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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현장 2팀 354번 업무 일지

ㅁㄷㅊ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08 2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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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재단] 현장 2 354번 업무 일지







- 20258 29


지난번에 그 현장 출장이라는 걸 처음 했다가 양 팔이 부러져서 6주간 요양했다


콧구멍에 바람 좀 넣겠다는 이유로 칠렐레 팔렐레 여기 들어온 내가 병신이지


차라리 거기에 얌전히 있었으면 좀 빨리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나 같은 인간들을 현장직 직원으로 쓴다고 할 때부터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았어야 했다





- 8 30


삼 일 뒤에 출장이 잡혔다고 분석팀 차 팀장 그 양반에게서 연락이 왔다


또 그 업무 지침인지 뭔지 대가리 아프게 읽어야 하는 그거 줄라나





- 9 2


다행히 이번엔 내용이 좀 간단한데 배에서 물건을 찾아오면 된다고 함


시간은 좀 걸릴 거 같긴 하지만 일단 짐 챙겨서 출발한다


업무 보고서는 이번에도 여기 적은 걸 제출해서 때우기로 했다


대충 써도 뭐 어쩔건데? 어차피 짤리지도 않는 거





- 9 3


서해 쪽 바닷가로 가라고 해서 갔더니 냅다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이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데려갔다


덩치가 좋다면서 툭툭 치는게 거슬렸지만 어쨌거나 까는 건 아니니까 넘겼다


짭새가 그렇게 안 생겼는데 술술 잘 불어서 좋다는 개소리를 한 게 공무원한테 들은 마지막 칭찬이었는데





- 9 4


배를 안 타 봤는데 내가 배멀미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시발


하루종일 처먹은 거 다시 봤네


무슨 단속을 한답시고 끝도 없이 배를 타고 돌아다녔더니 울렁거린다


단속당하는 늙은이들은 한번에 죄송하다고 하는 법이 없다


바다 짭새가 '선장님 자망 허가 있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나 먹을거 조금 잡는건데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고 지랄이다


내가 나서서 눈 좀 부라렸더니 얌전해졌다


그게 다 예절 주입을 안해서 그런건데 그건 안된다고함





- 95


오늘은 불법양식장 신고 받아서 그거 확인하러 다녔다


정확히 뭘 하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따라다니다가 분위기 안좋다 싶을 때 인상 쓰면 된다


하늘 위에서 찍은 사진 같은 걸 보고 찾아서 집구석에서 신고하고 돈 버는 새끼도 있나보다


역시 대가리가 좋아야 돈 버는 방법도 안다니까


여기 왔을 때부터 같이 다니던 바다 짭새 중에 반반한 여직원이 하나 있어서


내가 '양식장 파파라치면 그 뭐냐, 양파라치죠' 라고 개그를 쳤지만 뻣뻣한 얼굴로 웃는 척도 안하더라


존나 비싸게 구네 건방진년



그러고 보니 그 년이 양식업하는 한 아재에게 '건너편에 사시는 함 선장님은 어디 나가있는지 아세요?' 라고 물었다


자주 술도 같이 마시고 그랬지 않느냐며 캐물으니까 그 아재 얼굴이 갑자기 허옇게 변했다


'몰라 그 양반, 요즘 집에도 안 들어가는 거 같아. 좀 이상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입을 딱 다무는 바람에 그 이상 얘기 못 들었다


보아하니 내가 찾는 배 주인이 그 선장인거 같다





- 9 9


밤에 나가서 한 건 했다


크 이게 애국이지


그나저나 고속정이 개같이 흔들려서 허리 나가는 줄 알았네


짱개 새끼들이 어딜 맘대로 넘어와서 우리나라 물고기를 퍼가고 지랄이야


그쪽 어선으로 넘어갈 때 좀 쫄렸지만 빠져 뒤지기야 하겠냐 싶었다


나는 외부인이라 가스총이고 나발이고 하나도 못 받았지만 짱깨 한 놈한테 쇠파이프 하나 뺏었다


손도끼 들고 위협하는 새끼를 보니까 옛날에 나한테 칼빵 놓으려던 그 놈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새끼 담가놓은 게 남해였나 동해였나 아마 동해겠지?


