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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쓴 글의 업데이트임
거의 비슷하지만 그간 재밌게 봤고 또 난이도도 괜찮은 책들을 몇 개 추가했음
0. 들어가기 - 이른바 2대 개론서?

박윤덕 외, <서양사강좌>/ 배영수 외, <서양사강의> / 로버트 스테이시 외 <서양 문명의 역사>
2000년대, 넓게는 10년대 초반까지 사학과 학생들에게 개론서로 자주 읽히던 책들이 있었다. 서강대학교 차하순 선생님이 내신 <새로 쓴 서양사총론>과 서울대학교 민석홍 선생님이 내신 <서양사개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책은 2020년 기준 꽤나 오래된 책들이기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들이다. 다행히 이후 서양사연구의 양적, 질적 팽창이 일어나 여러 신진연구자들이 나타났는데 <서양사강좌>는 이런 새로운 변화를 반영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기독교 초기 교리논쟁과 전파과정에 대한 최신 학설들, 중세사에 있어 14세기 위기론, 로페즈 등으로 대표되는 르네상스의 경제적 설명에 대한 제고찰, 근대사에 있어 군사혁명 개념과 영국“혁명”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국내 개설서에서 접하기 힘든 논의들을 가볍게 접할 수 있는 몇 없는 책이다. 서양사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학부생 1,2학년, 교양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역사 애호가들에게 이만한 책은 없고 또 한동안 나오지 않을것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임.
이 외에도 한울아카데미에서 배영수 선생님이 여러 연구자들과 엮은 <서양사강의>도 자주 거론되는데 분명 좋은 책이지만 개론서로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책이었음. 기본적으로 꼭지 마다 연구자들의 관심 분야에 대한 상세한 서술이 담겨져 있어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알기는 좋지만 역으로 말해 전반적인 내용 이해가 없으면 책을 독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임. 그리고 여기에 개인적 감상을 보태면 개개의 글은 좋았지만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 없어서 논문집 같다는 느낌이 들었음. 어느 정도 역사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함. 국내저자들의 책 외에도 영미권에서 쓴 서양사개론서도 추천 목록에 올려둔다. <서양 문명의 역사>는 첫 출간 당시에도 꽤나 오래된 책(1984년에 출간된 10판을 번역)이었고 무엇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개론서라는 이름을 가려버릴 정도로 번역이 괴랄했다. 하지만 2014년 3세대 저자들이 쓴 16판(2008년)의 번역본은 이런 문제를 꽤 많이 개선했다고 느껴졌다. 그러니 해외 저자들의 개론서를 보고 싶은 사람은 이쪽을 추천. 참고로 이건 <서양사 강좌>와 다르게 두 권짜리니 감안해서 볼 것.
1. 고대

김진경 외, <서양고대사강의> / 루카 드 블로와 외, <서양 고대문명의 역사>
서양고대는 수업시간에 배운거 말고는 독서이력이 일천해서 소개해줄건 딱히 없음. 그러니 아래에 나오는 책들은 내가 읽은 것도 있지만 사학과에서 처음으로 서양 고대사를 배웠을 때 실라버스의 맨 윗줄에 있었던 책들이거나 주변으로부터 추천 받은 책들임. 사학과에서 서양고대사를 소개할 때 자주 언급되는 책으로 루카 드 블로와의 <서양 고대문명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술할 책이 나오기 전까지 서양고대사에 입문하기 위한 국내서로 유일무이한 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절판되어 복사집에서 불법적으로 제본되고 있는 것 아니면 구하기 쉽진 않겠지만 만약 학교 도서관에 있다면 이 책을 먼저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만약 이 책을 구했는데 막상 다 보기에는 부담스럽다면 3부 13장 “계속되는 팽창과 새로운 사회적 긴장(BC 264~133년)”의 ’새로운 사회적 긴장‘ 파트와 ’심성의 변화‘ 파트는 꼭 읽어 볼 것. 영토 팽창으로 인한 풍요와 그 이후 다가올 사회적 모순을 아주 짧은 분량 안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좋은 글이라고 생각함.
다음으로 추천할 책은 국내 저자들의 책으로 김진경 선생님 외에 여러 저자들이 쓴 <서양고대사강의>, 전남대학교 최혜영 선생님의 <그리스.로마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김진경 선생님은 한국에서도 매우 드문 그리스사 전공자이시고 그 중에서도 그리스 민주정에 대한 연구로는 국내에서 최고 권위자로 알고 있음. 최혜영 선생님의 경우에도 그리스사를 전공하셨는데 김진경 선생님이 정치사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최혜영 선생님은 문화사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안다. 여담으로 하나 더 추가하면 2007-2008년 한국서양사학계에서 내놓은 독자적 성과 중 하나인 고대 영웅숭배에 관한 연구에 있어 주축을 이뤘던 연구자이기도 했음. 따라서 추천한 두 저서 모두 검증된 연구자들의 훌륭한 책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양고대사강의>를 추천함.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국내 저서들 중에 이 책만큼 고대사를 상세히 다룬 개론서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고 또 각 저자들이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이후 공부를 하는데도 좋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2. 그리스

