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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작가가 본인 글을 쓰면서 두려워하는 게 가능함?

이혁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1 00:35:46
조회 7709 추천 108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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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좀 부정적인 입장이었음. 





작가가 본인 글을 두려워하는 게 가능하냐보다는,


본인의 글을 두려워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이게 좀더 적절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장담하는데, 작가 본인이 쓰면서는 '별로 안 무서운데?'라고 느끼는 글이 오히려 반응이 좋았던 경우가 한번쯤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함.


이건 우연이 아님. 왜냐고? 그야 독자는 정말 다양하고, 똑같은 글을 봐도 느끼는 게 제각각 다르기 때문임.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내가 별로 두렵지 않다고 느낀 걸 다른 누군가는 두려워할 수 있다'가 아님.


그 반대가 핵심임.


'내가 두렵다고 느낀 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두렵지 않거나, 심지어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가 중요함.





작가가 쓰면서 무섭다고 느끼는 글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보자.


쓴 사람은 만족하면서 올리겠지. 작가랑 공포 코드가 비슷한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거임. 아니면 소재가 마음에 든 독자들이나.


하지만 공포 코드가 다른 독자들은? 


글쎄. 웬만하면 이탈할걸.


왜 그런지 앎? 아마추어 작가의 함정임. 경험이 부족한 작가는 자기 이야기의 무서운 요소에 매몰되어 있을 때, 그 부분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다른 곳을 못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음. 짜임새가 허접해도, 문장의 리듬이 무너져도 모른다고.


물론 이건 쓰는 사람의 저점이라든가 자기 객관화 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한데… 모르겠음. 자기 메타인지 능력을 너무 과신하지 않는 게 좋음.





반대로, 자기 이야기를 애초에 무섭지 않다고 여긴다면?


두려움 이외의 다른 모든 요소에 신경을 쓰게 됨. 아 이거 별로 느낌이 안 사는데? 싶은 불안감 때문에, 작가는 온갖 잡기술을 동원해 분위기를 잡으려고 똥꼬쇼를 벌이는 거임. 소재를 더 자극적으로 바꾸고, 파격적인 전개를 넣거나, 하다못해 단어라도 수위 높은 걸로 써가면서.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글에서 공포감을 느끼든 못 느끼든 간에, 적어도, 끝까지 읽게 되는 글이 완성됨.


작가랑 공포 코드가 같은 독자, 코드가 다른 독자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거임. 난 이거 꽤 크다고 봄.


작가에게 공포감이 체감되지 않는 것 자체가 우월하다기보다는, 그게 하여금 글에 좀더 섬세한 노력을 기울이게끔 만든다는 게 중요한 거임. 완성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리고, 그런 작가의 노력은 종종 보상받지. 조회수, 댓글, 뭐든.


항상 보상받는 건 아니겠지만, 그거야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아니겠냐.





…사실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고.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는 작가도 있더라. 사실 내가 예전에도 비슷한 화제로("작가가 본인 글을 두려워하는 게 가능함?") 글 쓴 적이 있거든. 그때 댓글 중 기억나는 게 하나 있음. 닉언 안 되니까 그냥 발언만 옮기자면…


"자기 자신에게도 전율을 못 안겨주는 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절대 공포를 줄 수 없다"


뭐 이런 맥락이었음. 


대표작 언급해도 되나? 사의 찬미 시리즈랑 클레멘타인 작가임. 지금은 (좀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다 내려감... 예전에 봤을 때는 오필리아 하나 남아 있었는데 그거 지금 있는지 모르겠다


22년 말? 23년 초? 암튼 몇 년 전이긴 한데 그래도 대충 아는 사람은 다 알 거임. 혹시 이 정도 언급도 규정 위반이면 알려주셈.. 작가가 느끼는 공포 하면 이 사람 빼놓고 얘기하기가 좀 거시기해서 그럼. 애초에 이 인간이 글 안 쓴 지도 2년 넘었나? 그 정도면 그냥 역사로 언급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편의상 오필리아 작가라고 하겠음.


최근 유입들을 위해 진짜 간략하게만 설명하면, 진짜 "본인이 무서워하는" 글만 써서 올린다고 주장했던 사람임. 그 당시에 명작선/명예의 전당 이런 시스템이 없어서 아쉬운데... 지금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인이 무서워하는 것만 써서 그런가 다루는 소재가 전반적으로 유사하긴 했음. 익사, 바다, 호수, 폐수, 하수 뭐 그런 거 위주였던 걸로 기억함. 


