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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ㄴㄷㅆ) 탐태창 외 다수 X 블아) 방위실장 시라누이 춘식 4-1화

jazch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8 15:56:24
조회 635 추천 11 댓글 12
														

ㄴㄷㅆ) 탐태창 외 다수 X 블아) 방위실장 시라누이 춘식 4-1화 - 총학의 악비


이전화

총학생회장의 열렬한 신봉자, 시라누이 카야의 입장에서는 총학께서 나나가미 린을 자신 대신 선택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행을 싫어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저 가증스럽고 유능하지만 동시에 사고가 굳어있고, 가슴만 쓸데없이 큰 여자는 기어이 싫어할 이유를 더 늘려주려나 보다.

블랙 마켓에 방위실 병력이 있는 게 뭐 어때서 그런가? 말도 안되는 트집이다.
관이 깡패 새끼들 때려잡는게 언제부터 그리 이상한 것이었던가?

스승님이 계시던 조선에서도, 미개한 상놈들의 도금 제국 미합 '중국'에서도 할 정도로 유서 깊은 행위인데.

그 과정에서 선량한 백성들이 감사하다는 인정을 좀 받을 수도 있는 거지.
땅이나 건물, 금괴 같은걸로 말이야.


-----


카야가 영조가 친아들을 보듯 린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김운행은 가뜩이나 감았는지 떴는지 구분 안돼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살짝 비웃는 상으로 얼굴 표정을 세심하게 조정했다.

총학생회장 대행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무례지만 카야의 기존 이미지대로 가려면 분위기 조성이 필요했고, 이거라도 안하면 이금이 지닌 부성애 만큼 린을 좋아하는 카야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제 말을 지금 듣고 있기는 한 겁니까?"

"제가 피로하면 좀 사팔뜨기가 되서요. 죄송합니다."


'당신 얼굴을 굳이 지금 보고 싶지는 않아서 서민적인 도자기(3백만 엔)을 좀 봤을 뿐인데 뭐 저리 감정적으로 대응하는지.... 쯧쯧, 역시 대행의 자리에 걸맞는 그릇이 아니네요.
저 여자도 그렇고 다른 지방질만 가득한 것들은 -'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자신의 열등감과 린에 대한 질투심을 담아 궁시렁 거리고, 린이 혼자서 평정심을 다스리는 동안, 나는 신숙주를 켜서 린을 살펴봤다.

다행이다. 이전이랑 큰 차이가 없네.

최근 들어 - 주로 라브 머릿 속 잡귀들 때문에 - 갑자기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하는 신숙주가 못미더워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쓸만한 모양인가 보다.

그래도 큰 차이는 없는 걸 보니 아마 샬레가 개입하거나, 국가 연금술사 귀신에 씌여서 각성한건 아니라는 뜻일거니까, 이건 그냥 독단적으로 조사해서 온 거라는 소리다.

'얼마나 알고있나 슬슬 찔러봐도 될까요?'

먼저 입을 열게 하고 아는걸 다 털어놓게 유도하는게 상책이지만, 상급자가 질문을 했으니 대답하는게 군자 아니겠니?

'스승님, 전생에 정 6품 따위 관료일 때, 정 3품 직속 상관 정희보가 뭐라 했을때 무시하고, 탄핵 유도하지 않으셨던가요?'

어허 시끄럽다 제자야. 탄핵을 내가 했냐? 이금이 했지.

빨리 린 말에 대답이나 해라.


"블랙 마켓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매우 불온한 신ㄱㄱ 등와서 조사차 파견된 듯 싶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게 아닌걸 잘 알고 있잖습니까?"

"아둔한 저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차 한 모금 마신 다음, 눈 가늘게 뜨고 히죽히죽 웃어주니까, 그때 군령장 던지던 박문수마냥 좋아 죽는게 보이네.

카야의 정직한 표정에 화를 참지 못한 린이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도대체 왜! 방위실 인원들이 현장에서 약탈 행위를 하고! 건물을 폭파시키고 방화한 겁니까?!"


그러게, 왜 그런 걸까? 우리도 알고 싶다.

우린 그냥 인정 좀 받아챙기고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이라 했었는데.

폰 2호, 얘가 갑자기 자고 일어나보니 눈앞에 게장이 있던 조선 최고의 명의 영조가 날뛰듯이 행동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하루도 안돼서 블랙 마켓 2할을 불태운거지? 카이저 새끼들은 다 병신인가?

라브 그것이 우릴 엿맥인 주제에 거하게 성공해버려서 처벌하지도 못한다.
이훤 그 친구랑 다르게 우리 부하인데도 가뜩이나 삐그덕 대고 있는 SRT랑 스케반 애들 통제력 떨어질까봐 자르지도 못하고 진짜 열받아 죽겠다.

근데 린, 너는 왜 그렇게 화를 내니?
혹시 카이저에게 좀 받아먹었냐? 그래서 다른 애들은 넙죽넙죽 받던 우리 인정 안받는거냐?

'무능하고, 가슴만으로 자리에 오른거긴 하지만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음 그런거 같네. 인조의 허리와는 반대로 유연하지 못한 사고관을 지녀서 쟤도, 아오이도 거절하는거겠지.

'아오이는 강직한 소나무와 같은, 자기의 직업 윤리에 충실한 사람이지만, 나나가미 린은 그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쓸데없을 정도로 무거운 여자에요!'

카야야, 흉부 지방 BMI로 사람 인성까지 구분하는 건 조선에서도 안 했 -

'조용히 하세요.'

그래, 알겠다. 군자인 내가 제자를 배려해야지 뭐 어쩌겠는가.

나랑 카야가 잠시 삼천포로 정신이 세버린 사이, 린의 표정이 점점 영조가 친아들을 바라보는 그것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우, 빨리 대답해야지 안그러면 칼맞겠네.


"금시초문이군요."

"헛소리 하지 마세요. 샬레 출범날 D.U에 없던 방위실 인원 대다수가 현장에서 목격됐습니다."


음, 방위실에 흉참당이 숨어있나?