굴비 묶듯이 다 엮어놨는데 조타실 구석에 짱박혀 있는 새끼가 하나 있었다


끄집어냈더니 눈물콧물 다 빼면서 뭐라고 주절거리길래 중국말 통역을 시켜봤는데


'뭔가 있다', '니넨 모르겠냐', '그게 우리 고기를 다 가져갔다' 같은 헛소리밖에 없었다


몇 마디 더 들어봤지만 제정신이 아닌거 같아서 관뒀다





- 9 10


바다 짭새들이 어딘가에서 연락을 받더니 그 배를 찾았다며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냈다


위아래로 시커멓게 입은 수상한 놈들이다


이 새끼들은 왜 구명조끼도 안 입고 있는지 모르겠다





- 9 11


두 시간 넘게 바다로 나갔는데 갑자기 사방에 짙은 안개가 깔려서 돌아왔다


안개 너머에서 희미한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돌아가는 내내 귀를 틀어막았다


들으면 안 된다고 했음


나 말고 다른 새끼들도 다 틀어막고 있었다


그런데 한 5분쯤 지나니까 그 중에 귀를 제대로 안 막은 새끼가 있었는지 한 녀석이 뭐라 소리치더니 배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 새낀 허우적거리지도 않고 누가 당긴 것처럼 그대로 물 밑으로 잠겼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가 걷히긴 했는데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길래 빙 돌아서 왔다


씨발 정신나가겠네 진짜





- 9 12


허탕치긴 했지만 일이 있긴 있었다


배 하나가 틀림없이 보였는데 가까워지지는 않고 점점 멀어졌다


바다가 마치 호수처럼 고요해지면서 물이 붉어지는 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날아온 갈매기가 조용히 우리 앞에 내려앉았다


새가 엄숙하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았지만


마치 큰형님을 대하는 것처럼 공손하게 업무 지침대로 대답한 뒤에야 깨달았다


바다 짭새들 배에서 옮겨올 때 깜박하고 새우과자를 놓고 왔다는 걸


어휴 나는 이 멍청한 대가리가 문제라니까


다행히 이 수상한 양반 중 하나가 가지고 있어서 내 눈알 한짝을 지킬 수 있었다


지침 내용을 통째로 들고 다닐 수도 없고





=====



(업무 지침 일부를 찢은 종이 조각이 일지 사이에 끼워져 있음)

└ 해당 상태 그대로 보존함 : 분석팀 차기태


6. 배에서 찾아야 하는 물건의 명칭은 집어등입니다.

집어등은 야간 조업을 할 때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발광 등입니다.

어선의 경우 여러 개를 쓰지만 그 중에 생김새가 확연히 다른 등이 있을 것입니다.

낡은 골동품처럼 보이고 손잡이가 달려 있는 작은 램프일 확률이 크나 예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앤틱한 디자인은 수산 업종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수월히 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등에는 배터리도 연결되어 있지 않고 전지를 넣는 곳도 없지만,

조명의 밝기가 1만 루멘 이상인 것으로 추측되므로 접근 전 보안경을 반드시 착용하십시오.


7. 해당 등은 일반적인 집어등처럼 지지대, 패널, 와이어로프 등에 부착되어 있을 것입니다.

떼어내서 바닥으로 내리십시오.

지침에서 안내하는 종료 시점까지 등불에 의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중요한 등을 빼앗긴 선장이 화를 내며 달려들 것입니다. 적절한 장소에서 8번 사항을 수행해야 합니다.


8. 바닥으로 떼어낸 집어등은 스위치를 찾아 바로 끄십시오.

다만 떼어내기 전에는 백색 불빛이었다가, 당신이 손을 댔을 때 불빛이 다른 색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지침을 참고하십시오.


