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댓글 쓰다가 생각이 나서 간단하게 적어보기로 함.

나도 이때에 중딩 인가 초딩 인가 그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좀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음.

1. 구 마공카

이 카페가 정확히 언제 나온건지는 나도 잘 모름.

근데 2010년에 15만명 인가 되는 꽤 거대 카페 였다는걸 생각하면

아마 2008년 마블 오리지날 출시 직후에 생긴 카페가 아닐까 싶다.

마운트 앤 블레이드 오리지날은

해보면 알겠지만 2000년대 후반의 게임 이라고 믿기지 않는

쌉 인디 게임이다.

이런 쌉 인디 게임 카페 주제에

15만명이나 되는 회원수를 가지고 있는 카페는 흔치 않은 수준 이었다.

2. 구 마공카의 운영

구 마공카의 매니저가 군대에 입대 하면서

마블 카페의 운영은 당시 카페의 올드비들이 맡아서 했다.

그렇게 마블 오리지날과 오리지날의 다양한 모드들을 플레이하며

많은 유저들이 이 카페에서 활동을 했다.

3. 워밴드의 출시

2010년인가 워밴드가 출시 되었다.

지금 시점에선 놀랍게도 새로운 확장팩이던 워밴드는

출시 직후에는 아주 인기가 더럽게 없었다.

워밴드에는 사라니드라는 신팩션이 추가되었고

목각인형 같던 모션도 많이 부드러워 졌고(오리지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현실적인 모션이 된거다)

그래픽도 더 개선 되었고

여러 부분에서 워밴드는 기존 오리지날의 업그레이드 판 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근본적인 컨텐츠는 오리지날이나 워밴드나 거기서 거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지날은 2년동안 온갖 다양한 모드들이 발전해서

모드로 온갖 재밌는 플레이가 가능했는데

워밴드는 당시에 제대로 된 모드가 없었다.

당시 오리지날의 최고 인기 모드였던 NE모드에도 있던 여러가지 컨텐츠들 조차

워밴드에서는 구현이 안되어 있을 지경 이었으니

오히려 전체적인 게임 경험은 오리지날 NE 모드가 워밴드 보다 더 나았다.

4. 신진 워밴드 멀티파의 대두

하지만 워밴드는 오리지날과 다른 독보적인 컨텐츠가 있었으니

바로 '멀티 플레이' 구현 이었다.

오리지날 까지만 해도 싱글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ai 백명을 썰었다는 둥

고수 라는 둥 주장하는 유저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얼마나 강한지, 누가 더 강한지 입증이 안됐는데

워밴드에서 멀티가 생기면서 실제로 유저들이 만나서 싸우기도 하고

실력도 기르고 온갖 컨트롤도 익히기 시작한다.

이에 구 마공카 내부에서 워밴드 멀티 플레이를 즐기는

골수 유저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5. 전통 오리지날 모드파 vs 신진 워밴드 멀티파 대립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의 올드비 카페 운영진들이 주축이 된

전통 오리지날 모드파 유저들과

새로운 멀티에 푹 빠진 신진 워밴드 멀티파 유저들이

서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걍 눈팅만 하던 중딩이라 이 사건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두 세력이 정확히 왜 싸운건지 좀 가물가물 한데

얼핏 기억하기론 신진 멀티파 유저들이 멀티 유저 늘리겠다고

카페 내부에 워밴드 복돌 파일을 풀고 그래서

그게 논란이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6. 워공카 개설

결국 신진 워밴드 멀티 유저들은

워밴드가 출시되고 반년여 만에 모두 카페에서 쫒겨났다.

전통 오리지날 모드파가 숫자도 훨씬 많았고

카페 운영의 핵심인 올드비들의 비율도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신진 워밴드 멀티파 유저들은 도마라는 유저를 중심으로

새로운 마블 카페를 만드는데, 기존 마블 카페와 구분되게

자신의 카페를 워밴드 멀티 위주의 카페로 만들었다.

7. 구 마공카 매각

그렇게 구 마공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군대에 입대했던 카페 매니저가 전역을 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카페 매니저 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당시 마블 카페는

매니저가 아닌 운영진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복귀한 카페 매니저와 기존의 운영진들은 계속해서 충돌과 잡음이 있었다.

카페 매니저는 당시 카페를 수익창출 수단으로 여겼는지

카페 배너에 광고를 달기 시작했고

이에 당시 운영진들 중 상당수가 반발을 하게 된다.

결국 온갖 충돌과 싸움 끝에

구 마공카는 카페 매니저에 의해서 매각 되었다.

구 마공카의 운영진들은 새로운 계승 카페를 만들었고

구 마공카 유저들에게 새로운 카페로 옮겨올 것을 유도했다.

8. 뜬금없는 천하 삼분 지계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15만에 달하던 구 마공카 유저들은

- 아직 매각이 안되어 살아는 있는 구 마공카

- 정식적으로 구 마공카를 계승은 했다지만, 허겁지겁 만들어져서 조잡한 전통파의 계승 카페

- 숫자는 비교적 적었지만 탄탄한 단합력과 의욕으로 가득찬 워밴드 카페

의 혼란스런 상황을 목도하게 된다.