'그냥 싹다 불태우는게 인터넷에 올라온거 아닐까요?'

이래서 기술 발달이 나쁜거다.

아이들을 망치고, 생명들을 죽이는 사악한 전자파를 뿜어대는 인터넷, 전화, 문자 메시지, 무선 통신, 전신 같은건 없어야 한다.

장거리 통신은 전서구랑 우편이면 충분하고, 우리의 인정(검열)을 담을 수 있거늘 왜 이리 악독한 것을 애용하는걸까?

이 점에서만은 조선이 훨씬 문명국(civilized) 다웠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겁니까? 왜, 방위실이 헬멧단이랑 같이 있던 겁니까?
왜 저에게는 이에 대한 보고가 아예 올라오지 않은 겁니까?"

"잘 모르겠네요."


거짓말은 아니다. 라브가 저렇게 깊숙이 갈 줄도, 방위실 애들이 거기까지 따라갈 줄은 우리도 몰랐거든.


"당신이 모르면 대체 누가 압니까?!"


쟤 홧병으로 죽을거 같은데 이제 슬슬 총학생회장의 원대한 계획(그런거 없다)에 대해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저 여자가 저렇게 쩔쩔매는게 너무 보기 좋은데요.'

사업과 정치에서 이익 대신에 본인의 쾌락만 쫓으면 무조건 망한단다. 내가 지난번에 안말했던가?

'아들 팰때의 쾌감을 쫓다가 요양원에 갇힌 영조처럼요?'

그래, 사디스트 고문반대론자 게장대마왕 같이 남한산성 뒤주에 갇혀 양자역학 교보재가 될 수 있다. 그건 싫지?

'그렇죠.'

흠, 부족한 제자를 어쩔 수 없이 내가 '또' 도와줘야겠구나. 임기응변이 통하질 않는 걸 보니 어떻게 해야 진실(아님)을 믿게 만들어서 설득(세뇌) 할 수 있을까?

아, 맞다. 이걸 대비한 프로토콜이 있었지.

린이 분노의 속사포를 퍼부으려는 사이, 방위실장이 밀레니엄 회장이랑 협업해서 만든 도청 방지 시스템을 작동시키자, 방위실 문이 잠기고, 창문도 밖에서 볼 수 없게 변형됐다.

순식간에 변한 풍경에 당황한 대행이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방위실장! 가만히만 있지 말고 설명을..."

"도청을 확실히 막기 위해서입니다. 진정하세요. 아, 그리고 제 모든 행동은 총학생회장님의 명령이었습니다."

"총학생회장님은 지금 실종되셨는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야, 더 설명을 해줘야지. 쟤 총학생회장한테 팽당한줄 알고 울기 시작하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참으로 보고 싶은 광경이네요.'

내가 방금 전에 한 말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느냐 불초 제자야?

'하하, 농입니다. 당연히 스승님 말씀을 따라야죠.'


"방위실 일부가 헬멧단과 같이 활동한게 아닙니다. 해당 헬멧단이 방위실 소속입니다."

"...지금 방위실에서 불법 무장집단을 후원하고 있다는 겁니까?"


반응을 보니 우리가 붉은겨울 - 게헨나 - 트리니티 - 블랙 마켓 간 사각 밀주사업이나 밀레니엄 - 산해경 크로스오버 담배 사업을 하는건 모르는거 같다.

그때 못 받았던 하얀 가루에 대한 한을 풀고자 시작하려던 약 사업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총학생회장이 총들고 찾아와서 얌전히 백지화시켰다.


"후원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크로노스 스쿨에 대한 뇌물 수수, 게헨나 만마전, 트리니티 파테르, 필리우스, 상투스 분파, 밀레니엄에 대한 뇌물 수수 및 유착 관계 형성, 불법 무기 제조 및 보관까지
사실상 형법에 있는 모든 범죄행위를 제가 저질렀습니다."

"그게...그게 무슨... 도대체 언제부터"

"린 대행, 생각해보세요. 제가 이 조직을 만든 것 같습니까? 설령 제가 만들었더라도, 그분이 허락해주지 않았으면 이 조직이나 불법 행위들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제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건가요? 꽤씸하네요?"

어허 제자야, 게장, 게장과 감을 생각해 마음을 다스려라.

아니다. 그냥 내가 잡을테니 너는 저기 구석에서 팝콘이나 먹고 있어라.

'에에'


"이건 제 작품이 아닙니다. 전 그저 그분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사실 내가 카야 대신에 기초는 다 만들었으니 거짓말은 아니다. 사실 해방별대랑 밀주, 담배, 화이변태 버전 2.0 유포까지 전부 다 총학생회장이 만든걸로 하자.

우린 그냥 짬처리 당한거다.

'저희가 진실이라고 말하는게 진실이죠'

그래, 이것이 바로 도덕군자인 내가 카야에게 가르친 정학의 이치에 올바른(politically - correct) 진실이다.
(푸른머리 딸기우유 중독 슈퍼 AI가 이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아마 김운행과 카야를 사이좋게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순장시키려 했어야 한다며 후회했을 것이다.)

영조에 의해 바이오하자드인 '게장'과 '감'이 천하의 영약으로 정해진 것이나 소주가 송절차가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정학의 이치를 배우지 못한 나나가미 린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보다.


"방위실장, 당신이 사적인 욕심으로 벌인 비리 행위에 총학생회장의 이름을 팔아먹으시는 겁니까? 분명 예전에는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언제 이렇게까지 추락했습니까?"

"제가, 누구, 감히 그분의 이름을 팔아먹는다고요?
총학 대행, 당신이라도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면 제가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당신이 할 말입니까 방위실장?
애초에 총학생회장이 이런 불법적인 수단을 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거짓말이라도 조금이나마 그럴싸한걸 해야 믿을만하지 이게 뭡니까?"

"왜 말이 안된다 생각하시나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총학생회장님은 필요하시다면 기존의 관습과 절차를 무시하는 굉장히 강경한 대책을 사용하시고는 하셨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음....SRT 학원이랑 에덴 조약을 들 수 있겠네요."

