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랭킹 종료 5분 전, 마지막 히든 하이드 아웃을 들어가기 위해

브리핑과 도핑, 스킬 세팅을 하는 동안 어윈은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나온 주옥같은 판들 중

딜계산을 잘못한 진이 파피를 박다가 전부 다 죽였을때도

이리스가 파썸을 갈기다가 얼려도 하루가 크스를 박다가 뺑소니에 맞아죽어도

독수리 생각으로 가득했던 그가 침식을 잊은 채 핵에 들어갔다가 놀라서 켠 하이드앤식으로 하루를 죽였을때도

팀원들이 서로 쌍욕을 후려갈기는것을 지켜보면서도 어윈의 머리속은 단 한가지 의문으로 가득했다

왜 독수리의 부리는 노란것일까?

처음 진을 보았을때, 어윈은 그의 머리가 독수리의 부리같다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진 세이파츠의 머리를 솔방울 같다 놀렸었지만, 어윈에게는 늘 검은 독수리의 깃털처럼 보였다.

처음 보이드에서 마주쳤을때도, 종종 완을 당한다는 사실에 분노의 눈물을 흘릴때도.

그가 아직 보이드 패왕의 타이틀을 쥐고 있던 시절에도 그 검은색 독수리 부리는 어윈의 걸림돌이였다.

분명 타락한 영혼때 불꽃슛 외 할게없는게 분명한데, 방어도 감소로 진시황이라 불리우는게 어윈은 늘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였을까? 히든 하이드 아웃에서 분을 참지 못한 그가 눈물을 흘릴 때

어윈의 가슴속을 채운 감정이 통쾌함이 아닌 이유는.

그래도, 괜찮았다. 이제 같은 파티로 자주 만날수는 없더라도, 히하 랭킹팟은 그리 많지 않고,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검은 독수리의 부리를 찾을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안도도 잠시일 뿐이였다. 어윈의 마음 속 검은 부리를 가진 독수리는

다시한번 날개가 꺾여 좌절하고 미래의 새 기회를 찾아 희망의 땅으로 떠났기에.

희망의 땅... 자유와 기회... 리워크... 스킬 및 계수 조정...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나라.

하얗고 핑크빛인 다른 소울워커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는 진의 검은 머리는

언제나 가장 먼저 어윈의 눈에 들어왔다. 구김살 없는 웃음- 그 웃음이 자신의 곁이 아닌

머나먼 파티에서나 나온다는게 어윈은 견딜수 없이 싫었다.

그것만 생각하면 손이 Z비타민을 2시간동안 마신것마냥 떨려왔기에

.

그래서 어윈은 얼리고 또 얼렸다.

그의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은 그저 하나- 왜 만점파티에서 그를 볼수 없게 되어버린 것인가.

릴리의 개편이 끝나고, 클래스가 상승했듯 어윈의 마음 속 독수리의 부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상승한듯 했다.

마지막 히든 하이드 아웃 트라이가 끝나고 파티원들은 각자 흩어졌다.

아이템을 갈고 수리를 하는 도중 뒤에서 하루가 외치는 애2미창3녀소리가 울려퍼진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는 어윈의 부모님들이 이리스에게 폭탄세일급으로 팔려나갈때도,

어윈은 그저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란것일까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어윈의 가슴 속 독수리의 부리는 그리 검었는데....

빡친 진의 바렛 스트레이트가 명치를 후려갈겨서일까? 아니면 그의 심장을 파고든 검은색 부리의 독수리 때문일까.

어윈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