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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토론토영화제 헤어질결심 Q&A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22.09.18 18:57:30
조회 2303 추천 39 댓글 13
														

https://youtu.be/pxrxg9TS-yM

<상영 전>

박찬욱:
인사말을 준비했는데 극장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서 다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영화 끝나고 Q&A가 있으니 자세한 말씀은 그때 나누기로 하고요. 영화 보시기 전에 미리 알아두셔야 할 점 하나만 말씀드리고 내려가겠습니다.

영화가 한창 진행되다가 하나의 사건이 마무리가 되거든요? 영화가 거기서 끝날 것 같은 상황이 되어요.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고 <몇 달이 흐른 뒤> 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영화가 새로 시작됩니다. '여태까지 본 만큼 영화가 또 남았나?' 라고 걱정하실 수 있어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그만큼 길지 않아요. 진짜 재밌는 얘기는 거기 다 있으니까, 나가버린다거나 하지 마시고 끝까지 봐주시길 바랍니다.

<상영 후>

Q. 노래에서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박찬욱:
지금 들으신 <안개>라는 곡이 출발이 된 건 사실이예요. 원래 좋아했던 곡인데, 여성 가수 버전만 알고 있었어요. 1960년대 곡인데, 최근에서야 남성 가수도 불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가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에요.

그래서 이 노래의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쓰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가사를 생각하면 사랑 영화여야 했겠죠. 그전부터 형사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따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 두개를 합쳐서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만 가진 상태에서 정서경 작가에게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정서경:
감독 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요. 사실 저는 그 노래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 노래도 깐느에서 스크리닝할때 처음 들어봤어요. 아마 그 전에 감독님이 그 노래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던 것도 같은데, 원래 감독님과 저의 음악취향이 같지 않아서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음악취향이 다르다는 사실은 <친절한 금자씨>때부터 느꼈습니다. 거기도 이런 구성진 노래가 나오거든요.

아무튼 감독님이 저한테 메일로 주신 것은 '두 남편을 죽이는 한 여자와 형사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였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 우리는 러브 스토리는 안 될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못 쓰잖아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무슨 말이야, 나는 잘쓰는데."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답변을 보냈죠. "무슨말이세요 지금... 캐릭터가... 러브 스토리가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답장을 보내면서, 어느 순간 제가 이 이야기를 디벨롭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자 캐릭터에 대해서 어느새 쓰고 있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감독님이 <리틀 드러머 걸>을 쓰시는 동안, 영국에 가서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고 꽤 금방 이야기를 완성하게 됐어요.

Q. 영화 제목인 '헤어질 결심'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박찬욱:
바로 그런 질문을 관객들이 스스로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영화를 보기 전에, 사람들이 '결심한다' 할 때 '결심'이라는 단어를 보면 사실 잘 안 될 거 같지 않아요? '살 뺄 결심', 하면 잘 못 뺄 거 같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희망은 가지고 있는데, 왠지 실패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예상을 할 것 같았습니다. '그 실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흥미롭겠다' 하는 생각을 관객들이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Q.. 영화에 최신 기기의 사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어떻게 넣게 되었는지요.

정서경:
지금처럼 CCTV나 스마트폰이 발달한 사회에서, 수사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은 늘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들을 등장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제가 처음으로 완성한 초고에 문자메세지나 통화녹음들을 사용하는 것이 들어있을때, 감독 님은 "아, 이런 것은 찍고 싶지 않은데. 문자메세지 창이라든지.. 이게 될까?" 그렇게 약간 의심하셨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걸 찍으시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걸 적극적으로 써보자, 하셔서 새로운 비주얼과 이야기가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박찬욱:
사실 이 영화는 애초에 의도부터가 고전적이고, 우아한 영화를 목적으로 한 건데요. 이런 현대의 장치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안 어울릴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그런 것들을 피해갈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더 많이 쓰고, 더 그것을 재미나게 활용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오히려 이런 작품의 고전적인 분위기와 재미있는 충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예를 들면, '보고싶은 상대에게 문자를 한다'고 했을 때 육체의 눈은 스마트폰의 액정을 보지만, 마음의 눈은 그 문자를 읽을 상대방에게 가있겠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액정에 그의, 또는 그녀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한걸음 더 들어가서, 그 안에서 보는 시점 샷을 쓸 수 있겠다 라고 봤습니다.

Q. 서래(탕웨이)가 산에서 어머니의 유골을 뿌려달라고 했을 때, 서래 머리에 씐 헤드라이트의 뒷부분에 빨간불이 깜빡이는 것을 봤습니다. 혹시 그것은 촬영을 하는 기계인가요? 혹시 속편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박찬욱:
재밌는 아이디어 고맙습니다. 그건 전혀 의도하지 않았구요. 물론 서래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관객이 그녀의 죽음을 믿고 싶지 않다면, 그래, 그렇게 믿어도 돼요, 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어딘가 바닷가 바위 뒤에 숨어서 해준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그만이죠. 그러나 녹음이나 녹화장치는 아니었고요. 적어도 정서경 작가는 속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서경:
그 질문을 들으니 저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관객에게 어떤 인상을, 믿음을 주지 못했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건가? 속편은, 저는 서래는 땅 밑에 있다고 믿고 있고, 서래가 아닌 다른 주인공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었어요.

Q. 로맨틱한 부분도 있고 엄청 어두운 부분도 있는데, 그러한 톤은 어떻게 조절했나요.

정서경:
저는 인간의 두뇌가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두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그 사실을 알았어요. 언제나 계속해서 즐겁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로맨틱한 감정이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끔씩 웃기기도 하고, 가끔씩 무섭기도 하고, 이렇게 감정들이 전환되는 것을 좋아해요.

시나리오에는 그래서 어떠한 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그 이웃하는 감정과 반대되는 감정들이 교차되도록 썼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제가 쓰려고 한 것보다 훨씬 많은 유머를 감독님께서 넣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웃고 있다가 갑자기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Q. 통역 앱에서 처음에는 남자 목소리가 나오다가 나중에는 여자목소리가 나오는데, 의도가 있으신지요.

박찬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서 활용하자'라고 아까 말씀드린 것의 제일 대표적인 예가 통역 앱일 텐데요. 근데 사실 한국어 중국어 사이에 이토록 완벽한 통역 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어느 언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SF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죠.

이 통역 앱이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버전이 나온 거죠. 처음에는 남자 목소리로만 서비스가 됐는데, 눈 덮인 산에서 썼을 즈음에는 선택할 수 있었던 거죠. 여자 목소리, 아이 목소리, 할머니 목소리, 이런 식으로. 그런 상상을 하면서, 그때 서래가 비로소 여자 목소리를 선택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앞에 사용된 목소리는 서래의 목소리와 너무 다르잖아요? 일단 남자고, 너무 플랫하고. 말의 내용은 정확하게 옮기지만 거기 담긴 감정은 전혀 따라오지 않는데, 눈 덮인 산에서는, 특히 그 내용은 사랑 고백이기 때문에 거기서만큼은 여자 목소리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 성우 목소리를 녹음할 때, 앞의 남자 성우와는 달리 너무 로봇같지 않게 살짝 감정을 넣어달라고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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