"......."


그래, 총학생회장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병 집단 운영한 건이랑 학교 주권 개무시한 건은 너도 할 말 없지? 총학생회장의 막강한 권위로 찍어눌렀으니까 가능한거였지, 총학 없어지니까 소인배(주로 김운행이다.) 말 몇마디에 바로 개판났잖아.

'양심이 있으면 당연히 할 말이 없어야겠죠.'


"그분께서는 총학생회와 키보토스의 음지에서 카이저의 영향력이 커지는 실태를 정말로,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아니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적절한 해결책을 들고 온 제 제안에 따라 이 작전을 승인하셨습니다. 혹시, 눈치채지 못하셨었나요?"

".........네"

"흠, 그럴 만 하죠. SRT 마냥 여기저기에서 떼온 예산으로 운영되었으니까요. 아까, 왜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냐고 물으셨죠? 이게 뭔지 아시나요?"


'해동의 악비' 모드를 킨 김운행은 예전에 미리 만들어 둔 '지록위마 프로토콜'에 따라 USB(조작됨) 한 개를 꺼내 총학 대행의 눈 앞에서 흔들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저에게는 총학생회 내 카이저 첩자 205인의 명단이 있습니다.
(저 정도 숫자는 아니지만, 카이저 첩자가 있기는 했고, 현재는 전부 방위실파에 포섭된 상태이다.)

사방이 이토록 카이저 쁘락치로 넘치는데 기존의 보고 체계를 신뢰할 수 있습니까?

심지어 총학생회장님이 실종되셨습니다!
정말로 총학생회 내 인원이 연관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습니까? 카이저가 이 사태와 무관하다는고 확신이 드십니까?"(카야랑 김운행은 이미 무관한 걸 알고 있다.)


카야와 김운행의 급작스러운 정보공격(진실 1% 첨가됨)에 정신줄이 혼미해지던 린은 간신히 이성을 잡고 입을 열었다.


"아니요...확신 없습니다. 일단, 방위실장 당신의 말을 믿겠으니, 그 명단, 저한테도 한번 보여주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방위실장, 저는 총학생회장 대행입니다. 만약 제 요구를 거절할 것이라면 그럴싸한 명분 하나쯤은 있어야 할겁니다."

"이유를 말씀드리기 앞서, 우선 하나 확실히 하지요. 저는 총학생회를 위해 일하지 않습니다."

"그게 총학생회의 임원이 할 말입니까?"


내 말에 점점 평정심을 잃어 가던 린이 다시 한번 정색하며 말했다.

생각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걸 보니까 더 몰아붙일 필요는 없겠네.


"제 말에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정정하지요. 방위실장인 저는 총학생회를 위해 일하고 있는게 맞습니다. 다만...."

"다만?"

"방위실장으로서 할 수 없는 불법적인 행위들을 하는 것은 총학생회를 위해서가 아닌 총학생회장님을, 더 나아가 총학생회장님이 원하시는 키보토스를 위해서입니다."


오늘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는 린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나한테서 다시 통제권을 가져간 카야가 겉으로는 해동의 악비인 김운행마냥 담담하게, 속으로는 실실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얘는 내 말을 듣고도 배우는 게 없나 보구나.

누굴 닮아서 저런건지 정말 모르겠다. (이 자리에 박문수가 있었으면, 김운행보다 나이는 4배는 어린 것이 흉참함은 반 정도 되니 청출어람이라며 욕했을 것이다.)


"네, 이유도 말씀 드리죠. 명단을 드리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그 첩자들을 자르거나 체포하는 건 하책이기 때문입니다.

방위실에서 이미 정체가 들통난 쥐새끼 같은 역적들에게 역정보를 흘리고 있습니다.(사실이다)

그냥 놔두는게 상책입니다.

그리고 둘째, 총학생회장 대행, 당신이 제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그렇다 해도, 두 번째는...."


카야의 말에 반박하려던 린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문다.


"깨달으신 모양이군요. 저희 둘 다 총학생회장님께서 직접 임명하신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당신이 총학 대행이 될 걸 몰랐던 거랑, 당신이 제가 하는 일을 모르는 것은..."

"하...총학생회장께서 의도하셨기 때문이군요."


내가 중간에 개입해서 망정이지, 카야한테 그대로 운전대를 맡겼으면 저 '대행' 이라 말할 때 카야의 이금보다도 비대한 자아가 그대로 묻어나와 일을 그르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뭔가 흉참한 생각을 하신 거 같은데'

기분탓이란다 제자야. 빨리 총학 대행에게 대응이나 하게 기만히 좀 있어보렴.

'싫어요. 제 몸인데, 제가 좀 해볼래요.'

그래, 그럼 한번 해보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지?

'훌륭하신 스승 덕에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섭섭하게 여기지는 마세요.
제가 비록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총학생회장님이 직접 임명하신 총학 대행이 아닌 그 누구하고도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을 겁니다."

"흐, 말이라도 그렇게 해 주니 고맙군요.
이제, 그런 짓들을 하는 게 무슨 뜻인지도 왜 하는지도 알겠는데... 하지만,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총학생회 임원이 스케반 조직을 운영하고 불법적인 사업을 벌인게 들통나면..."

"저는 학생(나)를 위한 키보토스를 지키고자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난폭하든. 잔혹하든, 법적인 문제가 있든, 제가 하는 모든 행위는 키보토스를 위해, 대의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장님께서 다소 과한 방책을 선택하셨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시나요? 정말로,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과하지 않냐고요?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린씨는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카이저의 더러운 마수가 총학생회 곳곳에 있는데도 경제적인 여파가 두려워 공식적으로 규탄조차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말이 됩니까?

이게 총학생회장님이 원하신 학생들을 위한 키보토스입니까? 이게 총학생회입니까? 아니면 카이저의 충실한 개새끼입니까?! 이런 현실에서도, 감히, 감히 그분의 뜻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카야야, 예전에 분명 카이저의 힘을 빌리려 하지 않았니?