토마스 마틴, 〈고대 그리스사〉 / 김봉철, 〈그리스 신화의 변천사-시대와 신화〉 / 최혜영,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
서양고대사 수업시간에 그리스 파트를 들어갈 때 심심찮게 등장하는 책이 있었는데 토마스 마틴의 〈고대 그리스사〉가 바로 그것이다. 본디 2003년에 1판을 번역 출간 했었고 이후 학부 교재로 간혹 보여 리스트에만 넣어두었던 책인데 최근에 다시 검색해보니 2015년에 동명의 저자가 쓴 〈고대 로마사〉와 함께 2판(2013)이 새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됨. 1판 기준 아주 딱딱한 교과서 같은 책이고 내용이 그렇게 깊이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고대 그리스사만을 다룬 전문적인 개론서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기에 이 책을 통해서 시작하는 것이 거의 강제된다고 생각함.
다음으로 이야기할 책들은 국내의 연구자들이 쓴 책이다. 국내 서양고대사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경향 중 하나는 문화사 분야에 강점을 보인다는 것. 고대 그리스, 로마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전쟁사나 정치사 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10년의 동향을 일별했을 때 신화, 종교, 예술, 심성 등을 역사학의 관점에서 다루는 논문이 많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연구자들이 내놓은 단행본에서도 드러난다. 이렇듯 문화사에 치중된 경향이 정치, 사회사에 몰두했던 선배연구자들에 대한 반작용인건지 아니면 역사학의 흐름에서 문화사가 강세를 보이는 최근의 경향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한글로 된 책만 주로 읽는 입장에서 자연스레 이쪽 역사에 대한 책 추천도 문화사에 어느 정도 치중되어 있다는 점은 양해해주길 바람.
〈그리스 신화의 변천사-시대와 신화〉를 쓴 김봉철 선생님은 헤로도토스에 관한 연구를 주로하셨다. 하지만 이 분의 작업이 단순히 헤로도토스 저술에 대한 연구, 번역 작업에 한정된 것은 아님. 이후의 연구 방향은 다소 엉뚱하게도 그리스 신화에 대한 연구로 나아가는데 이를 통해 그의 연구 방향이 단순히 그리스 역사서에 대한 문헌학적인 탐구를 넘어 고대 그리스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저자가 헤로도토스를 연구한건 기록으로 남은 역사 이전 시대의 신화들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서 그리스 인들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심성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 점에서 본 저서는 사실상 선생님이 가진 문제 의식의 핵심을 관통하는 책임. 800페이지에 근접한 책 분량이 상당히 압박이고 또 그리스 신화에 대한 기초 지식을 요하며 나열식에 가까운 서술이 많이 보여 가끔 읽으면서 졸립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신화라는 것이 얼마나 변화무쌍한 서사인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충분히 가치 있는 책임. 또 책에서 개괄적으로만 다뤘던 각 시대별 신화의 수용, 변형 양상이 후속 연구에서 심화, 보충 서술되어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기도 했음.
최혜영 선생님의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는 일종의 문학사 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는 흔히 사회사라고 통칭되는, 예술작품의 역사적 맥락을 분석한 책임. 문학사에 대해서는 1도 모르기 때문에 국내 연구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리스 비극에 대해 내가 이해할만한 정도로 쉽고 자세하게 서술된 책은 이것밖에 없었음.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추천해줄만한 책임.
3. 로마

프리츠 하이켈하임 외 〈하이켈하임 로마사〉 / 허승일, 〈로마사 - 공화국의 시민과 민생정치〉 /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 〈아우구스투스 연구 - 로마제국 초대 황제, 그의 시대와 업적〉
시오노 나나미라는 막강한 빌런이 한국을 강타한 이래 로마사에 대한 저서는 꽤나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은 일반인들을 위한 개론서의 출간, 번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걔 중에는 날림 번역과 부실한 내용으로 지탄을 받는 책들도 있었고 그럴수록 대중의 로마사에 대한 오해는 쌓여만 갔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덕수 선생님이 번역한 〈하이켈하임 로마사〉(1999년 번역, 2017년 개정 번역)는 저열한 읽을거리에 지쳐가던 나 같은 사람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해외에서는 꾸준히 판본을 넘겨가며(2013년 제6판) 팔리고 있는 교과서 같은 책이고 한국에서도 로마사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 심심치 않게 올라오던 교과서 같은 책이다.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압도적 분량이 읽기에 부담이 되고 워낙 나온지 오래된 책이라(초판은 80년대에 출간) 최신의 학계 연구 성과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방대한 로마사의 내용을 이만큼 요약해주는 책은 국내에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임. 좀 더 최신의 내용을 알고 싶으면 원서를 뒤지거나 다른 책(메리 비어드의 〈왜 로마는 위대해졌는가〉 같은 책)을 보강해서 읽기를 권함.
한편 해외 저자들 이외에도 국내 저자들 중에서도 90년대에 입문 성격의 책을 쓰려는 연구자들이 등장했는데 허승일 선생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쓴 〈로마사 - 공화국의 시민과 민생정치〉(2019)는 1995년 출간된 〈증보 로마 공화정 연구〉을 저본으로 하며 로마 공화국 시기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오래전에 나온 책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에도 최신 연구성과를 적용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보여 좋게 읽혔던 책이었다.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분투쟁의 의의, 고고학의 발굴성과를 활용해 그라쿠스의 개혁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것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역사 애호가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함. 끝으로 허승일 선생님의 책이 공화국 시기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통사적인 책이라면 한국서양고대역사문화학회에서 펴낸 〈아우구스투스 연구〉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를 중심으로 그의 시기에 있었던 이모저모를 학문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단일 인물에 대해 각 전공자들의 심도 깊은 내용을 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지만 로마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논지를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로마사에서 자주 읽히는 시기가 이른바 ‘3세기의 위기’라고 불리는 시기와 그것을 종결했다고 평가 받는(물론 이 또한 논쟁거리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시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책들인데 이쪽 분야에 몇몇 번역서들이 있지만 나는 관련된 분야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국내 번역서로 한정하면 램지 맥멀렌의 〈로마 제국의 위기〉,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로마 멸망사〉, 피터 히더의 〈로마 제국 최후의 100년〉 등이 이에 해당하는 책인데 혹시 읽어본 사람이 있으면 평가를 부탁함.
4. 중세

