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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도깨비불에 관한 이야기

도선의군주라쓰고노예라읽는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7.29 03:19:40
조회 8396 추천 22 댓글 11
														



어디서부터 이 얘기를 해야 좋을까?

그래,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여기가 내가 겪은 모든 이야기들의 시작점이니까.

참, 지금 이 이야기를 읽을 모든 이들에게 미리 말할게.


이건 내가 겪은 이야기를 정말 조금 각색한 내용이야.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지. 믿을 지 말지는 너희의 자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있던 일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재미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가 이 새벽에 굳이 시간을 내서 이 글을 쓰는 이유야.



1. 배경


2002년 여름, 월드컵의 열기가 한국을 후끈하게 달궈놓을 무렵, 12살의 나는 부모님과 함께 필리핀에 잠깐 살게 되었어.


이유가 뭐였는지 이제 와서는 기억이 잘 나질 않아. 아마 건설업 관련된 아버지의 사업 때문이겠지.


어릴 적부터 해외를 계속 다니곤 했으니.


그렇게 필리핀 마닐라의 알라방이라는 지역으로 가서 부모님과 같이 살 집을 구했는데, 그 집은 어린 내 기억으로도 굉장히 큰 대 저택이었어.

왜,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큰 집에 우리 가족만 들어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 전에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홈스테이를 운영하던 곳이더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

너희가 상상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집의 대문이 그 유럽 성당들 보면 여는 나무 대문 두개 있지? 그정도로 컸고, 무거운 그 문을 밀고 들어가면

1층이야. 1층에는 방이 세네 개, 강당같이 큰 방 하나.


굉장히 큰 거실과 2층으로 올라가는 낡은 나무 계단이 있었어. 물론 계단도 좌우로 엄청나게 길었고. 
 
2층은 무슨 호텔처럼 복도가 쫙 길게 늘어서 있고, 방이 굉장히 많았는데,


낡은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 정중앙으로 올라갔고,


양쪽 끝에 스크류 형식으로 꼬여서 만들어진 철제 계단이 있었지.

그리고 문제의 3층인데, 이건 그 집에 온 첫날,


너무 어리니까 호기심에 구석구석 탐험하던 중에 2층 왼쪽 끝 계단만 한칸 더 올라갈 수가 있더라고?



문제는 그쪽에 조명이 없어서,


너무 어둡기도 했고 계단 층계도 어린 나한테 너무 높아서 조심조심 두근두근하며


한발짝 한발짝 올라갔지. 3층까지 올라가는데 꽤 시간이 많이 걸렸어


그리고 딱 올라간 순간 2층과 비슷한 복도가 어슴푸레 보이는데,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였거든? 근데 암순응이라고 하나? 그래서 눈앞에 딱 보이는게 있는데



DO NOT ENTER FROM HERE

"절대 여기는 올라가지 마라"



20년이 지난 아직도 기억나.


그 어두운 데서 혼자 빛나는 듯이 걸려있는 하얀색 경고판과 빨간 영어.


밑에 유성매직으로 삐뚤삐뚤하게 작성된 한국어 글씨까지.



2. 발단


그걸 보는데 너무 무서워서 소름이 쫙 돋는거야.


이 앞에 뭔가 존재하면 안될 것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오싹한거지. 몸이 으슬으슬하고 추워지는 그 기분.


밖은 아직 해가 쨍쨍한 오후인데, 분명 습하고 더운 필리핀의 기후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추웠던 적이 없었어.

다시 1층으로 내려갔는데 부모님이 그 때 마침 다른 누군가를 만나러 가서, 내가 본 걸 얘기할 수가 없었어.

나는 그 후에 두근두근하고 나만이 아는 비밀이 생긴 것처럼 괜시리 긴장되고 뭔가 대단한 느낌을 나 혼자 간직하고 있었지.

(왜 이후에 부모님한테 얘기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보면,


곧바로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잠에 들었다가 일어나보니 별거 아닌 것처럼,


혹은 나만이 이 저택의 비밀을 알고 있어! 하는 어린아이 특유의 그 모험심이 아니었을까 싶어)



시간은 흘러, 몇 개월이 지나고 나는 그 지역에 사는 또래 남자애들과 친해졌어.