'기억 안나네요.'

그래, 너가 그러면 그런거겠지. 앞으로 잘하자.


카야는 기세를 이어나가, 특유의 뻔뻔한 위압감을 뿜어대면서 다소 위축되고 놀란 상태의 린에게 다가갔다.

그래, 한번 기강 잡아야 나중에 편하니까 지금 갈굴 수 있을 때 열심히 총학 대행을 갈구거라.


"총학생회장 대행, 지금 우리는 전무후무한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는 총학생회장께서 안배하신 샬레의 도움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 그분이 없는 총학생회에 어떤 위기가 닥쳐올지, 그걸 저희가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당장 곧 있으면 에덴 조약인데도 파테르랑 만마전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현금을 풀며 불법 무기들을 쓸어담고 있습니다.

그걸 제외하고도, 카이저의 불온한 움직임이 (해방별대한테 죽을거 같아서) 아비도스를 중심으로 키보토스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밀레니엄 회장은 온갖 근거를 다 들고와서 '외계에서 쳐들어오는 기계' 로 인한 종말론을 예언하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총학생회의 체제 자체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겠군요."

"아니요. 고작 그런 일들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키보토스의 생사가 달린 흉참한 사건들이 일어날 겁니다. 지난번에 각 학원 대표들이랑 합의했던 '그걸' 써야 할 정도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전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 답답한 일처리에 쓸데 없을 정도로 원리원칙주의 적에다가, 뭐만 하면 걸고 넘어지니 말이죠.

하지만 총학생회장님이 더 이상 없는 이 체제에서 위기를 알아챈 사람도, 위기를 해결할 사람도 천하에 오직 두 명, 저와 당신밖에 없습니다."


'사실, 저랑 스승님 둘 밖에 없지만요.'

어느새 린의 코앞에 다가간 카야가 린의 두 어깨를 잡은 다음 (린한테는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마주보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 대행, 당신이 응당 해야한다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저 또한 그분의 뜻에 따라 (나의) 키보토스를 위해 응당 해야 할 일을 할테니 말이에요."

"하지만....아무리 총학생회장이 명령하셨더라도, 문제의 여지가 차고 넘치는 일들입니다. 만약 걸린다면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어떻게 하긴, 춘식 뉴스랑 크로노스 스쿨로 여론조작하고 인정 뿌려서 당신한테 죄다 뒤집어 씌울건데요.'

지금 줄 적당히 조작된 USB 주는 목적 중에 나중에 덮어씌울 목적도 있으니 카야 말이 맞지만, 쐐기를 박아넣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좀 해둬야 한다.


"그땐 우리 모두를 위해, 총학생회장님의 명령을 저 대신 이어나가기 위해, 당신이 앞장서서 저를 직접 내치셔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아까 흔들었던 USB를 린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만일, 불의의 사태로 제가 임무를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다면, 그때부터 모든 것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이 USB 안에 차명 비자금, 각 학원 대표들의 정치적 약점, 그 외에 키보토스를 지키기 위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설령 제가 없어지더라도, 당신이라면 충분히 필요한 일을 계속 할수 있겠죠."


혹시나 확인해볼까봐 대부분의 비자금은 진짜로 인출 가능하게 해뒀고, 방위실파에 들어오지 않은 말단 첩자들 이름도 넣어 뒀다.

일부라도 진짜인걸 확인하면 그때부터 우리 말을 철썩같이 믿겠지.

'그리고 결정적이고 확인이 어려운 증거들은 다 조작되어 있으니까! 결정적인 그 순간에 뒤통수를 쳐서! 그대로 저희 대신에 교정국으로 보내면 되고요!'

그래, 다만 방위실파의 모토는 총학생회, 기업, 학원을 아우르는 '탕평' 그 자체이기에, 그 결정적인 순간을 우리가 굳이 만들려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기억하렴.

'제자가 어찌 스승을 거역하겠습니까?'

아까 내 말을 되게 많이 무시했고, 예전부터 린을 묻어버리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내 말을 듣고 린은 잠시동안 놀란 듯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그동안 당신을 잘못 봤던 모양이군요 방위실장.
이 사안들에 대해서는 믿고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제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

"마음만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랑 당신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기도 하고, 총학생회장님께서 의도하셨듯 세간에서는 저희 둘이 협력한다는 걸 몰라야 더욱 성공을, 총학생회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흐, 이제라도 제 진짜 능력을 깨달은 걸 보니 그래도 머리에 뇌세포 같은 건 남아있는 모양이군요.'

카야야 제발, 게장과 감, 게장과 감

'앗, 죄송합니다.'


어느 정도 형식적인 이야기가 오간 다음, 린은 다소 가벼운 발걸음으로(그러나 우리 당부에 따라 화난 표정을 지으며) 방위실을 떠났다.

중간보스 나나가미 린도 우리의 대의에 동감했다!

이제 샬레만 해결하면, 이 키보토스에 나와 카야를 모함할 소인배들 따위 없다.


--------


얼마 후
블랙 마켓 해방별대 본부
시라누이 춘식 시점


나랑 카야는 은밀히 - 암행어사식 은밀함이 아니다. -폰 2호가 운영하는 방위실 1군, 해방 별대 본부에 방문했다.

원래 나 같은 청렴한 관료들은 이런 음흉하고 덕이 없어 보이는 곳에 오는걸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폰이 갑자기 트랜스포머로 변신해서 도시를 날리기 시작하면 현장에 와야 한다.

아무튼, 나랑 카야는 지금 폰 2호 때문에 생애 처음으로 아즈텍을 본 원조 영국, 스페인 마냥 실시간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기계 새끼들 좀 태운게 뭐가 문제입니까?"


와 뻔뻔한거 봐라. 원균 같이 최면어플도 있는게 아닌 주제에 뭘 믿고 이러는 거지?

'이...이 미친년!'


"조금이 아니어서 문제이지요."

"명령하신대로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아무리 명령대로 한다 했어도 이목을 너무 많이 끌었잖습니까? 블랙 마켓의 2할이랑 로봇 잔해 산더미를 만들어서 불태웠잖습니까!"