브라이언 타이어니 외, 〈서양중세사〉 / 유희수, 〈낯선 중세〉
<서양중세사>는 고대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교과서 같은 책들이 그렇듯 기본에 충실하고 각 챕터별로 사전처럼 꺼내서 살펴볼 수 있는 말 그대로 개론에 충실한 책이다. 20세기 중후반 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온갖 테제들의 향연과 난해한 사회 경제적 논지들에 머리가 아파온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책 자체는 1978년 출간 이후 1989년에 처음 번역되었으니 오래되기도 오래되었는데 웬일인지 2019년에 재출간되었다. 번역자인 이연규 선생님이 연구자로서는 창창한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지가 십수년이 넘었고 이후 후속 번역에 대한 소식이 없기에 디자인만 바꾼 버전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브라이언 타이어니의 책이 오래된 연식으로 부담스럽다면 페르난드 자입트의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함.
브라이언 타이어니의 책이 중세 전반의 역사를 평이하게 풀어낸 교과서 같은 책이라면 유희수 선생님의 정년 기념 연구서(확실치는 않음)인 〈낯선 중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새로운 관점으로 중세사를 개괄하는 책임. 이 책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우리가 아래로부터의 역사라고 통칭하는 민중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점에 있다. 이른바 포스트모던 역사관이라 불리는 일련의 역사 서술 방식이 이 책에 녹아들어갔다는 얘긴데 이것은 최근 한국의 중세사학계에서 사료들에 대한 적극적인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경향과도 맞물리는 것으로 보임. 음식, 의복 등 일상생활의 여러 면모를 중세사 서술에 들여오고 아날 3세대의 연구 이후 중세사 연구 주제의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 이른바 망탈리테(심성사)가 대중서의 수준에서 깊이있게 다뤄진 책은 이 책이 거의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함. 보다 최신의 중세사 연구가 개설서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 알고 싶으면 읽어보기를 추천함.
5. 20세기의 위대한 중세사가들

마르크 블로흐, <봉건사회>, 〈프랑스 농촌사의 기본성격〉, 〈서양의 장원제〉/ 에띠엔 질송, <중세철학사>/ 월터 울만 외, <중세 유럽의 정치사상>/ 앙리 피렌, <마호메트와 샤를마뉴>
서양에서 중세 연구는 합리주의 광풍이 끝난 양차대전 이후에나 제대로 시작되었다고 과언이 아님. 마냥 암흑의 시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나름의 논리적 설명, 사료적 근거를 갖춘 중세사 연구가 나온것도 이 시점에 들어서임. 오늘날의 고지에서 현재의 중세사 연구의 토대를 닦은 일군의 프랑스, 영국의 연구자들을 20세기의 위대한 중세사가들로 통칭하는데 크게 4명, 마르크 블로흐, 에띠엔느 질송, 월터 울만, 앙리 피렌이 거론되고는 함. 이들은 각각 사회사, 지성사, 정치사, 경제사 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냈는데 중세를 언급할 때 지겹게 등장하는 "신앙과 이성의 조화, 쌍무계약관계, 봉건적 구조" 등의 개념이 이 시대 석학들의 연구들을 토대로 나온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이 절대 읽기 쉬운 글은 아니며 논의도 뒤떨어진 것들이 있기에 교양 수준에서 읽는 것이 적합한지는 꽤나 의심스러운 책들인건 맞음. 개인적 독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앙리 피렌의 책을 제외하면 꽤나 지루하게 읽었고 만약 과제가 없었다면 손대지도 않았을 책들임. 다시 말해 이 책들은 전공자들, 특히 학위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사를 뒤져봐야 사람들에게나 적합한 책들이라는게 내 생각임. 그럼에도 이 책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서양중세사 연구사에 있어 전통적인 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신권과 속권의 문제, 봉건제와 장원제의 문제, 신학과 정치사상의 문제 등이 이 시기 뿌리내려져 후속 세대 연구에서 싹을 틔웠기 때문임. 또한 비단 중세사라는 한정된 범위뿐만 아니라 역사학 일반의 영역에서도 이들의 연구는 꽤나 중요한데 중세사 연구는 비단 중세사라는 협소한 시대연구에 그치는게 아닌 자본주의 이행 논쟁이라는 20세기 역사학계를 관통한 굵직한 논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임. 따라서 이쪽 분야의 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4명의 대표 저작들 주장을 알아야 이행논쟁의 기본 전제들 몇 가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함.
6. 르네상스

