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X년 소련 스탈린그라드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없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돛대 하나 남은 걸 입에 물고 있자니

기분이 껄끄럽다 씁쓸하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이젠 너무도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죽을 자리가 여기라면 여기인가

이젠 딱지로 눌러붙었다 떨어져서 남아 있지 말아야 할 상처가 다시금 아파온다 분명 떨어졌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프다

주마등이란 게 이런 것일까? 죽음이 다가오니 별스러운 잡생각도 다 든다 이제는 없는 눈도 괜히 욱신거린다

"장군님.....빨갱이 놈들이......"

"총통에게서의 연락은 없는가?"

"그, 그게....."

한 연락병이 그에게 전보 하나를 꺼내어 주었다

"'나의 헌신에 보답하고 있는가 나는 그대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날개를 달아줬건만 왜 그대는 날지 못하는가'....더 볼 것도 없군."

왜 날지 못하냐고? 말로만 보답을 한 주제에? 허울뿐인 장군 자리만 쥐어주고 그토록 목이 쉬어라 말하던 장비 일원화는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제발 그 돼지새끼 대가리 좀 병따개로 병뚜껑 따듯 따내서 고사 지내는데 쓰라고 쉼없이 탄원을 넣었건만 빌어쳐먹을 새끼.....

더러운 자본주의 돼지새끼들의 돼지우리에도 짝부랄 총통의 소꿉놀이 장난감 놀이터에도 결국 어디에도 난 보답받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이대로 그냥 머리에 총을 쏴버릴까 생각했지만 누군가 허락도 없이 빨갱이 장군놈을 데리고 왔다

"빨갱이는 예의까지 숙청해버린 모양이요?"

"그 흉악하게 생긴 쇳덩이는 내려놓으시오 오이겐 킴 원수."

"그래, 지금 여기는 탄이 딱 두개 있소. 확실하게 뒤지기 위해서는 한 발로는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 그러니 아가리 잘 놀리시오."

".....그대에게 항복을 종용하는 바이오."

'철컥!'

"서기장께서 그대의 능력을 높이 사 항복은 물론 원한다면, 원한다면 그대에게 독일 그리고 미국에 겨눌 칼을 주겠다고 하였소."

"지랄."

"......이게 서기장의 약속이요."

라며 빨갱이 장군놈이 서류 한장을 꺼내 내 앞으로 밀어주었다 파격적? 아니 파격적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안될 수준의 조건이다

그토록 많은 빨갱이들을 쳐잡아 죽였건만 이 의심병 걸린 콧수염 서기장 놈은 증오를 넘어 경탄의 경지에 이른 모양인지 아주 미쳐돌아가는 조건을 주었다

물론 이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이게 사실이라는 보장은?"

"서기장은.....당신을 원하오. 당신의 헌신에 보답을......"

"보답, 보답, 보답!!! 그 놈의 보답!!!"

'쾅!'

"미국에서 나는 날 믿고 따라온 부하들과 오로지 나만 믿고 모든 걸 쏟아준 가족들에 의지하며 살았지! 그런데 그 빌어쳐먹을 자본주의 돼지새끼들은

양배추새끼들을 지옥으로 밀어쳐넣는데 공헌을 한 내 부하들을 빨갱이라 몰아넣고 캐터필러로 밀어버리고!! 내 가족들은 불구덩이에 쳐넣었지!!

그래, 그 때 손을 내밀어준 게 저 베를린의 짝부랄 콧수염 총통이었지. 같은 위버멘쉬끼리 날개를 달고 날아보자고!

그래서 돼지를 사냥하는 매와 독수리마냥 자본주의 돼지새끼들과 자기네를 늑대라 생각하는 양새끼들을 사냥해버리자고!!! 그런데! 그런데!!!

......"

분명 그의 눈은 한쪽만 있었건만 그의 두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빨갱이 장군, 주코프는 고개를 돌렸다

누가 저런 괴물을 만들어버린 것인가? 시대를 뒤흔들 최고의 위인이 될 수 있을 인간을 누가 저런 시대가 낳은 최악의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주코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우리 소비에트가 무엇을 기본으로 세워진 나라인지 아시오?"

"빨갱이 공산주의."

"잘 아시는군. 그럼 그 공산주의가 뭔지 아시오?"

"씨발 그걸 알아서 뭣하는데?"

"공산주의는.....법칙이요. 역사적 법칙. 인류의 역사는 필연적인 운명으로 공산주의로 나아간다는 법칙. 그렇다면.....그렇다면 말이요.

그 법칙에.....헌신에 대한 보답을 넣을 수 있지 않겠소?"

"법칙에.....보답을?"

"그렇소. 역사적 법칙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법칙이오. 그러니 당신같은 시대를 뒤흔드는 사람이면 그런 법칙은 만들 수 있겠지."

주코프는 오이겐 킴의 총을 쥐더니 자신의 머리에 댔다

"누구든 결국 헌신을 한다면 그에 대한 보답을 받을 수 있다는 법칙, 그걸 만드는 것이오. 내 말이 틀리다고 생각한다면 그 총으로 내 머리를 쏘시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진짜로 법칙을 만들어 당신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이들에게 "그대들은 역사적으로 오답을 택한 인류 역사에 길이남을 쓰레기다!"

라고 외칠 수 있게 만들어버리겠다면,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면 이만 여기서 항복 아니, 항복이 아니라 아예 소비에트로 합류하시오."

오이겐 킴은 주코프가 쥐고 있는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가 건넨 서류에 서명을 하였다

194X년 스탈린그라드에서 오이겐 킴 원수가 이끄는 수십만의 군대는 항복 아니, 그대로 소비에트 연방으로 합류하였다

이것은 2차세계대전의 횡보를 바꾸는 것을 넘어 나아가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를 붉게 물들이고 미국을 몇 갈래로 찢어버릴 희대의 붉은 괴물

예브게니 킴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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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에서 시작되는 예브게니 킴 루트를 짧게 써봄 ㅇㅇ 근데 피폐랑 유진킴은 생각보다 안어울리는 거 같다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