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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바퀴벌레 공산주의자들 이야기 들어볼래?

인간이좋아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4 01:37:49
조회 2155 추천 31 댓글 13
														



한 2년 전? 난 그때쯤 사회주의에 꽂혀 있었어. 


이유는 모르겠네. 당시에 봤던 다큐멘터리 때문인가? 갑자기 차오르는 소뽕에 나는 이걸 데포르메해서 별겜 제국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만든 종족은 우스꽝스러웠어. 모두가 혐오하는 바퀴벌레 종족이었고, 그럼에도 평등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국가를 이룬 사회주의 국가였지.


특성도 딱 바퀴벌레 생각하면 나오는 스테리오타입대로 찍었어. 수명 짧고 번식력 좋고 적응 잘하고 등등


난 한동안 바퀴벌레들이 서로 까각거리면서 동지니 뭐니 하는 상상을 하곤 웃었어. 이때까지만 해도 난 이 세계가 별겜 플레이 중 가장 인상깊은 플레이가 될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



어쨌든 게임이 시작되고, 탐사는 잘 진행됐어. 우리는 주요 거점이 될만한 항성계들을 모조리 선점할 수 있었고, 굳이 외교에 신경쓰지 않아도 국체를 유지할 수 있었지.


그런 우리가 주변나라에 신경쓴 건, 전적으로 옆나라 때문이었어.


옆나라는 내 기억으로 새 종족으로 기억해. 군국주의적이고 외계인을 혐오하는, 딱 나치제국같은 국가였지.


심지어 국가 체급도 큰 편이라 타국에게 마구 시비걸고 다니는 종족이었어.



처음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았어. 전쟁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국경 내에 항성계를 점령하는 걸로도 바빴거든.


그런데 얘네들이 선을 넘는게 보이더라. 다른 종족을 침략하고, 그리고 노예화하고


심지어 학살해서 우리 제국으로 피난오는 인구가 늘어나는거야.


결국 우리는 확장보다, 이 정신나간 파시스트들을 때려잡는 걸 우선시했지.



이놈들 때려잡는 건 어렵지 않았어.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기도 했고, 애초에 내가 소련 컨셉플레이를 하다보니 국가생산력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 


전쟁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우리는 적 함대의 2배가 넘는 함대를 뽑아내 상대를 마구 찍어눌렀고, 상대의 전쟁역량을 작살내고 주요 행성을 뺏어올 수 있었지.


이렇게 해서 주변에 약소국들을 도와주니 걔네들이 우리한테 호감을 표하더라.


참 묘한 느낌이었어.



방향성이 이렇게 바뀌다보니, 원래의 목표였던 사회주의 롤플레잉은 뒷전이 되더라. 


주위에 약소국들 지켜주고. 은하 공동체에서도 목소리 좀 내주고. 해적 소탕하는 은하 경찰처럼 행동했지.


이렇게 플레이하니 뭔가 기분이 좋아졌어. 주위 약소국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국가도 내가 플레이한 중에 가장 번성했지. 


은하의 관리자 되고는 좀 뿌듯해서 주변 친구들한테 에너지로 떡도 돌렸음ㅋㅋㅋㅋ



근데, 빌어먹게도 이 플레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았어




발단은 언비든이었어. 


난 이때 플탐 100시간을 넘긴 뉴비였어. 이게 대체 무슨 위기인줄도 몰랐지


진짜 난리났다는 걸 깨달은 건 나한테 두드려맞던 파쇼 제국이 순식간에 반갈죽된 후였어


내 정예함대보다 전투력이 10배는 높은 함대들이 난리치는거보고 바로 난 관리자 권한으로 언비든 대책을 안건으로 올렸지. 전 세계적인 도움을 원했어. 그럴만한 은하계적 위기이기도 했고




그리고 안건은 바로 부결됐어


지금 고민해보면, 내가 주변의 약소국에만 신경쓴 게 문제였던 거 같아. 공격적인 국가들은 전쟁만 났다 하면 끼어드는 우리를 혐오했고, 멀리 떨어진 국가들은 지나치게 강대한 우리 나라를 질시했던 거 같아.


딱 10표


딱 10표때문에 안건은 부결됐고. 그걸로 이 은하의 운명은 결정됐지.



나는 고민했어. 솔직히 언비든이 위협적이긴 해도, 걔네들 진로방향은 우리쪽이 아니었거든. 다른 나라들은 미끼로 던져주고 국가총력전 태세로 들어가면, 어찌어찌 포탈을 틀어막고 막아낼 수 있겠다 싶었지.


물론, 그런다면 은하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모조리 패망하고 이 은하의 대다수 종족은 멸족당하겠지만.


언비든한테 불타오르는 행성을 보고. 우리는 결정했어.




전투는. 말해 뭐해. 패배였어.


우리는 약소국을 지키지 못했어. 오히려 이어진 전투가 어그로를 끈 건가? 언비든은 우리쪽으로 왔지.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또 저항했지만. 결국 우리 사이보그 바퀴벌레들의 사회주의 낙원은 그대로 멸망했지.


난 제국의 수도가 타오르는 걸 지켜보다가, 결국 게임을 껐어.




지금와도 그 바퀴벌레들의 국가는 잊혀지지가 않아.


딱히 호감가는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곤충들의 사회주의 국가라니. 참 별거 아니구나 싶다가도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그들을 기억하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


그런 기억이 있어서일까. 난 아직도 플레이할때 ai들에게 관대하게 플레이하는 편이야. 


그 사회주의 낙원을 잊지 않기 위해서. 


용감한 바퀴벌레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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