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작가에 대하여

어떤 작가…… [광왕] 에프, 어쩌면 에프를 아바타로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사건을 감시·관측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사람은 머리에 집어넣은 것을 토양으로 삼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고 더 나아가서는 창작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취재……작품의 재료를 얻기 위해 사건을 감시·관측한다.

자신과 다른 인간을 본다.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사건을 본다.

그래서 관측하는 자신을 관측한다.

아바타의 눈이 떠오른 별(조디악)이 그의 눈이 되어 관측한다.

그에게 있어 〈Infinite Dendrogram〉은 그렇기 위한 공간이다.

몸에 밴 전투기술도, 초급 직업인 [광왕]도, 과정에서 얻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서 자신이 사건을 유인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재료를 얻기 위해 보고 싶은 형태로 유도할 수 있도록 손을 보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손을 봐도 자신이 등장인물이 되지 않는 형태가 가장 좋다.

왜냐하면 사건과 내가 너무 가까우면 관측할 때 불순물이 섞인다.

이번의 레이 스탈링과의 교전 등이 가장 큰 잘못이다.

그가 에프를 향한 감정에 대한 공포가 에프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관측과 취재를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유연하게 받아넘기기엔 감정이 너무 강했다.

그런 관측은 그에게 있어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

하늘을 관측하면서 성좌의 이야기를 그리는 자들처럼 저쪽에서 재료를 얻어 창작한다.

그에 있어 최고는 이런 형태이며 〈Infinite Dendrogram〉 자체가 현실에서 보면 그런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엠브리오〉는 조디악(12성좌)이다.

하지만……

◇◆

“…………”

한 남자가 자신의 컴퓨터 책상 앞에서 가만히 있었다.

말하지 않고 키보드에 얹은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화면조차도 보지 않는다.

그는…… [광왕] 에프의 현실은 완전히 침묵하고 있다.

레이에게 패배하여 데스 페널티가 된 후 기억이 선명할 때 문장을 남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그로부터 거의 쓰지 않은 채 시간만 지나고 있다.

미동도 하지 않는 그가 보는 것은 머릿속에 있는 자신의 기억.

『언어화할 수 없는 공포』라는 불순물이 섞이고 섞여 정크 데이터와 같은 기억.

거기서 문장을 떠올리려고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패배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피가로와 한냐의 전말을 관측하지 않은 것은 아깝지만, 그것도 괜찮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언어화할 수 없다』는 것은 작가에 있어서 커다란 패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해서, 반복해서, 레이와의 싸움을 되돌아보고 있다.

데스 페널티가 되어 로그아웃되었을 때부터 계속 그것만을 했지만……잘되지 않는다.

이 감정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문자로 만들기 위해서는……지금 한 번 레이 스탈링을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다.

패배했기에 집착한다.

동기는 달랐지만, 레이가 그를 닮았다고 생각한 프랭클린과 비슷했다.

“?”

갑작스레 그의 휴대전화가 착신을 알린다.

화면에 표시된 것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여동생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해 낸다.

자신은 원래 레젠더리아에 있는 여동생에게 향할 예정이었다, 라고.

그것이 한냐라는 불씨를 찾아내 기데온에 머물러, 지금에 이른다.

그렇게 예정변경을……전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미안해하면서 통화를 스피커 모드로 켠다. 언어화된 문장이 언제 머릿속에서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두 손은 아직 키보드에 얹은 그대로이다.

『여보세요 오빠. 여보세요. 들려?』

“어 듣고 있어.”

여동생에게도 그의 말투는 공손하다.

마음속의 말은 냉정하게, 접하는 상대와의 말은 공손하게.

그것은 〈Infinite Dendrogram〉의 안팎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변한 것은 레이에게 밀릴 때와 같다.

『오빠오빠. 여기 온다고 했는데 언제 오는 거야? 오늘 와?』

아니나 다를까 여동생의 용건은 레젠더리아로 가는 이야기였다.

“미안해. 왕국에서 할 일이 많아져서. 레젠더리아로 가는 것은 연기될 것 같아요.”

앞으로 레이 스탈링의 관측 하려면 왕국에서 떠날 수 없다.

하지만 여동생은 충격을 받았다.

『어? 뭐야? 뭐가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렇게 물으면 대답은 하나다.

“패배해서 데스 페널티 되었습니다.”

『뭐~?』

여동생은 몹시 놀랐다. 두 사람이 〈Infinite Dendrogram〉에서 만난 적은 적지만, 그녀도 오빠의 실력은 알고 있다.

준〈초급〉에서도 최상위.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실력자다.

여동생 자신보다 약하다고 해도 웬만한 상대에게 진다고는 믿을 수 없다.

『어떤 녀석이야? 어디 사는 어떤 녀석? 죽일까? 죽이러 갈까?』

당황한 모습으로 여동생은 위험한 말을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빌려줄게! 제발 빌려줄게! 빌려줘서 멸망시키게 해줘!』

“…………”

여동생의 제안에 오빠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조금 구미가 당긴다.

여동생이 왕국에 와주면 그것으로 재밌는 전개가 늘어날 것 같다,라고.

하지만 그것은 오늘 자신이 분석하고 언어화하려고 하는 작업에 방해라고 판단했다.

“너는 친구들과 놀고 있어요. 땅따먹기 게임 한창이죠?”

『그렇지만…….그렇지만.』

여동생은 친구들과 같이 레젠더리아에서 놀았고 구경과 취재가 얼마 전까지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전의 패배와 분석이 에프에게 있어서 우선 사항이다.

『음, 클랜 멤버에게 맡기면 영토를 빼앗길 것 같고, 곤란해.……곤란해. 하지만 LS 에르고 숨(기분 나쁜 녀석)은 부재중이라서 지금 지가 집을 비워도……음.』

여동생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끙끙대고 있다.

고민중, 자신의 본명이 아닌 아바타의 이름을 부르는 둥 꽤나 〈Infinite Dendrogram〉에 빠져 있구나……,하고 남의 일처럼 분석했다.

“저는 괜찮고 자기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가. 그런가…….”

여동생은 유감인 듯 중얼거렸지만 납득한 듯했다.

『그래도 오빠. 저기 있잖아 오빠. 오빠는 덴드로그램에서는 나보다 약하고 글러 먹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 무리하면 안 된다고?』

“네, 알고 있어요.”

그로부터 〈Infinite Dendrogram〉 안에서 만날 수 없게 된 것을 보충하기 위해 현실에서 식사하는 것을 약속하고 여동생과의 전화를 끊었다.

“…………”

여동생과의 전화를 종료하고 그는 한 가지를 생각한다.

그것은 레이 스탈링과 [파괴왕] 슈우 스탈링에 대해서.

그들이 형제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급〉인 형이 있는 레이 스탈링에 대해서 조금 전의 승부와는 별개로 문득 신경이 쓰였다.

(반대 입장인 레이 스탈링의 심경은 어떻게 다른가.)

―― 〈초급〉인 여동생이 있는 에프와 무엇이 다른가.

어쨌든 이번 레이와의 조우, 그리고 교전은 단서에 불과하다.

서로 입장도 포함해 계속해서 그를 관찰할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도 관여하게 될 것이다.

[광왕] 에프인 남자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To be continued

링크: http://hobbyjapan.co.jp/infinite_dendro_12_sp_ss/

후기: 이 소설도 이제 2권 남았습니다. 한국에 정발 안 된 12권을 번역하니까 기분이 오묘하군요.