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라이트사이드니 다크사이드니 말은 많았지만 한번도 그 안의 갈등이 영화에서 제대로 다뤄진 바가 없습니다

루크는 워낙 선한 면이 강조되다보니 넘어가지 않을 걸 모든 관객들이 알고 있었고, 제다이의귀환에서 다스베이더가 다시 선해지는 건 워낙 빠르게 이루어지죠.
프리퀄에서 아나킨 흑화는 각본이 심하게 똥이라 굳이 언급하기도 아깝습니다

그런데 라제는 양 편의 스승 밑의 두 젊은 제다이 후보들을 놓고 서로를 회유하게 하며 믿음을 시험하는 서사를 핵심에 두는 한 편, 핀이나 포 등 조연격 인물들도 지속적으로 어떤 판단-의심-새로운사실발견-판단철회-새로운판단-의심...의 반복을 겪게 합니다. 더불어 이야기의 마디마다 관객에게 끝없이 어떤 판단을 유도하고 수정하고 또 의심하기를 종용하여 그들의 흔들림에 동참하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포스가 제다이가 소유한 힘이 아닌 만물을 연결하는 힘이듯 라이트사이드와 다크사이드 사이에서의 갈등 역시 제다이만의 것이 아니며, 모두가 이 끝없는 갈등을 견뎌내면서까지 희망을 품는 것의 중요성을 관객까지 동참시켜 설득해내는 것입니다.
때문에 스카이워커 가문의 집안 놀음을 벗어나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확장되고 이질적 색채를 띄는 와중에도, 라제는 지금껏 그 어떤 스타워즈 영화보다도 더 핵심적으로 라이트사이드, 다크사이드로 대변되는 제다이의 길과 포스를 둘러싼 세계관 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가장 적확한 스타워즈 영화라 할 만합니다.

제다이가 아닌 모든 주조역들이, 심지어 관객까지도 제다이만이 겪는 줄 알았던 선과 악 사이의 갈등을 각자의 영역에서 겪어낸 뒤에도 꿋꿋하게 희망을 품어낸 그때, 여태껏 제다이의 끝을 말하던 루크는 비로소 이 영화의 제목이자 카일로 렌이 루크를 표현한 단어 \'라스트 제다이\'를 부정합니다. 그때의 전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