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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스포포함) 일본 영화 블로거의 아사코 해석 번역해봄

아사코조와(220.69) 2019.03.16 21:55:28
조회 24434 추천 132 댓글 18
														

음 우선 안녕

나는 오늘 아사코를 보고 와서 글을 쓰는 유동이야

내가 굳이 일본 블로거의 해석을 번역해본 건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해석이라서 공유해보고 싶어서야

영화 끝났는데 중간중간 숨겨진 의미들이 뭔지 이해가 안 되니까 좀 멍해지더라고

그래서 한국 리뷰들 봤는데 왠 개떡같은 거밖에 없는 거 같아서 일본 사이트 보다가 건졌어

글이 상당히 길어서 번역하는데 3시간 정도 걸렸는데 일본어 잘 못해서 오역 의역 있을 수 있고, 원저작자가 내가 아니라 원본 링크도 올림

그럼 시작한다


원본 링크

https://www.club-typhoon.com/archives/2018/09/03/netemosametem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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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가'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영화 '아사코'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작품의 해설과 고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지 않은 분은 주의해주세요.


괜찮으시다면 끝까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탭 및 캐스트


본작의 감독을 맡고 있는 분은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신진기예의 하마구치 류스케 씨입니다. 2015년에 공개된 '해피 아워'는 스위스의 르카르노 영화제에서도 높은 평가를 얻어, 일본에서도 다수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또, 쿠로자와 키요시 감독 작품에서 종종 각본을 담당했던 다나카 사치코 씨가 본작 '아사코'의 각본을 감독인 하마구치 류스케 씨와 공동집필하셨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아둔다면, 이 작품이 어딘지 모르게 쿠로자와 키요시 감독 작품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이해가 가지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이상한 세계관을 지지하는 배경음악을 담당한 분이 tofubeats 씨입니다. 작품 중 배경음악이 하는 역할이 중요한 게 이번 '아사코'라는 작품인데, 그 역할을 더할 나위없이 해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캐스트에는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를 시작으로, 카라타 에리카 씨, 세토 코지 씨, 이토 사이리 씨 등, 대세 젊은 배우들이 모여있습니다.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는 1인 2역이라고 하는 어려운 도전을 했는데, 훌륭히 연기해냈습니다. 재밌었던 건 극중 바쿠라고 하는 캐릭터가 유명하게 된 계기가 '아침 드라마 출연'이었다는 건데, 이건 2013년에 '아마짱'과 '잘 먹었습니다'에 연속출연하여 히트한 히가시데 씨 본인의 내력을 반영하는 것 같네요(웃음).


또 히로인 역을 맡은 카라타 에리카 씨는 '암흑여자'나 '러브독' 등에도 출연하면서 현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건 이토 사이리 씨입니다만, 그녈 처음 알게 된 건 '수도(짐승의 길)'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인데 목소리가 엄청 특징이 있는 여자 배우분이어서, 한번 그 목소리를 들으면 잊을 수 없게 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아사코'라는 작품은 칸느 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서, 이미 세계 20개국의 배급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어느 가족'이 최고상의 가치가 있는 황금종려상를 수상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사코'가 수상을 했어도 납득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아사코' 해설


그럼 이 쯤에서 몇 가지 시점에서 영화 '아사코'를 깊게 파고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쵸 시게오의 사진에서 해독하는 '아사코'


우선 이 작품에 아주 인상적인 모티프로 등장하고 있는 고쵸 시게오의 사진에서 작품을 해독해봅시다.