농구도 하고, 집 지하에 있는 게임방에서 플스도 하고 포켓볼도 치고.

그러다 보니 그 중에서도 마이클 킴이라는 녀석과 잘 맞는 친구가 됐어.

알지? 우리 때는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게 국룰이니까.

이 마이클이라는 친구는, 호기심이 엄청나게 많아서, 얘기를 하다 보면 반응이 재밌던 친구였어.

그러던 와중에 서로 무서운 걸 얘기하는 시간이 왔는데,


여러 레파토리를 반복해서 쓰다가 문득 우리 집 3층 생각이 났어.

지금 생각해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하는 가정을 해보곤 해.

마이클이라는 친구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지? 호기심이 뛰어난 친구였다고 했지.

얘가 그 얘기를 듣자마자 무조건 가봐야 한다. 너 거짓말 아니면 바로 같이 가보자.

애가 난리가 난거야.

그때가 저녁먹고 나와서 마지막으로 노는 시간이었는데 (필리핀은 해가 늦게 졌어, 한 9시였나?) 


어둑어둑하고 밤도 늦었고 해서 그러면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


얘랑 워낙 친해서 종종 우리집에서 자고 갔으니 문제도 없었거든.

여튼 그렇게 돼서 우리는 3층 탐사를 계획했지. 우리 부모님이 주무시면 같이 올라가보자 하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무서웠지만, 오히려 그래서 처음 내가 느꼈던 오싹함을 얘도 같이 느꼈으면 했던 것 같아. 

일단 나는 밤이 되면 절대 2층으로 올라가지 않았어.


2층 중앙계단 나무가 오래 되어서, 삐걱- 삐걱- 하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무서웠거든.


불쾌한 칠판 긁는 소리와 맞먹는다고 생각해도 좋아.

그런데, 마이클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그런 건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용기가 났지. 

그렇게 시간이 되고, 부모님도 곤히 잠들 무렵까지 우린 키득거리며 기다렸어.


3.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 팔에 계속해서 소름이 돋아. 그 시절의 그 기억이 재생되어서일까?

아,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해. 어리석었던 어린 나야. 그때 그 얘기를 내가 마이클에게 왜 했을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만의 작은 비밀로 계속 간직하면서 3층 경고문, 그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간직했었어야만 했는데.



4. 미안해 마이클. 내 친구 준현아. 20년 전에 이 이후 연락이 끊겼던 너인데, 만약 기적적으로 너가 다시 기억을 찾았고, 또 정말 로또 2번 연속 1등보다 더한 우연의 확률로 낲붕이가 됐다면, 그리고 로또 5번 연속보다 더한 우연의 확률로 너가 이 시간에 깨어있어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혹은 내가 그 이상의 확률로 념글에 갔다면. 그리고 로또 10번 연속 1등보다 더한 우연의 확률로 이 하얗게 처리된 글을 스크롤해서 읽는다면, 정말 그 0.00000000001%의 기적이 발생한다면, 내 갤로그에 꼭 연락처를 알려주면 고맙겠다.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고, 가정도 꾸렸고, 너와 대화할 의지도 있고, 혹여 너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도와줄 용의가 충분하니까. 꼭, 부탁이야. 기다리고 있을게.





5.

여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부모님이 잔다고 확신한 우리는 조심조심해서 2층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어.

불쾌한 소리는 우리의 심리적 흥분과 짜릿함, 카타르시스를 더 자극했고, 귀에서 멀어졌지.


과연 3층에 거기엔 뭐가 있길래 절대 출입하지 말라는 걸까.

이미 기다리면서 수도 없이 상상하고 얘기했던 주제였지만, 우리 둘은 속삭이면서 발끝을 들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2층에 도착했고.

거기서 본 건.

저 멀리 너무도 어두운 왼쪽 복도 끝에서.

깜빡.

깜빡.

그건 공중에서 점멸하면서 위, 아래로 흔들리는 불이었어.