8-1. 불빛이 계속 백색인 경우 - 문제가 없으므로 안심하시고 스위치를 찾아 끄십시오.


8-2. 불빛이 푸른색으로 바뀌는 경우

등을 그물로 감싸거나 조획기의 낚시줄로 묶은 후 즉시 바닷물에 담그십시오.

귀를 기울이되 수면을 계속 바라보지 마십시오.

으르렁거림, 입맛을 쩝쩝 다시는 소리, 화가 난 듯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모두 환청입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이 깨질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가 건져 올리십시오.'

등이 깨졌다면 불빛이 꺼질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스위치를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로 당신의 힘으로는 이 등을 손상시킬 수 없으므로 불필요한 시도는 하지 마십시오.


8-3. 불빛이 녹색으로 바뀌는 경우

화를 내는 선장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며 팔이나 다리 하나를 잘라도 되는지 물어보십시오.

처음에는 거절하겠지만 이렇게 물고기가 많으니 더 이상 팔다리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설득하면 협조할 것입니다.

불빛이 백색으로 바뀔 때까지 등을 피로 적신 후 스위치를 찾아 끄십시오.


8-4. 불빛이 적색으로 바뀌는 경우 - 소지하신 신호탄을 발사한 후 등을 껴안고 눈을 감으십시오.


9. 등불이 꺼지면 가지고 온 천으로 열 겹 이상 싸매서 단단히 묶으십시오.

해당 천은 특수 제작된 암막으로 다른 물건을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포장이 끝나면 호출기를 눌러 현장 1팀을 호출하십시오.

당신이 있는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20분 이내에 도착할 것입니다.

해당 직원이 도착할 때까지 배 바깥의 수면을 바라보지 말고 갑판 위에 엎드려 있으십시오.


10. 현장 1팀 직원이 오면 등을 넘겨주십시오.

현재 담당자는 현장 1팀의 '이나인' 입니다. 현장팀 유니폼과 이름을 확인하십시오.

만약 직원과 또래 나이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왔다면 그 남자에게 등을 전달하십시오. 그는 현장 1팀 직원이 아니지만 가끔 동행하기도 합니다.

혼자 왔다면 그녀에게 등을 건네준 순간 일정 확률로 불이 다시 켜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디 포장을 꼼꼼히 하셨기를 바랍니다.

포장에 문제가 없다면 해당 직원이 문제 없이 등을 가지고 떠나겠지만,

불빛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가는 순간 해당 직원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녀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면 완전히 이성을 잃기 전에 소지하신 신호탄을 발사한 후 눈을 감으십시오.





======





- 9 13


낮부터 계속 돌아다니다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드디어 찾았다


'청매호' 보는 순간 욕이 다 나오더라


그 물고기 모으는 불을 잔뜩 켜 놓은 채 그물을 걷고 있었다


시커멓게 입은 작자들이 '함성길 선장! 지금 당장 조업 중단하세요!' 라고 고래고래 방송했지만 역시 들은척도 안했다


저번에 단속 나간 경험을 살려 고속정을 배 옆으로 붙였을 때 내가 잽싸게 넘어갔다


그물을 걷는 선원들은 다 퍼렇게 반쯤 익사한 낯짝이고 함 선장이란 노인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딸려올라오는 그물에는 물고기가 가득해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상태가 좀 이상했다


그물에 걸리고 싶어서 환장한 것처럼 생선들 눈깔이 다 뒤집혀 있었는데 왠지 이 놈들이 날 쳐다보는 거 같았다니까?


