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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이것은 나의 이야기이다모바일에서 작성

니머릿속비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0.30 19:37:53
조회 8240 추천 22 댓글 5
														

내 나라가 사라지기 이전, 되돌릴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아니? 알아챌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안녕하십니까? SBK 아홉 시 뉴스의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 김새봄, 아나운서 정현호입니다."


- 언제나처럼 밥을 먹는 도중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12시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이 첫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전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이 지니고 있던 탑승동 시설의 이점과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이 지닌 넓은 시설과 좋은 서비스라는 이점을 모두 갖춘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이 출범했습니다."

"첫날부터 이용 고객 수 12만 7천 명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고운형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고운형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SBK뉴스 고운형 기자입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의 상황은 어떤가요?"


"네. 지금 보이는 이곳은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의 중앙광장으로 많은 여행객들에 의해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용 항공사는 아라베스크 에어라인 얼라이언스, 밸류 얼라이언스, 스카이팀 등의 항공 동맹 소속의 항공사들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 이상했다. 

- 아라베스크 에어라인 얼라이언스, 밸류 얼라이언스 모두 이미 망해서 사라진 항공 동맹들이 아닌가? 

-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 항공 동맹들이 어떻게 신설된 여객터미널을 사용한다는 것일까. 

-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 다음 말이 흘러나오기 이전에 밥을 다 먹고는 텔레비전을 껐다. 

- 어차피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 바쁜 일 탓에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나에게 있어서 인천공항 제3 여객터미널이 아니라 인천공항 제30 여객터미널이 출범했다고 한들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 하지만, 이때는 몰랐다.

- 이 당시 느낀 이상함이 잘못된 감각이 아니었음을.


- 이 당시 열흘의 기간 동안 새롭게 생긴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 터미널과 국제선 여객 실적 순위 면에서 2위를 달성했다는 것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채웠다.


- 이 열흘 동안 매일 같은 출근과 야근에 지쳐있던 나는 매번 기괴해지는 내용을 알아챌 수 없었다.


- 출범 11일째 되는 날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나는 여느 때처럼 텔레비전을 틀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 그간의 뉴스에 지쳐 개그프로를 보던 나는 순간 당황했다.


"긴급 속보입니다."


- 이 한 문장이 위험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15분 전인 오늘 저녁 6시 18분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습니다."


"탑승을 완료해 이륙 대기 중이던 10편의 여객기와 탑승 수속 중이던 2편의 여객기를 포함한 총 320편의 노선이 결항했습니다."

"해당 화재로 인하여 1만여 명의 여행객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고, 건물 일부가 붕괴되어 현재 약 3천 명가량의 여행객에 대한 구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말도 안 되는 사고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현재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SBK 고운형 기자입니다."

"현재 이곳은 아비규환의 현장인데요. 많은 분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환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항공 관계자 인터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공항 경찰 제3팀 정황식 팀장님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여기까지만 해도 단순 화재 사건이라 생각했다.


"현재 저희도 조사 중에 있는 상황이라 단정은 불가합니다만, 외상 후 공포로 인한 집단 환각 증세로 인해 많은 승객이 밸류 얼라이언스 소속 녹스쿠트 항공 승객 중 일부가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폭동을 일으켰고, 그 도중 방화로 인한 화재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오고 있습니다."


- 단순 방화 사건이라면 이상하지 않을 인터뷰였다. 

- 하지만 밸류 얼라이언스는 이미 해체되었고, 특히 녹스쿠트 항공은 이미 해산된 항공사였다.


- 이런 상황에 그 누구도 의구심을 품지 않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인천국제공항 공항 경찰 제3팀 팀장 정황식 팀장님 인터뷰였…."- 말을 마치기 이전 추가적인 폭발과 함께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잔해를 헤집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 날아오는 잔해에 맞은 것인지 방송 송출이 끊겨있었다.


"방금 발생한 폭발로 인해 수신이 양호하지 못해 연결이 끊긴 점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 무언가 나오는 것을 나는 봤다. 

- 하지만 기사에도 뉴스에도 그 뭔지 모를 생명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 몇 분 동안 그 생명체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 멧돼지, 들개 등의 들짐승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 하지만 멧돼지라기에는 말라 있었고, 들개라기에는 너무 컸다.


-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출범 이후와 마찬가지로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 화재 사고의 소식만이 전해졌다.


- 서서히 인천국제공항의 소식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약 15명의 실종자와 2명의 수색대 소속 사망자를 제외한 나머지 1만 3천 명가량의 사람들은 경미한 수준의 타박상만을 입은 채 구조가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이게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을 알고도 나름 안도할 수 있었다.


- 며칠 뒤 안전 안내 문자가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송되었다.


[행정안전부]

2028년 10월 05일 14시 32분 인천에서의 야생동물 다량 출현으로 인하여 전 구간 대중교통 운행하지 않습니다. 인천, 서울, 경기도 서부 지역, 북부 지역의 경우 가능한 실내에 머물러주시고, 그 이외 지역 또한 외출을 가능하게 삼가시길 바랍니다.


- 이게 무슨 소리인지 상상도 가질 않았었다.

-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얼마나 나타난다고...


[행정안전부]

2028년 10월 05일 14시 32분 출입 자제와 관련한 안전안내문자는 오발송입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 아마 이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 집 밖에서 들리는 야생동물 소리를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무리 지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

- 내 집이 있는 서울 특히 서울 동부 지역은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사람들이 흔히 아는 야생동물의 출현이 연 1회에서 월 1회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 전부였다.


- 그리고 아마도 2029년 5월 무렵 날이 따뜻해지던 어느 날의 방송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통령 ○○○입니다."

"최근 들어 인천국제공항 제3 여객터미널 사고 이후 증가한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와 폭력 사태로 인하여 전 지역에 경비계엄을 선포합니다."


