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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우리 사장님 진짜 미친 거 같아요

Nevermor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8.06 20:27:24
조회 36707 추천 235 댓글 29
														



편의점 사장은 첫인상부터 불길했다.

날카롭게 찢어진 눈과 잔머리 한 가닥도 용납 못 하겠다는 듯이 철저하게 넘겨 빗은 머리, 티끌 한 점 없는 셔츠와 칼 주름이 잡힌 정장 바지, 뾰족한 턱, 뱀이 사람으로 변신하면 이런 얼굴일까. 그러고 보니 입을 열 때마다 언뜻언뜻 보이는 혓바닥 끝이 조금 수상한데. 기분 탓이겠지만.



“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사장이 일러 주는 주의 사항은 끔찍이도 길었다. 대부분은 보통의 편의점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이라 대강 흘려들었다. 그러자 그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네, 그렇고말고요.”


“우리 편의점 시급이 다른 곳보다 높은 이유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아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난 할 일 목록이 적힌 종이를 한 번 더 살펴보았다. 상품 진열, 재고 정리, 유통기한 지난 거 빠르게 폐기, 특별한 손님 몇 명 응대, 매장 청소 등등. 가게 앞에 사는 길고양이(호냥이라는 이름의 치즈태비) 밥 챙기는 것 빼곤 일반적인 편의점과 다를 바 없다. 저 아저씨가 왜 오버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럼, 내일 저녁 9시부터 근무하세요. 반드시 8시 50분까지 와서 수칙서 외워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이 미간에 주름을 그었다. 앵무새 같은 복붙 대답이 영 못마땅한 눈치다. 하지만 계약서는 쓰였다. 무른다고 하지도 못하겠지.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왔다. 시급 30000짜리 편의점 알바라니 이 얼마나 개꿀인가.


다음 날 저녁, 내 안이한 생각은 근무 시작 5분 만에 보기 좋게 박살났다. 매장 내부에 CCTV가 촘촘히 깔려 있을 때부터 눈치채야 했는데. 정신병자 같은 사장 놈이 어지간히 할 일도 없는지 숨 쉬듯이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출근하자마자 수칙서 읽으랬는데, 왜 안 봅니까?]

오후 09:00분

» 죄송합니다. ㅠㅠ 읽을게요



[과자 진열대 상품 배치가 틀렸습니다. 볼케이노 감자칩 오른쪽에 포커 칩 타르 맛이 와야 합니다.]

오후 09:05분

» 네 바꾸겠습니다



[맛스봉 소시지는 통에 꽉 채워 진열하지 말고 1/3쯤 비워 두세요.]

오후 09:30분

» 네 그렇게 할게요



[검은 중절모에 검은 코트 입은 손님이 담배를 사려고 할 때는 면상의 액면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신분증을 요구하세요. 신분증에 뭐가 적혀 있는지 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오후 09:40분

» 헉 무섭다 알겠습니당



[카운터에서 식사하지 마세요] 놈들이 알아챕니다

오후 09:50분 »

죄송합니다



[마스크 진열된 곳에 빨간 마스크 걸려 있습니다. 즉시 떼어다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오후 09:55분

» 마스크가 쓰레기통에서 비명을 지르니까 호냥이가 먹었어요… 별일 없겠죠?



[카운터에서 졸면 안 됩니다. 일어나세요.]

오후 10:00분

» 죄송합니다



[손님 없어도 폰 하지 마세요]그것들의 기척을 놓칠 수 있으니

오후 10:10

» 사장님 문자에 답신한 건데… 죄송합니다



[매장 취식 테이블에 라면 국물 묻은 거 닦으세요.]

오후 10:20

» 넵



[매장 내에 손님 있을 때는 앉아 있지 마세요]빠르게 도망치기 힘들어요

오후 10:30

» 넵ㅜㅠ



[소주 재고 점검 대충 하지 마세요.]

오후 10:45

» ㅠㅠ 네 알겠습니다



[하이힐 신은 여성이 올 시간입니다. 반드시 빨간 마스크는 이제 안 판다고, 말해야 됩니다.]

