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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괴담대회]흰색 우비, 검은색 우비, 빨간색 우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26 00:42:56
조회 3895 추천 7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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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드디어 취직이다. 3평짜리 원룸에서 얼마나 길고 외로운 1년이었는지!

아버지는 항상 내가 지 편할 궁리만 한다지만 내가 재택근무자로 뽑힌 건 다 그런 궁리 덕분이다.

인터넷 속 구석진 어딘가에 이런 기회가 숨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새출발하는 마음가짐으로 일지를 써보자는 건 아버지 아이디어다.


11월 12일

입사 첫날,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이다.

배달음식만 먹고 돈걱정 없이 집에서만 모든 생활이 가능한 삶!

업무는 별거 없다. 무슨 감시카메라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게 끝이다.

화면 속에서 흰색 우비를 뒤집어쓴 사람 하나가 있는데

검은색 방 안에서 얼굴보 안 보이게 어떤 책을 중심으로 계속 빙글빙글 돌아다니고 있다.

아마 무슨 종교 수행 비스무리한 듯 싶은데, 뭐 나야 불만 없다.


11월 13일

업무가 이게 다는 아니었나 보다. 메일이 하나 왔다.

매일 저녁 화면 속 사람의 수, 우비 색깔, 방 색깔, 움직이는 동선, 기타 특이사항 등을 기록해 메일로 보고해야 한단다.

그런데 빨간색 우비를 보면 사라지기 전까지는 무조건 화면에서 눈을 떼면 안된단다.

나야 남아도는게 시간이니 사장님 정말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시구만!

일지에도 같이 적어 놔야지.


사람 수: 1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일지에다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기타: 중앙에 책이 놓여 있음


11월 14일

화면 중앙에 있던 책은 사라졌다.

방에 머리카락이 많다. 탈모가 온 건 아닐까? 어차피 상관은 없지만.


사람 수: 1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타원

기타: 중앙에 얼룩이 있음


11월 15일

창문 바깥에서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사람수: 1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

기타: 얼룩이 지워짐


11월 16일

창문 밖에서 누가 아예 대놓고 쳐다보고 있다.

화면에서 본 것과 똑같은 흰 우비 위에 중산모.

이상한 패션의 감시인이 있다는 내용은 메일에 없었는데.

뭐 원래 기업들은 근무태만에 무자비하니까. 내가 물불 가릴 처지도 아니고.

내일은 머리카락 좀 치워야지.


사람 수: 1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별

기타: 돌다가 한번 넘어짐


11월 17일

오후 4시쯤 흰색 우비가 돌연 우비를 벗더니 그 안에 빨간색 우비가 있었다.

흰색 우비일 때와 달리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 5분 정도 쳐다보니까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우비를 벗어 다시 흰 우비로 돌아왔다.

만약 내가 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 수: 1

우비 색: 흰색>빨간색>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

기타: 빨간색일 때 더 빠름


11월 18일

아버지가 택배로 통조림을 한가득 보내셨다. 한동안 배달아저씨랑 말할 필요가 없어 다행이다.

오늘은 화면에 한 명이 더 있었다. 이거 나름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걸.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화면 속 방에는 출입구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왔지?


사람 수: 2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

기타: 없음


11월 19일

어제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화면 속 방에 비가 내린다. 위가 뚫려 있었던 모양이다.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는데도 계속 돌다니!

밖에서 무어라 웅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 수: 4

우비 색: 회색(비 때문에 젖은 걸까?)

방 색: 검은색

동선: 정사각형

기타: 방에 비가 내림


11월 20일

물이 빠지는지 보려고 했지만 졸음이 방해했다.

수심이 낮아지긴 했는데 우비들이 모두 물에 둥둥 떠서 돌고 있다.

화질이 낮아서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조금 소름끼치네.

한편, 감시자가 2명으로 늘었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얼굴을 제외하면 완전 똑같이 생겼다.


사람 수: 0~4?

우비 색: 회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

기타: 없음


11월 21일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린다. 얼굴만 다른 감시자가 4명이 되었다.

춥지도 않나? 뭐 지들이 손해지.

오늘은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서커스 같다. 몇 시간 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다!

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꾸시렁대는 소리만 없다면 좋을 텐데...