그 전에 간단하긴 하지만, 고쵸 시게오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를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고쵸 시게오는 사진가로써, 유소년기에 척추 카리에스라고 하는 병을 앓았던 것이 계기로, 후유증으로 등이 굽어지게 되고 맙니다. 그 후 오오츠지 키요지 씨에게 사사받는 형태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여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특히 영화 '아사코'에서도 쓰이고 있는 사람이 카메라 방향을 마주보고 정면에 있는 사진이 실린 'SELF AND OTHER'라고 하는 사진집이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1983년에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되었지만 그 사후에 사진집이라는 좁은 경로를 거쳐 더욱 평가와 인기가 늘었고, 지금에도 많은 팬이 있는 일본의 명 포토그래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런 고쵸 시게오 씨의 사진이 '아사코'라고 하는 작품에 인상적인 모티프로 등장하게 된 것이냐 하면, 그건 그의 사진에 담겨있는 의도와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SELF AND OTHER'라고 하는 사진은 직역을 하면 '자기와 타자'라는 의미입니다. 어째서 그런 타이틀을 그가 자신의 사진집에 붙였는가. 그건 앞에서도 서술했듯 그가 척추 카리에스 후유증으로 인해 등이 굽었다고 하는 외견적 이질성이 우선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는 타인과는 다른 특징적인 외견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타인이 자신에게 향하는 '시선'이라고 하는 것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민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향해지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시선'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고 항상 느껴왔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그런 '시선'에 의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리고 피사체를 카메라를 향하고 있는 자기자신과 마주보게 함으로써, 피사체와 카메라(고쵸 시게오)의 관계성을 그 '시선'을 통해서 그려내는 것에 성공합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 '시선'은 사진을 보는 우리들에게도 향해지고 있어서, 그가 느껴왔던 '시선'과 인간의 관계성이라는 맥락을 자신과 같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사진집에 있어서 그가 취한 접근법은 피사체를 자신의 가족에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도록 그라데이션처럼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쵸 시게오 자신과 피사체의 관계성이 어떻게 '시선'에 영향을 주는가 하는 부분을 표면으로 드러나게 한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나면 '아사코'라는 작품이 얼마나 고쵸 시게오식의 영상에 지배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상적으로 삽입된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나 카라타 에리카 씨의 카메라에 마주 본 클로즈업 샷이, 아사코와 료헤이, 바쿠와의 관계성을 드러나게 하는 '시선'의 표출임과 동시에 그런 맥락을 우리들 자신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기는 듯하게 느끼게 하는, 지극히 수준높은 테크닉인 것입니다.


이 영화에 있어 아사코의 심리묘사가 말로 나오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료헤이가 좋아"라고 하는 애정표현이 본심에서 나오는 것인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사코가 2명의 꼭 닮은 남성에게 향하는 시선이 모든 감정을 집약하고 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씨는 고쵸 시게오식으로 '시선'의 변화에 모든 것을 맡긴 것입니다.



체호프의 '세자매'에서 해독하는 '아사코'


희대의 극작가 체호프의 명작 '세자매'입니다만, 이 작품이 극중 아사코의 친구가 연기하는 형태로 등장했었습니다. 그럼, 이 '세자매'라는 작품이 '아사코'라는 작품에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깊게 파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 제정 말기를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신분 높은 군인이었던 것도 있어서, 모스크바에서 화려한 매일을 지내고 있던 셋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몰락하여 시골마을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갑갑함에 괴로워하면서도 살게 됩니다.


그런 그녀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모스크바'였습니다. 그 언젠가 자기들이 영광의 나날을 보냈던 모스크바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을 꿈꾸며 모스크바에서의 나날을 숭배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녀들이 살고 있던 시골마을에 군인이 오게 됩니다. 그러던 중, 차녀이자 유부녀인 마샤가 재미없는 남편에 질려버려 뵐시닌 중령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차녀인 마샤라는 캐릭터는 영화 '아사코'의 아사코와 아주 비슷합니다.


아사코와 바쿠는 정반대의 인물처럼 보입니다. 이야기 서두에 묘사된 모습은 명백하게 그들을 대조적인 인물이라고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아사코는 어째서 바쿠라는 인물에 반하게 된걸까. 그 동기가 '세자매'에서의 마샤가 뵐시닌 중령에 반하게 되는 동기와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로 데리러 가줄 존재이면서,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존재, 마샤가 뵐시닌 중령에게 사람을 품은 것은 시골에서의 갑갑함이 가득한 생활을 그가 타파해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며, 모스크바에의 동경을 그에게 겹쳐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동경하던 바깥 세계로 데려가 줄 '왕자님'을 사랑하게 되는, 신데렐라 신드롬에 빠진 소녀처럼 아사코는 바쿠라는 남성에게 동경을 갖고, 반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에 있어서 바쿠의 고향은 홋카이도입니다. 영화 '아사코'에서 센다이라고 하는 지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홋카이도라는 장소가 '세자매'에 있어 모스크바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홋카이도는 바쿠의 고향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사코의 동경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아사코라는 인물의 동선에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녀는 바쿠가 사라지고 난 후,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주합니다. 그리고 료헤이와 함께 센다이의 재해지역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즉 아사코라는 인물이 조금씩 홋카이도라는 장소에 물리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큰 전환점으로써 료헤이의 전근이 계기로, 아사코는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것은 즉 홋카이도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것은 아사코에게 있어 바쿠와의 결별이 된다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타이밍에서 아사코의 앞에 바쿠가 나타나는 건, 이야기에 있어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사코는 한번 료헤이를 버리고 홋카이도로 향하는 결단을 합니다. 바쿠는 자신을 데리러 와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결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런 인식을 하게 된 장소가 센다이라는 건, 이 역시 아주 의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센다이라는 지역은 아사코가 료헤이와 함께 방문한 장소 중에서도 가장 홋카이도에 가까운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부터 더 가면 료헤이와의 삶을 버리는 걸 의미하고, 홋카이도에 도착해서 바쿠와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분기점 같은 구조로 되어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 처음으로 아사코는 바쿠를 거절합니다. 자신은 더이상 앞으로 가지 않겠다고 바쿠에게 고합니다. 그런 결단은 '세자매'에 있어서 마샤가 내린 뵐시닌 중령과의 이별이라는 결단과 동질의 것입니다.


