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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언제부턴가 둘리보단 고길동이 더 좋아졌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05 20:04:37
조회 808 추천 13 댓글 3
														

 - 1줄 요약 : 날씨의 아이 스가 케이스케를 보면서 간단히 느낀 점들. - 




 날씨의 아이를 보았다. 


 늦은 가을 혹 빠른 겨울을 적셔준 그 이야기를 본지 벌써 삼 일이나 지났건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출근을 했는데도 머릿속에선 둥, 둥 떠오르고, 밥을 먹을 때도 머리 한 끄트머리에 남아 부르르 떨 때가 있다. 특히 OST를 들으며 퇴근하는 달팽이 길은 더더욱 지옥이다. 


 너의 이름은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왜...


 모두가 빗물 속 빛나는 무지개처럼 산뜻한 영화였지만,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어 부끄럽지만 몇 자 적어본다. 솔직히 영화 평은 그렇게 익숙한 편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과 감상을 나눠보고 싶은 게 진솔한 심정이다. 


 누군가는 남자 주인공 호다카가 기억에 남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여자 주인공 히나가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니, 그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주도 아니고, 여주도 아닌 웬 동성 아저씨 한 명에게 꽂혀버렸다. 딱히 게이도 아닌데.


 그 아저씨의 이름은 스가 케이스케. 주인공의 조력자이자, 이 극의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가 케이스케는 객관적으로 보면 참 글러먹은 사람이다. 처음 호다카를 구해준 것은 좋았지만, 그것을 빌미로 밥과 맥주를 얻어먹었다. 하지만 목숨을 구해준 사례란 의미로 생각해보면 밥값과 술값은 꽤나 싸게 먹힌 편이다. 그러나 ‘글러먹었다.’ 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그 다음 다음 장면에서부터 나왔다.


 일당도 아닌 월급이 3천엔.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삼만 천원. 정말 택도 없는 봉급에다가, 하는 일은 기사 타이핑, 식사 준비, 청소 외 기타 등등. 제 아무리 핸드폰 비와 숙식제공이라지만, 삼만 천원은 너무한 처사다. 물론 호다카 또한 마땅한 선택지가 없어서 그랬겠지만, 만약 그걸 알고 있었다면 더욱 악랄한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일련의 장면들은 OST와 연출로 인해 굉장히 정겹고 즐거이 여겨지게 된다. 이는 외딴 섬에서 가출한 호다카가 케이스케와 나츠미를 만나고 느끼게 된 감정선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라고 느껴졌다.

 

 대책 없이 섬에서 도쿄로 올라온 호다카의 모습은 무척이나 차갑게 그려진다. 특히 넷카페에서 생활하며 알바를 구하는 모습이나, 먹을 게 없어서 쫄쫄 굶는 모습은 계속 겹치는 비와 더불어 초반의 장면들에 굉장히 무게감을 불어 넣는 장치다. 

 

 그러나 호다카는 히나와 만나고, 다시 케이스케와 나츠미를 만나며 즐거운 도쿄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독백한다. 케이스케와 나츠미, 그들을 유사 가족으로 생각하면서까지 친밀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후의 장면들은 조금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츠미는 작중에서 그런 말을 한다. 호다카 너는 케이스케 같은 재미없는 어른이 되지 말라고. 나츠미는 아마 케이스케와 호다카가 닮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일단 도쿄 토박이가 둘 다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다. 케이스케도 호다카도 도쿄 토박이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도쿄로 거주지를 잡았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집을 출가한 점도 그렇다. 그러한 점을 보고 닮았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양육권 분양서, 호다카가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집으로 돌아가라 권유를 하는 모습은 실로 어른의 모습 그 자체다. 심지어 돈으로 꾀어내 억지로 쫓아내는 모양마저 그렇다. 

 

 이제 어른이 되라는 대사까지, 그러한 면을 더욱 가중시킨다. 


 다음 날 그 사실을 알게 된 나츠미가 구박을 해도, 나는 자신의 가족이 더 소중하다며 사람 한 명으로 비가 멈춘다면 자신은 그렇게 할 거라며 계산적인 언행을 한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다, 실로 합리적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과감성이 없다. 현실의 작태에 인정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어린 아이들에 비해, 스가 케이스케는 한없이 안정적인 길을 택한다. 


 아이들을 마냥 응원하기에는, 그는 이미 마음속에 지고 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히나가 사라지고, 비가 멈추게 되자 케이스케는 말 그대로 ‘넋’이 그대로 나가버린다. 창문에 물이 차 마치 수족관이 되어있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열어 물바다를 만들어버릴 정도다.  


 이윽고 찾아온 형사들은 호다카의 흔적을 찾아 사무실을 또 다시 대판 뒤집어 놓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는 것 같다는 나이 든 형사의 말에 케이스케는 눈물을 흘린다.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한 장면이지만, 다시 곱씹어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대비에서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케이스케는 회관 폐허로 앞질러 와 호다카의 앞길을 막는다. 자수를 권유하고, 양육권에 해가 될 걸 아면서도 자신이 직접 가준다고까지 말해준다. 케이스케에겐 그것이 최후통첩이자, 타협의 끝자락이었다. 


 

 

 그러나 호다카는 그렇게 자신을 막는 케이스케에게 총을 겨눈다. 정말 아이러니 하게도 케이스케는 호다카의 목숨을 구해주고, 심지어 도쿄에서의 생활을 직접 도와준 사람이다. 호다카는 그런 자신의 은인에게 총구를 들이민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뭘 생각하는지, 나는 너무나 생각 끈이 짧고 미천한 사람이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젊은 세대들이 가진 기성세대에 대한 생각을 담은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이후 나는 그저 그 사람을 한번만 더 보고 싶을 거야란 호다카의 말에, 케이스케도 경찰에게 대든다. 아마 호다카의 그 말이, ‘다시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한 케이스케의 감정을 뒤흔든 것 같았다.

 

 아메와 담배.


 호다카가 신주쿠의 술집 앞에서 만난 고양이는 어느 순간부터 케이스케와 함께 있다. 간단해보이지만, 아메는 호다카와 케이스케를 어느 정도 이어준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케이스케가 금연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고 느껴졌다.


 케이스케의 장모는 케이스케에게 양육권을 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유로는 심지어 흡연을 거론하기까지 했는데, 케이스케는 말과는 다르게 실제로 금연을 하고 있지 않았다.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켄트 담뱃갑으로 손이 가려던 순간, 아메가 그것을 막아주었다. 그리고 케이스케도 결국 아메의 방해에 못 이겨 담배를 그대로 으스러뜨린다. 잠깐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난 꽤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케이스케의 양육권 분쟁에, 호다카가 데려온 고양이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된 셈이니까. 


 호다카와 케이스케는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서로를 반목하는 장면이 많아 신기했다. 은인으로 이어진 인연이 나중에는 잠시나마 총까지 겨눠질 정도로 격화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호다카는 케이스케의 말을 부정해버리니까. 


 그러나 그 점마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둘리보다 고길동을 더욱 좋아했다. 어린 조카들과 얼음별 대모험을 볼 때는 저 저 썩을 공룡이라고 욕까지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길동 아저씨도, 둘리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른의 사정과 아이의 사정은 다르니까.


 태생이 힙스터라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이 아저씨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주말에 가는 2회차가 기대된다. 


 


 영화 후기는 익숙지 않아 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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