그 불은 주황색과 붉은색이 기괴하게 섞인 색이었단 말이야. 아주 은은하게 빛을 내면서.


6.

그걸 처음 봤을 때, 시간이 정지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지금 성인이 돼서 얘기하자면, 인지부조화가 온거지. 

내가 알고 있던 상식적인 무언가가 부서져서 반응이 느렸어.

정말 2초정도, 나와 마이클은 동시에 거기에 홀린 듯 쳐다보다 다시 우리가 마주보기 시작한 시간. 단 2초.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왼쪽 복도 끝을 보았을 때에는,


마치 허깨비에 홀린 듯 아무것도 없이 어두컴컴한 칠흑같은 복도 뿐.

숨도 쉬지 못하고 굳어있던 나에게, 마이클은 물어봤어. 방금 봤냐고.

나는 말도 못하고 고개도 간신히 끄덕였지.

소리를 지르고 싶었는데, 그거 알아? 진짜 놀라면 꺽, 꺼억 소리와 함께 심장이 엄청 뛰는거.

나도 알고싶지 않았어.

그래, 내가 마이클한테 얘기는 할 수 있었다고 치자. 근데,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7.


이 친구의 호기심을 막을 수가 없는 걸 나는 그의 얼굴을 보고 바로 알았어.


애들끼리니까 통하는 그 무언가 있잖아. 이심전심? 여튼 얼굴이나 표정만 보고도 알기가 쉬웠지.

마이클은 계속 나아가고, 저게 뭔지 파악하고 싶어했던 거야.

나도 직감적으로 예상했을 때, 내가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하면 마이클이 실망할게 두려웠기도 했고,


또 겁쟁이라고 놀림받는게 무섭기도 해서, 눈빛과 고개 끄덕임만으로 우리는

어둠을 헤치고 2층 왼쪽 복도 끝으로 살금살금 접근했어.


텅-

텅-


그 은은하고도 기묘하게 흔들리던 불이 있던 곳은, 2층 복도 끝이라고 내가 얘기했었지?


그리고 거기엔 철로 만든 나선형 계단이 있다고도 했고.

아무리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도, 계단의 단차가 듬성듬성하게 워낙 높았던지라 (성인한테도 버거운 높이일거야),


소리가 안 날 수가 없었다고. 근데 이제, 그 철제 계단을 밟는 소리가 나는 너무 소름끼치게 무서운거야.

결국 나는 3층이 딱 보이지 않는 선에서,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됐어.

공포감이 온 몸을 지배한거지.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그 철제 계단을 밟는 소리가,

텅-

마이클은 나보다 두 계단 앞에서 그런 나를 뒤돌아보더니, 다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8. 

여기까지 썼다가 지우고 지금 10분정도 생각했어.
이후의 이야기를 쓰는게 좋을까?

9.

요약해서 빠르게 결과만 쓸게. 좋은 기억은 아니니까. 정말로


10.

마이클은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달려오다가 어두운 계단을 보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맞는 표현인가? 계단이 있던걸 인식하지 못한 것 같아)

이윽고 내 뒤(밑?) 에서 쾅 콰당 쿵- 우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내 기억은 여기서 끝이야.

계단이 나선형이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나한테는 뭔가 위로 휙 하고 지나간 느낌이었어. 그도 그럴 게, 너무 빨랐거든.

이후 우리 부모님은 나를 걱정해서인지 집을 바로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이사했어.


저택이 아닌 그냥 평범한 1층짜리 집으로.

나중에 정말 대학교 입학했을 때였나? 부모님한테 듣기로는

경추였는지 머리였는지를 낙하할 때 크게 철 계단에 박아서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했대.


근데 있잖아.

도대체 3층에서 뭘 봤길래 그 호기심 많고 용감했던 친구가 두려움의 비명을 지르며


계단이 있는지 없는지 경황이 없을 정도로


뒤돌아 뛰면서 도망을 쳤을까?

너무 어린 나이라 주소도 모르고 부모님도 그런 건 당연히 기억 못하고.

구글어스로도 찾아보려니 전혀 모르겠더라고.



그건, 도깨비불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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