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정말 전형적인 인프제 친구가 하나 있음
고딩 때 인프제 친구를 한 번 보긴 했는데 서로 미성숙해서 싸우고 두번째로 보는 인프제. 나름 건강한 인프제 같아 보임.

1. 비현실적인 생각을 굉장히 깊게 함. 심리학 좋아함.
인간의 행동엔 뭐든 이유가 있다고 믿고 이해해보려는 본능이 강해보임. 이때의 이해는 분석이 아니고 자신도 그러한 환경에선 그런 행동을 할지 감정이입하는 부류의 이해인듯.

개인적으로 난 내가 안 겪어본 상황은 감정이입이 안 되고, 상황 설명부터 듣고 잘잘못 가리는 걸 잘하는데
인프제 얘는 무조건 감정적 공감이 먼저다.
우울할 때 터놓기 좋은 성격임 (감쓰로 쓰겠다는 말은 아님. 자기가 고민 들어주는 걸 좋아한다고 먼저 말함.)

심리학 좋아하는 건 여기 갤들 쭉 보니까 베이스인거같네
인간 내면에 관심이 많은듯. 신비.
이거 때문에 남 고민 들어주는지도 모르겠다.

2. 성실함.
하나부터 열까지 종이에 써서 계획하는 그런 컨트롤프릭은 아닌듯하고
밖에 나갈 땐 목적지와 목적지로 향하는 최적의 동선... 같은 걸 계산한다고 함.
걷는걸 싫어해서 그러는 건지 그냥 계획해두는게 마음 편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둘 다인 거 같다.

난 아무 목적 없이도 쏘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심심할 때 호출하기엔 좀 곤란한 유형이지만 사고방식 신기함.
성실해서 그런가 성적도 좋음.

3. 지나간 일을 곱씹는 건가?
나한테 실례될 수 있는 말을 걔가 무의식적으로 함. 나는 그 대화 나누고 5초만에 까먹었는데...
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혹시 내가 어제 기분 나쁘지 않았냐고 물어보더라.
근데 걔가 말 안했으면 영원히 까먹었을 일이었음. 기분 나쁘진 않고, 지나간 일을 이렇게 기억하면 피곤해서 어떻게 사는 거지 생각만 듬.
어떻게 보면 착한데 감정 소모 클 것 같다.

다른 일로도 내가 잠깐 기분 나쁘고 5분만에 까먹을 일을
한시간만에 그때 괜찮았냐고 물어보더라.
내 눈치 보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왜 눈치를 보는진 모르겠지만.

4. 3번의 연장선상으로 배려가 베이스임.
근데 내가 주는 호의는 잘 안 받으려 그런다. 사람 무안하게.

5. 남 뒷담을 절대 안 깐다.
이건 나랑 비슷한데... 열받은 일 있는 거 같은데 표출을 안 해서 무슨 일인지 눈치 보임. 화난 티는 나는데 얘기를 안 해 준다. 뒷담은 아니더라도 뭔 상황인지 얘기 정돈 해줄 수 있지 않나.

여기부터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

6. 극도로 신비주의임.
신비주의 좋아하는 사람 많은 거 알겠는데, 난 전혀 취향 아님.
겉과 속이 다름.
겉으론 항상 친절하고 나긋나긋한데, 속으론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음. 3번마냥 내 심기? 눈치? 보는 건가 싶을 때도 있고.

신비주의라기보단 애매모호함인가? 저녁 메뉴 정할 때 맨날 상관없다는 답변만 함... 자기 주장 좀 해줬음 한다. 누가 안 잡아먹는데.

7. 말이 없음 (너무)
말 걸어도 응답을 잘 안 하거나 단답형 대답만 나옴. 자동응답기 같은데... 막상 나한테 말 걸 때는 모터 달린 듯 지 할 말 쭉 함.
내가 암만 외향충이래도 너무 불공정 거래 아니냐

8. 6+7번이 콜라보해서, 자기 주장을 꼭 해야 할 때 침묵함.
조별과제 동료평가라던가, 역할분담이라던가. 그놈의 '상관없어' 내지는 '너 편한 대로 해' 둘 중 하나임.
진짜 제발 본인 원하는 바 좀 얘기해줬으면 좋겠음.

나름 J라 본인 할 일 잘 처리하는 부분은 정말 부럽지만
본인 의견을 얘기 안 하면 눈치보느라 난감한 나머지 동료, 팀원 생각을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

갠적으로 인프제 호감임. 대화할 때 부담스러울정도로 빤히 쳐다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