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어1은 유튜브에서 풀스토리 정리한 것만 보고 직접 플레이는 안 했다
그리고 라오어2 플레이 어제 끝냄

악평이 자자했지만 전투나 컷신이 재밌어서 즐겁게 플레이 했고 라오어1 스토리 보면서 엘리와 조엘에게 정이 많이 쌓인 터라 초반에 애비가 설산에서 쫒길 때는 왜 얘를 플레이 해야 하나 좀 답답했다
그리고 조엘 머리 깨지는 건 진짜 충격적이었고 엘리가 동성애자라는건 너무 뜬금없어서 좀 놀랐다

엘리한테 감정이입해서 얼른 애비 뚝배기 깨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울프들 한 놈도 안 놓치고 싹 다 죽여버리면서 진행했는데 갑자기 엔딩 느낌에서 애비로 전환되는게 신선했다

신선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좋은 건 아니었음
아직 애비한테 악감정이 많았고 이 캐릭터를 내가 대체 왜 플레이하고 있어야 되나 싶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스토리 보는 맛으로 진행하다보니 점점 애비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고 아 얘도 그냥 잡아 죽일 NPC가 아니라 나름대로 자라온 환경이 있고 경험이 있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특히 엘리로 플레이할 때 아무렇지 않게 죽여버렸던 적들이 애비로 플레이할 때는 나에게 우호적이고 각자 나름의 스토리도 있는 동료라는걸 보여준게 놀라웠다

결말에서 오직 복수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지만 애비와 조엘의 모습이 교차하며 엘리가 애비를 보내주는 장면에서 나는 허무함이나 용서라는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그보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어떤 감정인지 헤아려보던 중 엘리가 마지막에 조엘에게 용서는 못 하겠지만 노력해보겠다라는 말을 듣고 해소가 됐다

라오어2가 수 많은 악평을 듣는 원인을 전부 읽어봤고, 평론가들의 찬사도 전부 읽어봤는데 양 쪽 모두 엘리와 애비가 대비되는 캐릭터였듯 자신들만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입장은 다르지만 맥락을 보면 어느 쪽도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므로 엘리도 애비도 자신만의 역사와 가치와 삶이 있었듯이 게이머들과 평론가들에게도 각자 자신들만의 인생이 있으니
누군가가 평가하는 한 어떤 게임이든 완벽한 게임은 없고, 어떤 인물도 완전히 옳고 선할 수는 없다

이러한 입장에서 내가 바라보고 느낀 라오어2가 제시하는 주제는 상대를 이해하려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라오어1에서 느꼈던 사랑의 가치, 부성애와 함께 둘 다 인류애라는 큰 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전작과 제법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한 디테일에서 스토리텔링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하지만 라오어2가 전작의 스토리까지 망치며 주제의식을 강요한다는 비판에는 회의감이 든다
적어도 나는 라오어1의 스토리를 전부 보고 라오어2를 플레이하며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관통하는 인류애를 떠올렸으며,
엘리와 애비의 대립구도가 악평이 자자한 다수의 게이머들과 호평을 하는 평론가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느꼈다

이러한 현재 "용서할 수 없으나 노력해보겠다" 는 엘리의 마지막 말은 아직 모두에게 닿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22.08.26
라오어1 스토리 끝냄
스토리 상 전작이 훨씬 매끄러운 느낌이 있고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 많았으며 라오어2에서 애비를 처음 플레이할 때와 같은 답답함이 없어 좋았다
유튜브로 스토리를 볼 때보다 몰입감이 높았고 라오어2의 조엘이 너무 뜬금없이 하차한 것과 엘리가 복수에 찌들어버린게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라오어2에 대해 느낀 점은 직접적인 플레이 전과 후 변함없이 그대로이며,
오히려 전작의 두 주인공이 한 순간의 실수들로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들 또한 그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들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욱 부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라오어1 플레이 후 되짚어 본 애비의 캐릭터성은 전작의 두 주인공에 비해 평면적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이 글은 라오어2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내용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개인마다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판이하므로 게임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충돌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수작이라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글쓴이가 플레이 후 남은 여운을 갈무리 하여 어설프게 엮은 것일뿐이므로 이 글로 인해 의견 충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