오후 11:00

» 물어보지 않아도 말해주는 거 맞죠? 알겠습니다



[유니폼 바르게 착용하세요. 조끼 입고 지퍼 올리세요.]

오후 11:05

» 네 죄송합니다. 더워서 그랬습니다



[하이힐 손님한테 왜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불친절하군요. 근태 점수 깎습니다]이제 너를 따라다닐 겁니다

오후 11:10

»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뛰쳐나가던데요…



[호냥이 밥줄 시간입니다. 테라스에 있는 사료 밥그릇에 부어 놓고 물그릇에 새 물 받아 놓으세요] 자정을 무사히 넘기고 싶다면

오후 11:20

» 호냥이 입이 이미 빨간데 밥 또 줘야 해요?



[호냥이 사료 모자랍니다. 더 주세요. 그 사료는 신선한 고기로 만든 생식 사료라 원래 냄새가 심하니 무시하세요]학생이 먹히기 싫다면

오후 11:30

»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바닥이 지저분합니다. 청소하세요.]

오후 11:40

» 넵넵



[남은 담배 재고 확인 대충 하지 말고 보루 개수 똑바로 세세요.]

오후 11:55

» 네 다시 세겠습니다



[자정에는 카운터 밑으로 숨어서 숨 참고 있으랬는데 재채기는 왜 한 겁니까?]

오전 12:05

» 호냥이 밥 주다가 고양이 털이 묻어서… 제가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요



[창백한 얼굴의 초등학생이 와서 엄마 아빠가 바다에 빠졌네 어쩌네 얘기하면 절대 귀담아듣지 말고 아무 담배나 한 갑 줘서 돌려보내세요. 동안이라 그렇지 나이 많습니다.]

오전 12:20

» 네 알겠습니다



[화장실 입구에 토한 거 닦으세요. 자기 토사물은 스스로 치워야죠.]

오전 12:40

» 네 알겠습니다



[호냥이가 문 긁어도 열어주지 마세요]그 녀석 지금 배고파요

오전 01:00

» 네 알겠습니다



[가게 바닥에 피 닦으세요] 문 열어주지 말랬잖아요

오전 01:10

» 네 알겠습니다



[가게 바닥에 피 닦으시라니까요, 오른팔만 있어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오전 01:15

» 네 알겠습니다



[피 닦았으면 냉장고에 비타민 50 음료 채워두세요. 10분 뒤에 검은 손님들 다섯 명 와서 그거 사 갈 건데 절대 얼굴 보지 말고 이름 물어도 대답하지 마요.]

오전 01:30

» 네 알겠습니다



[이름 뭐라고 할지 생각 안 나면 조끼에 달아 놓은 가짜 명찰 가리키면 되는데 왜 솔직하게 자기 이름을 말한 거죠? 일 진짜 못하네요.]

오전 01:55

» 네 알겠습니다



[안 되겠네요. 오늘까지 하고 그만두세요. 사장의 지시에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셨어야죠.]

오전 02:00

» ㄴ



[급여는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 계좌로 들어갈 테니 그렇게 아세요.]

오전 02:10

»





아르바이트생은 더 이상 답신하지 않았다. 8 분할된 CCTV 화면에는 드르륵 울리는 휴대전화와 벗어둔 조끼가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장면과, 신난 호냥이가 맛스봉 소시지를 뜯어 먹는 모습만이 잡힌다. 웬만한 건 호냥이가 처리하겠지만 가게 한가운데 고인 피 웅덩이는 직접 가서 치워야 한다. 사장은 자동차 키를 챙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알바 또 구해야 되잖아… 인간 새끼들은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 처먹지?"



가게로 향하기 전, 그는 컴퓨터를 켜고 49번째 구인 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급구] 황천 24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1. 시간 : 저녁 9시~오전 6시


2. 조건 : 성별 나이 학력 무관

              사장의 지시를 잘 따를 것

              ★ 고양이 알레르기 없어야 함(중요)★


3. 시급 : 30,000원 (주휴수당+4대 보험 보장)


4. 연락처 : 010-66xx-4xx4


5. 유의 사항 : 제 지시가 납득가지 않을 때도 있고 꼰대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니 귀담아들을 분만 지원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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