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갑자기 발목이 잘려 나가는 감각이 느껴진다 해도 무뚝뚝하게 걸어 나가십시오.

그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98%의 확률로 현실이지만 환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귀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통에 굴복해 쓰러진다면 귀하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무사히 올라오다 보면 우측에 작은 길 하나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표지판에 쓰여져 있는 말을 무시한 채 우회로에 발을 들여 놓으십시오.

이제부터는 그것들이 실체를 가지기 시작할 겁니다.


머리가 세개 달린 고양이, 다리가 2.328개인 인간, 이빨이 하나인 달팽이 등이 귀하를 노릴 겁니다.


무시하십시오.

귀하가 용기를 잃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당신을 죽일 수 없습니다.


고양이가 귀하의 머리를 물어 뜯어도.

인간이 귀하의 몸에 매달려도.

달팽이가 귀하의 심장쪽으로 기어 오는 게 보이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차분하게 걸어 나가십시오.

그들은 절대 귀하를 죽일 수 없습니다.


조급해 진다고 해서 절대 뛰어서 도망치거나 몸에 올라탄 그것들을 때어내려 해서는 안됩니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머리가 반쯤 짖어진 곰 한 마리가 우회로의 끝을 막고 있는 것이 보일 겁니다.


너무 느긋하게 걸어오지 않았다면 달팽이는 아직 당신의 심장에 닿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뛰셔도 됩니다.

귀하가 지을 수 있는 가장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곰에게 뛰쳐 드십시오.


학습된 공포는 인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곰을 지나쳐 우회로의 끝에 도착한다면 이제 산을 내려오셔서 출구로 향하시면 됩니다.

출구로 내려오는 길에 고양이와 인간, 달팽이 모두 언젠가 사라져 있을 겁니다.


만일 괴이들이 여전히 몸에 붙어있다면 귀하는 이미 사망한 것이니 얌전히 처분 과정을 기다리십시오.

출구에 마련돼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주시면 곧장 치료 과정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2. 산 중턱에 있는 터널.


우회로를 지나쳐 앞으로 더 나아가기 시작하면 이제는 왼쪽 손목이 무언가에 의해 썰리는 감각이 들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환상이며 고통을 무시하고 그대로 나아가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아픈 티를 낸다면 터널이 당신을 집어 삼킬 겁니다.


명심하세요. 절대로 용기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잘려나간 손목이 바닥에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주워서는 안됩니다.


터널을 발견하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터널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터널, 그 자체가 강력한 이상현상이기 때문에 내부에 별 다른 괴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하십시오.

발목이 잘린 상태에서도 똑바로 걷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쪽 발목을 자르는 거지만 반대쪽 무릎을 과하게 굽히고 이동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터널은 탈출하기 전까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향감각을 잃고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 지도 모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절대 멈춰서거나 뒤를 돌아봐서는 안됩니다.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사람 마다 다르지만 용기를 유지한다면 못해도 30분 안에는 출구를 발견할 수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간혹 무언가가 발에 채인다면, 용기를 잃은 자에게 명복을 빌어 주시고 앞으로 나아가시면 됩니다.



터널 밖으로 나오게 되면 아까와 마찬가지로 하산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갑자기 과다출혈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옷 가지로 피가 나는 부위를 감싸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미 용기를 증명했다면 잠깐 머뭇 거리는 걸로 이상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후 하산하시면 구비되어 있는 연락처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치료 인력을 보내겠습니다.



3. 정상을 너머.


3번항목은 최소한의 영력이없으면 시도하시면 안됩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최소한의 영력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 귀신을 보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직접 귀신을 퇴마한 수준의 영기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귀하의 직업이 무당이라면 곧장 정상을 선택하셔도 무방하며 영체를 보고 이를 퇴마하거나 성불 시킨 경력이 있다면 3번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귀하가 처음 부터 정상을 목표로 하고 올라간다면 귀하는 아무런 방해 없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단, 중간에 다른 길로 발을 들이는 순간 용기의 여부와 상관 없이 귀하는 목숨을 잃을 겁니다.


존재만으로도 영체를 소멸시킬 정도로 기가 강하지 않다면 정상까지 계속 올라가셔야 합니다.



정상에 도달한다면 인간의 형상을 한 크리스탈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함부로 정상에 도전한 인간들이 사망한 모습이며 각종 이상현상 감지기나 퇴치기의 원료로 활용됩니다.


귀하에게 충분한 여유가 있다면 이 크리스탈들을 가지고 내려와주시길 바랍니다.


하나당 25억 상당의 보상금이 지급됩니다.



정상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정상 중심에 있는 등대입니다.

산 위에 왜 등대가 있냐는 마음으로 바라볼 경우 몸의 크리스탈화가 시작됩니다.


영력이 없는 존재는 즉시 온 몸이 크리스탈이 될 것이며 영력이 있는 존재만이 간신히 변화를 버틸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저항하시며 정상을 넘어서 내려가시면 됩니다.


이전에 언급한 수준의 영력을 가지고 계시다면 큰 문제 없이 정상을 돌파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이매진 컴퍼니 외부 괴현상 처리부 2과 과장 박찬영.




나는 시계를 확인해 봤다.


일요일 13시 55분.

기가 막힌 시간이었다.



-스르륵 내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혹시..."

"네, 이매진 컴퍼니 소속 직원입니다."


혹시 몰라 뒤돌아 보지 않고 있으니 직원이 내 앞쪽으로 다가왔다.


쾡한 다크서클, 음울한 기운.


그러면서도 신기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강렬한 기운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귀하께서는 운이 좋으시네요. 규칙서는 다 읽어 보셨나요?"

"네, 안 그래도 우회로를 통해 넘어가려고 했었거든요."

"우회로요?"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내 손에 들려 있던 규칙서를 빼앗아 갔다.


"아, 이거 최신화 안돼 있는 자료에요. 정상의 등대가 힘을 잃어서 이제는 그냥 지나가도 되거든요."


-화르르륵!


직원이 수칙서를 불태우고 새 규칙서를 꽂아 놓았다.

슬쩍 꺼내서 읽어 보니 두 가지 달랐다.


하나는 정상의 등대에 대한 말이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작성자의 이름이 2과 과장 박찬영에서 2과 과장 이현솔이 되어 있다는 것.


"따라오세요. 바로 정상을 통해서 집까지 데려다 드릴 테니까요."


나는 그녀를 따라 정상으로 올라갔다.


나는 올라가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비가 찾아오는데 일주일만에 정상의 등대가 힘을 모두 잃는 게 말이될까?


그리고 아무리 힘을 잃었어도 일단 있으면 있다고 적혀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저런 의문을 가지고 정상까지 올라오니 저 멀리에 등대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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