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강박증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가령 내가 어떤 이랑 대화를 하다가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을 시험봤었다고 얘기한다면 "그래? 대단한데?" 같은 긍정적인 대답이 있을 것이고, "그렇구나" 같은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대답이 있을 것이고,  "관심없어" 같은 부정적이거나 무미건조한 대답이 있을 것임.


그런데 한국인은 일단 "붙었냐?"라고 물어봄. 만약 "붙었어"라고 얘기하면 "그래? 그럼 이 한자 알아??"라고 질문하면서 뭔가 테스트 같은 것을 지 나름대로 해보기 시작함. '3급으로 지정된 1800자 한자들중에서 질문했을때 모르는 거 하나만 걸려봐라ㅎㅎ' 대충 이런 것임. 그러다 어쩌다가 모르거나 휘발되서 까먹은 한자가 나오면 내가 ㅈ도 의미없는 짓을 한 것마냥 "야 3급인데 이정도도 모르냐" 하면서 꼽을 줌.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을 공부했고 통과해서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그 사실이 1800자의 한자를 완전히 다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진 않음. 솔직히 시험의 취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시험기관에서도 그런 취지로 시험을 시행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함.


일본어의 경우는 JLPT 1, 2급을 취득했다고 해서 일본어 능통하냐? ㄴㄴ 자격 취득 이후로 비즈니스 회화, 존경어 겸양어 부터 본격적인 시작임. 그런데 한국 어디가서 일본어 자격 있다고 말하면 존나 맥락없이 즉물적으로 그 이상한 기질이 발동해서 나를 깎아내리는 품평짓 할려고 위와같은 방식으로 어려운 일본어 물어보면서 어떻게든 깎아내릴 잔대가리를 굴리기 시작함.


그래서 난 한국에서 어디가서 이런 자격시험, 시험 공부한 적 있다고 얘기도 안하고 다님. 이력서에서라면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