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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충분히 재밌으시오, 글을 끝까지 읽을 만큼만이라도

ㅇㅇ(116.43) 2025.11.12 00:45:12
조회 15863 추천 196 댓글 9
														


조금 늦은 밤, 버스에서 내린다.




조금 피곤한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의 버스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서서 취미인 괴담 사이트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지만, 몸이 피곤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류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 모퉁이에서 꺾으면 검은색 대문이 보인다. 




원래 검은색은 아니었지만, 노후화 된 대문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슬어 검붉은 색이 되었다.




한밤중에는 밤하늘보다도 더 어둡게 보인다.




나는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냉장고에 남은 음식으로 간단히 허기를 때운 후 방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내 방 모니터가 붉은 빛을 내며 점멸한다.




뭐지, 나는 아직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고장인가? 모니터를 쳐다본다. 




모니터 위에 갑자기 글자가 떠오른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현실성조정기구입니다.




귀하는 지금 엄청난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귀하는 '서술 대상'으로 지정된 상황입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난 모니터를 노려보다 깨닫는다.




모니터에 내가 생각 중인 내용이 그대로 입력되고 있다












                                                                                  



'서술 대상'은 말 그대로 서술되는 대상입니다. 




귀하의 행동과 생각은 서술되고 있습니다.



                                                                                  











서술되고 있다? 




사람한테 쓸 수 있는 단어인가?




난 스마트폰으로 서술의 뜻을 확인해 본다. 




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차례대로 적음




적는다…. 모니터를 다시 확인한다.




내가 버스정류장에서 부터 한 생각과 행동이 적혀있다.












                                                                                  



귀하의 행동과 생각은 서술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서술되는 귀하의 생각과 행동을 이야기라고 칭하겠습니다




귀하는 이야기가 지속될 동안 계속 읽혀야 합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읽는 대상독자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읽혀야 한다?




읽고 있다는 건가?




나? 아니면 이 메시지를 보내는 현실성조정기구라는 곳에서?




애초에 현실성조정기구라는 곳은 뭐지?




이런 곳은 들어 본 적도 없다.




모니터가 또다시 붉은 빛을 내며 점멸한다.











                                                                                  



주의! 맥거핀을 상세히 서술하지 마시오!



                                                                                  











맥거핀, 대충은 기억난다 




중요치 않은 내용을 그렇게 부르던가...




다시 검색을 해볼까?




다시 모니터가 붉은 빛을 내며 점멸한다.














                                                                                  



주의! 너무 자세히 서술하지 마시오!




독자가 계속 귀하를 읽게 해야 합니다.




과한 설명은 흥미를 잃게 합니다.




흥미로운 행동과 생각을 하십시오.




이야기는 지속되야 합니다.



                                                                                  














흥미로운 행동을 하라니….갑자기 그런 소리를 한다 해도…. 




아니지, 행동과 생각이라 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상상해 내도 될 것이다.




이야기라….어…. 방금 버스 안에 있을 때….




창밖에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는데….




아, 붉은 빛, 다시 점멸한다.












                                                                                  



경고! 과도한 비현실성




과도한 과장과 비현실적인 서술은 이야기의 현실성을 훼손합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현실이 아니게 됩니다.



                                                                                  












아,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안 되는 건가?




그럼, 실제 있던 것을 기억해 보자




나는 버스 오른쪽 뒤에 서 있었다. 버스 안에서 정면을 봤을 때 오른쪽 뒤




버스 출구 앞, 나 말고 야자가 막 끝난 듯한 고등학생 두 명이 롤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 뒤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었는데 흰머리가 많았던 거 같다.




그리고 검버섯도 많고 어…. 주름도 많고 흰머리도 많이….




젠장 또 붉은 빛이다.














                                                                                  



주의, 과한 현실성, 과도한 서술




너무 과도한 서술은 문장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어 독자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과도한 서술과 중요치 않은 정보의 서술, 흥미롭지 않은 주제에 관한 서술을 피하시오.



                                                                                  














뭐라는 거야, 문장이 너무 길잖아….




과도한 서술…. 중요치 않은 정보….




너무 길지 않고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은 서술….




대충 이해됐다. 그럭저럭 말은 되면서 재밌는 상상을 하면 되는 건가




젠장, 어렵잖아? 




그래, 다시…. 그러니까 내가 버스에 타고 있을 때였다….




버스에 타던 중 나는 주변 승객들을 계속 관찰했다….다른 승객들을 관찰하는 게 현실적인가?




아니지, 다리가 아팠으니, 빈자리를 찾다가 승객들을 관찰하게 된 거야.




이러면 말이 되는군, 앞에서 다리가 아프다고 서술한 적도 있으니까.




빈자리가 생길까 앉아 있는 승객들을 두리번거리다 나는….




젠장 할머니 검버섯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




누가 할머니에 대해 흥미진진해한다고….




그래. 괴담, 노인이 나오는 괴담은 많으니까,




그 할머니는…. 겁에 질려있었다.




왜냐하면….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이유를…. 고등학생들!




그 할머니 앞에 있던 고등학생들에게 겁을 먹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문제였다….




고등학생들은 무언가를 죽이며 경쟁하는 동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페이..... 속이는 자가 두 명을 죽이고 유유히 덤불 사이로 들어간다.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방금 일어난 살인에 관해 설명하며 얼마나 대담한 행위인지에 관해 설명한다.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소년 둘은 자신들도 그 행위를 따라 할 수 있는지 내기를 나눈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노인을 바라본다.




"아…. 저희가 너무 시끄러웠나요?"




노인은 애써 부정한다.




방금 대화를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이 소년들이 자신을 노릴지도 모른다.



노인은 쉬운 사냥감이니.




소년들의 영상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 나온다.




노인이 이해할 수 있는 건….



방금 5명이 죽고 집은 비어 있다는 내용….


















아니, 이거 괴담도 아니잖아? 괜찮나?



아 모니터가 다시 빛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괜찮습니다!






독자가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 이야기를 전부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괴담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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