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리뷰가디언 활동 지원받고 쓴 리뷰 장갤버전이다. 수정본은 문피아 추게에 있다. 이 글 쓴놈이 대역 비중이 높은 누렁이라 작가에 대한 사심이 좀 크게 섞여 있으니 양해 바라고, 객관적인 리뷰글이 아니라 안정적인 사료 공급을 위한 무지성 유입늘리기용 추천글로 썼으니 이 점 염두하고 읽었으면 좋겠다.

대역 읽어본 누렁이들이라면 <미연시인데 연애를 할 수 없는 건에 대하여>, 통칭 롬연시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거다. 1420년 망국의 기로에 서 있던 동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제국을 부활시키는 이야기는 정말로 황홀했었다. ㅈ같은 조아라 어플을 삭제하지 않는 유일한 이유였지.

그리고 이제는 문피아에서, 대역이 아닌 판타지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스케일로 그때의 황홀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멸망을 거부하는 마지막 신의 이야기. <멸망 중인 세상 마지막 신이 되었다>리뷰 들어간다.

세상이 또 망했다. 롬연시에서는 쥐톨만한 나라 하나를 가지고 죽이니 살리니 다퉜었는데 이제는 온 세상과 전 인류가 죽기 직전이란다. 왜 망했느냐. 만신전의 으뜸인 태양신이 통수를 치고 인간을 악마한테 팔아먹어서 그렇다. 인간을 지켰던 태양빛이 검게 물들자 온 세상이 악마가 판치는 지옥도로 변했단다. 시작부터 위기의 스케일이 어썸하다.

신과 악마의 전쟁은 악마의 승리로 끝났다. 인간들이 우러러보는 태양의 주인이 인간을 버렸고, 수많은 신들이 제 의무를 방기하고 도망쳤다. 덩그러니 남은 인간들은 악마가 맛있게 냠냠쩝쩝하는 중이고. 그러나 매드맥스 뺨치는 아사리판이 되어버린 세상에도 신다운 신이 단 하나 남아 있었다.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창성, 별을 만드는 신이며 모든 별의 대부다. 작 중 최종보스인 태양신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작가의 설정에 나는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멸망한 세상. 악마의 먹잇감이 된 인간. 그런 인간을 지키는 마지막 신. 여기까지만 해도 군침이 돌지 않나? 거기에 타락한 태양신과 그를 징벌하고 새로운 태양을 만드려는 주인공의 대립구도까지 섞었다. 상상만 해도 뽕이 차는 플롯이다.

전개도 훌륭하다. 위기-절정의 어마어마한 낙차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아찔할 정도로 크다. 배경에 걸맞는 거대한 시련과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는 영웅적인 주인공의 모습이 연타석으로 홈런을 친다. 혹여 찾아볼 마음이 든다면 꼭 9화, 주인공의 각성씬까지는 보고 판단해라.

개인적으로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다. 웹소판에서 정말 희귀한, 고구마를 맛있게 먹일 줄 아는 작가라서 그렇다. 혐성 사이다 주인공은 시원할지언정 감동적일 수는 없잖아. 혐성과 뽕맛은 양립할 수가 없다고. 그걸 원하려면 결국 고구마를 찾아야 하는데, 문제는 염산 들이부은 사이다물을 하도 읽다보니 평범한 고구마에도 목이 턱 막혀서 뒤로가기를 누르고 만다. 그래서 정판이 인기가 없지.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는 장면에서도 답답함보다 극복에서 느껴질 카타르시스가 더욱 기대되면 고구마마저도 맛있게 느낄 수 있다. 이게 되는 작가를 한 5년은 찾았는데 정말 몇 없었다. 심지어 작가들 평균적인 글빨이 후달리는 대역판에서는 진짜진짜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롬연시를 봤고 한번에 뻑이 갔는데, 롬연시 끝나고 문피아에서 <나 죽고 혁명해라>연재할때는 피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이게 아닌데...나는 이런 혐성이 아니라 존나 착하고 고결하고 뽕차는 주인공을 원했는데...

롬연시 연재할 때부터 느낀건데 이 작가는 극선성향 주인공을 진짜 미치도록 잘 깎는다. 영웅적인 주인공에 걸맞는 거대한 위기를 만들 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겨내는 절정에서의 뽕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나죽혁의 자애공이 귀족과 평민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끝내 혁명을 긍정하되 최대한 피를 덜 흘리려 노력하는, 진짜 자애공 이름값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봐. 난 질질 침흘리면서 먹었을 것 같다.

큰 감동은 큰 시련에서 나오고, 보통은 그 시련을 고구마라고 부른다. 이 작가가 내미는 고구마는 크고 많지만 넘길만 하다. 그걸 참고 받아먹다 보면, 하이라이트에서 터져나오는 환상적인 뽕맛이 널 기다릴거다.

하이라이트까지 가는 과정이 예술적인 빌드업으로 매끄럽게 넘어간다. 절정에서 터져나오는 카타르시스가 개쩌는 펀치력을 가지고 있다. 염산 수준으로 사이다를 들이붓는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 슬슬 반대쪽이 땡기는 사람, 찜찜함 없이 마음 놓고 즐거워할 수 있는 고결한 주인공을 원하는 사람은 이 소설, <멸망 중인 세상 마지막 신이 되었다> 한번 읽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