요즘 작가들 중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는 걸로 앎. "작가라면 마땅히 자기 글을 읽었을 때 충분히 두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은 "정확히 말하면,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이야기는 퀄리티 미달이다." 같은 말을 덧붙이고 싶을 수도 있고.


근데 난 잘 모르겠음. 오필리아 작가 사건 이후로는 특히나, 좀 반대하는 입장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아무리 무서워하던 소재나 장면이어도 계속 쓰다 보니까 무뎌진 거임. 


그거야 진짜, 말 그대로, 셰익스피어 할아버지가 와도 어쩔 수 없는 일임. 예전엔 무서웠던 게 더 이상 안 무서워지는 때가 올 수밖에 없음. 당연하지 않냐? 사람인 이상 자극에 적응을 하니까. 


사실 거기까지는 괜찮거든. 슬럼프 좀 오고 마는 거니까.


문제는 그 무뎌짐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부터 발생함. 계속해서 ‘내가 무섭다고 느끼는 것만을 써야 한다’는 원칙을 고집하면, 과장된 묘사나 문장의 분위기로 때우는 걸로는 해결이 안 되거든. 본인이 납득을 못 하는 거임. 


오필리아 작가가 딱 이 전형적인 루트를 밟았음.


그럼 어쩔 거냐... 방법 있나? 


약간 트라우마 다시 되새기는 느낌으로, 직접 체험해야 공포가 확 올라오더라는 거임. 솔직히 난 이게 최선인지는 의문인데, 뭐 그 사람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겠음. 


제대로 하던데.


맨홀 뚜껑 열고 들어가서 하수도관 소재로 뭘 쓴다든가, 일부러 물에 빠진 다음 119 자진신고한다든가.






이쯤 되면 내가 대충 무슨 말 하려는지 눈치 빠른 애들은 알 거임.


이게 위험해지는 건 진짜 한순간임. 자세하게 서술은 안 할 거임. 좀 예민한 문제기도 하고.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이 인간이 공포 그 자체를 생산하려고 들었음. 글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글 쓰려고... 체험(진짜 순화한 단어임)을 하는 거.


난 적어도 여기까지는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었다고 봄. 그냥 키보드 샷건 쳐서 절필하고 상담 좀 받으면 될 문제 아니냐.


근데... 모르겠다. 말했지, 자기 객관화 능력 너무 과신하면 안 된다고.






순수한 두려움을 느껴야만 쓸 수 있다. 내가 볼 때, 이건 일종의 강박임. 


그런다고 완성도는 높아지지 않음. 공포의 진정성? 그건 솔직히 난 잘 모르겠고, 사실 냉정하게 보면 공포와 불안은 결국 사람을 소모시키는 감각이란 말임. 


그대로 악순환임. 멘탈 나간 상태로 글이 써지겠냐? 





난 그 새끼가 뭔 짓까지 했는지 앎.


진짜 잘 봐줘서 본인 몸 본인이 망치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 다른 사람 끌어들이는 건 좀 아니지 않냐?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냐면, 그냥 뭐 사과문 하나 올리고 계정 없어졌다고 들었음. 그때 실시간으로 달린 게 아니라 사과문은 나도 못 봄. 사의찬미 시리즈랑 다른 글들은 좀 더 이후에 삭제됐고.


모르겠음. 나는 그 꼴 나고 갤 터지기 직전까지 가는 걸 예전에 한번 본 입장이라 그런가... 자기가 쓴 글을 보고 무서워해야 한다느니, 나는 내 글이 안 무서운데 어떡하냐느니, 이런 얘기 더더욱 의미없다고 본다.


너무 무섭냐 아니냐에 집착하지 마셈.


뻔한 얘기지만, 그런 고민 할 시간에 그냥 써라.


공포든 뭐든 모든 감각은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그걸 부정하려다 좃된 예시가 없는 것도 아니잖냐.








그리고 이거 오필리아 작가가 본인이다 싶으면 댓글에 0000이라고 써주라.


살아는 있냐?







+


아 맞아 초기 파딱이었던 걸로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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