야콥 부르크하르트,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화>/ 이블린 웰치,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보통 르네상스라 하면 사람들이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와 같은 미술가들을 떠올릴 정도로 이 시기는 문화의 융성기, 인문주의의 부활기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전통적 해석이라 불리는 이러한 르네상스 긍정론은 유럽에서도 꽤 오랫동안 정설로 여겨졌고 그것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위에 소개한 야콥 부르크하르트와 그의 제자인 하인리히 뵐플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르네상스 연구가 사회사,경제사 측면에서 연구되고 그에 따라 기존의 전통 학설을 뒤집거나 새로운 측면으로 보완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령 로버트 로페즈의 경우 기존의 전통적 연구를 밥상 엎듯이 뒤엎고 소위 "르네상스 장기불황론"이라는 (당시로서는)충격적인 학설을 주장하는데 이는 경제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서구 유럽 학계의 르네상스사 연구 성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이 르네상스 불황론이 제대로 소개된 번역서가 전무하다. 그러니 본 글에서는 60년대 이후 르네상스 연구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소비문화로서의 르네상스론을 소개할까한다. 앞서 보았듯 부르크하르트와 로페즈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인식은 각각 문화사, 경제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학설이었다. 60년대 이후 등장한 소비문화로의 르네상스론은 이 두 경향을 적절히 융합하여 문화 소비의 양상을 르네상스의 등장 동력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미시사 연구로 보완하는 형태의 학설이다. 국내에 이 이론이 반영된 책으로는 이블린 웰치의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 마르케사 이리고의 <프라토의 중세상인>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려움 없이 읽혔다.
7. 종교개혁

박흥식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학술서들이 출간, 번역되었다. 박흥식 선생님의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의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는 그러한 책들 중 하나임. 박흥식 선생님은 본래 중세사 전공인데 최근에는 종교개혁에 관한 연구를 더 많이 진행하고 있는 분이심. 특히 이절로 테제, 즉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애초에 게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국내에 소개한 장본인이기도 함.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비텐베르크에서의 ‘루터 사건’ 이후 종교개혁의 진행 상황을 다각도에서 분석한 저서임. 하나의 개혁운동으로 마냥 긍정적인 면을 서술한 것이 아닌 그 한계 또한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토마스 뮌처 등으로 대표할 수 있는 당시 민중 운동과의 연계 측면에서 루터가 드러낸 한계, 개혁 운동이 진행되면서 보여준 각 개혁가들 사이의 이합집산과 지리멸렬한 공조 등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음. 제목 자체는 무슨 전기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16세기 독일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단 종교개혁 그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 자체가 비교적 얇으니(284쪽) 날 잡고 며칠 정도 투자하면 금방 독파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박흥식 선생님의 책은 사실 마르틴 루터 개인의 생애를 다룬다기보단 종교개혁 시기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에 가깝기에 입문서의 성격도 가지고 있을듯. 이외에도 파이트-야코부스 디터리히 〈마르틴 루터와 그의 시대〉도 마찬가지로 시대적인 맥락에 집중해 종교개혁을 서술하고 있는 책이었다. 다만 이쪽은 전부 다 읽어보지는 못해서 뭐라 말을 못하겠음. 어느 쪽이던 분량이 길지 않고 평이하게 읽히니 각자 취향껏 찾아 읽으면 될듯
8. 근대초

이영림 외 〈근대 유럽의 형성〉
이 시기를 다루는 유일한 서적으로 입문단계에서는 사실상 강제되는 책임. 본디 서울대에서 쓸 교재를 만들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이지만 흐름 정리가 상당히 잘되어 있고 또 분량이 그렇게 방대한 것도 아니어서 평이하게 읽히는 책임. 하지만 교과서용으로 쓰여진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상당히 지루한 책임. 공부할 목적으로 보기에는 적절하지만 독서 그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이라면 꽤나 난관이 될 수 있음
9. 근대

에밀리 로젠버그 외 〈하버드-베크 세계사〉 / 팀 블래닝 외 〈옥스퍼드 유럽현대사〉 / 앨버트 린드먼 〈현대 유럽의 역사〉
근대사 입문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이야기되는 책은 다음에 서술할 에릭 홉스봄의 책이지만 나온지도 오래된 홉스봄의 책이 2020년에도 교과서마냥 쓰인다면 그것 또한 학계의 비극일 것이다. 국내 연구자들 또한 이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쓰여진 서양근현대사 개설서들을 속속 출간하고 있다. 위에 소개된 세 개의 책은 개론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강점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독 학술서로의 가치도 있는 책이다. 우선 가장 두껍고 내용 또한 난해한 〈하버드-베크 세계사〉는 최근 서양 근현대사에서 중요해진 이슈들을 과감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논쟁적인 지점이 있는 책이다. 서양 근대사를 개관하는 1장을 리바이어던 2.0을 제외하면 모든 장이 특정 주제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초심자가 읽을 때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추천하는 것은 〈옥스퍼드 유럽현대사〉인데 이 책이 세 권의 책들 중 내용이 가장 평이했고 또 시간순으로 배치된 각 꼭지에서 중요한 지점을 매우 간략하게 짚어주기 때문에 시험 직전 대충 살펴보고 심화 내용을 다룬 책으로 넘어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책이 지나치게 각 주제를 짧게 다루고 있고 서유럽으로 한정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앨버트 린드먼의 〈현대 유럽의 역사〉를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 책의 경우 직접 읽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 알게된 책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비단 전공 과목의 실라버스뿐만 아니라 역사 교양 과목의 실라버스에도 교재처럼 적혀있는 책이었다.
10. 좌파적 시각과 공산당 역사가들의 모임

