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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와해되지 않은 시선들

ㅇㅇ(59.25) 2026.01.23 02:50:42
조회 12156 추천 5 댓글 1
														

악몽을 꾸었다.


매일 새벽 세시 쯤


할일을 다 마치고 겨우겨우 침대에 눕는 삶의 반복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지쳐서 그런 꿈을 꾼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런 날이 반복 되자, 이 꿈도 반복되었다. 


매번 똑같은 장소에서 난 1인칭으로 내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작은 키, 왜소한 어깨. 


아니, 따지고 보자면 그 내려다 보던 시선이 비정상적으로 커다랬던 것이었지.


그 꿈을 꾸었던 첫번째 날에는 그저 내려다보기만 했다.


내가 나를 내려다 본다는 건 되기 신기한 일이지만, 꿈 속에서는 전혀 그런 자각이 없다.


그냥 일상인 것처럼 내려다 본다. 


내려다 봤던 장소는 항상 똑같았다. 


불이 꺼진 홈플러스 복도.

 

시선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빨간 쇼핑카트가 즐비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꿈속에서 한번도 본적 없는 그 쇼핑카트는 나의 그 꿈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어있었다. 


나는 항상 가만히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며 줄을 서있는 듯 했다. 


그래, 틀림없이 나였다. 


오히려 이 내가 보고있는 시선이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두번째 날에도 똑같았다.


어두운 홈플러스 복도, 날 내려다보는 거대한 시선의 시점으로 날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 꿈을 반복한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저 또 새로운 꿈인가...라고 생각 한 뒤, 깨어나면 잊어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이 꿈들을 반복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세번째 날은 똑같지 않았다. 


그날은 내가 내려다보고 있을때, 내 목이 기괴할 정도로 꺾였다. 


그 시선 안에 있는 나는 당연히 기겁했지만, 이 시선의 주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이것이 반복되는 악몽임을 깨달았다. 


뭘까? 점점 진화하는 것일까? 


꿈이 점점 스토리가 생기는 건가? 그렇다면 왜 난 내가 아니지? 


여러 의문을 품은 채로 그날 밤은 지나갔다. 


꿈은 휘발되기 쉽다. 그날 밤이 지나간 아침부터는 또 다시 그 꿈을 잊어버렸다. 


잊음에 대한 벌이였을까. 


네번째 날은 내 시점은 더이상 그 거대했던 시선이 아니였다. 


여전히 1인칭이었지만, 내 앞은 그저 누리끼리한 하얀색 홈플러스 특유의 복도 타일이 어두운 조명에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난 알았다. 꿈 속에 들어오자 전에 꾸었던 꿈들이 모두 기억이 났다. 


내 뒤에...그 새끼가 있다. 


내 뒤에...거대한 무언가가 날 노려보고 있다. 


차라리 내 목이 꺾이는게 나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타일 뿐이었지만, 정신은 녹아내리고 있었다. 


뒤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었지만, 그 점이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내 뒤에 있는 존재는 인기척까지도 완벽히 지우는 존재구나...라고.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을 무렵.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꿈이구나. 


그러나 자각몽은 아니였다. 


자각 하기전 꿈은 갇힌 채로 보는 영화와 같다.


꿈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주어진 상황 안에서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었지, 


상황 자체를 벗어날 순 없는 것이었다. 


이제 나에게 선택지는 두개가 남아 있었다. 


하나는 이렇게 가만히 타일이나 보면서 깨기를 바래야 하나?


하나는 뒤를 돌아서...내 뒤에 있는 존재와 마주해야 하나? 


공포심과 '이건 그저 꿈일 뿐이니깐' 라고 하는 마음이 대립해 왔다.


그렇게 나는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했다.


'좋아, 하나 둘 셋 하면 내딛는거야.' 


하나





그렇게 뒤돌아 보았을땐,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 


홈플러스든 바닥 타일이든,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


그때 처음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해야하나. 


그렇다면 내가 3일동안은 허공안에서 있었던 것이였나. 


피식, 하고 웃게 되었다. 


그렇게 그 꿈에서 조차 깨게 되었다.


물론 이 꿈도 휘발되었다. 


사실 휘발되는 것이 당연했던게, 어떠한 현실적인 위협도 들지 않았고. 


그저 꿈 안에서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스토리 였다고.


일어나자마자 머릿속을 그렇게 맘대로 정리한 뒤, 기억에서 휘발되었다.









신이 벌을 주었다. 


신이 호된 벌을 주었다.




다섯번째날이 찾아왔다. 


안돼, 이럴 수 없어. 이게 또 이어진다고?


이번엔 달랐다. 또 다시 그 연재되는 듯한 미친듯한 악몽의 기억이 엄습해 오고, 장악하였다.


여전히 홈플러스 복도.


이번엔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고개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음을 알았지만, 돌리지 않았다.


이번엔 확실했다.


그-새-끼. 


그새끼가 내 뒤에 있다. 


뭔 짓을 한진 모르겠지만, 그새끼가 내 뒤에 있다. 


날 가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다.


두렵다. 너무 두렵다. 


난 너무 무력했다. 그러나 이제는 손을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가장 달랐던 점은, 인기척과는 다른, '위협'이 내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반응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렇게 나는 








다.






...

그새끼가 웃고있었다.


외형은-

그새끼였다. 


난 당장 목을 졸랐다. 

내 손에서 손톱이 자랐지만, 그새끼의 두꺼운 핏줄가득한 목에 막혀 모두 흉측하게 구부러졌다.


그새끼가 말을 한다.


"느그 아버지랑 내가 이름이 비슷하더라?"



개새끼가



다시 난 또 갇혀서 영화를 관람하는 신세가 되었다.


영화속 주인공은 어마어마하게 화를 냈다.


주인공 즉 내가, 나는 내가 그렇게 화를 낼 수 있는지 몰랐다.


손과 눈에선 피가 흐르고 


그새끼의 웃는 얼굴을 지켜보았다. 


어찌나 잘만든 영화던지. 


주인공의 감정이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진 영화는 처음보았다.


그 주인공이 느꼈던 감정은


아니 감정이 아니라


느꼈던 '위협'은


내가 살면서 처음 느낀 것이었고 주인공도 그랬다. 


그새끼는


'현실'에까지 위협을 끼칠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이때까지 나의 꿈속에서 현실이란게 튀어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새끼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새끼가 뭐하는 존재인진 모르겠지만, 확실히. 확실히 현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난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반. 꿈속에서 20분 정도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잠들었던 침대를 보았다. 


그 침대 위엔 내가 없었다. 


난 내 침대를 천장에서 노려보고 있었다.


손을 올려 내 시야에 들어오게 해도 손이 없었다. 


내 시야엔 오직 텅빈 침대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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