있지도 않은 희망이 올 것을 기대해서 현실의 생활에서 도피하는 신데렐라 신드롬적인 착각에서 소녀가 어른이 되는 순간. 과거의 행복했던 나날에 매달려, 거기에서만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순간을 더욱 좋은 것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땅에 발을 붙이는" 삶의 방식에 눈 뜬다는 것은 마치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사코는 바쿠의 차로 오사카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발로, 자신의 힘으로 오사카에 돌아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리광 부리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여기에 없는 희망을 동경한 나날에 끝을 고하기 위해서.


아사코는 바쿠와 지낸 날들이 꿈이었는지, 아니면 료헤이와 지낸 날들이 꿈이었는지 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반복해왔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전자가 꿈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료헤이가 있는 지금에 눈을 뜬 것입니다.


영화 '아사코'는 체호프의 '세자매'적인 아사코의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입센의 '야생오리'에서 해독하는 영화 '아사코'


아무래도 '아사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센의 '야생오리'라는 작품일 것입니다. 어째서 이 영화를 다루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가. 그것은 단순히 극중 마야의 무대 공연이 '야생오리'였기 때문은 아닙니다.


극중 료헤이가 마야의 무대를 보러갔을 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련의 시퀀스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련의 씬을 보았을 때 제가 떠올린 건 데미안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였습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중반에 젭과 미아가 영화관에서 '이유 없는 반항'을 보고, 영사 트러블에 휘말리고, 그린피스 천문대에 향하기까지의 일련의 시퀀스가 있습니다. 이 씬은 이 블로그에서 의 '라라랜드' 개별기사에서도 해설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언어로 새롭게 영화를 말하기 시작한다고 하는, 영화 안에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메타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는 '아사코'에서 '야생오리'를 둘러싼 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주목하고 싶은 점은 지진에 의해 '야생오리'의 상연 중지가 되고 무대가 붕괴한 점입니다. 그리고 그 후, 료헤이가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간판을 제 손으로 다시 세우는 씬입니다.


이것은 '야생오리'라고 하는 연극이 료헤이와 아사코의 세계로 녹아들어, 그들이 '야생오리'를 연기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세스입니다. 그 직후의 씬에서 료헤이와 아사코가 거리에서 만나 끌어안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여기서부터 입센의 '야생오리'적인 플롯이 진행되어 간다는 걸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입센의 '야생오리'랑 대체 어떤 작품일까요. 이 작품에선, 단적으로 말하자면 '거짓이나 잘못, 죄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사람과 사람은 관계를 맺어가는 게 아닐까?'하는 시점에서 쓰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마라는 남자는 아내인 지나, 딸인 헤드비그과 함께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떠한 이유로 지나가 과거 마을의 부자 상인인 뵐레와 성적인 관계를 가진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헤드비그는 잘마와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 아닌, 사실은 뵐레와의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잘마는 격하게 분노하고, 이 집에선 더이상 있을 수 없다며 지나와 헤드비그를 심하게 질책하여 집에서 나가버리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잘마가 자신 때문에 집에서 나가려하자 마음에 상처를 입은 헤드비그는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거쳐 잘마와 지나가 새로이 관계를 맺게 됩니다.