"저희 이름을 듣기만 해도 카이저 놈들이 오줌을 지리게 됐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뭐가 문제냐면 카이저가 100% 발작할 거란 사실이지.

최악의 경우 샬레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아직 그 말도 안되는 영압의 주인인지 제대로 파악도 안된 작자들하고 척 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저 좌뇌에 전쟁하고 우뇌에 방화만 있는 것 같은 저놈이 그걸 신경쓰기나 할까?


"그 파시스트 빨갱이 기계 새끼들은 불알 차인 개새끼 마냥 움츠라들었습니다!

신비한 힘! 위대한 과학의 산물인 원자의 신비를 저 새끼들 본사 위에 한대 때려박고! 당장 진격을 해서 그 회장놈 수급을 - "

"코마카제!"

"적군의 병력이 방어를 위해 사방에 흩어진 지금보다 최적의 시기는 없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두려우신 겁니까?"


폰 2호가 미쳤나? (우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트루먼의 작은 소년이 있었으면 진작에 카이저 따위 밀어버리고 총학생회를 장악했을 거다.

'아까 말한 그거 있잖아요.'

인류의 주인께서 카이저에서 압수하시고 린이랑 학원 대펴들하고 합의한 그건 진짜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란다.

그거 우리 마음대로 쓰면 숨기지도 못하고, 인정도 안통해서 방위실파를 포함한 3대 학원이랑 총학이 산채로 우릴 뜯어먹을거다.

밀레니엄 학생회장이 3대 학원 애들하고 씹고 뜯고 맛보는 그거 한발에 얼마인지 아니? 그리고 한반도 북쪽의 어느 돼지 전제군주마냥 협박용으로 쓰려면 100발은 넘게 있어야지.

'그러게요. 제 생각이 짧았네요.'

그리고 암흑 은행은 카이저보다 우리 지분이 더 많아졌다. 거기 날리면 자폭이야 이 미친것아.

신숙주의 적극 추천으로 무럭 무럭 세력 키워가던 스케반을 채용했는데, 이렇게 미치광이일줄은 몰랐다.

그래도 어느정도 말 듣고, 능력은 확실해서 짜를수도 없으니 나랑 카야 머리만 아파온다.

......박문수가 날 이런 느낌으로 대했던 건가?

아니, 해동의 악비인 나는 저런 흉참한 야만족 추장같은 애랑은 다르다. 그럴리가 없다.(설령 김운행이 저 안에 자기 친구가 있는 걸 알았더라도, 원래 진짜 친구들은 서로 닮지 않았다 해대니 여전히 부정했을 것이다.)


"당분간은 경거망동 하지 마시고, 자중하도록 하세요."

이정도면 알아들었겠지?
카이저 살아있어야 우리한테 이득이니 너무 때리지 마라.


-----

코마카제 라브 시점


겉으로는 엄정하지만, 속으로는 쌍욕을 하며 계산기를 굴리면서 나간 스승과 제자에게는 안타깝게도 코마카제 라브는 잘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너무' 잘 알아들었다.

[이제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것 같구나. 너희 국방장관, 아니 방위실장은]

이렇게도 찔러봤는데 반응이 저런 걸 보아하니 카이저 코퍼레이션을 살려두고 싶어하는군요.

[그래, 저 고철덩어리 놈들을 명분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거겠지. 로젠바움 각하께서 이곳에 계시기만 하셨어도 저런 탐욕스러운 민족의 배신자, 융커 같은 년을 - ]

[[저 크라우트 놈, 또 또 지랄병 났다 저거]]

오늘만 벌써 세 번째인 로젠바움 신앙 간증을 시작한 독일식 제복을 입은 남자와 그를 욕하는 도적 두목, 아니 가죽제복을 입은 성기사단 단장에서 라브가 눈을 돌린 곳에는 여러 인영들이 앉아 있었다.

[과인은 지금 너한테 저 도이치 놈이 해준 것 보다 딱히 해줄 수 있는 더 좋은 이야기가 없구나.]

[[하긴, 이 양반 전문 분야는 정치질보다는 그냥 불태우고 다 죽이는 거긴 하지.
이 몸 어르신 생각에는 지금 당장에는 저 말을 들어서 카이저 고철 수집을 조금 줄이되, 경각심을 가지고 기회를 엿보는게 좋을 것 같구나.]]

[[[나는 너에게 해줄 말이 없구나.... 카요코랑 카즈사, 유키노도 똑똑하긴 하지만 춘식과도 같은 책사가 너에게도 있었으면 좋았을 건만...]]]

[[[[......]]]]

[[거기 태조 영감님은 왜 말이 없으신가?]]

[아아, 모르는가? 천명 3인분과, 0.25인분(손자가 얻음) 사이에는 명백한 상하관계가 있는 법. 비록, 태조일지라도 그 차이는 명백하다!]

[[[[크아아아악! 그만해라, 그만 해! 이 망할 놈들!]]]]

[[깔깔깔, 그러게 천명 따셨어야지.]]

[[[[크으윽!!! 방과 네 이놈! 네 아비가 이리 수모를 당하고 있는데 너는 뭘 하고 있는게냐?!]]]]

([소...솔직히, 아까부터 먼저 시비 걸으신 건 아버지가....])

[[[[뭐라?!!! 아이고! 내가 늙으면 죽어야지! 이 꼴을 보아서 무엇 하나!]]]]

라브의 주변을 떠도는 귀신들 중 이미 죽지 않은 자가 없었지만 손자놈에게 잡귀나 사진 속 얼룩 취급이나 당하던 이성계에게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또 다시 주먹다짐을 시작한 민족혁명 로젠바움 신봉자 만슈타인과 성 패튼 기사단장의 패튼.