방이 머리카락 천지다. 근데 치우기 귀찮다.


사람 수: 3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8자, 원, W모양

기타: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음!


11월 22일

비가 그쳤다. 감시인이 8명이다. 부담스러워서 커튼을 쳤다.

커튼 치느라 잠시 눈을 돌렸다 다시 화면을 본 순간 빨간 우비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1시간 넘게 그놈만 바라봤다.

바깥에서 씨부렁거리는 것까지 겹쳐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과식했다. 소화 좀 시키고 자야지.


사람 수: 6

우비 색: 흰색5, 빨간색1

방 색: 검은색

동선: 정육각형

기타: 빨간 우비의 크기가 2배 정도 더 큼


11월 23일

원래부터 내 방에 화장실이 없었던가?

웅얼웅얼웅얼웅얼웅얼 소리깨문에정신이 없고 눈앞이 흐릿하다.

그보다ㅏㄷ도, 밯금 전 화면 속 우비 하나가 人ㅏ라졏ㄷ|ㅡ!

아니 그ㄹ런런데 그림자가 보인다?

그런데 그림자가 이ㅅ방한 방향ㄱ에 있다?

이러다 기절ㄹ하겠네


사람 수 : 10~30???

우비 색: 휜색

방 색: 빨강색

동선: 파악 불가

기타: 너무 빠름!!


11월 24일

통조림에 뭐가 들었지 씨발

하 좆같다 씨발 좆같은 새끼들 개새끼들

밖으로 나갈(집이든 이승이든) 용기가 없는 내가 병신같다


11월 25일

매일 보고를 보내지 않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원근감이 사라졌지만 뭐 어쨌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니까.


사람 수: 68

우비 색: 빨간색

방 색: 빨간색

동선: 시어핀스키 삼각형

기타: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음!


11월 26일

인터넷이 끊겼다. 그런데 감시카메라와 이메일은 잘만 작동한다.

방이 눈 뜨고 못 봐줄 수준으로 더럽다.

내 머리카락이 이렇게 길었던가 긴 줄은 몰랐다.

뭐 곧 익숙해지겠지. 저 끝없는 웅얼대는 소리처럼.


사람 수: 37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나선

기타: 없음


11월 27일

더러운 벽에 기다란 머리카락이 삐져나온 틈이 생겼고 그 사이로 내 눈알이 보인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단다" 눈이 어머니의 목소리로 말한다.

불길하다.


사람 수: 666

우비 색: 흰색

방 색: 검은색

동선: 田

기타: 없음


11월 28일

창문의 커튼이 사라졌다.

인간의 얼굴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창문 뒤로 오만가지 얼굴의 감시자들이 검은 중산모를 쓰고 빼곡히 도배되어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창틀 하나에 갇혀 있다니.


사람 수:∞

우비 색: 흰색

방 색: 거울

동선:

기타: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음!


11월 29일

감시자들이 내 아버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울자 아버지들이 웃었다.


사람 수: 0

우비 색: 빨간색

방 색: 검은색

동선: 글자 '아버지'

기타: 없음


11월 30일

창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웅얼거림이 지껄임으로 바뀌었다.

통조림이 다 떨어졌다.

통조림을 넣을 구멍도 사라졌다.

머리카락과 배설물과 벌레들이 벽에 달라붙는다.


사람 수: 0

우비 색: 회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원

기타: 매우 느리게 움직임


12월 1일

창문이 사라졌다.

지껄임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웃던 소리와 비슷하다.

고막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들려온다.

방은 어느새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수: 0

우비 색: 검은색

방 색: 검은색

동선: 없음

기타: 원으로 서서 움직이지 않음


12월 2일

꿈을 꿨다.

꿈속에서 방은 초록색이었고 방은 숲이었다.

깨어나 보니 내 방과 저들의 방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는 지껄임이었다.


화면은 전날과 동일하다.



....



12월 9일

비가 내린다.

일지를 제외하고 집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우비 입은 자들의 얼굴을 보았다.

그저 우비일 뿐. 나는 이미 눈이 멀었다.

12월 10일

첫 월급날, 마지막 일지

비가 내려서 우비를 입었다.


사람 수: 0

우비 색: 흰색

방: 검은색

동선: 원

기타: 중앙에 책이 놓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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