- 참 빠른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고 난 지가 벌써 몇 개월이고, 부상자 수가 7자리가 되도록 국가는 사태 파악이라는 이유로 늑장 대응을 했고, 사망자가 1만이 넘어가자 그 때에 이르러서야 군병력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 그때 그 행정안전부 문자도... 어쩌면 정부 부처 내 갈등에 의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경비계엄 이후 잠시 국가 전체적인 정적이 흘렀고, 언론도, 인터넷도 모두 환율과 주식의 변화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 아니, 어쩌면 그 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통제하듯 가려져 있었다.


• 경비계엄 1달 이후 : 

- 경비계엄이라는 행위와는 달리 난 총성 한 번, 군인 한 명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 그것은 나뿐 아닌 다른 많은 사람이 비슷했고, 심지어는 경비계엄이라는 행위와는 달리 군인인 내 하나뿐인 사촌 동생은 예정에 없던 휴가를 받았다며 집에 들어왔다.


• 경비계엄 2달 이후 : 

- 더는 병원에 폭력시위로 인한 부상자도, 괴물체에 의한 사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 정부의 정보 통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기에 덧붙이자면 이 시기 동안 고라니도, 멧돼지도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그 흔한 너구리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 그뿐이겠는가 사촌 동생과 내 친구 놈들은 훈련 성적이 우수하다며 부대에 있는 날보다 사회에 있는 날이 더 많았다.


• 경비계엄 3달 이후 :

- 어느 날 사촌 동생이 긴급 복귀를 한 이후부터 휴가는커녕 연락도 안되기 시작했다.

- 친구라는 놈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 사촌 동생이 복귀한 날 이후 완전군장을 싼 군인들이 몇 시간마다 한 번 보일 정도로 많은 행군을 하고 있었다. 

- 몇몇 주요 고속도로에서는 군용 레토나 혹은 장갑차 등등이 간혹 보였다.

- 그 또한 며칠뿐이고, 그 이후 서울 경기권에서는 군인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 나의 활동 범위는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이 대부분이던 상황이라 군인들이 활동할 것이라고 한 인천 부근 지역의 상황은 모르는 게 당연했다.


• 경비계엄 4달 이후 :

- DC인사이드 한 갤러리에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진이 올라왔다.


ㅇㅇ(118.273)

'야 이거 뭐냐 군인들이 교통 통제하고 있는데? 아, 나 지금 급하게 부산 가야 하는데 이거 어케하냐...'

'거래처 납기일 내일까지라 늦춰질 것 같다고 얘기하러 가야 하는데...'


ㅇㅇ(106.152)

'뭐 하다가 이제 가냐 게이야 좀 일찍일찍 가지 그랬음ㅋㅋ'


- 해당 글 외에도 다른 글들도 읽고 싶었지만, 그와 동시에 인터넷이 끊겼다.

- 그 직후 텔레비전에서는 긴급 뉴스가 다시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의 대통령 ○○○입니다."

"아라서해갑문 방어선 구축 실패로 인하여 현 시간부로 경비계엄을 비상계엄으로 격상시킵니다."


- 계속해서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전혀 들리지 않았다.

- 비상계엄에 인터넷 차단, 수도권의 완전 봉쇄.


• 비상계엄 1달 이후 :

- 사람들 중 일부는 나와 같은 글을 분명 봤을 것이었고, 실제로 민병대를 조직해 위협을 예방하고자 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 군인들은 민병대에게 경계선으로 괴물체를 유인해 올 것을 요청했다.


• 비상계엄 3달 이후 :

- 민병대의 전투력은 생각보다 막강했고, 몇 차례의 유인작전 또한 성공적으로 끝났다.

- 사람들은 서서히 희망에 가득 차 수도권이 다시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젠 낮에는 사람들이 혼자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도시가 안전해져 있었다.


• 비상계엄 6달 이후 : 

- 민병대를 조직해 이끌던 대장이 죽었다.

- 그는 아주 큰 손톱에 베인 듯한 상처와 함께 고통에 몸부림치던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 분명 우리 민병대가 항상 피해 다니던 그 녀석과 마주한 것이 분명했다.

- 군대도, 민병대원들도, 일반인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그는 임의대로 민병대에서 현충원에 눈을 감겨주었다.


• 비상계엄 1년 이후 : 

- 이게 무슨 짓인지 더는 모르겠다.

- 이젠 더는 기록을 남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함께 민병대를 이루던 인원들은 어젯밤 습격으로 모두 전사자로 변해있었다.

- 그리고 어젯밤 나는 그들을 습격하는 그림자를 보았다.

- 정확히는 그림자와 눈을 마주쳤다.

- 그것은 우리가 노리고 다니던 사람 형태가 아닌 무언가도, 알 수 없는 변이로 인해 사람이 아니게 된 무언가도 아니었다.

- 그것은 명절마다 나를 놀아달라고 조르던 그림자였다.

- 여기까지가 이 나라 망조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입니다."

"저희는 수도권 지역 무장세력의 폭력시위와 폭도를 진압하고자, 수도권 지역을 봉쇄하였고, 이곳 부산을 수도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다시금 건국하게 되었습니다."

"..."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장세력과 폭도라니. 

- 군에서 협조하겠다던 민병대가 아니던가.


- 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형 나야. 동현이. 문 열어줘. 할 얘기가 있어."


- 정말로 글을 작성하길 마칠 때가 된 것 같다.

- 이 글을 살아서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미래에 다시 수도권이던 서울 경기지역에 사람이 살게 된다면 부디 부탁이다. 

- 이 글을 읽어주기를, 그리고 우리 민병대에서 아라뱃길 서해갑문의 괴생명체를 90% 이상 진압했음과 괴물체들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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