입센은 이 '야생오리'라는 작품을 통해, 거짓과 잘못, 죄를 범하면서도 살아가려고 하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려는 어리석은 인간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거짓과 죄를 쌓아가면서 살아가는 생물이며, 진정한 '죄'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시선이 작품 안에 농도짙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야생오리'라는 작품은 딸 헤드비그의 죽음이 잘마에게 있어서의 '단죄'로 되어있습니다. '단죄'를 거쳐서야 처음으로, 그는 아냐 지나의 거짓말과 잘못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영화 '아사코'로 돌아갑시다. 이 작품에 있어서 거짓과 잘못을 쌓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이 아사코입니다. 즉 그녀가 이 플롯에 있어 '지나'적인 입장에 해당합니다. 한편 이를 받아들여야하는가 아닌가의 결단에 쫓기는 게 료헤이이고, '잘마'적 입장에 해당합니다.


이 유사성을 이해해두면, '아사코'의 후반 플롯이 '야생오리'가 뒷받침이 된 것이란 걸 알기 쉬울 겁니다. 그러나 재밌는 부분은 '아사코'의 결말에는 중요한 '단죄'로써의 '죽음'이 등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종반에 료헤이가 고양이를 버렸다고 아사코에게 말합니다. 이것이 일종의 '단죄'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고양이는 경국 살아있었습니다.


여기서 짚어가고 싶은 게 서두에서 코우스케와 마야의 연극론을 둘러싼 말다툼 씬입니다. 코우스케는 연극은 극작가가 쓴 각본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반면, 마야는 대본을 자신 안에 녹여두어서 자기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야말로 의미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분명 이 작품은 체호프의 '세자매'나 입센의 '야생오리'의 모티프나 전개의 많은 부분을 계승했고, 료헤이와 아사코가 '아사코'라는 작품 안에서 극중극을 연기하는 것 같은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만의 의지로 결말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사코가 료헤이에게 "내가 아무리 사과를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질렀어. 그러니까 사과 안 할거야."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마치 입센의 '야생오리'적인 '단죄'를 받는 것에 대한 부정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어 료헤이도 '잘마' 같은 결론을 내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뒤에 결말의 해석을 얘기하겠지만, 여기서 이 작품의 후반 파트가 '야생오리'의 답습이라는 것과, 답습에서의 탈피를 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아사코' 고찰


이 작품의 입센적으로 열린 라스트 씬


입센과 체호프라고 하면 희대의 극작가인데, 2명이 그리는 연극에 대해 종종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입센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체호프는 인생을 무대에 올린다. 이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테즈카 토오루라고 하는 분이 성운사에서 출판한 '야생오리' 단행본에 게재되어있는 해설에서 다루고 있지만, 체호프의 연극은 인공적으로 연극으로서 그리기 위해 정해진 전개나 결말이 있고 등장인물의 퍼스널리티가 명확한 반면, 입센의 연극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인간과 그 인생을 그리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펴스널리티가 불명료하다는 것입니다.


입센의 '야생오리'에서 강한 영향을 받아, 체호프는 '갈매기'라고 하는 연극을 쓰게되는데, 이 2개의 작품을 비교해보아도 결말로써 두 사람이 정해진 '죽음'의 의미 또는 이유가 전혀 다릅니다. 체호프가 '갈매기'에서 정해둔 '죽음'은 등장인물에게 필요했다기 보다도, 연극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두사람의 차이로 제가 강하게 느끼는 것은 체호프의 작품이 결말에 있어서 등장인물이 명확한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1개의 이야기로써 완결되는 반면, 입센 작품의 결말은 그러한 명료한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은 채 어떠한 타이밍에 강제로 이야기가 단절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사코'에 등장한 '세자매'와 '야생오리'를 비교해서 보아도 자명합니다. '세자매'의 이야기 결말에는 세 자매가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무엇을 하는가하는 방향성이 드러나있고, 연극으로써 명확하게 완결되어 있습니다. 한편, '야생오리'의 결말에서는 등장인물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같은 방향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돌연히 이야기의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영화 '아사코'라는 영화는 지극히 입센적인 결말을 맞이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두 명의 이야기가 명확한 '결말'의 맞이하고 있는 게 아닌, 앞으로도 이어지겠구나 하는 예감만 준 채 끝나고 맙니다. 이 '결말'을 그리지 않는 입센적 수법에 의해 '아사코'라는 작품이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열린 작품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그리고자 했던 건 료헤이와 아사코의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인 것입니다.



