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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오늘도 또다시 심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방송모바일에서 작성

나폴리파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3 23: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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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방송을 청취해주시는 불멸자와 필멸자들, 하찮은 것들과 위대한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25시에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의 진행자, Static Whisper Frequency의 롭입니다.


(박자가 조금씩 뒤틀려 있는 왈츠가 잠시 흐르다 끊긴다)


흐음... 요즘은 참 별 게 다 돌아다니는 세상이지요.

생전에 품위도 없고, 죽어서도 흔적 하나 변변찮은 인간들.

그런데 그런 찌꺼기들을 모아서 파는 장사꾼들이 있다면... 웃기지 않습니까? 하하! 오늘의 방송은. 어딘가에서 수집된. 인간과, 그 외 파편들의 경매장에 청취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네, 맞아요. 일종의 광고랄까, 위탁 판매죠. 광고료를 받은 건 아닙니다만. 이, 장사꾼들에게 부탁을 받았지 뭡니까? 저 롭, 청취자 여러분께 이런 경험을 드리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자, 우선은 간단하게 오늘의 경매에 참여하시는 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번에 판매하는 것들은 물질적인 상품이 아니니만큼, 그 값 또한 물질로는 치르실 수 없습니다. 아! 저를 혹하게 할 만한 물건이 있으시다면 또 혹시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즐겁게 설명을 들으시다가. 낙찰받고 싶으신 물건이 있다면 제게 연락하셔서 낙찰받으실 상품과, 그에 지불하실 대가를 이야기해주시면 됩니다. 간단하지 않습니까?

만약 여러 청취자분이 한 상품에 몰리신다면, 상품은 가장 값진 대가를 저울에 올리신 분께 돌아갑니다.

경매품들은 오늘의 방송이 끝난 후, 일괄로 보내드리오니. 즐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자, 보죠. 오늘의 경매 목록이라... 후회 섞인 마지막 말, 분노로 얼룩진 자아 파편, 미련 덩어리로 뭉쳐진 영혼 조각, 눈물 얼룩 스크랩북, 평생 쌓인 열등감 한 통... 윽! 경유 냄새하고는. 자살 직전의 심장 박동, 자기혐오로 써내려간 일기장, 버려진 가상의 친구,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파편, ■■■■■, 죽고 나서도 스스로를 감시하는 시선. 등등! 많기도 하군요.


저는 썩 수집하고 싶지 않은 품목들이지만. 또 이런 걸 좋아하는 마니아 분들도 있기 마련이죠. 내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군요.


그럼 정말로 경매를 시작해볼까요?


(우렁차게 시작한 박수 소리가 점점 기계음처럼 깨진다)


우선 첫 번째 품목입니다. 누군가의 후회 섞인 마지막 말!

음, 짧고 간단하군요. 그때... 그냥 하지 말 걸 그랬어.


(잠시간의 정적 후 롭의 웃음)


참, 인간이란 이렇다니까요. 평생 선택하고 후회하고, 또 선택하고 또 후회하고... 아주 질리도록 반복하는 존재. 아하! 그래도 이 상품의 장점을 하나 설명해보자면.


(손가락 튕기는 소리)


뭐든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거죠! 사랑도, 돈도, 인생도, 살인도, 배신도. 뭐든지 어울려요! 전천후 후회 아이템! 하하!

좋습니다. 해당 상품의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음악 하나 듣고 오시죠.


(음이 군데군데 비어있는 미완성 첼로곡. 활이 긁힐 때마다 속삭임 같은 노이즈)


좋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품목으로 넘어갈 시간이군요. 누군가에게 버려진 가상의 친구라!


참 착하고 말 잘 듣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쓰던 친구죠? 이름은 기억 안 나고, 얼굴도 흐릿하고... 그래도 이 친구는 아직 거기 있습니다.

장롱 밑, 베개 속, 거울 뒤, 혹은... 여러분 바로 뒤. 하!