에릭 홉스봄 <혁명의 시대>
1946년부터 56년까지 영국 공산당 내에 오늘날까지 거론되는 스터디 그룹 하나가 활동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공산당 역사가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얼핏 보기에 특정 이데올로기로 역사를 바라보는 편향적인 모임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모임에 참여한 면면들을 보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의 저자인 에드워드 팔머 톰슨, 중세 도시 연구의 선구적인 저작을 써낸 크리스토퍼 힐, 뒤에 소개할 돕-스위지 논쟁의 한 축을 차지하는 모리스 돕 등. 하나같이 오늘날 주류 역사학에서도 인정받고 그 연구 성과가 인용되는 석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내가 에릭 홉스봄의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이 모임의 구성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산당의 당적을 유지했던 사람이고 말년까지도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의 역사학은 좌파 역사학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음. 그는 오늘날의 시대가 존재하게된 이유를 추적하기 위해 근대라는 시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데 그것의 결과물로서 나온 것이 바로 19세기 3부작이라 불리는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가 되시겠다. 에릭 홉스봄은 이중혁명의 개념으로 장기 19세기(단순 19세기가 1800년부터 시작하는데 반해 장기 19세기는 이중혁명의 한 축인 프랑스 혁명이 근대 세계 형성의 중요한 분기점이라 보고 1789년부터 1914년까지를 장기 19세기로 설정)를 설명하고 그를 통해서 근대사회의 유산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나를 탐구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닌 세계시장의 확대와 자본의 집중화로 이루어졌다는 점, 프랑스혁명을 부르주아 민족주의 혁명으로 설정한 점은 이 책이 가지는 백미 중 하나로 이후 서양근대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되는 개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책은 번역과정에서 꽤나 끔찍한 악명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제국의 시대>같은 경우 오역의 정도나 지나쳐서 차라리 영어 원문을 읽는게 낫다는 볼멘소리도 들은 책이니 감안해서 읽을 것.
홉스봄은 19세기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다루는 통사적 성격의 책도 쓴 바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단기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상, 하)라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과 앞서의 19세기 3부작은 그 관점에 있어서 결이 약간 다르다. 19세기 삼부작의 경우 맑스주의 사관이 분명하게 감지됨에 비해 극단의 시대는 90년대에 초판이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러한 점이 많이 희석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다. 특히나 주목할 것은 일명 서발턴 계급을 바라보는 홉스봄의 시각인데 과거의 홉스봄이라면 이것을 계급과 세계 혁명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겠지만 특이하게도 극단의 시대에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민족주의라는 요소다. 물론 그 민족주의 또한 홉스봄에게 있어 계급 이익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니 완전히 전향을 한 것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19세기 3부작에서 세계혁명을 외치던 것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에 주의 깊게 독해해야한다고 생각함.
11.유럽의 회복과 불안

이언 커쇼, <유럽> 1,2
앞서 홉스봄의 책 <극단의 시대>를 언급한 김에 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책 하나를 소개할까 함. 이언 커쇼의 책은 영국의 펭귄 북스에서 기획한 유럽 역사 시리즈 중 20세기 파트에 해당하는 책임. 유럽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시리즈이니만큼 특정 의견을 강조하기 보다 일반적인 사실을 서술하는데 집중한 개론서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역사서가 으레 그렇듯 이 책도 미묘한 결이라는게 존재하는데 이 책에서 그런 결은 유럽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물음과 이어진다. 그의 책에서 유럽은 그 부제가 암시하듯 "죽다 살아난" 공동체이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공동체임. 여기서 핵심은 유럽이 양차대전과 냉전이라는 살얼음판을 겪었음에도 어찌되었든 유럽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했다는 것. 즉, 그는 20세기 유럽의 역사와 그 미래를 평가함에 있어 조심스런 낙관론을 제기하는 평자임. 특히나 그는 나토와 유럽연합의 탄생이 유럽 긍정적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이것은 홉스봄이 같은 시대를 분석하면서 자본주의로 인한 여러 위기들로 불안정한 세계이자 이를 완화할 든든한 지지대(이 지지대가 사회주의였는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음)가 없는,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미래로 향하는 지도가 망실된 유럽이라고 분석한 것과 큰 차이가 있음. 쉽게 말해 홉스봄의 책이 20세기에 대한 음울한 색채를 보여준다면 커쇼의 책은 밝은 세계를 보여주려 노력한다는 느낌. 물론 커쇼의 책이 마냥 낙관론만을 펼치는 것은 아님. 그는 책의 후반부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큰 도전에 직면했으며 유럽과 미국의 유대관계가 예전만 못하다고 분석하며 "당연했던 것들로 보였던 많은 것들이 의문시 되는 시기"라고 현재를 진단하고 있음. 그럼에도 저자는 과거 끔찍한 전쟁과 긴장 상태를 겪고도 공동체를 유지했던 유럽의 회복력이 오늘날에도 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12. 프랑스혁명사 - 200돌의 논쟁과 그 이후