거기에 몽골 천호식 정주민살 검법을 시전하는 이성계와 그에 맞서서 천자 태워죽이기 검술의 이연, 그리고 이걸 술안주 삼으며 고량주 병나발을 부는 이형

이들을 ASMR 삼으며, 라브랑 이훤은 어제 했던 게헨나 워게임에 이어 트리니티 지도를 보며 날이 샐 때까지 해방별대와 민족혁명군, (흉참한) 조선군을 가지고 즐겁게 워게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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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총학생회 방위실
방위실장 시라누이 춘식 시점

샬레가 했다. 진짜로 해냈다.

도대체 어떻게 벌써 이 인외마경을 수습한거지?

풀컨디션 국가 연금술사 박문수나 와야 가능할텐데? 역시 대적하지 않는게 정답이었구나.

샬레가 저렇게 유능하면 내 가슴속 신숙주가 틀리지 않았다는 거다.
누가 유능한지는 다 뒤덮어버리는 무식할 정도로 큰 영압 때문에는 모르지만 유능한거 하나는 확실하다.

자동적으로 장동 김문식 국가 운용법(가족같은 나라) 시즌 2 계획은 폐기해야 한다. 샬레를 조종하려다가 역으로 방위실파가 샬레 소유물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우울해 할 것 없다. 아직 우리에게는 정학이랑 총학생회장의 의지를 동시에 지킬 길이 남아있으니까.

'방위실파로 포섭한 다음, 샬레의 권위와 능력에 기대어서 여기저기서 삥뜯으면서 먹고 사는 길이요?'

그렇게 말하니까 좀 없어보이지먼 저 심연에서 올라온 괴물들(혹은 괴물) 두눈 부릅뜨고 있는 한 우리에겐 이거 말곤 답이 없다.

'크로노스 학원이랑 춘식 뉴스의 힘을 써서 평판을 추락시키면!'

막말로 그렇게 끝까지 가면 건륭제도 못한 '잠가라 키보토스' 시전하겠지.

모든 인프라 제어권이 저 사람들 손에 있는걸 잊지마렴.

'그럼 샬레에 게장이랑 감을 바치면!'

카야의 마음속 망탁조의가 부활했나? 네가 영조냐?

'카흐흑 카흐흑'

얘가 아까부터 우울해하니 조선 최고의 명의, 이금이 우울증과 관절통에 효과적이라 말한 약을 좀 먹어줘야겠다.

'게장이랑 감인가요?'

그건 비 장자증후군(not - legitmate son syndrome) 치료에 효과적이지 우울증에 좋진 않단다.

'그럼 위스키인가요?'

그래 장동 김문 비전의 맥청주이다. 양이들의 사특한 말로 위스키라고도 하지.

마족의 심장, 영국에서 온 몇몇 장인들을 해방별대에서 헤드헌팅(납치) 해와서 만들었다.

'납치요?'

어허, 그런 사특한 곡적오랑캐 놈들이나 할 짓은 안했다.

정당한 보수 -곡적 놈들은 남김없이 멸해야 하지만, 국가에 도움이 될 기물을 만들었기에 살려줬으니 차고 넘치는 보수이다. - 를 줬고.

본인들 의사에 따라 - 귀소본능 같은 무군무부한 양이들의 본성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화이주입봉에 교화됐다. - 모셔온 건데!

'네, 네'

에잉, 망할 제자놈

아무튼 당분간 숙주나물을 깨울 일도 없을테니 오늘은 이제 자야...

아, 맞다. 해야 할 일이 남았지.

'히잉'

군자는 늘 근면해야 하니 툴툴거리지 마라.

게헨나에서의 탕평을 실현하려먄 우리의 미래 사업 파트너, 최근에 새로 개척한 선도부 방위실파, 아마우 아코에게 인정을 좀 더 먹여놔야한다.


"선도부 선임행정관님? 방위실장입니다. 이번에 게헨나 선도부 내에 특정 기업에서 돈을 받은 인물들이 있다 들어서 그런데..."


---


샬레
유진 킴 대원수 시점

인생 3회차인건 그럴 수 있다.

인구 전원이 방탄이고, 총기가 스마트폰마냥 필수품이고, 총기난사가 음주가무 취급받고, 성인남성이 고작 4명밖에 없고, 기계시민에 수상할정도로 수상한 수인 시민이 있고, 헤일로 달린 학생들이 세계 정부 - 이름도 학생회에 학원인 - 운영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중세부터 조선 중기, 조선 후기에서 여러명 넘어오는 것도 그럴 수 있다.

당장 나부터 1900년대로 빙의했잖아. 그럼 역으로 넘어오는것도 가능하지.

산신령이랑 만난 군밤장수가 왕이 되는것도.

염라하고 내기해 환생한 다음 혁명투사가 되어서 명부통령이 되는것도.

냉전기에서 온 군인을 중세 바이킹 소녀가 만나서 건국의 아버지 대신 건국의 어머니, 초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그럴 수 있다.

근데 지구도 아닌 이세계에 상태창도 없이 던지는건 도대체 뭐냐?

린 보고 '우와 엘프다! 이세계다!' 하면서 스테이터스를 온 힘을 다해 외쳤지만 이번에도 안떴다.

다른 선생들은 산신령이나 염라 만났다는데, 나 트립시킨 놈은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박살낼거다.

아무튼, 다들 하나같이 비범한 경력과 능력을 지닌 덕분에 이 미치광이 세계에서도 나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근데 이 새끼, 아니 선배놈은 여기에 왜 온걸까.


"크하하하! 역시 후배님이 없는 세계에서도 이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의 이름은 영원히 남았군! 그래서 아가씨, 아니 전직 대통령 각하, 이 패튼이 어디에서 전사했나? 소련? 베트남? 아니면 중국? 혹시 또 중동?"

"프랑스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후배님이 벨트 매라고 신신당부한 이유가 이거였구만."


저 선배놈은 원래부터도 귀찮은 남자였지만, 여기 와서 내 인생이 2회차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더 귀찮아졌다.

----

샬레 탈환 직후(과거)
샬레 동아리실
유진 킴 대원수 시점


대행이 나가고 나서부터 싸늘하다. 아마 다들 총소리에 끓어올랐던 피가 식으니까 정신이 없는 거겠지.