펄떡대는 생선들이 갑판 위에서 언덕처럼 쌓여서 꿈틀거리는데


비린내도 아니고 반쯤 썩는 거 같은 냄새가 났다



미친듯이 실실대는 선장 면상을 한 대 날릴까 했지만 급한 일부터 해야하니 참았다


보안경을 끼고 물건부터 찾았다


발광등이 수두룩 빽빽 달려있는 판때기를 반쯤 부쉈더니 선장이 발작하면서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업무 지침에서 보면 뭔지 바로 알 거라더니 방금 골동품점에서 가져온 거 같은 등유 램프 같은게 생뚱맞게 매달려 있었다


황급히 떼어내서 챙기는 와중에 등에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지 조금 긁혔다 시발


다치지 말랬는데 이거 좆되는거 아니야?


떼어낸 등이 다행히 백색 불빛이라 황급히 끄고 안 보이게 꽁꽁 싸맸다


함 선장 이 미친 늙은이는 계속 자기 꺼라고 지랄떨면서 달려들길래 발로 걷어차서 물에 빠트렸다


선장이 빠지자 선원들은 다 고장난 것처럼 그물 걷는 걸 멈추더니 전부 바다로 몸을 던졌다


바다에 꿀이라도 타놨나 하마터면 들여다볼 뻔했네



작업을 하는 동안 그 시커먼 작자들은 이쪽 배로는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


가져간 물건들로 포장을 끝낸 뒤에는 호출기를 눌러 현장 1팀을 불렀다


바다 한가운데인데 어떻게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현장 1팀 직원이 와서 가져갔다


현장팀 유니폼을 입긴 했지만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유니폼에 있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자수, '이나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넘겨줬다


혹시 다른 남자를 데리고 왔으면 걔한테 넘겨줬을텐데 혼자 왔었음





- 9 14


자고 일어나니 삭신이 아프다-


진짜 이번에도 개같이 고생했다.


재단으로 바로 돌아왔고 다친 건 숨길 수 없을 거 같아서 차 팀장에게 말했다


차 팀장은 피곤에 쩐 얼굴로 내 손에 긁힌 상처를 보더니 안경을 추켜올리면서 딱 한 마디 했다


'저런'


진짜 정 안가는 새끼다 밖이었으면 이미 몇 대 패줬을텐데


이제 이 창문도 없는 지하 숙소에 한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





- 9 15


격리 중 신청해야 할 생필품 목록


담배 한 보루


소주랑 XX라면 한 박스


가장 밝게 비춰주는 등불 이딴걸 왜 썼지?





- 9 16


누가 자꾸 내 숙소 문 앞을 서성거리는 거 같다


꺼지라고 소리치니까 조용해진 걸 보니 착각은 아닌가


단순히 긁힌 상처인 줄 알았는데 영 안 낫네





- 9 17


격리 3일차.


특이사항 없음-





- 9 18일 


악몽을 꿨다


그놈의 바다가 자꾸 꿈에 나온다


어둡고 날씨도 나쁘고 파도가 아주 높게 이는데 모두 평안하신지걱정할필요는없다당연히모두편안하니까이제그것이나의이름을욀테니까





- 9 19


손이 도통 낫질 않아서 자체 수술을 시도해 봤는데 별 효과는 없었지만


피 대신 바닷물이 나와서 핥아봤더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





- 9 21


비린내가 나지만 먹을 만하다


이제 배도 고프지 않다





- 9 22


몸 상태가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이제 격리 해제해 줄 때도 됐는데 왜 안해주지





- 9 23


방에서 완벽하게 수영할 수 있음





- 9 24일 


푸른색 깃발 아래로 가라.


그 무엇도 회개할 필요 없다.


쓸모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는 파도 소리가





- 9 25일 


가야 한다.








9 25일 오전 1 38분경, 지하 숙소에서 격리중이던 354번이 잠금 장치를 부수고 재단 건물을 탈출하려고 시도했으나 현장 1팀 박두철 직원이 ■■■■

9 14일부터의 내용은 숙소에서 수거된 수첩에서 추가로 수집하여 기재함 : 분석팀 차기태


















---


안녕 눈팅하던 낲붕이야


여기서 재밌는 글 많이 봤어


메타가 어쩌고 그런 얘기 많아서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글리젠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단 써본다


다음편은 언제 올릴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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