아주 착한 친구니까, 친구가 필요하신 청취자분이라면 하나쯤 옆에 두시는 것도 권장 드릴만 하겠습니다. 오, 그리고 이 친구는 특히 새벽 두 시 이후에 말을 잘 듣는다네요. 뭐든 부탁하면... 전부 들어준다고 하더군요.

아, 벌써부터 입찰 연락이 쏟아지는군요. 그동안 다시 음악 하나 듣고 오시겠습니다.


(19세기 풍의 오르간곡, 누군가 웃거나 숨죽이는 소리가 섞여 있다)


자, 세 번째 품목의 차례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파편이로군요.


조금 특별한 상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거리, 들은 적 없는 멜로디, 처음 만났는데 낯익은 얼굴... 인간들이 참 좋아하는 착각이죠.

이 조각을 낙찰받으시면 머릿속 빈 구석이 채워집니다. 물론 진짜 기억은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믿게 될 뿐.


(롭의 웃음)


원래 인간 기억이란 게 그래요. 다 지어낸 거거든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 해당 상품을 입찰하길 원하시는 청취자분들은 지금 연락 주시길 바라며. 다시금 음악 틀어 드리겠습니다.


(고장 난 음악상자에서 나오는 작은 미뉴에트. 속도가 들쭉날쭉하고 너무 오래 돌아간다)


이제 네 번째 품목에 들어섰군요. 돌이킬 수 없는, 이름 없는 무언가. 이 물건은 이름이 없습니다.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요. 부르면 안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썩 구매를 권장해 드리지는 않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걸 가지고 싶어 하더군요. 하하! 우리 청취자분들은 참 궁금증이 많으시다니까요.


열어볼 수 있습니다. 불러볼 수도 있어요. 뭐, 직접 보고 싶은 분은? 맘대로 하시죠.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한 번 열고 나면, 그걸 다시 넣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모양이든, 무슨 냄새든, 무슨 소리든... 여러분 머릿속에 그대로 남을 테니까요. 마다 그것이 여러분 이름을 불러도... 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셨고. 그럼에도 가지고 싶으시다면,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또 한 번 음악 듣고 오시죠.


(낡은 재즈 레코드, 취한 듯 비틀거리는 트럼펫과 끊기는 베이스)


슬슬 다섯 번째... 마지막 품목이군요. 왜 이렇게 짧으냐구요? 하하, 그거야 제 채널은 홈쇼핑이 아니니까요. 이런 특별 편성을 너무 오래 끌어서도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마지막 품목은. 죽고 나서도 스스로를 감시하는 시선입니다.


아, 이건 참 불쌍해요. 스스로 무덤에 누워서도 쉬지를 못하니까요. 나 죽었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아 또 살아있나? 아니네. 또 죽었네.


(유달리 유쾌한 롭의 웃음)


자기 의심이 병이 된 시선입니다. 낙찰받으시면 어디서든 누군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 거예요. 심지어 거울 속에서도, 잠결에서도, 꿈속에서도.


청취자 분들께서도 가끔 그런 기분 들지 않으십니까? 아무도 없는데, 누가 지켜보는 것 같은. 하하, 그건 저 때문은 아니고 원래 그렇습니다. 인간이라서, 말이죠. 필멸에서 기원한 존재들의 고질병이라고나 할까요?

그럼 해당 상품의 입찰 시작하며, 마지막으로 음악 틀어 드리겠습니다.


(레코드 바늘이 긁혀가는 끝자락, 웃음 같은 스크래치가 무심하게 반복된다)


...

자, 이것으로 경매는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의 색다른 시도가 청취자분들께 충분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드렸다면 기쁘겠군요. 아, 물론. 당연히 그러셨겠지만 말입니다. 경매품들은 곧 낙찰받으신 분들께 배송해 드릴 테니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길.



(멀리서 울리는 그랜드 피아노, 음들이 조금씩 늦게 따라오며 메아리친다. 곡이 끝나도 누군가 계속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럼 내일 25시에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즐거운 하루 되셨길 바라며. Static Whisper Frequency의 진행자, 여러분의 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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