알베르 소불, 〈프랑스혁명사〉 / 주명철, 〈프랑스혁명사〉 / 피에르 세르나 외, <무엇을 위하여 혁명을 하는가>
1989년은 역사적으로 프랑스 혁명의 200주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이 때 전세계의 혁명사 연구 학자들은 크게 전통주의와 수정주의로 양분되어 있었음. 전례없이 성대하게 치뤄진 혁명 200돌 기념 학술대회에서 이 두 진영은 끝까지 가볼기세로 논쟁을 펼쳤는데 당시의 학자들은 프랑수아 퓌레로 대표되는 수정주의 학파가 알베르 소불로 대표되는 전통주의 학파를 논파시켰다고 파악했음. 그후 수정주의 해석은 기존의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를 대체하며 빠르게 학계 정설로 굳혀졌는데 그것이 깨진 것이 최근의 10년 동안 소르본느 대학교 출신의 학자들과 피에르 세르나를 중심으로 하는 IHRF(프랑스혁명사연구소) 연구자들의 반격을 통해서였고 이것은 근자에 프랑스 역사 연구에 있어서 가장 최신의 논쟁 지점이기도 함. 여기에 더해 세계역사학계에서 망연구의 연장선으로 나온 전지구적 전환(Global Turns)은 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이 촉발한 언어적 전환만큼이나 큰 파급력을 미치며 프랑스 혁명 연구의 한 축을 만들고 있음.
내가 소개하는 책은 기존의 전통주의 학설과 그에 대한 수정주의적 논의 그리고 이에 대한 재반격을 보여주는 책들임. 이 중에서 수정주의 해석에 대한 책은 90년대에 발간된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 총서>에 잘 나와 있는데 출판계가 으레 그렇듯 국내의 프랑스사 전공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번역했음에도 몇 부 찍지를 않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중고 가격도 노답임. 그럼에도 만약 이쪽 분야가 너무 궁금해 책을 구하고 싶다면 프랑수와 퓌레의 〈프랑스혁명사〉가 이런 시각의 대표격이고 로제 샤르티에의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현재 지만지 출판사에서 재출간)도 괜찮은 선택임. 사실 200주년 기념 총서는 한국 관련한거 제외하면 다 읽어볼만함. 그러니 가급적 구해서 읽어보길. 알베르 소불의 저서 같은 경우 그 중요성으로 인해 국내에서 여러번 재출간된 바 있음. 개인적으론 2018년 최갑수 선생님의 번역으로 읽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니 읽게되거든 이쪽을 집어라. 만약 외국인 저자가 싫다면 주명철 선생님의 〈프랑스혁명사〉도 탁월한 선택이다. 다만 이 책은 고려를 해야할게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해 제시한 경우가 많았음. 1권의 경우 그래도 프랑스혁명사를 바라보는 논쟁점을 조명해주어서 나름 흥미진진했는데 루이 16세의 도주를 다룬 5권이나 제헌 국회의 성립을 다룬 6권의 경우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또 중간중간 보이는 한국 정치에 대한 평도 누군가에게 매우 불편한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음. 그럼에도 그 디테일과 사료의 치밀함에 있어 프랑스혁명사를 이렇게까지 다루는 책은 적어도 근시일 내에는 안나올것이 확실하므로 한 번쯤 일독할 가치가 있다.
13. 아날학파와 프랑스 역사학의 전통

페르낭 브로델,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20세기 중반부터 유행한 사회사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중심지는 크게 세 군데였는데 하나가 독일, 다른 하나는 영미 그리고 또 다른 지역이 아날학파로 대표되는 프랑스였음. 이미 중세 파트에서 마르크 블로흐, 앙리 피렌이라는 걸출한 아날학파 학자들을 소개했지만 아날학파 자체가 역사학에서 워낙에 중요한 학파이니 추가로 몇 명의 학자들을 더 소개할까함. 아날학파는 역사학에 있어서 구조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연구 집단(?)이었는데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역사학의 교황이라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다. 근대사를 배운다고 할 때 이 책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차포떼고 근대사를 보는것과 다름 없음. 거진 3천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지만 그만큼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전체사라는 개념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다층적 점검+문화라는 개념의 강조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경제사에 있어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별개의 것으로 인지하고 자본주의가 상업분야에 정착함으로서 오늘날의 자본주의 세계가 이뤄졌다고 보는 견해도 숙고해볼만 하다. 브로델의 아날학파의 초기 경향을 대표한다면 자크 르 고프와 라 뒤리는 3세대 이후의 아날학파의 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이 시기의 아날학파는 미시사의 역공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날학파는 이러한 경향을 자신들의 연구성과에 적극반영함으로서 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랑그도크의 농민들>은 랑그도크라는 한정된 지역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재조명해 중세사를 개괄하고 있는데 이건 사실 기존의 미시사 연구자들도 쉬이 도달하지 못한 연구성과라고 할 수 있음. 다만 그 명성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꽤나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위의 책들 중 브로델의 책을 제외하면 사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름 역사학계에서 의미 있는 고전들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쯤 도전해도 괜찮을거 같음.
14. 독일 근대사와 특수한 길(Sonderweg)

