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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나는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꼭 모아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다.

marketvalu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21 1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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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꼭 모아놓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보겠다.



유희왕 카드를 아는가?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우리 동네에는 유희왕 카드게임이 상당히 유행했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그 당시에는 동네 아이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듀얼(유희왕 카드 배틀을 말한다.)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나도 동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유희왕 카드게임에 빠져있었고,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이나 세뱃돈을 알뜰살뜰히 모아 문방구에서 유희왕 카드를 구매하곤 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문방구에서 카드를 구매하고, 집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공황 발작이 온 것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내 카드들이 모두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느낌, 이것들을 당장 한 곳에 모아놓아야 한다는 왠지모를 강박관념이 나를 숨막히게 조여왔다.



나는 황급히 집으로 뛰어가, 새로 사온 카드들을 내 카드 보관함에 넣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관함으로 부르기에도 우스운, 명절에 받은 스팸 선물세트가 들어있던 종이 상자였다.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새로운 카드를 구매할 때마다 내 카드 보관함을 들고 다녔다. 



나에게 같은 종류의 물건들을 꼭 모아놓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같은 종류의 물건들이 '분리'되어있다는 상황 자체가 나를 괴롭혔다.



나에게 강박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방안의 모든 물건들을 종류별로 한 곳에 모아놓는 것이었다.



모든 학용품 종류는 학용품 칸에 모여 있어야 했다. 모든 옷은 옷장 하나에 다 들어가 있어야 했다. 속옷도, 양말도, 패딩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 앞 분리수거장에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나 쓸만한 커다란 종이 상자를 집어와 모든 학용품들을 그곳에 쳐박았다.



옷장에 들어가지 않는 옷들은 모두 의류수거함에 가져다 버렸다. 



버릴 옷들을 손에 가득 들고 의류수거함까지 걸어가는 동안에도, 묘한 압박감이 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의류수거함 앞에 도착해 옷들을 버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방 청소를 열심히 한다며 기특한 마음에 지갑에서 천원자리 몇 장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셨다.  



언뜻 보면 그냥 '방 정리를 잘 하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맞는 말이기도 했다.



당사자인 내가 어떤 기분으로 물건들을 정리했는지 모른다면 말이다.







[2]


학창 시절을 지나며 내 강박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처음에는 대충 비슷한 물건끼리만 모아놓으면 그만이었다.



샤프, 볼펜, 샤프심, 지우개, 자. 이런 물건들을 한 군데 모아놓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 같은 '학용품' 카테고리에 속하니까.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같은 종류라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필과 샤프, 볼펜은 같은 필기구였지만, 어느새부턴가 내 마음속에 이것들을 각각 따로 모아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집 앞 문방구에서 필통을 여러개 구매하여 이것들을 분리해야 했다.



연필은 모두 가져다 버렸다. 내가 가지고있는 샤프들을 모두 모아 첫번째 필통에 넣었다. 그 다음으로 모든 볼펜들을 두번째 필통에 넣었다.



지우개, 수정테이프, 형광펜도 마찬가지였다. 졸지에 나는 매일 필통을 다섯개씩 들고다니는 이상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은 모두 버렸다.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필통을 몇십개나 들고다닐 각오는 없었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3] 


성인이 된 이후로도 내 강박은 고쳐지지 않았다.



부모님은 나를 정신병원에 몇번이나 데려가기도 했다. 심리치료, 약물치료 등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나의 강박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결국 부모님은 나에게 학업을 중단하고 시골로 내려가 몇 년간 요양할 것을 권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웠기에, 나도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물건들은 거의 다 버려졌다. 



나는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만을 챙겨 트럭에 싣고, 시골로 향했다.  



얼마 남지 않은 내 물건들을 정말 철저하게 분류해 놓은채로 말이다.







[4]


처음 도착해 느낀 시골의 공기는 참 맑고 상쾌했다. 듣기로는 아버지의 먼 친척이 살던 집이었다고 하는데, 집 주인이 돌아가신 이후 몇년간 빈 집으로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집은 오래 비어 있었던 것치고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나를 배려했는지, 집 안에는 냉장고, 세탁기처럼 꼭 필요한 물건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정말로 괜찮아진 것처럼 보였다. 



TV에서 보았던 말기 암 환자가 시골에서 요양했더니 완치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이었단 말인가?



아침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텃밭에서 채소도 길러보고,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동네 어르신들의 일을 돕기도 했다.



생활은 정말 여유로웠고, 예전처럼 필요한 물건도 많지 않았다.



비누 하나, 수건 5장, 옷 두 벌. 전부 같은 장소에, 같은 상태로 있었다.



강박같은 것들은 느껴본지 오래였다. 마치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이곳에서는 괜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내가 그 평온에 익숙해졌을 때부터였다.



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는 사소한 차이를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으려 했을 때의 일이었다.



수건들의 색깔이 달랐다. 엄밀히 따지면 다 같은 흰색 수건이었다. 브랜드도, 구입 날짜도 같은.



하지만 수건 보관함에 고이 접혀 있는 수건들은 미세하게 색이 달랐다. 아마도 흰색 수건이다보니 얼룩이 들었기에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이를 깨달으니 갑자기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나는 황급히 내가 쓰고 있는 수건만을 남기고 나머지 수건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수건 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쓰던 머그컵은 같은 제품이었지만, 손잡이의 마모 정도가 달랐다.



자주 쓰던 컵만 남기고 황급히 창 밖으로 던졌다. '쨍그랑' 컵 깨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 뒤로, 증상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이에 따라 집 안의 물건들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물건들을 정리해 놓았는데도 묘한 강박이 내 숨통을 조여왔다.



왜지? 모든 물건은 다 잘 정리되어 있는데?



거실 밖 창문을 내다보았더니, 그제야 내가 왜 불안했는지 알 수 있었다.








[5]


저질러 버렸다.







[6]


형사는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두꺼운 서류철이 놓여 있었다. 



형사는 노트북에서 잠시 눈을 떼고, 서류더미를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머물던 집 근처에서 실종 신고가 몇 건 접수됐고, 그 중 일부는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입니다. 참 신기하죠?”



형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서류를 넘겼다. 사진 몇 장이 보였다.



“이 장소,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사진 속에는 내가 머물던 집 안쪽이 구석구석 찍혀 있었다. 각 방마다 벽에는 번호가 적혀 있었고, 바닥에는 테이프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자, 테이블, 문, 노트북, 아무렇게나 놓여진 서류 더미. 그리고 '형사'



다시 심장이 쿵쾅거린다. 숨을 쉬기가 어려워진다. 



나는 간신히 입을 떼어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아직 정리가 안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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