(물론 이 외에도 마블 모드 카페라고 해서 모드질 위주의 카페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중요한게 아니어서 뺀다)

9. 워공카의 천하 통일

대부분의 유저들은 워공카의 존재도 잘 몰랐고 관심도 없었기에

마공카 유저들의 대부분은 계승 카페로 옮겨 갔지만

사실 계승 카페의 운영진과 매니저 모두 이런 상황을 예상 하지도 못했고

전혀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계승 카페 매니저만 해도 딱히 대단한 의욕을 가지고 추진한게 아니라

걍 떠맏기듯 매니저 자리를 받은거라 의욕도 별로 없었다.

반면 워공카의 매니저와 운영진들은

기본적으로 워밴드 멀티에서 서로 만나 소통하고 같이 게임을 하던 사이였으니

서로 끈끈한 관계를 가진 단결력이 좋은 집단 이었다.

게다가 구 마공카에서 탄압을 받고, 쫒겨나고, 새로운 카페를 만들면서

더더욱 결속력과 카페 운영에 대한 의욕이 높았다.

결국 몇달 동안의 잠깐의 경쟁은 계승 카페가 항복을 하고

워공카에 흡수되는 방향으로 끝을 맞이 했다.

10. 복돌 대작전

2011년인가에 결국 천하통일에 성공한 워공카.

하지만 워공카 운영진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는데

워공카의 근간은 오리지날이 아닌 워밴드, 싱글이 아닌 멀티 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시 유저들의 대부분은 워밴드 보다 오리지날을 더 선호했다.

슬슬 워밴드에도 모드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오리지날의 모드를 따라갈 퀄리티의 모드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워공카에서 워밴드 유저와 멀티 유저를 늘리기 위해서

카페에서 대놓고 워밴드 복돌 파일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당시 워밴드만 해도 게임 용량이 작았기 때문에

그냥 개발사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 원래는 시디키를 쳐야 데모가 아닌 정식 워밴드 플레이가 되지만

러시아 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복돌 크랙 파일을 설치하면

그냥 워밴드를 즐길 수 있었다.

멀티도 됐다. 정품 서버에 접속할 수는 없었지만

복돌 서버를 만들면 복돌 서버 내에서 플레이가 가능했다.

11. 복돌 멀티의 대 흥행

워공카의 이런 정책은 대 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워밴드 복돌 멀티 한국 서버의 동접자 총합은

거의 언제나 100여명을 훌쩍 넘기곤 했다.

이런 와중에 시간이 흐르면서 워밴드 에서도

하나둘 오리지날 못지 않은 모드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초창기의 PW모드 같은 멀티 모드들 까지 등장하면서

워밴드 유저들의 숫자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결국 대세는 오리지날이 아닌 워밴드로 향하게 된 것이다.

12. 진짜 마공카와 복돌의 끝

한편 열성적이던 워공카의 매니저와 운영진은

카페 키우기에 꽤 진심이었고 노력을 많이 한 끝에

공식적으로 개발사에서 인정한 마블 커뮤니티 목록 끄트머리에

한자리 이름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구 마공카 처럼 (자칭)공식 카페가 아니라

진짜 공식 카페가 된 것이다.

그 후로 워공카는 카페 이름을 마공카로 바꾸게 되었다.

하지만 나름 '공식'카페에서 복돌 크랙파일을

당당하게 정식 배포하는 상황도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당시에 정품 워밴드 멀티에서도

국내 동접자가 수십명은 유지되는 상황이라

고인물들 입장에선 더이상 아쉬울 것도 없었다.

결국 마공카는 복돌 크랙파일 배포를 멈추었고

복돌 멀티는 그대로 종말을 맞이 했다.

13. 복돌 재개 논쟁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초창기 워공카를 세웠던

1,2세대 멀티 고인물들은 하나 둘 게임을 접게 되는 반면

멀티에 새로 유입되는 뉴비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인물, 썩은물판에 누가 유입을 하겠는가)

워밴드 멀티의 동접자 숫자는 나날이 줄어들게 되었다.

복돌 멀티 시기에 유입된 2,3세대 멀티 유저들 중

이런 상황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중 일부는

다시 멀티 복돌 파일을 배포해서

워밴드 국내 멀티의 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열렬하게 펼치거나 실제로 복돌 파일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마공카의 운영진들은 시큰둥 했다.

공식 카페가 된 상황에서 복돌 파일을 푸는건

비도덕적 이라는 명분도 확보했고

무엇 보다도 이미 마공카 운영진들은

대부분 워밴드를 접었거나 관심이 다소 식은 상태 였기 때문이다.

마공카 운영진들은 복돌 파일을 푸는 유저들의 게시글을 지우고 강력한 제재를 했다.

또한 몇몇 멀티 유저들은 이런 상황에 반발해서

새로운 복돌 멀티 마블 카페를 개설하기도 했었다.

(물론 워공카때와 다르게 신 마공카가 망하질 않아서 걍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어찌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구 마공카에서 멀티 유저의 증가를 위한다는 이유로

공식 카페에서 복돌 파일을 풀어대다가

기존 카페의 기득권들에게 쫒겨났던 이들이

역으로 시간이 흐르자

멀티 유저의 증가를 위해서 복돌 파일을 풀어내는

새로운 신진파를 탄압하는 기득권층이 된 현실인 셈이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워밴드는 낡은 게임이 되었고

마공카와 워밴드 국내 멀티 인원 풀 역시

서서히 서서히 줄어들어 버리다가 자연스럽게 거의 소멸에 이르렀다.

그나마 배너로드가 나온 이후로 마공카가 조금 다시 활성화 되긴 했는데

이젠 대세가 네이버 카페 보다는 디시로 이동한 것도 있고

이래저래 예전 같은 성세가 다시 올일은 별로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