크리스토퍼 클라크, <강철왕국 프로이센>
독일 근현대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논쟁은 존더베크(Sonderweg)를 둘러싼 논쟁이라 봐도 과언이 아님. 존더베크는 독일의 성립 과정이 다른 국가들과 다른 특수한 경로를 밟으며 진행되었다는 주장임.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근대사는 주변국들과 다르게 통일과 제국의 성립, 양차대전으로 인한 패망이라는 다소 특수한 과정을 걸어온 것처럼 보이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특수한 과정이 결국 제3제국의 파멸이라는 결과로 귀결된 바, 이 200년에 걸친 역사적 흐름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라는 역사학자들의 고민이 있었고 이것은 독일 근현대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상이한 견해를 낳았음. 최근의 논의에 있어 존더베크를 둘러싼 논쟁은 그것이 가진 신화적 성격을 조명하는 것 vs 존더베크를 수정 보완해 독일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즉, 존더베크를 통해 독일의 역사를 부정, 긍정으로 보는 양쪽 모두가 그 개념틀에 갖혀 독일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쪽과 그럼에도 독일사의 특수한 길이 양차대전이라는 비극을 낳는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분석하는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임. 하지만 일반 교양 독자의 입장에서 이상의 논의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 일단 번역된 책이 없고 있더라도 절판된 것이 대부분임. 그러니 내가 추천하는 책은 독일사를 둘러싼 여러 경향들 중 독일사를 둘러싼 존더베크의 신화를 논파하는 책과 그와 결을 같이한 통사적인 책 하나를 추천하려고 함. 데이비드 블랙번과 제프 일리의 책 <독일 역사학의 신화 깨트리기>는 존더베크를 비판한 영미권의 대표적인 저서임. 다소 어렵다는 점이 흠이지만 이 주장의 본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에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임. 하지만 따분한 주의주장 말고 역사적 흐름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저 책보다는 최근에 나온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강철왕국 프로이센>을 읽는 것을 추천함. 이 책은 독일사를 긍정, 부정 중 어느 한쪽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균형잡힌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향되지 않고 제목과는 다르게 독일 근현대사 전반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입문서로의 가치도 충분함. 혹자는 번역이 꽤나 안좋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내가 읽기에는 크게 불편함 점이 없었으니 아마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을거임.
15. 영국 근대사와 산업"혁명"

이영석, <영국사 깊이 읽기>
한국에서 영국 근대사 혹은 영 제국사에 관한 책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를 전반적으로 조명한 책은 드문 실정임. 더구나 이 시기 영국사가 유럽 근대사를 이해할 때 큰 중요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일반 교양층을 위한 개설서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 이영석 선생님의 책 <영국사 깊이 읽기>는 그러한 갈증을 느끼던 차에 찾게된 책 중 하나였음.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영국 근대 시기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산업 혁명에 대한 논의를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임. 저자는 18-19세기 영국사의 이모저모를 근대화 과정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고 있음. 그리고 이를 통해서 근대 시기 영국이 제국으로 발돋움 해나가는 과정과 이에 수반되었던 국내외의 여러 정치, 경제적 문제들을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음. 특히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개괄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상세하게 사료, 시각자료를 인용해서 마치 이야기하듯이 영국 근대사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 이는 특히 런던 대화재를 다루는 파트에서 당대의 서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함.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마냥 신변잡기적인 내용을 늘어놓은 것은 아님. 앞서 언급했듯 이 책은 영국의 근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논쟁들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이 산업혁명에 관한 논쟁임. 특히 저자는 산업 혁명이 정말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급진적 변화였는가 아니면 점진적 변화였는가 질문하며 그간 역사학계에서 벌어졌던 양 진영의 논쟁을 심도깊게 소개하고 있음. 일명 점진론의 대표적 학자로 불리는 케네스 포머란츠의 대분기 이론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해 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판하는 로버트 브레너과 조르주 리엘로의 이론을 소개하며 종내에는 산업혁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있음. 산업혁명이 가진 역사적 중요함과 별개로 국내에 이에 대한 논의를 소개한 책이 마땅치 않기에 관련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함.
16. 미국사

이보형, <미국사 개설>
미국사의 경우 시중에 나온 책도 많고 해외 저자들의 훌륭한 책도 많지만 번역투를 못견디는 사람들이라면 이보형 저, <미국사 개설>이 좋은 선택일 수 있음. 이 책은 1966년 서강대 사학과에 미국사라는 과목이 처음 개설된 이래로 꾸준히 읽혀온(초판 출판 1976) 책이고 현재까지도 국내 저자들의 미국사 저서들을 꼽으면 최상단에 위치하는 책임. 당신께서 정년한지 오래기에 지금까지도 서강대 사학과에서 읽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중 수준에서는 널리 읽히는 책. 참고로 한국에서 최초의 미국사 개설서는 1948년에 나왔는데 이 역시도 이보형 선생님이 미국 교과서, 일본의 책들을 참고하여 썼음. 오늘날 유통되는 미국사 관련 한국인 저서들의 저본이 사실상 여기에서 시작된 것. 오래된 책이니까 최신 내용이 없는거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한국 기준 전혀 그렇지 않음 가장 최근에 나온 개정증보판 기준 되려 시중에 나온 미국사 책들보다 훨씬 최근의 내용(트럼프 집권 초기)을 담고 있다. 미국사 관련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하워드 진의 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이 가지고 있는 비판적 결이 다소 불편하다면 이 책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음.
17. 소련사와 실패한 제국