교차하지 않은 시선에서 보는 영원성


사르트르가 언젠가 자신의 저서에 이런 걸 썼습니다.


"나는 시선에 의해 대상이되어, 물건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스 신화에는 시선으로 상대를 돌로 바꿔버리는 메두사라는 괴물이 등장하는데, 그것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시선은 나를 물건으로 바꿔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에 의해 그 순간 타인에게 있어서 자신은 누군가'일 것이다'라는 것에 가로막혀 사라지고 만다는 일종의 숙명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사르트르의 '메두사의 시선'에 대한 해석에 대하여 타니가와 아츠시가 자신의 저서 '거울와 피부 - 예술의 뮤톨로기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시선의 교차는 상대를 대상으로 바꾸는 상호 메두사적인 영위에 지나지 않는다. 눈맞춤이란 사르트르에게 있어서 영원히 실현불가능한 사랑의 합체에 대한 메타포인 것이다."


즉, 자신의 시선이 상대의 눈을 대상화하고 말아버린다는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상, 시선을 섞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고, 그렇기에 상대와 마주하고 서로 마주보는 행위란 영원히 실현불가능한 사랑의 합체에 대한 메타포라고 타니가와 아츠시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사코'의 라스트 씬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는 것 없이, 옆에 나란히 서서 그거 눈 앞의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시선의 교착'은 '아사코'의 라스트 씬에 등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아사코와 료헤이가 이후의 인생을 같이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게 됩니다. 그들이 시선을 섞지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들은 서로를 대상화 시키는 것 없는 사랑의 영구성을 얻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에게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시선의 마술에 아사코와 료헤이의 인생의 나중이 살짝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아사코'라는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란 바다가 아닌, 강이다


사람이란 고민이 있고 우울할 때면 정해놓은 듯 바다가 보고 싶은 기분이 되곤 합니다. 이런 심리적인 작용을 풀어보자면, 바다란 자신의 사소한 고민을 통째로 받아들여줄 상대처럼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사람은 누군가와 연애관계를 맺을 때에도 상대에게 같은 걸 바란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줄 사람. 그런 바다같은 특성을 상대에게 강요하여, 이를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아사코'라는 작품은 그런 바다같은 사랑의 존재방식에 대해 '사랑이란 강이다'라는 사고 방식을 들이대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는 바다와의 얽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바쿠와 강을 강하게 상기시키는 료헤이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결단에 있어서, 아사코가 후자를 택했다는 건 명백합니다.


아사코가 바쿠에게 느끼고 있던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포용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료헤이에게 같은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사코는 료헤이에게 기대기만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쿠라는 남자는 바다 같았던 겁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입세인 '야생오리' 안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거짓과 기만과 죄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런 거짓과 죄로 가득찬 사랑이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인생을 함께 걸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모습인 게 아닐까하는 메시지가 이 작품에서 강하게 전해져 옵니다.


거짓과 기만으로 탁해져 있지만 그저 담담하게 흘러가는 강. 그런 사랑 또한 아름다운 것입니다.




맺는 말


여기까지 영화 '아사코'의 해설과 고찰을 썼습니다. 어떠셨습니까.


꽤나 '야생오리'나 '세자매' 같은 연극작품에서의 시점에 치중한 고찰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이 영화에 대한 견해일 뿐입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가까운 미래에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쿠로자와 키요시 감독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작풍이면서도, 더욱 날카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감독한 작품이 아직 적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스타일이 세련됐다고도 느껴집니다. '해피 아워'에서 발휘한 귀신과도 같은 실력이 환상이 아니었다는 걸 이번 작품이 증명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꽤나 여백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고찰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눈으로 직접 이 작품을 보고,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이나 고찰에 이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한 의견에 불과하지만, 이 글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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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lub-typhoon.com/archives/2018/09/03/netemosametemo.html


글은 여기까지고, 난 정말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봤던 영화인 거 같아

원작 소설은 조금 읽다가 템포가 느린 거 같아서 때려쳤는데, 오늘 영화 보고 다시 읽어볼 생각이 생겼어

진짜 재밌게 봤는데 네이버 블로그 리뷰라고 보면 죄다 공갈빵 밖에 없는 거 같더라

좋은 거 있으면 나누자고, 영화도 그렇고 이 해석글도 그렇고 감명깊어서 올리고 간당

아사코 사랑해줘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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