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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프레임에서 나와요, 내 사랑

ㅇㅇ(14.5) 2024.09.30 16:28:10
조회 2908 추천 46 댓글 9
														


당신은 마른 땅을 비가 적시듯 내 인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왔죠


서걱



같은 학과 같은 학번, 연상에 말씨가 유들유들한 사람.


서걱


짧게 친 머리에 굵은 뿔테 안경을 보고는


서걱


조금 꾸미는 것도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한 것이 첫 인상이었어요



기억나나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우리 단 둘만 있었던 날


사각사각


스터디하기로 한 친구가 2명은 좀 적다고 나를 불러놓고,


서걱


배탈이 났다며 집에 가 버렸죠.




마치 드라마 클리셰


철퍽


같네요. 어쩌면 우린 만날 운명이었던 걸까요?








살려줘 ㅈ


에이, 쑥쓰러워하지 말아요.





이런 낯간지러운 말, 내 취향은 아니지만


서걱


그래도 특별한 날에 연인에게 한 번쯤 달달하게 말해볼 수 있잖아요.


개소리


진심이기도 하고요. 우리 둘은 서로를 만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하지마


적어도 나는 당신을 만나러 태어났어요


흐윽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세상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하는 어린애였죠


아파



당신은 그런 내게 본질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지이익


기억나요? 우리 첫 데이트


몰ㄹ




사진전이였죠.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뭘 드는거야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솔직히 그때의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사랑했기에




존재만으로도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당신이 너무 부러웠어요.


미안해


그래서 괜히 당신이 하는 모든 말에 딴지를 걸고 싶었어요. 억지를 써서라도




내가 추상적인 예술작품은 색 빼고 무슨 의미로 보는지 모르겠다며




너무나 창피하고 오만한 말을 해도


서걱서걱


당신은 그냥 웃으며 말해주었죠




미안해 살려줘


추상적인 작품의 가치는 형체가 없음에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그것이 작가의 의도이든, 너의 해석이든간에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악 잠시만요! 도망가지 말아요. 저도 용기 내서 하는 말이라고요




큼큼 아무튼, 그 당신의 해사한 웃음을 보는 순간




나는 너무 부끄러웠어요


내가 잘못했어


나는 당신에게 딴지라도 한 번 걸고 싶어 이상한 트집을 잡았는데


빠득


당신은 그 날선 말에 웃으며 답해주었잖아요. 진지하게.


제발


집에 가서 밤새 찾아보았죠.추상에 대해




아침 해가 밝아온 순간, 나는 내가 나의 운명 두 가지를 찾았음을 깨달았죠




내가 가야 할 길과, 그 길을 같이 걷고 싶은 사람을


살려줘


내가 이렇게 멋진 사진작가가 되고, 인정받을 수 있던 건




전부 당신 덕분이에요


철퍽


당신과 사랑하며 느낀 행복




가끔 싸우면서 느낀


주우욱


절망




이따금 찾아오는 좌절 모두를 포착해 낼 수 있던 건 다 당신의 영향이니까요



모호함과 비구상적인 모습에서 감명을 가지고 그걸 포착해내는 법을 가르쳐 준




나의 지지자, 선생님, 뮤즈, 내 사랑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사라진 것 같았어요


그때 죽었어야했


당신을 영영 잃는 줄 알았거든요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안심했는지




그런데 당신이 고작 얼굴 반 쪽이 달라진 것 때문에


안 그럴게..미안해..


그런 표정을 짓는 건 충격이에요


미안해




알잖아요? 형태는 중요치 않아요


미안해


내가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거라는 거 알잖아요


살려줘


몇 번을 말해줘도, 당신은 망가진 상태에서 헤어나올 줄 몰랐죠





나는 깨달았어요



제발


지금이 내가 당신을 구원할 기회라는 거



그거 아니야 내려놔

당신이 나를 무지와 편협함에서 구원했듯이




당신을 슬프게 하는 그 틀에서




내가 당신을 구원할게요



흐윽..




울지 말아요




알을 깨는 건 원래 힘들



어요



소리지르지 마요, 성대 상해요


뭐, 성대 같은 건 의미 없지만

기다려요, 금방 풀어줄게요

서걱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건 내 기쁨이었지만

그런 거 없이도 난 당신이 좋아요

난 당신을 사랑하니, 말 없이도 당신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정형된 것에

철퍽

목 메지 말

아요

아픈 건 잠깐이에요

주우욱

당신의 피부, 뼈, 머리카락

까득

당신을 구성하는 부수적인 것들은

까드득

세상 사람들에게는

중요할 지 몰

라도, 나에게는 아니에요

……

당신의 생김새, 몸의 형태,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고 해도

나는 세상 모든 것에서 당신을 느낄 거고

당신은 세상 모든 것으로 내 곁에 존재할거에요

서걱

그러니

사각

사각사각


달각

이제 그만

…빠각

당신을 가둬두는 그

프레임에서 나와요, 내 사랑














치킨 먹다가 뼈가 뭔가 되게 철골?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글임

뼈랑 액자..해방..이런 키워드로 써 봄

급조해서 퀄리티는 조악함. 피드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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