블라디미르 주보크, <실패한 제국 -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 1,2
냉전사 서술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악의 축' 소련이 냉전을 유발했다는 관점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미국 책임론이라 불리는 수정주의적 견해가 그것임. 이 책은 그러한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냉전사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었다는 찬사를 들었던 책임. 책의 특이점은 소련의 관점에서 냉전을 서술하려고 했다는 점. 이 중에서도 특히 소련 지도부의 결정이 냉전 구도의 형성과 진행 과정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이러한 관점은 주로 미국의 사료를 인용 해석 하고 거기에 소련 측 사료를 보조 사료로 끼워넣는 방식의 냉전사 서술 방식을 180도로 뒤집은 것이기에 꽤나 신선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음.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이 책이 소련의 입장에서 쓰여졌다고 해서 소련을 옹호하는 것은 아님. 이 책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수정주의라 불리는 미국 책임론을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 그는 스탈린을 비롯한 역대 소련 지도자들이 권력 투쟁과 같은 방식으로 국제 질서를 이끌어나가려고 했고 이러한 방식이 국제 사회의 갈등을 유발했다고 분석하고 있음. 여기에 더해 소련의 정치 체제가 가지는 특유의 경직성과 1당 독재체제,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명명된 사회주의 국가 건설론이 20세기 냉전에 어떠한 변수로 작동했는지 상세하고 분석하고 있음.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냉전에 관한 입문서로 읽기에는 상당히 부적합함. 냉전 시기 국제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서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비중이 20세기 소련의 국내외 상황과 이데올로기의 진행과정에 할애되어 있기 때문임. 그렇기에 이 시기에 문외한인 독자는 앞서 추천한 20세기 관련 책들을 읽고 도전하는 것을 추천함.
18. 민족주의 - 부활한 민족주의?

어니스트 겔너 <쟁기, 칼, 책>/ 앤서니 스미스, <족류 상징주의와 민족주의>
21세기를 탈민족주의로 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좀 어리둥절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근 20년간 민족주의는 서구사학계에서 다시 주요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 제라드 델란티가 "최근 10년간 민족주의가 다시 새로운 힘을 얻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것은 이런 서구사학계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음. 물론 여기서 말하는 민족주의는 우리가 알고 잇는 근대주의적 민족주의는 아님. 최근에 서구학계에서 떠오르는 이론은 민족주의를 18~19세기의 산물이 아닌 중세, 더 나아가서는 고대적인 것의 산물로 파악하고 문화연구가 그것을 뒷받침 하는 종족-상징주의적 민족주의라 할 수 있음. 국내에서 사실 이 이론은 막 소개되는 시점이라 내가 함부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다행스럽게도 이 분야의 가장 유명한 석학이자 종족-상징주의를 처음으로 주장한 앤서니 스미스의 책이 번역된게 있음. 이 분야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함. 만약 앤서니 스미스의 책을 이해하는데 있어 하자가 있다면 그의 스승이었던 어니스트 겔너의 책 <쟁기, 칼,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함. 스미스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겔너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지. 다만 국내에 번역된 겔너의 책은 내 기억으로는 제대로된게 하나도 없으니 그건 감안해서 볼 것. 아울러 이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한국 연구자로 김인중 선생님의 저서 <민족주의와 역사>도 추천한다. 매우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방대한 겔너, 스미스의 저작을 이정도의 깊이로 요약한 책은 국내에 없다고 봐도 무방함. 사실 나 같은 경우 이 책을 통해서 겔너와 스미스의 저서를 처음 접했음.
19. 제국주의 - 일방적 착취? 아니면 상호 변화?

박지향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19세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제국주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는 비단 19세기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오늘날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에 더욱 중요성을 지닌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공식적인 식민 지배가 종료했음에도 피지배 지역에 그러한 영향이 온존하고 있는 현상은 제국주의 그 자체에 대한 재고찰을 요구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대표되는 식민주의 연구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하려는 연구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문화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 콜로니얼 연구자(가야트리 스피박, 호미 바바 등등)들의 저서들이 꽤 번역되어 있지만 막상 제국주의 그 자체에 대한 역사적 성격을 규명하는 연구서는 드문 편이다. 박지향 선생님의 저서 〈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이 다른 제국주의 관련 저서들에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 때문이다. 책은 심지어 연구자들마저도 헷갈려하는 식민, 제국, 제국주의. 식민주의 등의 개념을 과거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인용해가며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개념 설명 이후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개념이 영국의 인도 통치 역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는 점에서 좋은 케이스 스터디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비록 박지향 선생님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다소 의심스럽지만 그런 불편함을 제하고 책의 내용을 바라본다면 제국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하는 국내 저자의 책이라고 생각함.
20. 근대, 서양중심주의

안드레 군더 프랑크, <리오리엔트> / 에릭 밀란츠,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20세기 후반에 불었던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는 역사학에 크게 세 가지 유산을 남겨주었다. 미시사연구, 문화사연구, 근대, 서양중심주의 비판이 바로 그것으로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도 근대중심주의에 관한 책 두 권을 선정해 보았다. 특히 최근 근대 서양사학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중에 하나가 이 근대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니 최신의 논의를 접한다는 점에서도 이에 관련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번역된 근대중심주의에 대한 비판 서적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아무래도 <리오리엔트>일거다. 이 책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서구 사회는 근대라는 시대적 변환을 맞이한 뒤에도 동양에 우위를 점한적이 없고 있더라도 전체 역사의 흐름에서 보았을 때 아주 잠깐에 불과하다" 물론 이 논의는 당연 "그럼 동양이 최고라는 거야?"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게 <리오리엔트>의 진짜 목적은 바로 그러한 이분법적 구분, 즉 인종적,국민국가적으로 구분했던 동양 서양 내지 식민지, 본국의 따위의 도식을 깨부수는데에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것이 가능하게 했던 배후의 이론들 가령 민족주의라던지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들을 읽고 사실 동양이 더 우월했다고 말하는 것은 이 책을 아주 잘못 독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항상 그렇듯 역사는 칼로 무자르듯 자를 수 없다. 그것은 최근 역사학계에서 보여주는 망(Network)으로서의 역사학이 주목받는 것에서도 알 수 있음. 그러니 동양 vs 서양 따위의 구닥다리 구도는 집어치우고 책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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