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림 서부에는 이름난 정육점이 있었다.

그곳은 전 소울워커ㅡ하루 에스티아가 소울워커를 은퇴한 후 조용히 살고싶다며 퇴직금을 모아 차린 곳이였다.
금발의 미인이 주인인데다가 주인의 고기 다루는 실력이 꽤 좋았던 탓에 입소문이 나서 항상 손님이 붐볐고,

그녀가 바라던 '조용한 생활'과 약간 멀어지긴 했으나 하고싶은 일을 할수 있었던 탓에 하루는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녀의 정육점은 더욱 유명해졌고, 일은 더욱 빡빡해졌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은퇴하고 이곳으로 내려오며 모두와 연락을 끊었기에 도움을 청할수가 없었는데,

행운의 여신이 미소라도 지어준건지 다시 그와 만났다.

작은 카페 앞에서 다시 만난 어윈은 피곤에 절어서는 사람의 몰골이 아닌 그녀를 보며

흔쾌히 일을 도와주겠다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정육점의 깊은 지하, 고기 작업장에 어윈을 데리고 내려갔다.

아쉽게도, 어윈은 먹을줄만 알지 도축작업을 할줄 몰랐다. 위험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고기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기에 하루는 어윈에게 다른일을 맡겼다.

그녀가 있는 작업장의 건너편, 거대한 냉장고에 고기가 든 자루들이 있는데, 그것을 작업장으로 옮겨달라고.

하루의 정육점은 지하에서 고기를 도축, 작업장에 있는 작은 운반용 엘레베이터로 지상 가게에 올리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였다.

어윈은 하루가 능숙하게 칼질과 톱질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열심히 자루를 수레에 실어 옮겼다.

고기들은 아주 튼튼한 자루에 빈틈없이 잘 밀봉되어 있었고, 작은 기스에도 꿈쩍도 않을 정도로 튼튼했고, 부위별로 나눈건지 끈의 색이 달랐다.
그녀가 부탁한 자루는 총 30개였다. 27..28...하나가 모자랐지만 하루가 작업하는것이 마지막 한개일거라 생각한 어윈이

하루에게 자루가 총 28개라 말했을 때, 하루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네요...갯수가 맞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어윈은 일하던 냉장고로 돌아가 다시 자루의 갯수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루는 변함없이 28개였다.

몇번을 세어봐도ㅡ 몇번이고 그녀에게 다시 물어보았으나 현재 그녀가 작업하고 있는 한자루를 제외하고 한 자루가 빈다고.
게다가 그 자루는 가장 고급 부위만을 모아놓은 보라색 띠의 자루라고.
하루는 자신 외에 이곳에 사람이 들어온적이 없다 말하고, 어윈은 Cctv하나 없는 시설에서 자루가 왜 사라졌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중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자루를 접은것과 보라색 밀봉용 끈이였고,

어윈은 자루를 작업장에 가지고 들어가서는 수량이 잘못 체크된것같다며 넉살좋게 웃었다. 그런데,

"아니예요."
"응?"

분명 작업이 끝났을텐데 하루는 손에 도축용 칼을 든 채 웃고 있었고, 그때서야 어윈은 깨달았다.
평소에 연락을 잘만 하고 지내다가 갑자기 사라진 다른 소울워커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하루.

그리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정육점에 cctv하나가 없는데 고기를 도둑맞지 않는다는 이질감과

그녀만이 이곳을 들락거릴수 있었던 이유까지.

그녀는 침입자를 막지 않았다. 그저 내보내지 않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