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계층은 해석할 내용이 거의 없다. 바로 3계층으로 넘어가겠다.

3계층은 그야말로 난해함의 끝판왕이다. 앞뒤를 간신히 끼워 맞추며 6화까지 시청한 시청자 대부분은 3계층에서 이해를 포기한다. 시나리오의 난해함. 연출의 난해함. 계속해서 답이 주어지지 않는 불친절함. 환상의 힙스터 3중주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만다.

연출도 내용도 난해한 3계층.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어가듯, 모두 같이 단서를 모아 결론에 이르는 길을 만들어 보자.

3계층. 통칭 [이름 없는 숲]. extra의 3회전 서번트가 사용한 고유 결계의 이름과 같다. 대상의 기억, 자아를 서서히 말소시킨다. 였지만, last encore에선 조금 그 역할이 다르다. [이름 없는 숲]은 대상의 과거,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단서1. 내려와있는 래더

1계층, 2계층이 그러했듯 래더는 다음 계층으로 오르기 위한 수단이다. 래더의 출현 조건은 플로어 마스터의 패배. 성배전쟁에서 패배는 곧 사망을 의미한다.

사이버 고스트는 죽은 자가 꾸는 꿈. extra, last encore의 앨리스는 사이버 고스트다. 지상에선 이미 명이 다한 존재, 어쩌다 혼만이 달에 묶여버린 가엾은 존재다.

그 특수한 존재 방식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서번트는 너서리 라임, 동화에서 탄생한 가공의 존재였다. 그녀는 앨리스가 꾸고 있는 꿈이다. 앨리스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 중에선 앨리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검은 쪽이 너서리 라임.

하쿠노는 앨리스를 목격하고 그녀를 따라 어딘가로 향한다. 마치 토끼 씨를 발견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도 같이. 하지만 이 장면은 트릭. 이동된 것은 장소가 아닌 하쿠노의 시간축. 즉 하쿠노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셈이다. (린과 네로가 하쿠노를 못 찾았다는 걸 보면 과거의 기억이라는 텍스쳐가 대상이 되는 인간의 현실을 뒤덮는 모양.)

고로 이건 이름 모를 마스터 C씨의 기억. extra 세계였다면 하쿠노(여)가 만났어야할 앨리스를 대신해서 만난 마스터 C의 기억이다. 앞으로 3계층에서 만나는 파란 앨리스는 모두 과거의 회상.

하쿠노(남)와 앨리스의 대화가 이름 없는 마스터 C씨의 기억이었다면, 3계층에서 보여주는 린과 아마리의 대화 역시 [이름 없는 숲]에 의한 과거 린의 기억이다. 천륜 성왕이 등장하고서도 위 계층에 오르려 했던 아마리, 그런 아마리의 실력으론 6계층에 잠든 자신을 죽여줄 수 없다고 판단해 싸워주지 않은 린의 과거다.

이건 하쿠노(여)의 기억. 과거 하쿠노(여)가 아마리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 하쿠노(여)의 기억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달의 성배전쟁에서 자신의 기억도 소망도 없는 마스터는 하쿠노 단 한 명이기 때문.

회상을 시계열대로 나열하자면

1. 마스터 C-앨리스

2. 하쿠노(여)-아마리

3. 린-아마리

일 때, 1,2는 1000년전의 성배전쟁 도중, 3은 천륜 성왕이 등장한 이후부터 현재 사이의 언젠가 정도.

원래 아마리는 3계층에서 패배하고 리타이어 했어야 하지만, 천륜 성왕의 등장으로 목숨을 부지. 그럼에도 위를 노렸지만 린에게 거절당한다. 이후 신지가 주도하는 1계층으로 내려가 신지의 비서를 자처. 하쿠노(남)를 맞이할 때까지 1000년간 살아있지만, 하쿠노(남)가 신지&드레이크와 격돌하는 시간대 즈음에 화면 밖에서 린에게 패배한 채 리타이어한다.

(솔직히 아마리는 굳이 왜 작품에 넣은 건지 모르겠다.)

병약 미소녀 등장. 병약 미소녀를 1000년간 방치하면 이렇게 된다.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무효화하고 시간을 하루의 시작으로 돌리는 치트를 보유하고 있다.

빰을 타고 떨어지는 소녀의 눈물.

과거, 앨리스는 부전패를 선택한다.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준 이름 모를 마스터 C씨를 위해. 즉, 이 세계선은 앨리스가 부전패를 선택한 if다.

단서2. 앨리스의 하얀 거짓말

그녀는 말한다. 사이버 고스트인 나는 문셀조차 죽일 수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다. extra에서 패배한 앨리스는 분명히 소멸당했다. 문셀은 부전패를 눈 감아줄 정도로 상냥하지 않다.

괴물은 앨리스다. 남겨진 사이버 고스트는, 누구의 눈에도 드는 일 없이 누구의 애정도 받지 못한 채, 1000년간 이름 모를 마스터를 기다린다. [이름 없는 숲]은 하쿠노(남) 일행을 제거하기 위한 보구가 아니다. 그녀는 하루 뒤에 찾아올 소멸을, 하루를 반복하는 것으로 피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고유 결계는 터무니 없는 마력을 요구한다. 결국 1000년간 3계층의 리소스를 끌어다 사용한 앨리스는 괴물로 변모하고 만다. 본래의 목적도 소망도 잊은 채.

단서3. 하루를 반복하는 원동력은 [이름 없는 숲]

당연하게도 인간은 보구를 사용할 수 없다. 후유키 시에 사는 모 사내아이는 당연히 예외.

린은 쿠훌린의 창으로 앨리스의 [이름 없는 숲]을 봉인한다. 이젠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을 터. 였다. 앨리스는 인과를 초월한 의지로 다시 한번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려 한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남자가 있었다. 바래진 책을 한 손에 쥐고 그녀를 상냥하게 바라보는 남자를, 그녀는 알고 있다. 1000년이라는 유구한 세월을 기다려 온 사내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의의를 잃은 고유 결제는 해제된다. 꿈꾸는 소녀는 편안하게 잠든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단서 1. 내려와있는 래더

단서 2. 앨리스의 하얀 거짓말

단서 3. 하루를 반복하는 원동력은 [이름 없는 숲]

눈치 빠른 꼬맹이들은 벌써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앨리스는 이미 1000년 전에 죽었다. 부전패 선언 이후 앨리스를 자처하고 있는 녀석은 너서리 라임이다. 래더가 내려와있는 이유는 이미 플로어 마스터가 죽어있음을 의미. 가엾은 사이버 고스트는 부전패 선언 이후 이미 문셀에게 제거당한 상태. 보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소녀는 자신의 꿈을 서번트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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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세이버가 말했지. 무얼 위해 오르는 거냐고. 아직 나로서는 제대로 답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면_ 나는 희망을 품고서 하늘에 오르고 싶어.

원념, 증오, 혐오. 세계가 남긴 오물은 더없이 추악하지만, 분명 그 안에는 사람을 향한 정과 사랑과 희망이 담겨있다. 내가 세계로부터 받은 감정은 부의 감정뿐이 아니었던 거야. 그렇다면 나는, 그 작은 희망을 품고서 하늘에 오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