난 멀쩡하다. 이번이 3회차니까 멀쩡하다. 멀쩡해야한다.

설마 싸구려 소설도 아니고 계속 이대로 영생을 사는건 아니겠지.

사람 많이 죽여서 지옥에 온 것도 아니잖아? 그러면 저기 짝부랄이랑 치질걸린 콧수염 천마가 히히 나의 예브게니 이러면서 다가왔겠지.


"후배님, 아까 그 상태창이니 뭐니, 개지랄은 도대체 뭔가? 아니, 눈깔은 또 왜그래? 괜찮나?"


아, 이 인간 아까는 하느님께서 발할라에 보내주셨다고 신나하고 헬기 빠르다고 좋아하더니 이제 전투 끝나고 자기 심심하다고 나한테 찝쩍거린다.


"그 복장을 예전에 봤었는데 혹시 두분 선생은 미군이십니까?"


오, 대담한 신원미상 임금님이 말을 걸어줬다. 저놈 말을 무시할 기회를 주시다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예, 전하, 저랑 저 맨들맨들 대머리 선배놈 둘다 미군입니다."

패튼이 뭐라 외치는 거 같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 가볍게 무시해주자.

"아이고 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소이다. 왕위는 진작에 큰놈한테 물려줬고, 당장 내 전생에 보잘것없는 군밤장수였는데 말이오."

전생? 군밤장수? 나만 3회차인게 아니었나? 그럼 내가 아는 왕이 아니라는 거네?

"알겠소이다, 선생."


옆에서 서랍을 뒤적거리던 임꺽정이 말했다. 드라마에 따르면 의적이었는데 현실에서는 도적이었겠지? 그런데 아까 애들 대하는 거 보면 아무래도 드라마판인거 같다.


"편해지시는게 너무 빠른거 아닌가요?"


아까 신나게 쏘아댔던 머스킷을 손질하던 시그리드가 말했다.

저분은 언제 어디서 트립한 걸까? 북유럽계인가? 여긴 진짜 시공의 폭풍인건가? 아니면 내가 드디어 미쳐가는건가?


"당장 우리 임금님도 내가 격식 차리지 않아도 별 신경 쓰지 않았소."


신경쓰지 않은거 맞나? 그냥 덩치랑 인상 때문에 무서워서 말 못한거 아닐까?아까보니 총 맞고도 멀쩡한 애들을 발차기로 기절시키던데,

아무튼, 저 군밤장수분은 어느 왕인지 알면 좀더 좋겠지. 한번 여쭤나 보자.

"혹시, 그 선생님 선왕의 묘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철종이었소."


내 수능 1등급 한국사 지식에 따르면 철종 다음은 고종인데?
근데 고종이 이렇게 현기가 넘쳐보였나? 맨날 사진으로는 늙은 모습만 봐서 그런건가? 아니지, 아까 군밤장수 빙의했다고 했지?


"그러니까, 전생에 군밤장수이셨는데, 왕이 되셨다고요?"

"그렇소이다. 북악산 산신령이 내 군밤을 먹더니 아주 좋아하더만, 온조와 비류 이래로 제일 맛있는 군밤이어서 보답으로 임자 팔자 한번 펴주겠다고 해서, 이 양반이 어렸을때 뽄 - 드를 잘못 마셨나보다 싶고 그냥 재밌기도 해서 좋다고 해 보니, 그 다음에 눈을 뜨니 내 부친께서 흥선 대원군이었소."

"나는 선생 말 믿소. 실은 나 임꺽정이도 이번이 3번째 삶이오."

"고맙소이다. 다만, 딱히 배운 것도, 이제는 왕 자리도 없는 이 늙은이가 선생 소리 듣는건 이상하니 귀남이라 불러주시오."

"아까 아해들을 위해 총부리 앞에 당당히 서지 않으셨소? 우리 임금님도 우리랑 짜고칠때 빼고는 그러지 못했는데 그 정도 했으면 선생이라 들어도 되오."

"그나저나, 3번째? 어쩌다가 그리 되셨는가?"

"첫번째 삶에서는 도적질 하다가 죽었소.
나름 조선 천지에 악명을 떨첬는데, 죽고나서 명계에 가니 이 염라놈이 나보고 작은 도적이라고 내 속을 박박 긁더라고.
그래서 염라놈에게 말했지, 야, 이놈아 이몸은 큰 도적이 될 수 있었는데 운이 안 좋았다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됐나요?"

"염라랑 내기를 했소, 내가 이겼고 그놈이 져서 쫓겨났지. 그런데 내 행동들 때문에 인과가 뒤틀렸다고 역사를 없는 걸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거잖소!!"

"저런... 그럼 이곳으로 쫓겨나신건가요?"

"아니, 명계 하급 관료들한테 그놈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할지 보여주고 같이 명계를 뒤집어엎었지."


음, 그래 진짜 미친 이야기네, 저거보단 산신령이 좀 더 믿기 쉽지. 음, 손이 더 떨리는거 깉은건 진짜 기분탓이다. 기분탓이야.
난 염라도, ts 여고생 염라도 못 만났으니 여기가 지옥이나 연옥이거나 내 꿈일리는 없다. 없을거야


"이보게 후배님, 그나저나 아까 이몸 조지 스미스 패튼이 그 여우 계집을 함락시키는걸 봤는가? 이 패튼의 매력에 소녀스러운 감성이 깨어나 부끄러움에 도망친게 분명하네!"(아니다.)

"글쎄요, 선배님의 험상궂은 얼굴에 도망친게 아닐까요?"


설마 저런 중세 광전사한테 반할리가 없잖아. 그냥 왠 맨들맨들 문어가 칼들고 키에에엑 거리며 쫓아오니 애가 놀라서 도망친거겠지.


"지금은 대머리 아니네!"


앗, 속마음이 새어나갔나? 아까부터 몸과 마음이 윌리스 마냥 날 배후에서 공격하는건가?

그때 시그리드 선생님이 머스킷? 라이플?을 내려두고 다가왔다.


