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O 시스템이란?

다들 알다시피 롤의 MMR은 ELO시스템을 따른다

ELO시스템은 체스 선수들의 대전을 좀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인데

쉽게 설명하면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을 제외한 모든 유저들의 승률을 5할에 수렴시키는 시스템이다

(이론상으로 절대로 지지 않는 초고수 플레이어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초하수 플레이어는 ELO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런 플레이어는 없음)

여기 있는 놈들 중에서 이걸 이해할 능력이 없는 애들이 많아서 매칭 피닉스 타령을 양산하는 시스템이기도 함

만약 걔네가 원하는 것처럼 '불합리하게 승률 5할을 강요하는' ELO시스템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초비나 페이커 같은 최상위권 유저들은 매판 승률 9할 이상을 찍으면서 합법적인 양학을 벌일테고

아이언들은 한 자리수 승률로 쳐맞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겜을 접겠지?

그렇게 아래 애들부터 하나씩 게임을 접으면서 유저 수가 줄어들다가, 끝내 게임이 망하게 된다

실제로 ELO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던 대전 게임은 다들 그렇게 되었고.

언뜻 불합리하게 보이기 쉬운 MMR기반 매칭이지만,

실상 이 시스템으로 손해를 보는 건 프로게이머급 실력을 갖춘 최상위 유저들이지,

나는 잘하는데 팀운 때문에 못 올라가고 있다고 징징대는 애들이 아니라는 소리다

- ELO 시스템의 맹점

이렇게 좋아만 보이는 ELO시스템도 단점이 몇 개 존재하는데, 크게 3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1. 시간이 지날수록 필연적으로 mmr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2. 많은 전적을 기록한 플레이어가 적은 전적을 가지고 있는 신예 고수에게 패배할 경우, 꽤 불합리한 점수의 손해를 겪는다

알고 보니 그 플레이어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나중에 밝혀져도(롤로 따지면 고수가 부캐를 판 경우다) 점수를 따로 보상해주지 않으니까

3. 1대1게임인 체스를 기반으로 고안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팀운의 영향을 제거하려면 큰 수의 법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판수가 좀 필요하다는 얘기)

1번은 라이엇은 오래 플레이한 유저들이 영원한 하위 티어로 남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조장하는 면도 많아서 별 문제가 되지 않고

2번 역시 신규 유입 유저에게 유리한 요소이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체스는 그랜드 마스터들이 막 데뷔한 신예랑 게임하는 걸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했다)

문제는 3번인데, 롤은 한 판 한 판이 꽤나 오래 걸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통계상으로 팀운의 영향력이 상당수 제거되는 100판 이상의 랭겜도 못 채우고 한 시즌을 끝내는 플레이어가 의외로 많다

정말로 팀운이 깔끔하게 배제되려면 거의 2~300판의 전적이 필요한데, 이 정도면 거의 이틀에 한 판은 랭겜을 해야 한다

1대1게임을 위해 고안된 시스템을 5대5팀 게임에 써먹으려다보니 이런 불편한 점이 생긴 건데,

이걸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학자들이 만든 트루스킬 시스템이다

- 그럼 트루스킬은 뭐가 다른 건데?

기존 ELO 시스템이, '상대와의 실력차' + '게임의 결과' 둘을 종합해서 점수를 매긴다면

트루스킬 시스템은, '상대와의 실력차' + '상대의 기복' + '나의 기복' + '게임의 결과'를 종합해서 점수를 매긴다. 팀게임에서 팀운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기복'이라는 건, 쉽게 말해서 그 게임에서의 컨디션이다. 근데 이걸 어떻게 측정하냐고?

이 시스템의 설계 목적이었던 FPS게임은 롤보다 플레이어의 스탯이 훨씬 단순하다

입힌 데미지, 받은 데미지, 거점 점령에 투자한 시간처럼 롤에 비하면 지극히 단순한 몇가지 요소의 '평균'과 분산'을 계산한다음

이게 평소 그 유저의 평균과 큰 차이가 났을 경우, 그 판은 운의 영향이 컸다고 보고 점수의 변동 폭을 줄인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벌써 알아챘겠지만,

이건 절대로 '많은 데미지를 입히는 게, 적은 데미지를 입는 게, 거점 점령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게 점수 획득에 유리하다'라고

인위적인 설계를 해놓는 게 아니다!(애초에 가위바위보 수준의 단순한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런 작업은 컴퓨터가 하는 거지 인간이 하는 게 아님)

만약 내가 나의 평균보다 훨~씬 많은 데미지를 입히며 승승장구 했다면,

트루스킬 시스템은 오히려 그 판에 상대편에 트롤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점수 증감폭을 줄인다

반대로 상대편에 유독 그 판따라 삽질을 한 플레이어가 있었다면, 그 역시도 꽁승이었다고 보고 증감폭을 줄인다

ㅈㄴ게 불합리하지 않냐고? 의외로 FPS의 특성상 저런 지표의 증감폭은 플레이어마다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트루스킬 시스템은 실제로 팀운이 ㅈㄴ좋아서 꽁승인 판과, 팀운이 ㅈㄴ나빠서 아무리 잘해도 질 수 밖에 없었던 판을 상당히 훌륭하게 걸러낸다

기존 ELO시스템보다 훨씬 팀운의 영향을 덜 받고, 유저들이 더 적은 판수로 자기 실력대의 점수에 수렴하게 된다는 소리다

- 롤에도 트루스킬이 도입될 수 있을까?

문제는 롤은 지표가 FPS게임 '따위'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복잡한데다가,

하위티어 유저들의 인식과 다르게, 킬뎃과 딜량 같은 지표와 승패와의 상관 관계도 상당히 옅다

결정적으로 롤은 유저가 마음만 먹으면 스탯을 관리하기가 FPS게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쉽다

그래서 라이엇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정도로만 밝히는 거고,

실제로 내후년쯤이면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달할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진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트루스킬 시스템을 롤에 도입하기 곤란한 제일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챔피언' 시스템의 존재인데

롤의 챔피언은 FPS게임 캐릭터들보다 훨씬 서로 간의 이질감이 크고, 종류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사실상 챔피언마다 다른 지표를 활용해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소리다

때문에 유저가 전적이 별로 없던 챔피언을 했을 때, 그 판에 홀로 MMR이 왜곡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난다

(라이엇이 쓴 글을 보면 이걸 '명백한 특수 오류'라고 표현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처음 하는 챔피언을 픽해버리면, 원챔 유저처럼 숙련도가 극단적으로 몰빵된 상대방을 만났을 때

트루스킬 시스템이 보기에는

'이 판엔 상대 지표는 미쳐 날뛰고 니 지표는 평균보다 훨씬 낮으니(당연한 게, 상대는 장인이고 나는 첫판이니까) 네가 팀운이 없었네!

져도 잃는 점수 줄여줄게 ㅎㅎ'이러면서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소리다. 실제론 운이 없는 게 아니라 진짜로 못했던 건데도.

라이엇은 이걸 '명백한 특수 오류'라고 강조까지 해가면서, 트루스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다면, 이런 문제점을 반드시 해결할거라고 친절하게 써놨다.

근데 저 멍청한 유튜버가 해석을 아예 거꾸로 해서 '트루스킬이라는 게 도입되는데,

그거 도입되면 원챔충은 불리해지고 처음 하는 챔프 고르는 게 짱짱됨ㅎㅎ'하고

자신의 덜떨어진 문해력과 무식을 동네방네 자랑한거다

그걸 알아챈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협갤의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