"미군이시면, 몇년도에서 오신 건가요?"

"1971년입니다. 저기 저 선배놈은 저보다 몇년 일찍 1963년에서 왔고요."

"그러면 베트남전이랑 쿠바 미사일 위기를 보고 오셨겠네요."


뭐지? 저 중세 복장 입고 라이플 든 사람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이 나온거 같은데?

산신령도 실존하는데 수정구 들고 미래를 보는 마녀도 실존인물이었나?


"그, 실례지만 어떻게 그걸 알고...."

"아, 예전에 1983년에서 시간여행한 미군이신 욘 아저씨한테 들었어요."


?????? 그래 뭐, 시간여행도 있을 수 있지. 당장 나도 한번 했는데


"으하하! 시간여행이라니, 후배님 소설 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로구만!
그래서, 시그리드 선생! 2차 대전의 명장이자 히틀러 살해자 유진 킴이야 당연히 들어봤니 알테고, 그 베트남 전쟁은 개구리 놈들이 비대한 자아 때문에 지랄한 걸 과장한 걸테고, 쿠바 미사일 위기는 도대체 뭔가?"

"미군이 패배한 전쟁이랑, 소련이 쿠바에다가 핵 설치하려고 해서 미국이랑 세계 3차대전 직전까지 간 사건들 맞죠?"

"네 맞아요!"

"그 무슨... 후배님은 그걸 도대체 어떻게?"

"뭐, 이런 미친 세상에 죽었다 살아났으니까 얘기하는 건데, 저도 사실 처음부터 유진 킴으로 살아온건 아니에요."

"뭐?"

"희대의 사기꾼 유진 킴이 진짜 사기꾼이었다는 거죠. 전 사실 21세기에서 온 군바리였습니다. 짜잔~!"


음, 다들 싸늘하네. 언어의 마술사 유진 킴 님의 회심의 드립이 인 먹히다니 나도 퇴물이구만.


"......"

"제가 매번 그랬잖아요. 전 능력없는 사기꾼이라고, 아마겟돈 리포트도 전차도 싹다 답지보고 베껴온 사기꾼입니다."

정적이 흘렀다.

패튼 저 인간은 내가 입 닥치라 할땐 떠들고 지금은 왜 아무 말이 없는걸까? 평소에도 저 정도만큼 닥쳐주면 좋응텐데.

음, 역시 패튼이 입을 제일 먼저 여네. 저 인간에게 욕도 먹어버고 참 인생 뭐 같이 살았다 유진아.


"으하하하!! 이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를 능가하는 유일한 천재인줄 알았는데, 하느님께서 미합중국에 점지하신 천사였구만!"

뭐? 뭐????


"하지만 전..."

"이보게, 후배님, 이몸 패튼이나, 맥아더 선배가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후배님만큼 해낼 수 있을거 같은가?
전혀! 이 조지 스미스 패튼이 부랄 두쪽 걸고 말하는데 난 후배님처럼 옐로우 몽키에서 옐로우 지저스가 되는 건 못한다네!"

"....."


아이 진짜, 왜 평소처럼 지랄 안하고 그러는데, 괜히 눈에 습기가..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지게


"그러니 부랄떼인 개새끼마냥 끙끙거리지 말고 어깨 피고 가슴 좀 피게!"


저럴 줄 알았다 진짜, 순간적으로 패튼한테 감동한 내 잘못이지.

그래도 패튼 선배 덕분에 갑자기 싸해졌던 분위기는 어느정도 풀렸고, 다른 사람들하고 다시 이야기도 좀 오가기 시작했다.


"이보게, 패튼 선생. 혹시 맥아다 장군과 아는 사이인가?"

"제 선배님 되는 분이십니다."

"아이고, 맥아다 장군님을 아시다니 귀한 분이시구만!"

"근데 귀남 선생님은 맥아더 선배를 어떻게 아십니까?"

"내 전생에 김일성이랑 중공이 쳐들어왔을때 이 나라를 구한 명장이라고 들었네."


아니 잠깐만 공산당이랑 중공이면 저 분 연배가 어떻게 되는거지?


"아, 혹시 귀남 선생님도"


그때, 문이 열리고 파란머리 엘프 아니, 대통령 대행 비스무리한 총학 대행 나나가미 린이 들어왔다.


-------

샬레 동아리실(현재)
유진 킴 대원수 시점


그래, 참으로 다사다난한 날들이었다. 지금도 서류에 치어살지만 그때는 진짜 죽는줄 알았다.

3대 학원이랑 웬만한 군소 학원도 한 번 들려주고, 총학생회 서류도 마셜 농장주 마냥 다 흝어 봐서 뭐 어떻게 돌아가나 파악하고.

학교 하나 날림으로 폐교된거에 한번 경악하고 애들 고민상담부터 행정 정상화까지, 내 주변에 다 SSR급 인재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였으면 진짜 죽을 뻔했다.

업무를 하다 보니, 각각 맡아서 하게 되는 분야가 갈리게 되어 그 부분들은 서로서로 존중해주면서도 예의있게(광전사 1명 빼면 상식인들이다.) 일 하는게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3번째 삶에서도 일에 치어살아야 하나 다 때려치고 싶었지만, 내가 놓는 순간 파국일게 뻔히 보이고, 애들이랑도 좀 정이 들어서 이제와서 그만둘 수는 없다.

린한테 양보받은것들도 있고 다른 분들도 죽어라 일하는데 내가 그만두면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짝불알이지.


[선생님]

"음, 무슨 일이니? 아로나?"

[뉴스 좀 틀어보세요.]


[크로노스 스쿨 단독 속보 : 트리니티 시스터후드에서 폭동 발생]


음...시스터후드가 어디였더라. 오늘 임꺽정 선생이랑, 시그리드 선생님이 -

아, 이런 망할



작성자의 말) 아로나(방위실에서 린과 카야의 대담을 듣고는) : 린짱! 이건 음해야! 난 저런 명령 내린 적 없어!

샬레 선생님들은 각 작품 표지에 나온 모습이라 상상하면 좋을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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